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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세밀한 펜화가 만들어내는 몽환적 분위기 - 로와(송지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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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세밀한 펜화가 만들어내는 몽환적 분위기 - 로와(송지호)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1.0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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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가끔 머릿속이 생각으로 복잡해질 때는 ‘멍때리기’를 하며 뇌를 쉬게 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물멍, 불멍, 숲멍, 바람멍 등 여러 가지 멍때리기 방법이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일상에 시달리고 있는지 웃프기도 하다. 멍하니 한 곳을 보고 있다 보면 마치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로와 작가의 펜화도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

펜화 하면 날카롭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세밀한 드로잉이 겹치고 겹쳐서 만들어 낸 작품이 전해주는 느낌은 심오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다. 작품 속 주체가 되는 사물이나 인물이 서로 어울리거나,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몽환적 분위기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로와 작가의 작품이 가진 특징이다.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모습 (50×44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모습 (50×44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절망을 맞이하는 법 (50×42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절망을 맞이하는 법 (50×42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갈대밭에서 책을 읽어주던 소녀 (55×40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갈대밭에서 책을 읽어주던 소녀 (55×40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로와 작가의 작품 속 특징이라면 펜으로 전체적인 드로잉과 세부 명암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체로 고전 소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삽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빈티지한 매력이 느껴진다. 때로는 어두운 분위기도 느껴지지만, 디지털 작업을 통해 이뤄지는 채색을 통해 생생함이 전해지기도 한다.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모습’은 마치 나 자신에게도 내면의 숨겨진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아 조마조마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인국에 찾아온 거인과 같은 표현이 흥미를 유발시킨다. 창문 밖 크게 표현된 ‘나’와 커튼 뒤에 숨은 ‘나’ 모두 세밀하게 표현된 점이 돋보인다.

‘절망을 맞이하는 법’, ‘갈대밭에서 책을 읽어주던 소녀’는 마치 추리소설에 등장할 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스토리를 생각나게 해,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세밀한 선의 표현도 돋보인다.
 

바라본다 (32×41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바라본다 (32×41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진실한 사랑 (32×41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진실한 사랑 (32×41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바라본다’는 꽃과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한 여인을 보면 어우러지지만, 왜 저기 있을까 싶은 까마귀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작가는 “그림 속 오브제끼리 상충시키거나, 고전적인 펜화 스타일의 스케치와 인위적이고 현대적인 컬러감을 조합하면서 흥미를 유발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느낌을 잘 살린 작품이 아닐까 한다. 불길한 기운을 상징하는 까마귀가 여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예언하는 듯한 ‘복선’이 되는 느낌이다.

‘진실한 사랑’은 가느다란 펜의 매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가 영화 ‘블라인드’를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게 된 남성과 사랑하게 되는 모습과 “진실한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작품 속 대사가 잘 어우러진다.
 

강아지 고니 (38×31cm. 2020. 아이패드) / 로와 작가 제공
강아지 고니 (38×31cm. 2020. 아이패드) / 로와 작가 제공
뚠뚠한 노란 고양이 (56×41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뚠뚠한 노란 고양이 (56×41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고양이 (41×32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고양이 (41×32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로와 작가는 작품의 소재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기도 한다. 동물을 빼놓을 수 없는데, 강아지와 고양이를 그린 작품이 눈에 띈다. 이 역시도 펜화만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털 한 가닥, 한 가닥의 움직임이나 모양을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실제 동물들이 옆에 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귀엽고 예쁜 것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Flower2 (50×35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Flower2 (50×35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Flower3 (65×63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Flower3 (65×63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망가진 그림 (37×35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망가진 그림 (37×35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더욱 잘 전해주는 것이 작가의 꽃 그림이다. 꽃잎부터 줄기까지 선과 점의 표현이 이어지면서 빈티지한 매력을 더하지만, 그 색채만큼은 옅게 표현되는 수채화와는 다르게 분명한 것이 현대적이다. 모호함보다는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하지만 옛날의 ‘힙’한 레트로를 선호하는 요즘 세대의 느낌도 풍겨오는 작품이다.
 

for my darling (65×44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for my darling (65×44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펜화의 명암을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라 매력적이다. 소파의 올록볼록한 곡선과 차가운 쟁반 위에 타다 남은 담배 한 개비. 'for my darling'이라는 제목과 연결 지어 해석하면, 한 여인이 떠나버린 연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같기도 하다. 담배에 묻어있는 립스틱 자국이 작가가 얼마나 세밀한 표현에 집중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기묘한 화분 (33×20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기묘한 화분 (33×20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Flower & eyeball (36×53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Flower & eyeball (36×53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소공녀 (52×40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소공녀 (52×40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로와 작가의 작품은 고전적인 분위기도 특징이지만, 상상이 더해진 그로테스크한 작품도 많다.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조화롭지 않은 것들이 색채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묘한 화분’은 창백한 여성의 손이 가장 중심이 되는 오브제이지만, 그 끝에는 손끝이 잘려있다. 그 빈 곳을 하얀 꽃이 자라 메꾸고 있다. 손끝을 보아야 ‘화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1부터 9까지의 숫자와 6시가 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시계는 무언가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을 표현하는 듯하다.

