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1 13:50 (목)
[탄생석과 명화] 3월 아쿠아마린(Aquamarine), 바다가 담긴 젊음의 보석
상태바
[탄생석과 명화] 3월 아쿠아마린(Aquamarine), 바다가 담긴 젊음의 보석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3.25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흔히 투명하고 맑은 바다를 보면 보석에 비유하곤 한다. 녹색과 파란색의 그 중간 어딘가, 한 가지 색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바다를 두고 보통 에메랄드빛이라고 표현하지만, 진짜 바다의 색을 닮은 보석은 따로 있다. 3월의 탄생석인 ‘아쿠아마린’이다. 이름부터 물과 연관된 이 보석은 영원한 젊음을 의미한다.
 

flickr(MAURO CATEB)
flickr(MAURO CATEB)



물빛의 투명함

아쿠아마린은 녹주석이라고 하는 베릴의 한 종류로, 라틴어로 ‘아쿠아 마리나’, 즉 ‘해수’, ‘바닷물’을 뜻한다. 베릴에는 아쿠아마린 말고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색 보석인 에메랄드가 속해있다. 베릴(Beryl)이라는 이름에도 그리스어로 ‘소중한 청록색의 바닷물 돌(precious blue-green color-of-sea-water stone)’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정도로, 아쿠아마린과 에메랄드는 물빛에 가까운 보석이다.
 

flickr(greyloch)
flickr(greyloch)

아쿠아마린은 ‘물빛’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다양한 유래가 전해진다. 신화 속에서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인어들에게 선물로 준 보석이 아쿠아마린인데, 그 보석이 바다에 빠져서 청색으로 물들였다고 하며, 인어가 흘린 눈물이 굳어진 결정체라는 이야기도 있다. 때문에 약해 보일 수 있지만, 모스 경도 7.5로 단단한 편이다.

채굴되는 지역이나 색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최고 품질의 아쿠아마린이 채굴되는 곳은 브라질 산타마리아 광산으로, 이곳의 이름을 따서 ‘산타마리아’라고 부르는데, 현재는 고갈되어 채굴이 중단됐다고 한다.

영영사전에는 ‘마다가스카르 아쿠아마린’이라는 명사가 있을 정도로, 마다가스카르도 주요 생산국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스리랑카, 미국, 콜롬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등의 광산에서도 발견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청양군이 주요 산지라고 전해진다.
 

pixabay
pixabay

짙은 청색을 띠는 아쿠아마린은 ‘마쉬쉬(maxixe)’, 노란빛이 살짝 섞인 녹황색은 ‘크리솔라이트 아쿠아마린(chrysolite aquamarine)’이라고도 한다.

어느 보석이나 마찬가지지만, 고품질의 아쿠아마린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전해지는 정보를 보면, 가장 큰 아쿠아마린 원석은 1910년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무게는 110kg에 달하며 길이는 48.5cm라고 한다. 보석으로 다듬어진 것 중 가장 큰 조각은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서 소장한 ‘돔 페드로 아쿠아마린’이다.


뱃사람들이 꼭 지녔던 부적

바다와 연관된 보석이기 때문인지 아쿠아마린은 항해를 했던 뱃사람들에게 더욱 귀한 보석이었다고 한다. 전해지는 여러 속설에 따르면, 고대 로마인들은 바다색을 닮은 아쿠아마린에 바다의 힘이 깃들었다고 믿어 수호 부적으로 들고 다녔다고 한다.
 

아쿠아마린 원석 / flickr(Stephanie Clifford)
아쿠아마린 원석 / flickr(Stephanie Clifford)

아쿠아마린도 여느 보석처럼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여행길에 생기는 위험으로 보호해주며, 보석에서 전해지는 에너지가 전해질 것으로 여겼다. 바닷물과 같은 투명한 하늘색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바닷물에 담그면 녹아 없어진다’, ‘아쿠아마린을 담근 물에 눈을 씻으면 낫는다’, ‘그 물을 마시면 딸꾹질이 멈춘다’는 속설도 있다고 한다.


영원한 젊음의 상징, 하르모니아의 목걸이

결혼하면 보석 중의 보석인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결혼할 때 아쿠아마린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결혼 19주년을 기념할 때 선물한다고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룬 동화책 내서니엘 호손의 ‘Tanglewood Tales’ 속 삽화. 버지니아 프란시스 스테렛이 그린 하르모니아 (1921) / 위키미디어
내서니엘 호손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동화책 ‘Tanglewood Tales’ 속 삽화. 버지니아 프란시스 스테렛이 그린 하르모니아 (1921) / 위키미디어

아쿠아마린이 ‘젊음’과 ‘행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관 지어 보면, ‘하르모니아의 목걸이’가 떠오른다. 이 목걸이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딸 하르모니아가 결혼할 때,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것으로, 이 목걸이를 한 사람은 젊음과 아름다움이 영원토록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목걸이의 정확한 형태는 전해지지 않으나, 두 마리의 뱀이 입을 벌린 모양으로 어우러져 잠겨지는 형태의 황금 목걸이이며, 일곱 가지 빛이 나는 다양한 보석으로 장식되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결혼할 때 아쿠아마린을 선물했다는 것을 보면, 장식된 보석 중 하나에도 아쿠아마린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와 관련된 내용을 그린 그리스 항아리 / 위키미디어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와 관련된 내용을 그린 그리스 항아리 / 위키미디어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는 손재주가 뛰어난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이니 아름다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자신의 아내인 아프로디테와 전쟁의 신 아레스와의 불륜으로 태어난 하르모니아에게 선물한 것이기에 ‘저주’를 담았다고도 전해진다. 이 목걸이가 대대로 전해지면서 후손들에게 잔혹한 일이 일어나면서 모두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와 관련된 내용을 그린 그리스 항아리 / 위키미디어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와 관련된 내용을 그린 그리스 항아리 / 위키미디어

