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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 '잊혀지는 수공예의 가치를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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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 '잊혀지는 수공예의 가치를 되찾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5.0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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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대량생산에서 비롯된 수공예의 위기··· 예술 공예를 일상과 결합하기 위한 미술공예운동 일어나
현대 미술과 공예에 많은 영향 미쳐, 현대에도 윌리엄 모리스의 이상은 계속되는 중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18세기 말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엄청난 변화였다.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자본가와 공장이 생기고, 노동자가 늘면서 기존 수공업과 농경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의 일상과 사회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기계에 의해 대량생산된 물건이 쏟아져 나오자 물건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획일화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계 만능주의가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파괴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특히 예전 중세시대의 길드와 직인제도 하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1851년 런던 수정궁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는 이 문제의식을 더욱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람회에서 영국은 자국 산업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출품하였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날지는 몰라도, 미적인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사람들은 뛰어난 대량생산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 역설적이게도 인간성과 예술을 앗아간 것을 깨달았다.
 

존 러스킨(좌)와 윌리엄 모리스(우) / 위키피디아
존 러스킨(좌)과 윌리엄 모리스(우) / 위키피디아

수공예의 가치를 되살리고자 일어난 미술공예운동

존 러스킨(John Ruskin , 1810~1900)과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는 이러한 대량생산에 반발하여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을 일으켰다. 존 러스킨은 미술평론가, 사상가였으며, 윌리엄 모리스는 화가이자 공예가, 건축가였다. 이들은 예술과 공예를 일치시킨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시작은 1861년 '모리스 마샬 앤드 폼커(Morris, Marshall, Faulkner & Co)' 회사의 설립부터였다. 이 회사는 철저한 분업을 통해 수작업으로 태피스트리 직물, 가구, 금속 제품,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은 폭넓은 디자인과 장식, 품목을 다루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모리스 마샬 앤드 폼커는 국제 예술산업전에 작품을 출품했으며, 런던의 가장 오래된 왕실 궁전인 세인트 제임스 궁전,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미술관의 장식 작업 등을 맡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또한 모리스는 고대건축보존협회를 설립하고, 강연과 정당 활동을 하는 등, 정치사회 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이러한 운동은 수많은 건축가와 공예가의 호응을 받았다. 1882년에는 센추리 길드, 1884년에는 아트위키즈 길드, 아츠 앤드 크렙츠 전람협회 등이 결성되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중세시대의 길드와 같은 시스템을 복구하고, 손작업으로 만든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었다.
 

모리스의 꽃 문양 타일 / 위키피디아
모리스의 꽃 문양 타일 / 위키피디아
윌리엄 모리스 등이 디자인한 스테인드 글라스 / 위키피디아
윌리엄 모리스 등이 디자인한 스테인드 글라스 / 위키피디아

윌리엄 모리스, 평범하고 획일적인 제품을 거부하다

월리엄 모리스는 벽지, 자수, 가구, 타일 등에서 특히 꽃 디자인을 좋아했다. 소재는 영국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이었으며, 직접 모리스가 정원에서 꽃을 가꾸기도 했다.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에서는 이국적인 온갖 진귀한 꽃을 볼 수 있었지만, 모리스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영국 들꽃을 선호했다.

존 러스킨은 예술작품은 도덕관념에서 탄생하는 것이며, 기계는 도덕관념이 없으므로 이러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리스는 완전히 기계의 역할을 배척하지는 않았다. 또한 회화나 조각만을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풍조에 반해 모리스는 공예도 예술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리스가 1890년에 차린 출판사인 '켈름스콧 프레스(Kelmscott Press)'는 다른 평범한 인쇄사와 달리 다양한 예술적인 활자와 장식 문자를 이용한 예술적 출판을 시도하였다. 모리스가 이때 디자인한 활자는 로마자체, 고딕자체, 초서 저작집 등이었다. 그는 53종 66권의 책을 만들었고, 이들 책은 오늘날까지 귀한 예술작품으로 취급된다.
 

모리스 컴퍼니에서 직물 작업 중인 사람들 / 위키피디아
모리스 컴퍼니에서 직물 작업 중인 사람들 / 위키피디아

대세를 바꾸지 못한 복고주의 운동들

하지만 시대의 대세와 이들의 이상이 맞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라면 이 운동의 끝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미술공예운동 이후에도 과학과 기계는 끊임없이 발전했으며, 기술의 발전은 대량생산으로 저하된 제품의 품질을 다시 끌어올리게 된다.

물론 '모리스 마샬 앤드 폼커' 회사는 사업적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모리스의 궁극적 이상이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나가 대세를 바꿀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회사도 1940년에는 문을 닫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는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시대의 변화로 득을 보지만,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반발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1811년부터 17년까지 벌어진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수공업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면서 대량생산에 저항했던 운동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확산이 지속되고 폭력적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은 사람들에 의해 운동은 점점 시들해진다.

모리스와 러스킨의 미술공예운동은 평화로우면서도 러다이트 운동보다 더 적극적인 운동이었다. 수공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방법으로 공산품과 직접 경쟁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윌리엄 모리스는 수공예가 가장 발달했던 중세 시대를 동경했으나, 그것은 시대 흐름을 고려하지 못한 과거의 향수였다.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 하우스, 중세 고딕양식의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 위키피디아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 하우스, 중세 고딕양식의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 위키피디아
1894년 켈름스콧 프레스가 인쇄한 '빛나는 평원의 이야기' 표지 디자인 / 위키피디아
1894년 켈름스콧 프레스가 인쇄한 '빛나는 평원의 이야기' 표지 디자인 / 위키피디아

그러나 핸드메이드의 가치는 계속된다

미술공예운동이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동적 복고주의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미술공예운동은 손으로 하는 작업과 장인의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럼으로써 당시 19세기 영국에서 소외받는 예술가와 장인들, 그리고 비인간성과 삭막함을 회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몇몇 분야에서는 장인이 직접 땀 흘려 손으로 만든 제품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또한 공산품에 지친 소비자들도 유일한 개성을 담은 핸드메이드 제품을 찾는다. 이러한 수공예 제품은 공예와 예술을 접목시키고자 한 미술공예운동의 이상이기도 했다. 미술공예운동의 뜻이 완전히 잊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모리스가 대량생산된 질 낮은 책에 대항하기 위해 차린 켈름스콧 프레스는 현대의 북디자인과 폰트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미술공예운동의 흐름은 이후에 유럽에서 인공적 이미지보다 자연미에 집중하는 아르누보, 분리파, 유겐트슈틸 운동 등으로도 이어졌다.

중세를 동경하며, 대세를 바꾸고자 했던 모리스의 이상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으나, 손으로 정성껏 만든 물건과 예술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까지도 남아있다. 대량생산이 예술과 공예를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생각한 그의 우려는 이뤄지지 않았기에, 결국 이 운동은 실패는 아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와 대중들, 그리고 손으로 하는 노동의 기쁨을 좋아하는 장인과 예술가가 있는 한, 수공예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 윌리엄 모리스의 뜻은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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