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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때로는 독특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 김나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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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때로는 독특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 김나훔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8.14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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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바쁘게 사는 일상도 좋지만, 그 일상을 오롯이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휴식도 필요한 법이다. 그럴 때, 일상을 저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그림으로 즐겨도 좋겠다. 김나훔 작가의 그림은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해주는 공감과 위트를 담고 있다.

그림은 곧 김나훔 작가 자신을 말하기도 한다. 그의 이름인 ‘나훔’은 히브리어로 ‘위로’, ‘위안이 되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영상을 보듯 그림 속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마치 내 눈에 그 풍경이 보이는 듯하면서, 그림이 담고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림의 구도도 관찰자의 시점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림 앞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내가 그 풍경을 바라보는 주인공이 된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그의 그림은 여행을 하며 본 풍경,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았다. 때로는 위트있게 비현실적인 크기의 동물을 그린다거나 독특한 발상을 반영해 웃음 짓게 한다.

고등어 (Mackerel)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7_edition 5 / 김나훔 작가
고등어 (Mackerel)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7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대표작 인듯하다. 그냥 사람만 보면, 생각에 잠긴 고독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옆에서 고등어가 동그란 눈으로 사람을 쳐다보고 있으니 고독한 분위기가 사라진다. 이것이 김나훔 작가만의 위트다.

옆에 사람이 위로를 해줬다면, ‘아, 그렇구나’ 하겠지만, 실제 크기보다 큰 고등어를 의인화해서 그려두어서 눈길을 한번 더 머물게 만든다. 고등어의 동그란 눈과 지느러미를 보면, 귀여움 때문에 고독함도 말끔히 잊게 된다. 갤러리가이아 윤여선 대표는 이 그림을 두고 “설명없이도 무심한 그림은 보는 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따뜻한 위로를 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괜히 고등어 구이를 먹을 때마다 미안해질 것 같다.

타키로 (Takiro)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80×80cm_2019_editon 5 / 김나훔 작가
타키로 (Takiro)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80×80cm_2019_editon 5 / 김나훔 작가

이 그림 역시 고등어와 비슷한 위트를 담고 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고등어’가 고독함을 위로한다면, ‘타키로’는 한적한 자연에서 남녀 한 쌍과 강아지가 여유로움을 함께 공감하는 듯하다. 앉아있는 남녀의 표정과 과장되게 표현된 강아지의 모습이 일치된다.

달팽이, 바다를 건너다 (강릉)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100×72.7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달팽이, 바다를 건너다 (강릉)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100×72.7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달팽이, 바다를 건너다’도 기존의 달팽이 크기보다 과장되게 그렸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기 전 쉬는 모습과 모래사장 위에 앉은 남녀의 모습이 비슷하기도 하다. 또는 기이한 상상이지만 달팽이집의 주인이 그림 속 남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길을 가다가 콜라 한 병을 마시며 쉬는 모습같기도 하다.

경주 2(Gyeongju 2)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72.7×100cm_edition 5 / 김나훔 작가
경주 2(Gyeongju 2)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72.7×100cm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나무와 풀이 있는 자연 속에서 쉬는 이들의 모습도 많이 담고 있는 것이 김나훔 작가의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경주 2’는 힐링과 위트를 모두 담고 있다. 무심한듯한 붓질로 나뭇잎을 표현했지만, 바람의 흐름과 앉아있는 인물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길을 가던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바람을 즐기며 쉬는 듯한데, 할머니의 얼굴이 아닌, 곰의 얼굴을 하고 있어 우스꽝스러운 묘사가 돋보였다. 곰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하고 즐거워 보인다. 그런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었던 작가의 발상이 아닐까 한다.

오후 햇살 (프랑크푸르트)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8_edition 3 / 김나훔 작가
오후 햇살 (프랑크푸르트)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8_edition 3 / 김나훔 작가
바커즈 카페 (프랑크푸르트)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60×8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바커즈 카페 (프랑크푸르트)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60×8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담양(Damyang)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5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담양(Damyang)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5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이 그림들 역시 한가로운 일상의 한 부분을 그리고 있다. 마치 그림 속 사람들을 내가 지켜보고 있는 듯, 나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림으로 여행을 한다고 할까. 프랑크푸르트의 카페에서 무언가에 열중해 글을 쓰는 노신사, 공원에서 이야기 나누는 친구의 모습,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따르릉’ 소리를 내는 소년. 모두 평화롭기만 하다.

시차(뒤셀도르프)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8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시차(뒤셀도르프)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8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여러 작품 중에서 입밖으로 ‘아!’ 하고 감탄사가 튀어나온 그림이다. 작품명을 보지 않고 그림을 봤다면, 어떤 하천가의 작은 다리 풍경 정도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명을 놓고 다시 보면 이 작품만의 매력이 드러난다.

