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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6월 진주(Pearl), 조개 속에서 피어나는 순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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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6월 진주(Pearl), 조개 속에서 피어나는 순결함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6.1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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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1962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OST인 ‘Moon River’만큼이나 유명한 장면이 있다.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높게 올려 티아라를 쓴 채,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티파니 매장 앞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다. 어느 나라의 공주와 같은 모습을 하는 이 장면은 수없이 패러디될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 / 네이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 / 네이버 영화

이 장면에서 그녀의 목걸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목걸이라기보다는 목도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4~5줄로 이루어진 진주목걸이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서서 빵과 커피를 마시는 모습과 대조되지만, 그녀의 여성스러움을 부각해주기도 한다.

6월의 탄생석인 진주는 앤틱함과 아름다움이 잘 어울리는 보석이다. 다른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본연의 색을 띠는 진주는 ‘순결함’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순결함과 백색의 이미지는 무척이나 닮아있다.


자연 속에서 탄생하는 보배로운 구슬

진주(Pearl)는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프랑스어로 진주를 뜻하는 perle와 라틴어로 다리를 의미하는 pern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는 바다의 눈이라는 의미도 있다.

진주는 진주조개, 전복, 대합과 같은 조개 안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천연진주는 귀한 존재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구슬(眞珠), 보배로운 구슬(珍珠)이라는 뜻의 한자어로 진주라고 부른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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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이미지. 겹겹이 쌓인 것이 보인다 / 위키미디어
진주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이미지. 겹겹이 쌓인 것이 보인다 / 위키미디어

진주는 크게 천연진주와 양식 진주로 나뉜다. 천연진주는 말 그대로 조개껍데기 내부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간혹 커뮤니티를 보면, 굴을 먹다가 진주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전해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조개 안에 이물질이 침입하게 되면, 조개가 탄산칼슘과 콘치올린이라는 성분을 분비물로 만들게 되고 그 분비물이 겹겹이 층처럼 쌓이고 반복되면서 진주가 생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진주의 광택은 진주 내부 구조의 층이 얇고 많을수록 더욱 촘촘히 빛난다고 한다.

천연진주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만큼 희귀하다. 그래서 수집 목적으로 판매되거나 독특한 장신구에 세팅된다고 한다.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에, 천연진주를 발견하면, 보석 X선 장비를 활용해 구분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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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진주는 조개껍데기에 분비물을 생성하는 부분인 진주 주머니를 이식해 인공적으로 진주를 형성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천연진주가 2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반면, 양식 진주는 12~18개월 안에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이식된 진주의 핵 모양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간혹 기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생산 지역에 따라 모양과 이름 달라

양식 진주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어떤 색과 형태를 가졌는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크게 나누면, 민물에서 만들어진 진주는 담수 진주, 바닷물에서 만들어지면 해수 진주라고 부른다.
 

다양한 모양의 케시 진주 / 위키미디어
다양한 모양의 케시 진주 / 위키미디어
다양한 모양의 케시 진주 / 위키미디어
다양한 모양의 케시 진주 / 위키미디어

케시 진주(Keshi pearl)는 핵이 없는 진주로, 보통 진주가 동그란 형태인 것과 달리,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양귀비씨처럼 작았기 때문에 일본어로 양귀비를 뜻하는 ‘keshi’에서 이름을 따왔고, 핵이 없는 진주를 지칭하기 위해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 아코야 진주 / 위키미디어
일본 아코야 진주 / 위키미디어

또는 비뚤어진 모양 때문에 진주 상인들은 포르투갈어로 ‘바로크 진주’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널리 알려져 인정받은 ‘아코야 진주’가 따로 있을 정도로 1920년대부터 일본 아코야는 작은 회색 진주를 생산한 주요 지역 중 하나였다. 이때 노동력을 활용해 다량의 케시 진주도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케시 진주라는 이름이 세계적으로 굳어진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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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는 진주 중에서 가장 귀하고 비싼 것으로 알려져있다 / pixabay

흑진주(Black pearl)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타히티 진주(Tahitian pearls)는 굴에서 생성된 진주다. 타히티 주변의 폴리네시아 섬에서 재배되었기 때문에 타히티 진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타히티 진주는 검은색을 베이스로 녹색, 분홍색, 파란색, 은색, 흰색, 노란색 등이 섞여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전복 껍데기의 안쪽이나 자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독특한 색 때문에 타히티 진주는 희귀하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체로 검은 진주는 희소성 때문에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세르빌리아의 진주 예상 그림 / 위키미디어
세르빌리아의 진주 예상 그림 / 위키미디어

이 진주에는 또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 로마의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사랑했던 정부 세르빌리아에게 준 진주라는 의미로 ‘세르빌리아의 진주’라는 이름이 전해지기도 한다. 카이사르가 세르빌리아에게 준 진주는 2019년 기준 약 15억 달러에 달하는 흑진주라고 한다.

