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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2월 자수정(Amethyst), 평화로운 보랏빛이 매력적인 귀족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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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2월 자수정(Amethyst), 평화로운 보랏빛이 매력적인 귀족의 보석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2.19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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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유니크(Unique)의 사전적인 의미에는 ‘유일무이한, 독특한, 특별한’ 등이 있다. 똑같은 것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시대를 잘 나타내는 단어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는 계급 사회에도 있었던 듯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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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을 찾기 어려웠던 18세기, 고유의 보라색을 띠고 있는 자수정은 왕실이나 귀족, 교회에서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면서 그들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보석으로 자리 잡았다. ‘성실’과 ‘평화’라는 의미가 담긴 자수정은 신화 속에서도 등장할 만큼, 고귀한 보석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5대 보석 중 하나

자수정은 석영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다이아몬드, 루피, 사파이어, 에메랄드와 함께 세계 5대 보석이기도 하다. 다른 보석들이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자수정은 연한 라벤더 컬러부터 진한 보라색까지 보라색이 주를 이룬다. 라벤더와 라일락을 연상시키는 보라색의 자수정은 ‘로즈 드 프랑스’라는 별칭을 가지기도 한다.
 

다듬어지기 전 원석의 모양도 꽤 다양하다. 각진 모양이 인상적이다 / pixabay
다듬어지기 전 원석의 모양도 꽤 다양하다. 각진 모양이 인상적이다 / pixabay
장신구 보석으로 다듬어진 자수정 / pixabay
장신구 보석으로 다듬어진 자수정 / pixabay

간혹 철 등의 불순물이 얼마나 들어있느냐에 따라 격자무늬가 생기기도 하지만, 불순물이 적을수록 고품질이며, 색도 자주색과 연보랏빛이 섞이게 된다. 고품질의 자수정으로 보석, 구슬 등으로 가공해 장신구를 만들거나 가공 전 자연석은 관상용으로도 사용된다.

자수정은 모스경도 7의 원석으로 대체로 견고하지만, 빛에 노출되면 색이 옅어지거나 어두워질 수 있어서 자외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보라색을 갖고 있는 자수정 / pixabay
다양한 보라색을 갖고 있는 자수정 / pixabay

브라질, 시베리아, 스리랑카, 우루과이 등에서 고품질 자수정이 생산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울산광역시 언양에 있는 자수정 광산동굴이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수정은 1982년 미국보석연구회(GIA)로부터 인정받을 만큼 세계적으로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 이유는 불순물이 거의 없으며, 마사 황토 암벽에서 생산되어 경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품질이 뛰어나지만 현재는 부존량이 줄어 채굴이 중단됐다고 알려져, 사실상 생산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언양자수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자수정이라고 한다. 사진은 가공된 자수정 / pixabay
우리나라의 언양자수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자수정이라고 한다. 사진은 가공된 자수정 / pixabay

그만큼 좋은 품질이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일본으로 많은 양이 반출되기도 했고, 70년대 결혼예물로 사용되었을 만큼 인기가 많은 보석이었다. 혹시나 우리나라 자수정의 매력을 더 알고 싶다면, 언양 자수정이 생산되던 울산의 자수정 동굴나라를 방문해봐도 좋겠다. 당시의 자수정 채굴 과정과 자수정이 붙어있는 동굴을 볼 수 있다.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부어 만든 자수정

보석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따라다니는데, 자수정에도 신화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특히, 그리스 12신 중 하나인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관련되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흐름이 다르다.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 ‘바쿠스’ (1598) / 위키미디어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 ‘바쿠스’ (1598) / 위키미디어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디오니소스가 인간들에게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은 뒤 분노해서 “처음 마주하는 인간을 짐승의 먹이로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때 처음 마주친 여인이 있었으니, 자수정 이름의 유래가 되는 아메이시스트였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경배하기 위해 길을 나선 그녀를 지켜본 아르테미스는 아메이시스트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하얀 수정으로 만들어버렸다.

수정으로 변한 소녀의 모습을 본 디오니소스는 그 아름다움에 반했고, 순간 분노에 싸여 그 같은 선언을 해버린 자신을 반성한다. 그 반성의 의미로 수정 위에 포도주를 부었고, 보라색 포도주 색이 물들어 변한 것이 자수정이라고 한다.
 

투명한 수정에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부어 자수정이 됐다는 일화 때문에, 자수정은 술을 깨게 해주는 보석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 pixabay
투명한 수정에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부어 자수정이 됐다는 일화 때문에, 자수정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보석으로도 알려져 있다 / pixabay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아메이시스트의 아름다움에 반한 디오니소스가 그녀를 쫓아다니자, 아메이시스트가 순결을 지키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순결의 여신이기도 했던 아르테미스가 그녀를 수정으로 변신시켰다고도 전해진다.

아메이시스트의 이름에서 따온 만큼, 자수정에는 ‘박카스(디오니소스의 영어식 이름)와 아메이시스트의 사랑’이라는 뜻도 있으며, 그리스어 ‘아메시스토스’에서 유래해 ‘술에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기기도 했다. 그래서 자수정은 술을 마셨을 때 해독시켜주는 역할을 했으며, 와인 받침이나 자수정이 박힌 술잔이 많았다고 한다.


