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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아름다운 레이스를 만드는 어촌 마을, 부라노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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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아름다운 레이스를 만드는 어촌 마을, 부라노섬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8.2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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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어촌 마을의 부녀자들이 시작한 레이스 공예, 세계적 명소로 탈바꿈시키다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이탈리아는 '장인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우수한 기술을 갖춘 장인이 대를 이어가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다양한 명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수공업의 중심지로 활약해왔다. 아시아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과 지방분권화 덕분에 여러 상업 도시가 생겨났다. 중세 이탈리아의 상업 도시는 아시아의 발달한 공예품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했으며, 다시 이들 물건을 유럽인의 특색에 맞게 발전시켜 유럽 각지에 전파했다.

이탈리아 수공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마다 고유한 품목에 특화된 수공예를 발전시켜 왔다는 것이다. 현재도 유리공예가 발달한 베네치아의 '무라노섬', 섬유중심지 '프라토', 명품 주얼리의 도시 '비첸자' 등 아주 다양한 도시들이 고유의 특산품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특히 베네치아는 중세 시대부터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상업도시였다. 이 베네치아의 옆에는 '유리의 섬' 무라노섬이 있고 여기서 좀 더 이동하면 유럽 특유의 직물인 '레이스(lace)' 공예가 발달한 부라노섬(Burano)을 찾을 수 있다.
 

출처-pixabay


평범한 어촌 마을에서 레이스를 만드는 명소로의 변신

부라노섬은 가수 아이유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이라 '아이유섬'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아이유 덕분에 최근 부라노섬은 한국 사람에게 더욱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원래 부라노섬은 평범하고 작은 어촌마을로, 대부분 주민이 어업에 종사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라노섬의 여인들이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레이스를 짜기 시작했다. 망가진 그물을 손질하거나 만드는 과정이 실로 그물처럼 문양을 짜내는 레이스와 유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은 아닐까?

당시 부라노섬은 가난한 마을이었기에 어부의 아내들은 돈벌이를 위해 더욱 레이스 제작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이 '부라노 레이스'가 차츰 16세기부터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유럽 귀족 계층에게도 퍼져나가 고급 제품으로 애용되었다.
 

레이스를 짜는 장인 [출처- star5112]
레이스로 만든 부채 [출처-Daderot]


부라노의 레이스 공예는 가장 많이 쓰인 '보빈 레이스' 방법이 아닌 '니들 포인트 레이스'를 통해 주로 만들어졌다. 니들포인트는 보빈으로 짜내는 보빈 레이스와 달리 종이 위에 패턴을 그린 천을 대고 바늘과 실로 짜는 레이스를 말한다.

부라노 여인들의 레이스 공예 기술은 계속 대를 이어나가며 딸들에게 전수됐다. 이후에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나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부라노의 레이스 공예를 직접 관리하게 됐다. 또한 1872년 레이스 공예 학교를 세우고 체계적인 인력 양성에 나선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차츰 공장에서 대량 생산 된 값싼 레이스가 퍼져나가자 부라노의 수제 레이스도 쇠퇴를 면치 못했다. 결국 100년을 이어오던 레이스 공예 학교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1970년에 폐교되었다.
 

부라노섬의 한 상점 [출처- Fatboo]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관광지가 된 부라노섬

하지만 부라노섬은 이러한 쇠퇴에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오랜 전통 공예인 레이스를 차별화하여 다시 지역 특화산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아름다운 섬의 경관과 더불어 고급 수제 레이스를 만든다는 특징을 차근차근 알리는 데에 성공하여 오늘날 다시 세계적 관광지로 변신했다.

부라노섬에 도착하면 곳곳에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깔로 물든 집들이 눈에 띤다. 또한 항구 주변에는 수상 택시와 선박들이 많이 있다. 여전히 어업은 주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이다. 이들은 어업을 마치고 돌아오고 나면 각자의 집을 찾기 위해 일부러 집을 각기 다른 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부라노섬을 걷다 보면 골목 곳곳에서 다양한 레이스 공방들과 상점 및 진열된 레이스들을 볼 수 있다. 비록 산업혁명 이후 공산품들에 의해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라노의 수제 레이스는 지역 특산품으로서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방과 상점에서는 레이스로 만든 생활용품과 의류 기념품 등, 다양한 레이스 관련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고 장인들의 작업 과정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장인의 지도하에 직접 레이스를 짜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예전 레이스 학교가 있던 자리에는 1981년 레이스 박물관이 세워졌다. 2층 규모로 세워진 박물관에서는 중세 시절부터 이어져온 부라노 레이스의 변천 과정을 자세한 설명과 유물들을 통해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레이스 박물관 [출처- Lisa Elliott]

중국제의 확산과 부라노섬의 미래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라노섬에서 판매되는 기념품의 상당수가 수입된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중국제 유리제품이 밀려들고 있는 무라노섬, 중국인 이민자들이 전통 섬유 산업을 장악해나가는 프라토와 같이 부라노섬 역시 밀려드는 값싼 중국제에게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어촌 부녀자들에게 시작되어 이제는 세계적인 고급 수제품이 된 부라노 섬의 레이스, 분명 부라노섬은 오늘날 세계적 관광지가 되어 레이스 공예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지만 다시금 부라노섬 고유의 특산품인 레이스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방안이 절실해지고 있다.

점차 아무도 부라노섬의 레이스를 찾지 않게 된다면 부라노섬은 단순히 알록달록한 집이 가득한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섬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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