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2-06 17:50 (금)
[작가 탐구] 예술계의 이단아, 마르셀 뒤샹과 핸드메이드의 가치
상태바
[작가 탐구] 예술계의 이단아, 마르셀 뒤샹과 핸드메이드의 가치
  • 이진 기자
  • 승인 2019.08.02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으로 시작된 뒤샹의 고민, 오늘날 현대 미술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샘(fountain)', 마르셀 뒤샹作, 1917  [출처- Pablo ibanez]

[핸드메이커 이진 기자] 이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변기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전시를 해놓은 것일까? 그런데 저 변기가 사실 예술 작품이라고 한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더 재밌는 것은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닌 동네 철물점에서 변기를 구입해와 'R.mutt 1917'이라는 서명만 하고 출품을 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이름은 '샘 (fountain)'이며 작가는 바로 현대 미술의 이단아라고도 부르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이다.

마르셀 뒤샹이 걸어온 독특한 예술의 세계

마르셀 뒤샹은 프랑스 루앙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두 형도 조각가와 화가였다. 그가 처음부터 예술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파리에서 생활하는 동안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차츰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2', 마르셀 뒤샹作, 1912 [출처- spDuchamp]

그가 남긴 작품 중 큰 반향을 일으킨 첫 작품은 1912년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이다.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이 작품은 나체의 여성이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을 연속 사진을 찍은 것처럼 그린 것으로 독특한 조형미가 돗보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 그림을 본다면 그림이 누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 같다.

이 작품이 뉴욕의 '아모리 쇼'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되면서 독특한 예술로 이름을 날리게 된 뒤샹이었다. 하지만 이후 뒤샹은 무슨 일인지 회화에서 손을 거의 떼게 된다.
 

'자전거 바퀴', 마르셀 뒤샹作, 1913 [출저- Matias Garabedian]

1913년 제작한 이 작품은 '자전거 바퀴'이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붙인 것인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재료의 결합이 독특하고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이런 작품을 오브제라고도 부르는데, 생활에 쓰이는 여러 일상용품을 이용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뒤샹은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을 창시한다. 별 볼일 없는 일상 용품도 예술가가 선택해서 특별히 변형하지 않아도 의미를 부여한다면 새로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품을 물체에서 정신의 영역으로 옮긴 것이다.

처음 언급했던 1917년에 만들어진 뒤샹의 '샘' 작품은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뉴욕의 독립미술가협회에 제출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뒤샹은 '블라인드 맨'이라는 잡지에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작품을 옹호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한다. 이후 샘은 1999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700만 달러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으며 오늘날에는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L.H.O.O.Q', 마르셀 뒤샹作, 1919 [출처- 위키피디아]

1919년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린 <L.H.O.O.Q>라는 작품을 내놓는다. 작품 제목은 '그녀의 엉덩이가 뜨겁다'라는 성적인 의미를 담은 것으로 상당히 외설적이다. 그것도 이 작품은 다빈치 사후 400주년에 맞춰 내놓은 것으로, 당연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패러디물'의 효시가 되었다.

이후에도 뒤샹은 기존 예술과 사회 관념에 대항하는 각종 오브제와 설치미술, 사진, 영상 등의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1923년부터는 프로체스선수로 활동하였고 차츰 예술 활동을 줄이면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


뒤샹의 의문, '왜 예술가는 꼭 직접 손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뒤샹은 항상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예술가(Artist)와 장인(Artisan)은 같은 의미일까? 예술가는 작품을 꼭 애써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가? 노동보다 창의적 정신이 중요하지 않은가? 예술가가 만든 작품과 일상의 생활용품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뒤샹은 각종 영상 기술, 대량생산이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 굳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것만이 예술로 인정받는 것에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예술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실제로 뒤샹은 1912년 항공박람회에서 웅장한 항공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화는 끝났다. 저 프로펠러보다 나은 것을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뒤샹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는 '샘' 작품이 뉴욕의 독립미술가협회에서 거절당하자 '블라인드 맨'이라는 잡지에 작품을 옹호하는 글을 게재했는데, 여기서도 그의 사상이 드러난다.

“머트(샘에 서명한 이름) 씨가 샘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던 아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흔한 물품 하나를 구입해 새로운 제목과 관점을 부여했고 그것이 원래 지니고 있던 기능적 의미를 상실시키는 장소에 갖다 놓은 것입니다. 결국 그는 이 오브제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낸 것입니다”

그의 기존 전통예술에 대항한 반예술적 행보는 당연히 많은 논란을 낳았다. 뒤샹은 수많은 혹평을 받았고 뒤샹을 오랫동안 알게 지낸 천재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조차도 '그는 틀렸다'라고 말했다.
 

'에로즈 셀라비', 마르셀 뒤샹作, 1921 [출처- 위키피디아] - 이 작품은 뒤샹 본인이 직접 여장을 하여 촬영한 것이다.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심과 성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핸드메이드, 노동의 가치 그리고 현대미술

뒤샹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에도 갈리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가 현대 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천재 예술가였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가 없다. 기존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예술을 물질과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정신의 영역으로 옮겼던 뒤샹의 예술은 분명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하지만 과연 기존 핸드메이드에 의해 만들어져 왔던 예술이 현대 과학과 기술로 인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뒤샹의 말대로 예술에 대한 가치를 관점, 즉 정신의 영역으로 옮긴다고 하자. 하지만 그 기준은 너무나 애매해지고 난해질 수 있다. 실제 현대 미술은 대중과 괴리되고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정성스레 손으로 직접 물건을 만들고 있는 핸드메이커라면 손맛과 노동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결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했다고 할지라도 사람의 손이야말로 문명을 만들어온 원동력이었으며 여전히 사람의 손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부분 또한 존재한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핸드메이드가 그 희소성과 특별함으로 다시 주목받는 경우도 많아졌다.

현대 미술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 미술을 비난만 한다면 급변해온 사회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 뒤샹을 비롯한 예술가의 고민을 송두리째 무시해버리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핸드메이드를 낡은 것, 수고로운 것으로 생각하는 태도 역시 지양해야 한다.

어쩌면 무조건 노동과 정신을 분리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이란 손기술과 생각 둘 중 하나로만 이루어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핸드메이드와 개념미술은 서로를 보완해나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둘을 융합하고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