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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사랑스러운 여인이 표현하는 사람의 욕망 – 홍승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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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사랑스러운 여인이 표현하는 사람의 욕망 – 홍승태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0.20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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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동서양의 인물화를 보면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많다. 그림 속 여성들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때로는 일상 속 평범함부터 파티의 화려함까지 다양한 모습이지만, 특별한 의미를 담고있기 보다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홍승태 작가의 그림 속 여인은 좀 다르다. 조선시대에서 했을 가채머리를 하고, 찌를듯한 속눈썹에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여인은 높은 하이힐을 신고, 풍선이나 명품 마크가 그려진 쇼핑백을 들고 있다.

홍승태 작가는 행복한 표정에 들뜬 가채머리 여인들을 통해 ‘욕망’을 말하고 싶어한다. 사람이라면 한번쯤, 아니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공, 물질을 향한 욕망, 자아 속에 결핍된 욕구들을 채우기를 희망한다. 그런 욕구를 ‘가채머리’로 표현한 것이다.

홍 작가의 작품이 더욱 독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하이퍼 팝아트’이기 때문이다. 하이퍼 팝아트는 공간과 극사실 조각을 팝아트적 요소를 사용해 평면이라는 공간에 담는 것을 말한다. 즉, 평면적인 그림을 우레탄을 사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는 것이다. 작가는 “조선시대나 그 이전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머리를 크게 보이도록 해 욕망을 표현했다”며 “욕망은 현대나 과거나 인간이 가진 본성”이라고 말했다.

Delivery love, 100×7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100×7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작품 대부분의 이름은 ‘Delivery love’다. 행복한 표정을 지은 여인들을 보면 누구에게나 사랑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일까. 이 작품은 여인이 변기 위에 앉아있는 모습부터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냥 의자에 앉아있어도 될텐데, 왜 하필 화장실 변기일까.

아마도 화려한 여인도 ‘생리적 욕구’는 참지 못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급한 볼일을 해결한 경험을 떠올린다면 그 순간 찾아오는 평화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사찰의 화장실을 번뇌를 덜어주는 곳이라는 의미의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 옆에 매달린 풍선이 그런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색감도 강렬하다. 빨간색 배경에 노란 가채머리, 핑크색 원피스, 노란 하이힐, 민트색 풍선, 파스텔톤 변기가지 묘하게 어우러져서 변기에 앉아있다는 생각을 들지 못하게 한다.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Delivery love, 100×7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100×7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작가는 색감으로도 같은 모습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의 여인도 변기에 앉아있지만, 굉장히 차분하다. 또한 얼굴과 배경을 제외하고 민트색으로 덮여있다. 뭔가 완성하지 못한 욕구를 나타내는 것일까. 색 때문인지 여인의 표정도 밝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세세한 부분에 더욱 눈길이 간다. 한복치마와 같은 원피스에 잡힌 주름부터 하이힐에 한껏 힘을 준 발목의 핏줄, 팔꿈치 근육의 주름까지. 그림 자체의 느낌에 집중하게 만든다.

Delivery love, 50×5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50×5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50×5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50×5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가채머리와 한복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인들은 하나같이 ‘풍선’을 들고 있다. 바람이 가득한 풍선을 줄에 매달아 들고 있거나 발로 밟고 있다. 풍선의 모양도 평범한 동그란 모양과 강아지 모양을 하고 있다.

언제 바람이 빠져 터져버릴지 모를 풍선이지만,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내가 이룰 수 없는 꿈 혹은 욕망이지만, 줄로 꼭 붙잡아 놓고 이루고 싶은 ‘성공의 욕망’일까.

두 작품 모두 색감이 다르다. 하나는 분명하게 칠해서 하이힐, 장갑, 옷, 풍선이 구분되지만, 또 다른 하나는 배경과 얼굴 빼고는 모두 다 같은 색이다. 같은 듯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비슷한 모습의 여인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작가의 표현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Delivery love 피에타 시리즈, 120×8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피에타 시리즈, 120×8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명작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도 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 중 하나인 ‘피에타’를 본따 만든 피에타 시리즈는 원작의 고귀한 성모마리아의 느낌과는 많이 멀다. 단 하나 같은 것이라면 원작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고, 이 작품은 강아지 풍선을 안고 있는 모습 정도다.

여인은 화려함의 그 자체다. 가채머리에는 하나하나 보석이 박혀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며, 속눈썹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만큼 풍성하다. 팔과 다리, 몸은 마치 태닝이라도 한 듯 주황빛이다.