당시에 미혼여성은 진주를 구매하거나 소유할 수도 없었으며, 부유하지 못하면 구매도 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귀한 진주였는데, 카이사르가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사 왔거나, 전리품으로 얻어 세르빌리아에게 주었다고 전해진다.
 

남양진주는 다양한 색을 갖고 있다 / pixabay, 위키미디어
남양진주는 다양한 색을 갖고 있다 / pixabay, 위키미디어

세 번째로 잘 알려진 양식 진주는 남양 진주(South Sea pearl)다. 남태평양 지역에서 자라는 진주로, 흰색부터 은색, 분홍색, 금색, 크림색 등의 다양한 컬러를 가지고 있다. 남양 진주는 크기가 10~18mm로, 양식 진주 중에서 가장 크고 희귀하다.

지역에 따라 주로 생산되는 진주의 색이 다른데, 호주 브룸 지역에서는 흰색과 은색,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황금색의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남양 진주를 골드 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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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나전 칠기 등 자개에 사용하는 전복 진주, 조개 안에 붙어서 불규칙한 형태로 자란 블리스터 진주, 반원형의 형태를 가진 마베 진주, 산호나 소꼬리 껍질 등에 생선 비늘을 함유한 유리 진액을 코팅해서 만든 모조 진주 등이 있다.


활용도 높은 진주

진주는 여느 보석들처럼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 등의 장신구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옷에 포인트를 주기 위한 장식으로 사용된다 / pixabay
옷에 포인트를 주기 위한 장식으로 사용된다 / pixabay
진주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가방 / flickr(Sally Mahoney, Lynn Ceteras Huerta)
진주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가방 / flickr(Sally Mahoney, Lynn Ceteras Huerta)

그러나 다른 보석과 달리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다. 비즈처럼 작은 진주는 옷의 장식이 되거나 옷 자체가 되기도 한다. 또는 가방으로 만들기도 한다. 탄탄하게 엮인 진주 가방은 실용성보다는 장식이나 공예품 용도로 사용된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살로메의 환영’으로 유명한 미국의 무용가 모드 앨런. 진주로 만든 의상이 인상적이다. 사진은 공연 당시 만들어진 엽서 / 위키미디어
‘살로메의 환영’으로 유명한 미국의 무용가 모드 앨런. 진주로 만든 의상이 인상적이다. 사진은 공연 당시 만들어진 엽서 / 위키미디어

모드 앨런(Maud Allan)은 ‘살로메의 환영’이라는 대표작을 가진 미국의 무용가다. 큰 키와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추고 고전음악에 어울리는 독무를 만들기로 유명했다. 그리스 예술을 동경해 그리스 문화의 부활을 꿈꾸는 그리스 부활주의자였는데, 이는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전해진다.
 

‘살로메의 환영’ 공연 당시 논란이 일었던 장면. 진주로 만든 화려한 의상과 소품이 대조된다 / 위키미디어
‘살로메의 환영’ 공연 당시 논란이 일었던 장면. 진주로 만든 화려한 의상과 소품이 대조된다 / 위키미디어

그녀는 안무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의상을 디자인하고 바느질하며 직접 만들기도 했다. 1906년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살로메’를 기반으로 만든 ‘살로메의 환영’에서 진주와 보석으로 만든 의상을 걸치고 등장했는데, 거의 나체에 가까워 파격적이었다.

그런 의상을 입고 춤을 추다가 소품인 세례자 요한의 잘린 머리에 입을 맞추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런던음악홀에서 4년간 공연을 지속했다고 한다.
 

