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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창(window)’으로 표현하는 이상과 현실 – 이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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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창(window)’으로 표현하는 이상과 현실 – 이명숙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9.24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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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우리는 매일 ‘창(window)’을 통해 세상을 본다. 아침이 오면 해가 뜨고, 밤이 오면 달이 뜨는 것을 확인하는 창도 있지만, 일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화면도 하나의 창이다. 그 안에는 즐거움도 있고, 슬픔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을 보고 느끼게 된다.

이명숙 작가도 그런 창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녀에게 창은 이상과 욕망 그리고 꿈을 나타내는 통로가 된다. 작가는 “이상과 욕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창으로 밖을 바라보는 일이 평범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일상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림을 보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그림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녀의 그림은 모두 창으로 바라본 밖의 모습이나 밖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내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이상과 현실을 표현하는 그림은 감상하는 사람이 실제 그 창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Window2009, 130×161.7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Window2009, 130×161.7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이 작품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벅스 일회용 컵이 있어 낯설지 않고 평범한 느낌을 준다. 노을이 지는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일회용 컵 안에 담긴 식물의 꼿꼿함이 무언가 의지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명숙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인에게 선물 받았던 난 화분 주변에 살아있던 식물을 스타벅스 일회용 컵에 옮겨 물을 담아주었더니 마치 조연에서 주연이 된 배우처럼 생생하게 살아났다고 한다.

‘스타벅스 컵’은 사람들에게 나의 가치와 품격을 올릴 수 있는 명품과 같은 상징적인 물건인 동시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을 뜻한다. 하지만 그 욕망은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 쓰레기다. 그러나 난 주변에 심어져 있는 조연과 같은 식물을 만나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그런 스타벅스 컵이 창틀에 올려져 있는 모습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모습 말이다.

창틀을 감싸는 회색 벽은 실제 콘크리트 벽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거칠고 투박한 재료를 사용해 표현했다. 살짝 닫힌 창문으로 보이는 노을과 열린 부분으로 보이는 노을의 색까지 다르게 표현해 작가의 세심함 또한 돋보인다.

(왼쪽부터) Window1705‧1706‧1707, 41×32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7 / 이명숙 작가
(왼쪽부터) Window1705‧1706‧1707, 41×32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7 / 이명숙 작가

이 작품들은 거울이 달려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창에 비친 모습만 바라보면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가 보여 쓸쓸한 겨울의 풍경 같다. 그런데 창 밑에는 원과 반원 모양의 거울이 달려있다. 이 거울은 보름달, 반달을 표현한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또한, 동시에 거울로 나의 내면을 바라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창을 통해 보이는 밖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달 모양 거울로 표현한 시간의 흐름 때문이지 느리게 보이기도 하다. 창을 바라보며 이상을 꿈꾸는 동시에 현실의 나를 볼 수 있는,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Window1805, 131×162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8 / 이명숙 작가
Window1805, 131×162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8 / 이명숙 작가
Window2004, 72.7×90.7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Window2004, 72.7×90.7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Window2006, 91×116.5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Window2006, 91×116.5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이명숙 작가의 그림은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통해 코로나로 인해 우울한 마음이 위로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잠깐의 외출도, 장시간의 여행도 꺼려지는 상황 속에서 일상 속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은 이상과 꿈인 동시에, 현실에 갇혀있는 누군가를 위로한다.

‘Window1805’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이다. 노을과 허드슨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그 위로 창문틀이 겹쳐져 있다. 보통의 작품은 창을 통해 풍경이 보이지만, 이 그림은 풍경이 창문틀이라는 한계를 넘었다.

작가는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때가 일몰이다. 일몰은 늘 다르다. 색도 느낌도 구름 모양도 다르다”며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Window2004’와 ‘Window2006’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평소 보기 어려운 맑은 하늘을 수놓은 독특한 모양의 구름은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의 시선을 지금 현재 서 있는 하늘로 향하도록 만든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언제든 누릴 수 있는 이상을 잊지 말자는 조언을 해주는 듯하다. 실제로 현대인들이 하늘을 보는 시간이 하루 중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 사무실이나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 그림들처럼 단 몇 분 만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Window1402, 80×116.5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4 / 이명숙 작가
Window1402, 80×116.5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4 / 이명숙 작가
Window2008, 60.6×72.5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Window2008, 60.6×72.5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보통의 창은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형태다. 이명숙 작가의 그림도 대부분 안에서 밖을 보는 것이 많지만, 이 사진들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형태다.

‘Window1402’는 식당인듯한 장소를 들여다본다.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이 잘 등장하지 않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람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더욱 강조됐다.

식당 주방에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봤을 법한 조리도구와 소품들이 가득 걸려있다. 왜 식당을 들여다본 것일까. 창이 이상과 욕망과 꿈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작가의 의도로 바라본다면 ‘배고픈 사람의 시선’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Window2008’은 깨끗하게 정리된 서재의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푸른빛의 색감은 오묘한 느낌을 준다. 그 오묘한 느낌은 누군가가 책상으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엿보던 사람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작가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창은 소속감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생기는 불안 등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취업준비생들이나 은퇴를 앞둔 중년세대들 말이다. 그들이 가지는 불안함을 표현한 동시에, ‘소속감’이라는 이상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Window1901, 60.6×72.7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9 / 이명숙 작가
Window1901, 60.6×72.7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19 / 이명숙 작가
Window2011, 45.3×53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Window2011, 45.3×53cm, Oil & mixed media on canvas, 2020 / 이명숙 작가

안에서 밖, 밖에서 안의 단면적인 창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보는 창도 많다. 위에서 밑을 바라보는 ‘Window1901’은 어떤 공간을 내려다보지만, 사선의 줄무늬로 가려져있다. 마치 블라인드가 쳐진듯한 느낌이다. 창으로 표현되는 이상과 꿈이 장애물에 걸려 좌절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쪽 모퉁이만 가려지지 않아서 내부가 보인다. 마치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다가 닫았을 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희망같은 느낌이랄까.

‘Window2011’은 자작나무 숲을 밑에서 위로 바라보고 있다. 보통 일반적인 창의 형태는 아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창’으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다. 어스름한 새벽의 느낌이 파란 하늘과 앙상한 자작나무 가지와 어우러져 차갑고 어두움마저 감돌고 있다. 그래서인지 벽이 더 안전하고 포근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창’으로 표현되는 이상과 ‘벽’으로 표현된 현실이 정반대가 된 것 같다.

창을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들 / 이명숙 작가
창을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들 / 이명숙 작가

일반적인 창의 형태를 벗어나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많았다. 작품명이 대부분 ‘Window’이기 때문에 통일감을 주지만, 작품이 전달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왼쪽 작품은 프리즘에 비추는 문과 창의 모습을 그린 듯하다. 갇힌 느낌이지만, 작은 창에 보이는 날씨 좋은 바닷가의 풍경은 평범한 일상 속의 일탈을 꿈꾸게 한다.

오른쪽 작품은 숲을 배경으로 창이 보이고, 그 안에는 도심 속 도로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를 떠나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달콤한 휴식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창 속의 도심은 비가 오는 듯 물방울이 묻어있지만, 숲 속은 햇빛이 비치는 맑은 날씨다. 날씨 역시도 정반대의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외출이 어려운 요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날씨가 어떤지,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는지 확인하는 정도지만,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이명숙 작가의 그림도 그런 위안을 준다. 그래서 언젠가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밖을 다니며 자연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올 것 같은 ‘이상’과 ‘꿈’이 생긴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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