‘Flower & eyeball’과 ‘소공녀’는 각각의 오브제가 가진 이미지와 상반되는 다른 오브제가 어우러졌다. 하얀 데이지꽃 사이에 비슷한 색감으로 위장한 눈이 기괴하지만 얼핏 보면 쉽게 알기 힘들다. 그림을 보는 이들을 ‘낚는’ 느낌이다. 왜 눈이 들어간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낳게 하는데, 어원을 보면 알 수 있다. 데이지꽃에는 태양의 눈(Sun`s Eye)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태양이 비추면 꽃이 되고 흐린 날이나 밤에는 피지 않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소공녀’는 호지슨 버넷의 작품을 떠오르게 한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던 한 소녀가 아버지를 잃고 학교 교장의 구박에도 역경을 이겨낸다는 이야기 말이다. 화려하고도 고가의 목걸이를 한 소녀가 작품 속 주인공 새라 크루이며, 그녀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은 ‘라이터’로 표현한 듯하다. 지쳐 보이지만 당당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또한, 소녀에게는 색감이 없지만, 세세하게 표현된 펜화의 명암이 라이터보다 소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로봇메이드 (48×32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로봇메이드 (48×32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Good night, my love (30×12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Good night, my love (30×12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두 작품 역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조합해놓았다. ‘로봇메이드’는 얼굴과 몸은 사람의 모습과 같지만, 팔은 로봇의 원형 그대로를 갖고 있다. 요즘이야 로봇을 일상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기계’라는 낯섦은 여전하다. 이 작품도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단아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팔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Good night, my love’는 제목만 보면 연인이 편안히 잠이 들기를 바라는 느낌이지만, 그림 속 풍경은 편하지 않다. 연잎이 떠 있는 것을 보면 물속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인의 모습은 평안하다. 여인의 머리카락은 연잎의 줄기로 표현되어 있어 현실과 상상이 연결된 듯하다. 여인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지 그림이 전해주는 서사의 끝이 궁금해진다.
 

섬찟한 보석지네 (33×19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섬찟한 보석지네 (33×19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Spider & rose (30×21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Spider & rose (30×21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Suicide & lovely shoes (31×23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Suicide & lovely shoes (31×23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Eye kiss! (43×35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Eye kiss! (43×35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로와 작가는 기존의 오브제가 품은 느낌을 아름답게 바꾸려는 노력도 하는 작품을 그리기도 한다. ‘섬찟한 보석지네’는 발이 많아 징그럽다고 느끼는 지네에 보석을 달아 아름답게 표현했다. 다른 배경은 색이 없이 한가지 컬러이지만, 지네는 매우 화려하다.

‘Spider & rose’도 마찬가지다. 거미줄을 장미꽃의 줄기로 표현했고, 그 밑에는 장미가 피어있다. 그렇다고 거미가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지만, 숲길을 걷다가 걸려서 잘 떨어지지 않아서 짜증을 부르던 거미줄의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는다. 장미 줄기에 돋아있는 가시가 아름답지만, 쉽사리 다가갈 수 없게 한다.

‘Suicide & lovely shoes’는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밧줄을 보면 누군가 세상과 멀어지고 싶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지만, 아름다운 구두를 신은 발이 그 분위기를 상쇄시킨다. 생명은 소중하므로 어리석게 세상을 등지지 말고,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길 바라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닐까. 펜으로 세밀하게 표현한 밧줄과 신발이 앤틱한 느낌을 준다.

‘Eye kiss!’도 처음 보면 기괴하다. 하지만 그 느낌을 돌려서 표현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본다면 ‘슬픈 눈 맞춤’ 정도가 아닐까. 함께 할 수 없는 연인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하트 주변에 표현한 선이 두 사람의 눈 맞춤에 집중하게 한다. 손으로 감기는 눈을 잡고 있을 정도로 아픈 이별을 하는 듯하다.
 

숨기는데 능숙한 소녀 (60×46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숨기는데 능숙한 소녀 (60×46cm. 2020.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Open fan (31×21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Open fan (31×21cm. 2019. 종이에 펜, 디지털 작업) / 로와 작가 제공

이 두 작품은 추상적이면서도 기괴한 느낌이다. 화려한 옷차림의 여성들은 화려한 부채로 눈 윗부분을 가리고 있다. 마치 얼굴을 가리면 완벽히 숨은 줄 아는 꿩의 모습과 닮아있다.

‘숨기는데 능숙한 소녀’는 만년필 펜촉 모양의 귀걸이에 각종 보석과 깃털로 장식된 부채로 눈을 가렸다. 부채에는 두 개의 구멍을 통해 눈이 보이는데, 그 형태도 온전하지는 않다. 화려한 옷차림과는 달리, 눈빛은 불안해 보인다. 숨기는 데 능숙하다지만, 뭔가 어색해 보인다.

‘Open fan’은 제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영어 사전에서 ‘fan’은 부채라는 뜻도 있지만, 여성의 성기를 뜻한다. 후자의 뜻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여성의 귀걸이에 있다. 여성의 귀걸이는 성인용품의 모습과 닮아있다. 다른 물건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단어의 의미와 연결 지어 보면 충분한 해석이 가능하다. ‘숨기는데 능숙한 소녀’보다 더 당당한 눈빛을 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성별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보이는 당당함과 힘이 느껴진다.


그림은 보는 사람이 가진 감정과 배경지식 등을 토대로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림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기도, 위로를 받기도 한다. 로와 작가의 작품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평소 작품 감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보며 감정을 추스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로와 작가의 펜화를 보며 ‘그림멍’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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