설탕으로 만들어진 식용 진주가 장식된 케이크 / 위키미디어, pixabay
설탕으로 만들어진 식용 진주가 장식된 케이크 / 위키미디어, pixabay

케이크 장식에도 사용되는 식용 진주도 있다. 실제로 조개에서 만들어진 진주가 아니라 포도당, 식용 색소, 설탕 등으로 진주처럼 보이도록 만든 재료다. 식감은 사탕처럼 딱딱하지만, 달지는 않다.


인어가 흘린 눈물의 보석

진주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영어 이름에서 마가렛의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진주가 발견되는 굴과의 조개류를 칭하는 용어인 ‘Margaritiferidae’는 고대 페르시아어인 ‘margārta’에서 유래됐으며, 영어 이름 ‘Margaret’의 근원이 된다고 한다.

라틴어에서는 마르가리타, 이탈리어로는 마르게리타, 프랑스어로 마르그리트 등 여성의 이름으로 사용된다. 또는, 라틴어로 진주를 뜻하는 Margarita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해진다.
 

드라마 속에서 인어인 조정석은 전지현에게 눈물인 진주가 돈이 된다고 설명해준다 /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캡처
드라마 속에서 인어인 조정석은 같은 인어인 전지현에게 눈물인 진주가 돈이 된다고 설명해준다 /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캡처

두 번째 설은 인어가 흘린 ‘눈물의 보석’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2016년 방송되었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도 짧게 언급된다.

인어인 심청(전지현 분)이 배가 고파 강의 물고기를 먹으려던 찰나, 인어임을 숨기고 살아온 소방관 유정훈(조정석 분)이 이를 말리려 나타났다. 그들만의 느낌으로 서로가 인어임을 알게 되고, 유정훈은 심청에게 눈물이 돈이 된다며 봉지에 담긴 진주를 보여준다. 잘게 울지 말고, 참았다가 굵게 울어서 팔라는 선배 인어의 조언이 웃음 포인트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에리얼. 가리비로 가슴을 가리고 있다 / 네이버 영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에리얼. 가리비로 가슴을 가리고 있다 / 네이버 영화

이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라, 정확한 출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측해보자면, 디즈니 인어공주 속 에리얼이 가리비를 활용해 가슴을 가리는 등, 바다에 살기 때문에 조개를 가까이 하고, 신비로운 존재인 인어가 눈물을 흘린다면 진주와 같을 것이란 믿음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조개에서는 진주가 나오기 때문에.
 

해운대에 있는 황옥공주 인어상 / pixabay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 있는 황옥공주 인어상 / pixabay

부산시 해운대 동백섬 해안가에 있는 황옥공주 인어상을 보면, 인어가 구슬과 같은 황옥을 들고 있다. 이름 그대로 황옥이지만, 이것이 진주일 수도 있다고 추측해본다.

이 인어상에도 슬픈 전설이 있는데, 인어 나라에서 무궁 나라로 시집온 황옥공주가 보름달이 뜰 때마다 황옥에 비친 자신의 고향을 보며 그리워했다는 이야기다. 인어의 눈물인 진주와 황옥공주가 그리워하며 바라본 황옥이 가진 슬픈 분위기가 닮아있다.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클레오파트라 / pixabay
진주 귀걸이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클레오파트라 / pixabay

이집트의 여왕으로 이름을 알린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진주 귀걸이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토니우스가 옥타비아누스를 피해 이집트에 머물면서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미 2번의 이혼을 한 후였다.

어느 날,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호화로운 식사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한 끼 식사에 천만 세스터스에 달하는 로마 화폐를 소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안토니우스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자, 클레오파트라는 시종에게 식초가 든 잔을 가져오게 했고, 그 잔에 진주 귀걸이 한쪽을 녹여 마셨다. 진주는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성인 식초를 만나면 녹아버린다. 당시 진주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석이었다는 점에서 과감한 시도였다.

이어 클레오파트라가 남은 진주 귀걸이 한쪽까지 녹여 마시려고 하자, 안토니우스가 이를 말리며 항복했다고 한다. 이런 클레오파트라의 단호함과 과감한 시도에 안토니우스가 반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명화 속 선명한 진주의 모습

‘진주’가 들어간 명화를 이야기하면, 10명 중 9명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고 답하지 않을까. 그만큼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이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의 화가인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바로크 시대에 활동했지만, 그림보다 명성을 얻지 못한 가난한 화가였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는 값비싼 안료를 사용했을 정도로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세심하게 작업하면서 빛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았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665) / 위키미디어
요하네스 베르메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665) / 위키미디어

그는 화가로 활동하면서 약 50점 미만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34점이 전해진다. 이 중에서 도시풍경 2점, 우화 2점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그린 장르 작품과 초상화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2006년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작품은 초상화보다는 특정 인물 등을 연구해서 그린 트로니 그림이라고 한다.