건강함과 권력을 동시에 표현하다

자수정은 원적외선을 방출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서 노폐물을 배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액세서리 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쓰인다. 물론 의학적인 용도보다는 희귀했던 보라색 보석이기 때문에 가졌던 사람들의 믿음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수정이 악한 생각을 없애고, 지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기원후 221년경 만들어진 자수정 음각 장식품. 로마의 카라칼라 황제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으며, 십자가와 그리스 문자는 비잔틴 시대에 추가되었다고 한다. 황제의 초상화를 자수정에 새긴 것으로 보아, 자수정이 그만큼 귀중한 보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키미디어
기원후 221년경 만들어진 자수정 음각 장식품. 로마의 카라칼라 황제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으며, 십자가와 그리스 문자는 비잔틴 시대에 추가되었다고 한다. 황제의 초상화를 자수정에 새긴 것으로 보아, 자수정이 그만큼 귀중한 보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키미디어

무엇보다 자수정이 세계 5대 보석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귀족의 보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에는 보라색 염료가 귀했기 때문에, 보라색으로 염색한 옷과 보라색 보석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용했다.
 

지금도 가톨릭(천주교)에서는 사제가 미사 예식에서 보라색 제의를 착용한다 / pixabay
지금도 가톨릭(천주교)에서는 사제가 미사 예식에서 보라색 제의를 착용한다 / pixabay

그래서 왕실에서 사용하는 왕관이나 왕실 즉위식에서 사용하는 왕실 보주와 보홀에도 자수정이 사용되었고, 가톨릭이나 정교회에서 교구를 담당하는 성직자인 주교는 자주색의 수단을 입었으며, 품위를 상징하는 반지에도 자수정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천주교에서는 미사 등의 예식을 할 때, 사제가 보라색 제의를 입는데 통회와 보속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티베트인들도 자수정을 신성한 것으로 여겨 염주를 만들기도 한다.


보라색 보석과 여인들

자수정이 그만큼 귀한 보석이었는지 몰라도, 생각보다 명화 속에서 자수정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떠오른 것이 지난 토파즈 명화에서도 소개한 알폰소 무하의 작품 ‘원석(The Precious Stones)’ 시리즈였다. 4개의 작품 중 자수정을 여인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있다.
 

알폰소 무하의 작품 ‘보석 : 자수정’ (1900) / flickr
알폰소 무하의 작품 ‘보석 : 자수정’ (1900) / flickr

보랏빛의 자수정을 형상화한 만큼 여인의 전체적인 눈빛부터 배경, 의상까지 모두 보라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무하 재단 홈페이지의 작품 설명을 인용하면, 원래 이 작품 속 여인은 옷이 없었다. 무하가 남긴 초기 스케치와 서신에서는 허리를 벌거벗은 모습으로 묘사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하와 함께 일했던 출판업자인 샹파누아가 도덕적인 이유로 그림 속 여인의 가슴을 가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여인의 포즈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고혹적인 표정과 포즈가 어우러지지만, 왼쪽 팔꿈치가 그림을 보는 사람을 향하게 되면서 오른팔보다 짧아 보인다. 그래서 그림의 균형과 대칭마저 깨져 보이는데 모두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그림 아래쪽에 피어있는 꽃은 붓꽃이다. 아이리스라고도 하는데, 금붓꽃을 제외한 각시붓꽃과 타래붓꽃 모두 보라색을 띠고 있다. 비슷한 색의 꽃을 배치해 통일감을 주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스·로마 속 무지개 여신 이리스와 붓꽃 / 위키미디어, pixabay
그리스·로마 속 무지개 여신 이리스와 붓꽃 / 위키미디어, pixabay

붓꽃이 유래한 그리스·로마 신화와 자수정의 의미가 연결된다. 붓꽃의 영어명인 아이리스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무지개 여신인 이리스(Iris)에서 따왔다. 무지개가 하늘과 땅에 걸쳐 떠오르는 것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 사자(使者) 역할을 한 여신이라고 한다. 하늘의 뜻을 땅에 전해서 양쪽의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다. ‘성실, 평화’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자수정과 일맥상통한다.
 

장 오귀스트 앵그르의 작품 ‘마담 마리 마코트’(1826) / 위키미디어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작품 ‘마담 마리 마코트’(1826) / 위키미디어

초상화 하면 빠질 수 없는 프랑스의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그가 그린 여인의 초상화에서도 자수정이 있다. 그가 그린 ‘마담 마리 마코트’ 속 마코트 부인은 점잖은 표정이나 의상, 장신구는 그녀가 고위층 계급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여인들이 풍만한 체형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깡마른 모습인데, 실제로 마코트 부인은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마담 마리 마코트’(1826) 속 자수정 팔찌 / 위키미디어
‘마담 마리 마코트’(1826) 속 자수정 팔찌 / 위키미디어

그녀가 착용하는 왼손 손목에 착용한 팔찌를 보면, 큰 보석이 2개 박혀있는데 자수정이라고 한다.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자수정의 기운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당시 자수정은 고위층이 주로 착용했던 보석인데, 그런 귀한 보석을 2개나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마코트 부인의 남편은 꽤 높은 귀족이면서 부유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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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 화분처럼 모양이나 색이 독특한 자수정은 인테리어 소품처럼 장식장에 진열되기도 한다 / pixabay

집에 흔히 있는 장식장을 엿보면, 그 집 어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어느 집에서는 돌을 많이 보았는데, 그 사이에서 보랏빛을 띠고 있는 돌을 보았다. 육각형처럼 각진 모양에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저런 예쁜 돌도 있구나’ 했는데, 그게 바로 자수정이었다.

보통 보석은 장신구로 착용하는 것만 생각했지만, 자수정처럼 하나의 소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또 성실과 평화라는 원래의 의미보다 건강함과 고귀함의 상징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자수정은 흔한 돌이기 전에 값진 보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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