‘시차’를 대체 무엇으로 표현한 것일까 하고 그림을 여러번 감상하다가, 하늘과 물에 비친 풍경을 다르게 그렸다는 것을 발견했다. 작가의 아이디어에 감상하는 내내 감탄사를 금치 못했다. 그저 표면적으로 비치는 것이 다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의 전환으로 멋진 그림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만 궁금한 것은 오른쪽 가로수 사이로 비치는 빨간 불빛. 자동차 헤드라이트 같기도 하지만 진실은 작가만 알 것이다.

나의 인생, 나의 지휘(강릉)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100×72.7cm_2020_edition 3 / 김나훔 작가
나의 인생, 나의 지휘(강릉)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100×72.7cm_2020_edition 3 / 김나훔 작가

두 번째로 발상이 특이한 그림. 파도의 움직임을 지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바닷가에서 저렇게 하지 못하겠지만, 너무 공감이 됐다. 지휘에 따라서 움직이는 거친 파도는 여러 가지 일이 생기는 인생과 참으로 닮아있다.

저녁의 위로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6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저녁의 위로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6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이 된 작품이다. 퇴근길에 뜬 달을 보며 지친 마음을 위로 받을 때가 많았는데, ‘나 말고도 이런 사람들이 많구나. 작가님 역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아무리 좋다해도 초승달의 그 아름다움은 담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그림만이 그 느낌과 아름다움을 재현해 줄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173번 버스(청계천)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33.4×45.5cm_2020_edition 10 / 김나훔 작가
173번 버스(청계천)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33.4×45.5cm_2020_edition 10 / 김나훔 작가

요즘은 버스에서 스마트폰만 하느라 바깥풍경 볼 틈이 없다.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라는 작가의 충고가 아닐까. 도로의 노란 차선이 없다면 버스 창틀이라고 보기에 어려울 듯하다. 이 앞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버스 안에 앉은 모습이 나올 것 같은 그림이었다.

부산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6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부산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6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초여름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초여름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속초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72.7×10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속초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72.7×10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김나훔 작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풍경은 ‘바다’다. 바다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래서 인지 유독 여름과 잘 어울리는 시원한 느낌이다.

가을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72.7×10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가을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72.7×100cm_2019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친절한 직원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80×80cm_edition / 김나훔 작가
친절한 직원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80×80cm_edition / 김나훔 작가
공연이 끝나고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6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공연이 끝나고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6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아이스 커피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60×8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아이스 커피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60×80cm_2020_edition 5 / 김나훔 작가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관찰하는 그림도 많았다. ‘가을’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앞에 서 있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영락없는 가을 풍경이다. 노란 은행잎과 붉은 바닥의 모습이 조화롭다.

‘친절한 직원’은 사람의 얼굴이 자세히 묘사된 작품이었다. 그 사연은 모르겠지만, 외국 여행 중에 만났던 한 카페의 직원인 듯하다. 얼마나 친절했기에 그림에 담았을까 싶다. 그림 속 주인공이 알게 된다면 이 같은 찬사는 더 없을 것이다. 친절함이 얼굴 표정에서 묻어난다. ‘아이스 커피’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여자의 모습도 옷주름부터 그림자, 뒤에 보이는 나무의 나뭇잎까지 꽤나 세세했다.

자책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9_edition 3 / 김나훔 작가
자책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3×72.7cm_2019_edition 3 / 김나훔 작가
시리얼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50cm_edition / 김나훔 작가
시리얼_unique colour, digital printing on canvas_50×50cm_edition / 김나훔 작가

위트를 담고 있는 그림들 중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했을 때 기분은 다 다르겠지만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잘못, 죄책감 등이다.

‘자책’에서는 쓰레기통에 자기 자신을 버리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색감이 매우 독특하다. 빨간 양말을 신은 모습과 초록색 쓰레기통이 어딘지 모르게 조화롭다. 가득 차다 못해 넘친 분리수거통의 모습은 자신을 분리수거를 하고 싶었지만 가득 차서 버릴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시리얼’도 비슷한 느낌이다. 뭔가 좌절감에 빠진 사람의 모습. 그럴 때는 머릿속을 비우고 싶기도 한데 머리에서 와르르 쏟아지는 우유와 시리얼이 그를 대신해준다. 속 시원하기도 하지만, 저걸 어떻게 수습하나 하는 걱정도 앞선다.

이번 그림은 평소 기자가 관심있게 보던 김나훔 작가의 개인전에서 본 것들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스쳐지나가듯 보던 그의 그림을 오랫동안 서서 눈으로 마주하니, 그 그림이 전달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개인전은 24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가이아에서 하니 관심있는 이들은 한번쯤 가서 그만의 위트와 공감을 마음에 담아오는 것도 좋겠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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