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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나’와 또 다른 ‘내’가 그림으로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 – 백초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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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나’와 또 다른 ‘내’가 그림으로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 – 백초윤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2.0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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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사람들은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고민을 털어놓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주기도 하고 공감해줄 ‘내 편’을 찾게 된다. 하지만 나 자신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에, 마지막에는 혼자서 오롯이 극복해야 한다.

백초윤 작가도 그림을 통해 그 과정과 방법을 말한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항상 두 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한 두 사람은 어느 풍경에서든 별다른 표정 없이 함께하고 있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정다감한 자매처럼 볼 수도 있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 속 두 사람은 ‘한 사람’이다. 백초윤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쌍둥이인지 친구인지 다양한 해석을 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한 명이다”라며 “친구도 가족도 아닌 똑같은 내가 한 명 더 필요했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도 내 모든 걸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내 편은 나뿐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밀려오는 (780×380mm. 2020.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밀려오는 (780×380mm. 2020.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꼭 바다에 있는 것만 같다 (310×410mm. 2020.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꼭 바다에 있는 것만 같다 (310×410mm. 2020.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정동진 바닷가에서 (100×150mm. 2018. Acrylic painting) / 백초윤 작가 제공
정동진 바닷가에서 (100×150mm. 2018. Acrylic painting) / 백초윤 작가 제공

이 세 작품은 모두 ‘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모두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은 다르다. ‘밀려오는’은 나에게 파도처럼 밀려드는 고난을 또 다른 내가 막아준다. 창밖까지 밀려온 파도는 내가 얼마나 지쳐있고 힘든지 짐작하게 한다. 내 편인 또 다른 나는 좌절한 나를 지켜보며 커튼을 치듯 물을 걷어내고 있다.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나는 또 다른 나와 함께 견뎌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눈을 감고~’와 ‘정동진 바닷가에서’는 평온한 느낌이다. 노을 진 바닷가에 누워있는 두 사람은 힘든 일을 이제 막 이겨낸 느낌이다. ‘노을’이라는 의미 자체가 ‘마무리’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림 한쪽에 자리 잡은 소라가 있어 파도 소리까지 전해진다. 흔히 어릴 때 바닷가를 가서 주운 소라를 귀에 대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정동진 바닷가에서’는 아크릴 물감의 질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떻게 보면 바다 위에 표류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서도 평화롭게 누워있다. 그 흔한 파도 없이 잔잔한 바다가 그 분위기를 더해준다.
 

위로할 용기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위로할 용기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앞서 보인 ‘물’과 또 다른 의미의 ‘물’이다. 힘들 때 우는 것이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듯, 두 사람 중 한 명은 절망적인 모습으로 앉아 고개를 숙여 울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치마로 물을 가득 부어준다. 마치 눈물을 감춰주려는 위로의 모습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용기’가 있냐는 작가의 질문이 아닐까 싶다.
 

동백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동백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작약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작약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군자란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군자란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능소화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능소화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백초윤 작가의 작품에서는 꽃과 나무 등 자연 풍경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여러 가지 꽃을 배경으로 한 두 사람의 모습을 빼놓을 수 없다. 꽃 속에 파묻혀 있거나, 꽃과 어우러져 있다.

동백은 ‘진실한 사랑’, 작약은 ‘수줍음’, 군자란은 ‘고귀’, 능소화는 ‘여성, 명예’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그림 속에도 그런 의미가 조금씩 담겨있는 느낌이다. 꽃의 수술이나 꽃잎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은 그런 꽃 속에서 서로에게 기대거나 손을 잡고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내 편’과 꽃구경을 하는 듯하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 역시 꽃으로 위로를 받을 것 같다.

 

물망초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물망초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목화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목화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수선화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수선화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목련 (272×394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목련 (272×394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연꽃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연꽃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처럼, 두 사람의 ‘나’는 서로를 잊지 않고, 잃지 않으려는 듯, 의지하며 앉아있다. 목화 속 두 사람은 포근한 목화가 주는 느낌처럼 따뜻하게 서로를 안는 듯하다.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목화의 꽃말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채화로 표현된 몽글몽글한 목화꽃의 아름다움이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다.

수선화에서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끌고 가고 있다. 무언가 미련이 남은 듯 뒤를 쳐다보는 나를, 앞만 보고 끌고 가는 또 다른 내 편에게서 ‘자존심’과 ‘고결’이라는 꽃말을 읽을 수 있다. 목련은 ‘고귀함’, 연꽃은 ‘순결’이라는 꽃말을 담고 있다. 어두운 배경 위로 돋보이는 꽃과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이 강조되어 보인다.
 