동그랗고 큰 눈과 높은 콧대와 두꺼운 입술을 보면 서구적인 외모이지만, 머리에는 터번처럼 동양미가 넘치는 형태의 장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귀에는 크기가 큰 진주 귀걸이가 걸려있다. 네덜란드의 천체 물리학자 빈센트 아이케는 재질이나 모양, 크기를 보고 진주가 아닌 주석이라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이다.

1994년 그림이 복원되었는데, 초기 작품보다 색채 구성이 미묘해졌으며, 소녀의 시선 또한 부드러워져서 친밀해 보인다. 복원 과정에서 그림 속 배경이 검정이 아닌 녹색이었다는 것도 발견했다고 한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예고편과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예고편과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이 작품은 2018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속에서는 소녀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와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게 되는 스토리로 묘사되었다. 소녀 역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이 작품 속 소녀처럼 분장한 모습은 그럴싸하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외제니 황후 초상 (1853) / 위키미디어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외제니 황후 초상 (1853) / 위키미디어

나폴레옹 3세와 결혼한 프랑스의 황후 외제니 드 몽티조의 초상이다. 독일의 화가 겸 판화가였던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렸다.

그는 유럽에서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를 도맡아 그리는 전문 화가로서 명성이 높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부터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 황후, 멕시코 카를로타 황후, 프랑스의 왕 루이 필리프 등의 초상화를 그린 이력이 화려하다. 하지만, 부와 명예를 위한 초상화만을 그려 미술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독일의 화가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 위키미디어
독일의 화가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 위키미디어

루이 필리프의 궁정화가로 일하다가, 그의 왕조가 실각하고 나폴레옹 3세가 즉위하자, 프랑스 왕실의 궁정화가로 다시 붓을 들었다. 그때 외제니 황후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그녀의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1855년 ‘시녀에 둘러싸인 외제니 황후의 초상’이라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외제니 황후 초상 확대 / 위키미디어
외제니 황후 초상 확대 / 위키미디어

외제니 황후의 초상화를 보면 티아라부터 목걸이, 팔찌까지 진주가 주로 장식되어 있다. 실제와 비슷한 진주의 반짝임이 인상적이다. 세세한 빈터할터의 표현력이 돋보인다. 진주의 고귀함이 외제니 황후의 미모까지 돋보이게 한다.
 

외제니 황후가 쓰고 있는 진주 티아라 / 위키미디어
외제니 황후가 쓰고 있는 진주 티아라 / 위키미디어

초상화 속에서 외제니 황후가 쓰고 있는 진주 티아라는 황실의 보석 세공 전문가였던 알렉상드르 가브리엘 르모니에가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212개에 달하는 천연진주가 사용되었는데, 백색부터 황금색, 은색까지 다양한 진주가 사용되었다. 현재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필리포 리피, 성모자와 두 천사 (1465) / 위키미디어
필리포 리피, 성모자와 두 천사 (1465) / 위키미디어

초기 르네상스 화가이자 보티첼리의 스승인 이탈리아 화가 필리포 리피(Filippo Lippi)는 종교화를 주로 그렸다. 그는 성경 내용 중에서도 성모 마리아를 많이 그렸는데, 인자한 듯 시선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대부분 닮아있다.

황금색 안료를 사용해 고귀하고도 성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한 작품도 있는데, ‘성모자와 두 천사’에서의 성모는 다른 성모들과 다르게 현실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있다.

머리는 진주로 장식해 단아하면서도 고귀해 보인다. 진주 중에서도 비싸고 귀하다는 흑진주처럼 보이는 커다란 진주가 머리 장식 중심에 있으며, 주변에는 작은 진주가 알알이 장식되어 있다. 다른 성모자 작품에서는 이런 보석을 찾기가 어렵다.
 

