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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문 닫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대책 없는 폐관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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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 문 닫는 서울여성공예센터, 대책 없는 폐관이 최선일까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2.20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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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 구성, 공릉동 재개발 이유
입주 공예가 “폐관 이유 설명이나 대책 논의 없었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지난 2017년 문을 열며 여성 창업자들의 발판이 되었던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이 이달 29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입주 기업에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문을 닫게 된 내막은 무엇인지, 향후 여성 창업자 등 입주 기업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지난 2018년 방문했던 서울여성공예센터 / 전은지 기자
지난 2018년 방문했던 서울여성공예센터 / 전은지 기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여성공예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지난해 15일 입주 기업에 센터 운영 종료 소식을 전하며, 2024년 2월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입주 기업 대표들은 지난해 10월 입주 연장 심사를 통과한 바 있어, 이 같은 소식은 황당을 넘어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서울여성공예센터 폐관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시의회 박유진 의원은 “서울시에서 2017년부터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열심히 인큐베이팅 해왔다”며 “서울여성공예 창업플랫폼 지원이 진정한 약자 동행의 실천”이라고 지적했다.
 

더아리움에서 진행했던 감고당길 공예마켓(이전행사 모습) / 서울시 제공
더아리움에서 진행했던 감고당길 공예마켓(이전행사 모습) / 서울시 제공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은 지난 2017년 설립돼, 오픈 7개월 만에 연 매출 약 17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여성 공예인의 창작과 창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던 복합문화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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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지원 사업에 참여한 공예 창업가는 11,194명, 크래프트 스타트업 챌린지를 통해 배출된 예비·초기 창업가는 324명, 감고당길마켓 및 공예창작자마켓은 103회 가량 운영했으며, 공예체험클래스는 1,039회, 함께 참여한 시민은 187,145명에 달한다. 2023년에는 민간위탁 ‘사회적 가치 기여’ 평가 항목에서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 11월 센터 운영비 전액을 삭감한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센터 폐관이 불거졌다. 센터에 현재 입주한 기업은 50개 이상이며, 이 중 16개 기업이 1년 계약 연장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갈 곳을 잃은 것이다.

박유진 의원에 따르면, 상임위원회 의원의 공감대 형성으로 예비 심사에서 삭감된 예산이 복원되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삭감돼 최종 3억 원이 편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센터 운영 관련 예산 추진 일정을 보면, 편성된 예산 3억 1,500만 원도 남은 기간에 센터 결산 및 정산보고서 작성(2억 9,000만 원) 등과 시설 유지 및 관리(2,500만 원)에 사용된다.
 

입주 기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한 서명운동
입주 기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한 서명운동 / 관련 페이지 캡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입주 기업들은 긴급히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시에, 온라인 등을 통해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같은 날에는 시의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삭감된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된 것은 12월 초였으며, 입주 기업과 센터 직원에 퇴거 통보가 전해진 것은 15일, 서울여성공예센터 운영 위탁 종료 통보 관련 문서 접수일과 센터 내 운영 종료 관련 공지가 올라온 날도 22일로 확인됐다. 이미 예산이 통과되고, 폐관이 결정된 후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운영 종료 관련 공지 / 서울여성공예센터 인스타그램 @seoulcraftcenter
운영 종료 관련 공지 / 서울여성공예센터 인스타그램 @seoulcraftcenter

서울여성공예센터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예빛 몸의 표정 대표는 지난 1월 4일 KBS1 라디오 ‘오늘 밤, 1라디오’에 출연해, 센터 폐관과 관련한 입주 기업의 현실과 고민에 대해 호소했다.

이예빛 대표는 “14일에 레이저 커팅기를 구매, 설치했는데, 다음날인 15일 갑작스럽게 퇴거 통보를 받았다”며 “(폐쇄 이유에 대해) 서울시에서 입주 기업에 직접적인 이야기를 해준 적 없다. (활용 계획 또한)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센터 폐관 소식에 입주 기업 대부분은 당황하고 심란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당장 2월에 나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막막했고, 우시는 분들도 있었고, 다들 심란해서 작업이 손에 안 잡힌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여성 공예인만을 위한 공간이라 폐관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센터에서 서울시에 많은 대안을 제출했다. ‘공예’나 ‘여성’이라는 명칭을 빼서 센터를 유지하고자 했는데, 대안을 제출한 것이 소용이 없어졌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서울시청 전경 / pixabay
서울시청 전경 / pixabay

그렇다면 폐관 이유와 여성 공예인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서울여성공예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수탁 기간이 지난해 12월 31일로 끝났다”며 “모든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수탁 기간에 맞춰 운영이 종료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여성공예센터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민간 위탁으로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운영해 오다, 지난 2022년 수탁 기관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으로 변경되어 운영됐다.