하르모니아의 딸 세멜레는 제우스와 밀애를 나누는 사이였는데, 제우스에게 본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번개에 타 죽었으며,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인 줄도 모르고, 목걸이를 통해 젊음을 유지했던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졌고, 결국 스스로 눈을 찔렀다. 어머니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듯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는 젊음과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불행을 주는 의미로 지금까지 전해진다.


루이제 왕비가 사랑하던 아쿠아마린

아쿠아마린은 밤에 더욱 빛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귀족과 왕족들에게 인기가 많은 보석이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아쿠아마린을 가장 사랑했다고 알려진 왕족이 있으니, 프로이센의 루이제 왕비다.
 

요제프 그라시가 그린 루이제 왕비(1802) / 위키미디어
요제프 그라시가 그린 루이제 왕비(1802) / 위키미디어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의 부인이었던 루이제 왕비는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지만, 유창한 언어와 풍부한 학식을 자랑할 정도로 곧게 성장했다고 한다. 프로이센의 황태자였던 빌헬름 3세와 결혼한 후, 프로이센에 도착한 그녀에게 시민들이 성대히 환영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품격 있는 인물이었는지 짐작게 한다. 프로이센 작가였던 프리드리히 푸퀘는 “천사 같은 공주의 등장은 고귀한 영광으로 번진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런 그녀가 왕비가 되었을 때는 대중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나폴레옹을 만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와 루이제 왕비 (1807) / 위키미디어
나폴레옹을 만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와 루이제 왕비 (1807) / 위키미디어

루이제 왕비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했는데,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목걸이를 착용한 것이 유행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부분을 보면, 그녀가 아쿠아마린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하던 나라, 프로이센은 오래가지 못했다. 1806년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 예나 전투를 벌이던 중 패하면서 영토를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프로이센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빌헬름 3세와 함께 나폴레옹을 만났는데, 이것이 틸지트 조약이다.

그림 속에서 루이제 왕비가 하고 있는 귀걸이가 잘 보이지는 않으나, 아쿠아마린이 크게 달린 리본 모양의 귀걸이라고 한다. 나라를 잃었지만, 좋아하는 장신구를 착용해 당당해 보이고 싶었던 왕비의 굳건함이 느껴진다.


고흐가 담았던 하늘빛 밤의 풍경

아쿠아마린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아쿠아마린의 하늘빛이 아름답게 쓰인 명화가 있다.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인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빈센트 반 고흐 / 위키미디어
빈센트 반 고흐 / 위키미디어

고흐가 프랑스 아를 지역에서 머물렀던 때, 론강의 둑에 앉아서 그렸던 작품이다. 그림은 말 그대로 밤의 풍경을 그대로 묘사했지만, 사실적이면서도 고흐만의 투박한 표현기법 때문인지 추상화 같은 느낌도 난다. 작품의 이름처럼 하늘에 비친 별빛과 강물에 비친 불빛이 퍼진 잔상이 밝게 빛난다. 그 강가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연인의 모습도 감성적으로 어우러진다. 하늘 정 가운데 빛나는 북두칠성을 강조한 것도 독특하다.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 위키미디어
빈센트 반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 위키미디어

특히, 밤하늘이지만, 푸른 바다 빛처럼 표현한 것도 매력적이다. 이 그림이 왜 아쿠아마린과 연관되어 있는지 주목할 부분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자주 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888년 그림을 그린 당시인 9월 28일 보낸 편지에서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30호 캔버스에 그린 스케치를 보낸다. 가로등 아래 밤에 그려진 별이 빛나는 하늘이다.
아쿠아마린의 하늘에, 강은 로얄 블루, 땅은 연보라색이다.
마을은 바랑과 보라색으로 그렸다. (중략) 아쿠아마린 하늘에는
반짝이는 녹색과 핑크색으로 큰곰자리를 그렸는데 가로등의 금색과 대조를 이룬다”

편지 속에서 하늘을 아쿠아마린 색으로 그렸다고 설명한 부분을 보면, 아쿠아마린이라는 보석의 색이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다를 닮은 보석이지만, 그 색이 하늘과도 닮아있다는 것을 그 옛날 사람들도 느꼈던 것이다.


‘아쿠아마린’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다. 인어 ‘아쿠아마린’이 억지로 결혼시키려는 아버지를 피해 육지로 올라와 남녀만의 사랑이 아닌, 진정한 우정도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아쿠아마린은 자신감도 넘치는 인물이며, 자신을 인어가 아닌 친구로 받아들인 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3월의 탄생석인 아쿠아마린도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봄의 기운과 바다의 기운을 담은 아쿠아마린을 보고만 있어도 활기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