렘브란트 반 레인, 마리아 튤프의 초상 (1639) / flickr(Gandalf's Gallery)
렘브란트 반 레인, 마리아 튤프의 초상 (1639) / flickr(Gandalf's Gallery)

빛과 어둠을 적절하게 사용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의 작품인 ‘마리아 튤프의 초상’이다. 초상화 속 여인은 암스테르담 상인의 딸인 마리아 튤프로, 20세 때의 모습이다. 여인은 상반신에만 조명을 받은 듯, 얼굴과 상체만 환하다. 이 역시 렘브란트의 기법이다.

부유한 상인의 딸답게 진주목걸이와 귀걸이, 브로치, 팔찌까지 착용하고 있다. 정교한 레이스가 장식된 검은 드레스가 고귀한 분위기를 더한다.

초상화는 그림이 아니라 사진인 듯, 진주의 반짝임이 잘 묘사되었다. 아마도 딸이 시집가기 전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고귀한 진주로 딸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그 아름다움을 렘브란트가 빛과 어둠을 적절히 사용해서 돋보이게 했다.
 

프랑수아 클루에,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 초상화 / 위키미디어
프랑수아 클루에,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 초상화 / 위키미디어

프랑스 궁정화가였던 장 클루에의 아들로 태어난 프랑수아 클루에(François Clouet)는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왕실 가족의 초상화를 그린 르네상스 시대 화가다. 그의 초상화도 다른 궁정 화가들처럼 세밀하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이 초상화는 1542년부터 1567년까지 스코틀랜드를 마지막까지 통치했던 메리 여왕이다. 그녀의 아버지인 제임스 5세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후 6일 만에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되었다. 5살에 프랑수아 2세와 혼인하면서 프랑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남편이 죽고 스코틀랜드로 돌아왔다. 이후 단리 경 헨리와 재혼했지만 암살당했으며, 이후 제임스 헵번과 재혼했지만, 그와의 재혼을 반대한 세력 때문에 투옥당하고 마는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다.

그래서인지 초상화 속 표정도 밝아 보이진 않는다. 창백한 메리 여왕을 흑진주 장식이 감싸고 있다. 진주 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귀한 흑진주 목걸이를 하는 것으로 보아, 스코틀랜드 왕실이 멸망 전까지는 굳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머리와 귀걸이 역시 진주로 되어 있다.
 

윌리엄 세가 경,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1585) / 위키미디어
윌리엄 세가 경,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1585) / 위키미디어

메리 여왕에 이어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도 흑진주로 부와 권력을 과시했다. 그녀의 궁정화가였던 윌리엄 세가 경이 그린 초상화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머리 장식부터 드레스 전체적으로 흑진주가 수없이 장식되어 있다.

흑진주의 톤도 다르다. 회색빛에 가까운 것부터 까만색까지 다양하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잉글랜드를 대영제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든 장본인답게, 흑진주가 매우 잘 어울린다. 엘리자베스 1세는 미혼 여왕으로서 순결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흑진주 외에도 백색 진주를 온몸에 두르기도 했다. 진주가 가진 의미를 잘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뭉크, 절규 (1893) / 위키미디어
뭉크, 절규 (1893) / 위키미디어

진주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명화 속에는 ‘진주구름’이 등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7년에는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이 에드바르 뭉크의 명작 ‘절규’ 속 하늘이 진주구름 또는 자개구름을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2018년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자들도 뭉크의 절규 속 하늘이 진주구름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기상학회 공보에 발표하기도 했다.
 

진주구름의 모습 / 위키미디어
진주구름의 모습 / 위키미디어

진주구름은 성층권에 해당하는 20~30km 높이에서 나타나는 진주색 구름을 말한다. 주로 고위도 지방에서 일출‧일몰 때에 볼 수 있는데, 뭉크는 고위도에 있는 노르웨이가 고향이기 때문에 진주구름을 보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묘한 빛을 내는 진주구름과 뭉크의 절규 속 하늘이 비슷해 보이기는 하다.


수없이 많은 것 중에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 ‘모래 속 진주’라고 한다. 그만큼 진주가 귀한 보석임을 알기에 생긴 말이 아닐까 싶다. 순결함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명화 속 진주를 보면,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고귀함을 만들어주는 보석에 더 가까운 듯하다. 진주를 착용한 여인들은 대체로 강인했으며,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인고의 시간을 거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남녀 구분 없이 진주 액세서리를 찾는 것처럼, 앞으로도 진주가 가진 은은한 힘이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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