화려한 모습을 한 여인은 커다란 강아지 풍선을 안고 있다. 애지중지하지만, 여인의 뒤로 무언가 터지는 듯한 배경 때문인지 위태로워 보인다. 바라고자 하는 욕망이 터져버릴까봐 조심하는 모습이다. 원작은 죽은 아들을 안고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인데, 어딘지 모르게 닮은 느낌이다. 그 발밑으로는 작은 강아지 인형이 어지럽게 엉켜있다.

Delivery love(작품명 확실치 않음),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작품명 확실치 않음), Mixed material / 홍승태 작가

이 작품은 포즈를 보면 딱 한 명의 여인이 떠오른다. 1950년대 ‘섹스 심벌’인 배우이자 가수인 마릴린 먼로. 그녀가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화이트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지하철 환기구에서 바람 때문에 떠오른 치마를 손으로 붙잡는 포즈는 매우 유명하다. 왼쪽 볼에 자리한 ‘애교점’ 또한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작품 역시 그녀의 포즈와 트레이드 마크를 잘 살렸다. 가채와 한복치마를 입어 한국적인 요소가 더해졌지만, 아슬아슬하게 풍선을 밟고 선 그녀는 바람에 올라간 치마를 수줍은 표정으로 붙잡고 있다. 뒷 배경은 피에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터지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불안해 보인다.

Delivery love(명품백), 50×5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명품쇼핑백), 50×5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명품쇼핑백+풍선),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명품쇼핑백+풍선),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명품마크),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명품마크),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이 작품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품 마크가 그려진 쇼핑백을 들고 있거나, 마크를 들고 있다. 허영심 많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하다. 한때 유행했던 신조어인 ‘된장녀’가 떠올랐다. 물론 능력이 있는 여성이라면 명품쇼핑을 하든, 뭘하든 상관없다.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가 이 가채머리 여인들을 통해 욕망, 욕구 등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을 비추어보면, 바라던 명품 쇼핑을 하고 행복한 여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 발 밑이나 손에는 항상 ‘풍선’이 자리하고 있어 ‘불안한 행복’이라는 느낌을 준다.

Delivery love, 110×7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Delivery love, 110×70cm, Mixed material, 2020 / 홍승태 작가

작품들 대부분이 입체적이지만 그중에서 유일한 평면 그림이 이 작품이다. 가까이서 보면 잘 모르지만, 살짝 멀리서 바라보면 가채머리를 한 여인이 하트 모양의 풍선 위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은 그 여인이 가진 욕망이 무엇인지 드러냈지만, 이 작품은 작품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쉽게 이룰 수 없는 욕망과 그 욕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함이 나타난다. 거친 질감으로 표현됐지만, 전체적인 그린 톤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도 잠깐 멈추고 차분히 생각하도록 만든다.

행복의 묘약, 100×70cm, Mixed material, 2019 / 홍승태 작가
행복의 묘약, 100×70cm, Mixed material, 2019 / 홍승태 작가

이 작품은 여러 작품 중 유일하게 작품명과 형태가 달랐다. 작품이름처럼 약 모양의 조형물에는 여러 표정을 한 얼굴이 있다. 마치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갓난아기를 떠오르게 한다. 어떤 얼굴은 행복하게 웃고 있고, 또 다른 얼굴은 슬프게 울고 있거나 화가 잔뜩 나 있다.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같은 감정이어도 표정은 모두 다르다.

작품명은 ‘행복의 묘약’이지만, 그 감정은 제각각이어서 모순된 느낌을 준다. 뒷배경은 빨간색 하트가 그려져있지만, 역시나 무언가 터지는 듯한 그림이 가운데에 크게 자리하고 있어,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묘약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부처를 형상화 한듯한 조형물 / 홍승태 작가
부처를 형상화 한듯한 조형물 / 홍승태 작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이 있다면, 관음보살의 대자대비함을 표현한 ‘천수관음’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천수관음은 손이 40개를 갖고 있는데, 이 작품도 다 세어보진 못했지만 그 정도의 손을 갖고 있다. 부처의 자비로움보다는 무언가를 바라는 여인의 욕망을 ‘손’으로 표현한 듯하다. 등 뒤에 달린 손 만큼이나 커다란 리본이 화려하면서도 날개같다는 느낌을 준다. 몸에 달려있는 여러 개의 손 중 하나는 하트 모양의 무언가가 들려있다. 마치 여인이 먹는 중인 군것질거리 같다.

홍승태 작가의 작품은 화려함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절대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마냥 보기에 좋은 풍선이지만, 둥실 떠오르는 모습보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언제 나를 집어삼킬지 모를 정도로 과장되게 올려진 가채는 수많은 욕망이 있지만, 그 욕망을 다 이룰 수 없어 조심해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과연 우리의 머리 위에는 어느 정도의 가채가 올려져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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