꽃기린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꽃기린 (180×260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대체로 꽃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꽃기린은 그 생김새와 꽃말 때문인지 다른 그림보다 두 사람이 더욱 크게 표현됐다. 다육식물인 꽃기린은 선인장과 같은 가시를 가진 줄기와 그 끝에 붉은색 꽃이 핀다. ‘고난의 깊이를 간직한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예수님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두 사람 역시 예수님이 가시관을 썼다는 성경의 구절처럼 줄기를 머리에 두르고 있다. 가시가 고통스러울 만하지만, 두 눈을 감은 평온한 모습이다. 그래서 성스럽기까지 하다. 고난이라는 가시가 있지만, 언젠가는 붉은 꽃과 같은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Lazy day(50×50mm. 2019.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Lazy day(50×50mm. 2019.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회픈 창가에서 (180×260mm. 2019.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회픈 창가에서 (180×260mm. 2019.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깊은 우울 (260×180mm. 2019.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깊은 우울 (260×180mm. 2019.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나무, 숲과 같은 이미지도 백초윤 작가가 주로 그리는 풍경이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Lazy day’는 두 사람이 하얀 천을 햇빛에 널면서 자연을 그대로 즐기는 어느 ‘여유로운(lazy)’ 날을 보여준다.

같은 나무 배경이지만, ‘회픈 창가에서’와 ‘깊은 우울’은 좌절과 절망을 표현한다. ‘회픈 창가에서’는 앙상한 가지가 가득한 나무 앞에 두 사람이 있다.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지 가늠할 수 없게 머리에는 사슴의 뿔이 달려있다.

두 사람의 다른 점이라면 한 사람은 뿔이 부러진 채로 엎드려 있다는 점이다. 뿔이 부러진 모습은 ‘고통’을 의미하지만, 그 앞에 완전한 뿔을 달고 있는 또 다른 나는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위로를 전달하는 듯하다. 어두운 느낌이 그 의미를 더하기도 하지만, 세밀하게 표현된 나뭇가지가 싸늘함을 준다.

‘깊은 우울’은 색감 있는 나무들과 달리 두 사람은 검은 늪에 갇혀있다. 다른 그림 속 두 사람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작품 이름이 주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전체적인 톤이 같은 ‘회픈 창가에서’와 달리 나무를 본연의 녹색으로 채색한 데에는 ‘우울’과 다른 감정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한다.
 

여름의 문턱에서 (100×150mm. 2020.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여름의 문턱에서 (100×150mm. 2020.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이 그림만 유일하게 한 사람이다. 마지막 여름을 즐기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현실과 이상 속 경계에 있는 듯하다. 여자가 앉아있는 소파 밑은 물이 가득하고, 그 옆에 식물들은 정글과 같은 수풀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다 시원함에 잠든 모습이 평화롭다. 또 다른 나 대신 소파 위 고양이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이야 이불 덮고 잘 시간이야 (150×150mm. 2017. pencil) / 백초윤 작가 제공
겨울이야 이불 덮고 잘 시간이야 (150×150mm. 2017. pencil) / 백초윤 작가 제공
영원역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영원역 (210×297mm. 2017. Watercolor) / 백초윤 작가 제공

백초윤 작가의 인스타그램(@chochung7)을 보면 일상 속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린 수채화도 많다. ‘겨울이야~’는 차갑게 내리는 눈도 포근하고 따뜻하게 보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주는 작품이다. 여기도 어김없이 ‘두 사람’이 등장한다. 아무런 말이 필요 없이, 잠든 나에게 눈 이불을 덮어주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원역’도 색색의 눈이 내리는 듯하다. 나와 또 다른 내가 영원한 종착역에 도착한 듯한 모습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의 그림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쌍둥이와 같이 헤어스타일도, 옷도 같았지만, 이 그림에서만큼은 옷을 원피스를 제외하고 헤어스타일도 양말의 길이도 다르다.

지하철은 종착역에 도착해 운행을 마쳤지만, 두 사람의 우정만큼은 ‘영원’할 것임을 나타내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밝은 이미지가 동심을 자극한다.
 

꿈속의 왈츠 (150×150mm. 2017. pencil) / 백초윤 작가 제공
꿈속의 왈츠 (150×150mm. 2017. pencil) / 백초윤 작가 제공

백초윤 작가가 강조하는 ‘나’와 내 모든 걸 이해하는 내 편인 ‘나’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이다.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인 두 사람은 꿈속에서 왈츠를 춘다. 배경은 어둡지만, 두 사람이 지나간 길은 별이 반짝인다. 흔히 꽃길을 걸으라고 하지만, 이 그림은 ‘별길’을 걷고 있다. 얼굴에는 눈을 빼면 표정을 표현할 신체 부위가 없지만, 웃으면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엔 혼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주변에 나를 사랑하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모든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 그럴 때 백초윤 작가의 그림처럼 온전한 내 편인 또 다른 내가 있다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에게는 힘든 현실 속의 ‘나’와, 그 현실 속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힘을 가진 또 다른 ‘나’가 모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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