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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공예로 거듭난 아름다운 귀족의 직물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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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공예로 거듭난 아름다운 귀족의 직물 레이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8.2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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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 다양한 의상과 장식, 생활용품에 쓰이는 레이스의 역사와 기법
출처- pixabay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속이 훤히 비치는 서양식 직물, '레이스(Lace)'는 독특한 비침무늬의 아름다움과 통기성, 가벼움으로 인해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오늘날에도 블라우스, 드레스, 원피스, 속옷 등 갖가지 의류뿐만 아니라 커튼과 식탁보 등 다양한 생활용품과 장식품으로도 쓰인다.

다른 자수는 보통 이미 짜인 직물이나 천 위에 무늬를 새기지만 레이스는 실을 서로 엉키고 맺는 방법으로 표면 사이사이에 빈 공간을 통해 그물 모양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레이스는 원시시대에 물고기와 새를 잡으려고 만든 그물 등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식 직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레이스는 잉카와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는 만큼 상당히 여러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르네상스 이후부터는 유럽에서 레이스 공예가 크게 발전한다.
 

드론 워크 [출처- Goldi64 ]

유럽 레이스의 기법과 변천

유럽에서 문헌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3세기였다. 영국의 수도원에서 여가를 이용해 여성 수도사들이 틈틈이 레이스를 짰다고 한다. 한편 구체적인 기법으로는 16세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발전한 '컷워크(Cut work)'와 '드론워크(Drawn work)' 기법이 있다.

커트 워크는 천의 가장자리를 감치거나 감친 부분의 천을 잘라내어 구멍을 만드는 방법이며 드론 워크는 천의 씨날을 적당히 뽑아 버리고 남은 실을 묶어가는 방법이다. 이들 기법은 직물의 씨실과 날실을 빼고, 남은 올을 얽어서 그 자리에 문양을 만드는 기법으로 사실 완전한 레이스의 형태로 보기에는 어렵다.

르네상스 이후에는 점차 '니들 포인트 레이스(needle point race)'와 '보빈 레이스(bobbin race)'가 발명되면서 천에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레이스로 발전한다. 이들 두 기법은 오늘날까지 대표적인 수공예 레이스 2대 기법으로 사용된다.

먼저 니들포인트 레이스는 두꺼운 종이 위에 패턴을 그린다. 그다음 천을 대고 꿰매 붙인다. 그리고 하나하나 바늘로 떠내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이 레이스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색실 대신 흰실을 사용하여 정교한 레이스를 완성한 것에서 유래했으며 프랑스의 알라손, 벨기에의 브뤼셀 등지로 전해졌다. 한때 귀족 이상 계층에게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어 사용됐다. 현재는 주로 실내 장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보빈 레이스 [출처- Max pixel]

보빈 레이스는 바늘 대신 보빈이라는 도구로 작업하는 레이스이다. 종이 위에 역시 패턴을 그리고 패턴마다 구멍을 뚫어 밑그림을 만든다. 그다음 받침대 위에서 사이사이에 고정시킨 핀 사이로 실을 말은 보빈을 걸고 엇갈리게 꼬고 엮어가며 레이스를 짠다.

유럽 레이스는 19세기 이전만 해도 주로 아마에서 뽑아낸 아마사 실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면실로 대체되기 시작한다. 그 밖에도 금사, 양모, 견사 등을 쓰기도 한다.


화려했던 수제 레이스의 성장과 몰락

17세기까지만 해도 레이스의 종주국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다. 니들 포인트 레이스와 보빈 레이스가 처음 발명된 곳도 이곳 북이탈리아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베네치아에서 약 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부라노섬의 레이스는 가장 유명하다. 어촌마을이었던 부라노섬은 남편들이 고기를 잡으러 가면 아내들이 레이스를 지으며 생활을 하곤 했는데, 이 부라노 섬의 레이스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유럽 전역에 수출되었다.

하지만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베네치아의 레이스는 프랑스와 벨기에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특히 벨기에의 '브뤼셀 레이스'는 아름다운 갖가지 기하학 무늬와 꽃무늬, 자연 무늬를 고안하였는데 그 아름다움에는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도 감탄할 정도였다고 한다.

레이스는 귀족과 왕실에서 애용하는 직물이 되었다. 나폴레옹 황제는 자신이 타는 마차를 레이스로 치장하곤 했다. 또한 태양왕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입는 공식 궁정 의상으로 레이스를 지정하기도 했다. 루이14세의 재상이었던 콜베르도 레이스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시켰다.

콜베르의 지원 하에 만들어진 레이스는 '푸앵 드 프랑스'라고도 부르는데,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을 담아낸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특징이다. 이 푸앵 드 프랑스는 곧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었으며 프랑스를 레이스 강국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하지만 수제 레이스는 19세기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인해 점차 몰락하게 된다. 공장의 기계가 만들어낸 레이스는 훨씬 저렴하고 더 빠르게, 많이 만들 수 있어 굳이 수제 레이스를 찾을 이유가 없어졌던 것이다. 수제 레이스는 1920년대까지도 경쟁을 계속 해왔으나 오늘날에는 일부 지역에서만 행해진다. 

레이스는 오늘날에도 우리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레이스 커튼, 의류 등 여러 제품은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핸드메이드로서의 레이스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대에도 활용되고 있는 레이스 공예

오늘날에도 아직 다양한 레이스 기법이 핸드메이드 공예로 애용되고 있다. 취미로 활용하기도 하고 직접 공방을 차리거나 판매를 위해 수제 레이스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먼저 '크로셰 레이스(Crochet lace)'는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산업혁명 이후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기법이다. 크로셰 레이스는 코바늘을 사용하여 뜨개질해서 레이스를 짠다. 먼저 실의 끝에서 고리 모양의 루프를 만들고 거기서부터 한 올의 실로 연속적으로 면과 선 모양을 만들어 나간다.
 

태팅 셔틀 레이스 [출처- Chickxsy ]

'태팅 레이스(tatting lace)'는 배 모양의 셔틀(shuttle)로 레이스를 짜는 것을 말한다. 셔틀에 감겨져 있는 실을 빼내며 손가락을 이용해 매듭을 지어가며 작품을 만든다. 매듭공예와 레이스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기법이다.

이렇게 레이스 기법은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핸드메이드 취미로 적극 활용하며 다양한 장식품과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관련된 공방과 클래스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다양한 공예와의 콜라보로도 무궁무진하다.

수공예 레이스는 비록 주류 산업에서 밀려나고 말았지만 어쩌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한 것 같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짜낸 수예 레이스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소확행으로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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