또한, 공릉동 재개발로 인한 폐관이라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관계자는 “공릉동 전략 거점 개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서울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바꿔야 하지 않냐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릉동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된 부지. 서울여성공예센터가 포함되어 있다 / 서울시 제공
공릉동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된 부지. 서울여성공예센터가 포함되어 있다 /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노원구 공릉동 옛 북부법조단지가 전략거점개발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에게 특화된 가족 중심의 열린 공간이자 청년 창업 기능과 연계한 성장 거점을 만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발 이유에 대해 “한정된 이용자 및 비활성화 시설로 구성되어 지역 파급력이 미흡하고, 박물관·공예·창업 등 여러 용도가 혼재되어 있어 공간 성격 및 인지도가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정책 환경변화 및 지역요구에 따라 활성화 시설의 선별 및 확대·통합·폐지 등의 검토와 함께 지역 활성화를 고려한 거점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휴시설이던 북부법조단지를 리모델링을 통해 생활사박물관, 여성공예센터 등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시설 이용자가 한정적이고, 지역과 소통하지 못한 용도 도입이라며 지역 주민의 불만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지역에 주민 요구를 반영,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특화 체험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폐관 이후 센터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 쓰던 건물(북부지방검찰청)을 리모델링했던 것처럼, 공예라는 특성을 살려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차별성을 가지고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여성 공예인의 공간이어서 폐관한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이에 여성 공예인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됐냐는 질문에는 “여성공예센터이긴 했지만, 남성도 여성 대표와 함께 작업하며 시설을 이용해 왔다. 여성을 위한 시설이라고 하기엔 시대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남성, 여성 구분 없이 모든 예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또한 시민이 함께 시설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여성공예센터는 지난해 12월 31일 모든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으나, 운영 종료 전 결정된 연장평가 통과 기업 16곳의 이전 지원을 위해 2개월 연장한 2월 29일 종료된다고 전했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잊혀지면 안 되는 작은 것들’ 전시 포스터 / 애프터 아리움 인스타그램 @after_arium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잊혀지면 안 되는 작은 것들’ 전시 포스터 / 애프터 아리움 인스타그램 @after_arium
애프터 아리움 행사 소개 포스터 / 서울여성공예센터 홈페이지
애프터 아리움 행사 소개 포스터 / 서울여성공예센터 홈페이지

이에 센터와 입주 기업 공예가들은 7년간의 운영을 마무리하는 전시와 마켓, 클래스, 강의 등을 진행하는 ‘애프터 아리움(After Arium)’ 행사를 진행했다.

‘애프터 아리움’은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의 운영 종료로 인해 사라지는 여성 공예인들을 위한 교육과 커뮤니티를 지속해서 지원하고,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된 모임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는 ‘잊혀지면 안 되는 작은 것들’이라는 주제로 입주 기업과 공예가들의 작업실에서 작품 전시를 진행했으며, 2~3일에 걸쳐 공예마켓에서는 24개 입주 기업이 참여해 판매와 함께 공예 클래스, 공예작품 경매, 관련 특강을 진행했다. 행사 수익금은 여성 공예가와 미혼모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 2일간 운영된 행사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방문했다고 전해졌다.
 

애프터 아리움 행사 기간 진행된 입주 기업 졸업식 모습 / 박유진 의원실 제공
애프터 아리움 행사 기간 진행된 입주 기업 졸업식 모습 / 박유진 의원실 제공

이번 행사 기획을 맡은 이휘민 베이크메이크 대표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쌓아온 유무형의 소중한 자산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잘 이어지고 지켜지기를 바란다. 서울여성공예센터와 16개의 입주 기업은 이번 행사를 통해 개발주의, 성과주의 등 실적과 숫자 등의 잣대로는 무가치하고 무의미하다고 치부되는 작은 것들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사라져가는 작은 것들의 가치를 영구히 기억에 남기고자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박유진 서울시 의원은 “인간의 온도란 공예의 가치를 지켜온 7년의 노력이 4백여 개 창업기업과 함께 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서울시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미혼모를 돕기 위한 공예가들의 진정성을 함께 해준 시민 모두에게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행사에 방문한 이들이 남긴 메시지 / 애프터 아리움 인스타그램 @after_arium
행사에 방문한 이들이 남긴 메시지 / 애프터 아리움 인스타그램 @after_arium

애프터 아리움은 지난 1월 19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하며 “애프터 아리움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라진 사업, 단체, 기관을 기억하고자 탄생했다. 그리고 사라진 그것들을 사랑하고, 삶의 일부를 담았던 모든 이들을 위해 이곳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은 예정대로 이달 말 폐관한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공예가들이 발 벗고 나섰지만 번복되지 못했다.

서울시 측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뜻을 전했지만, 마지막 행사에서 시민과 공예가들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아쉬움’이었다. 이런 공간이 사라진다는 아쉬움,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뒤늦은 후회가 가득했다. 그만큼 서울여성공예센터는 공예가와 시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소통했던, 보금자리이자 사랑방이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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