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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7월 루비(Ruby), 붉은색이 상징하는 사랑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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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7월 루비(Ruby), 붉은색이 상징하는 사랑과 평화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7.22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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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빨간색은 흔히 정열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색이다. 피처럼 끓어오르는 무언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에메랄드와 함께 4대 보석으로 일컫는 루비도 빨간색이다. 이것이 담고 있는 의미도 ‘사랑’과 ‘평화’다.

붉은색의 보석이라 가넷과 헷갈릴 수 있지만, 가넷은 검붉은색에 가까우며, 루비는 맑은 붉은색 자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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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만큼 강한 붉은 보석

라틴어로 붉은색을 뜻하는 ‘ruber’에서 따온 이름인 루비는 ‘홍옥(紅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붉고 투명한 외관상인 특징 때문에 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루비는 광물 경도를 나타내는 모스 척도에서 9의 경도를 가지고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단단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굉장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강한 보석인 다이아몬드의 모스 경도가 10인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flickr (MAURO CATEB)
flickr (MAURO CATEB)

이렇게 붉은색을 나타내는 이유는 루비를 구성하고 있는 알루미늄 산화물에 크롬이 함유되면서 나타나는 화학 작용 때문이다. 크롬이 얼마나 함유되느냐에 따라 붉은색 또는 핑크색을 나타내는 핑크 루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를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워서 간혹 핑크 사파이어를 루비라고 부르는 경우가 생기지만, 대부분 루비는 빨간색이며 다른 색의 보석은 사파이어로 칭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루비가 가장 많이 생산되던 곳은 미얀마였지만, 최근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루비가 발견되며, 파키스탄 카슈미르에서는 방대한 루비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가치는 약 5억 달러라고 한다.

이 외에도 인도,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네팔 등이 채굴되는 나라다. 생산지가 루비의 가치를 구분 짓는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라고 한다.
 

내포물이 포함된 천연 루비 / 위키미디어(Humanfeather)
내포물이 포함된 천연 루비 / 위키미디어(Humanfeather)

루비의 등급을 매길 때는 색상, 컷, 투명도, 무게 등을 뜻하는 4C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색상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루비는 붉은색으로 정의하며, 다른 색은 사파이어로 부른다. 물론 인조로 만들어진 것이나 천연 루비 중에서 핑크색이나 보라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맑고 붉게 빛나는 루비는 비둘기의 피를 뜻하는 ‘피죤 블러드(pigeon blood)’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포물이 많은 루비는 투명도도 중요한데, 가장 투명도가 높은 루비에는 ‘아이 클린(eye-clean)’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내포물은 ‘실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루비에 빛을 비췄을 때 외관을 더욱 밝게 보이도록 한다.

빛이 가진 열이 실크를 분해하면서 빛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비에 열처리를 가했는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실크라는 내포물이다.


남다른 유명세를 가진 루비

루비라고 다 같은 루비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만큼 품질이 뛰어나거나, 크기가 큰 루비, 유명인이 소유했던 루비 등 유명세를 가진 루비가 많다.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카르멘 루시아 루비 / 위키미디어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카르멘 루시아 루비 / 위키미디어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사업가인 피터 벅은 그가 가지고 있는 보석 컬렉션 중에 23.1캐럿에 해당하는 카르멘 루시아 루비를 기증했다.

이 루비는 미얀마 모곡 지역에서 1930년대 채굴된 것으로, 피터 벅이 자신의 아내인 카르멘 루시아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버마 루비라고도 부른다. 투명도는 물론, 높은 채도의 붉은색을 띠고 있다. 박물관 큐레이터는 제프리 포스트는 카르멘 루시아 루비를 두고 “이곳에 있었던 20년 동안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유의 종 / pixabay
자유의 종 / pixabay

1950년대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루비에 자유의 종을 조각해 만든 ‘자유의 종 루비’는 세계에서 채굴된 것 중 가장 큰 조각이었다. 1976년 조각가 알폰소 데 비반코에 의해 자유의 종 미니어처로 조각된 이 루비는 무게는 4파운드이며, 50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가치는 적게는 2백만 달러부터 440만 달러까지 어마어마했다.

그러던 2011년, 강도 사건으로 인해 도난당했고,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포상금 1만 달러가 책정되기도 했다. 2014년 강도 4명이 붙잡혔지만, 자유의 종 루비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로저 리브스 루비 / 위키미디어 (thisisbossi)
로저 리브스 루비 / 위키미디어 (thisisbossi)

‘로저 리브스 루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루비 중 하나다. 스타루비란 스타 효과가 나는 루비인데, 보석에 강한 빛을 비추었을 때, 4개 혹은 6개의 선이 나타나는데 이 모양이 꼭 별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보통의 루비와 다르게 보라색 빛을 띠는데, 스타 효과가 선명하고 투명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이 보석을 소유했던 미국 광고의 개척자인 로저 리브스의 이름이 붙었는데, 스리랑카에서 발견된 이 루비는 무려 138.7캐럿에 27.74g이다. 로저 리브스는 1965년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기증했다.
 

2011년 12월 13일 크리스티스 경매에 나온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 중 루비 주얼리 / 크리스티스 홈페이지 캡처
2011년 12월 13일 크리스티스 경매에 나온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 중 루비 주얼리 / 크리스티스 홈페이지 캡처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 중 루비 반지 / 크리스티스 홈페이지 캡처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 중 루비 반지 / 크리스티스 홈페이지 캡처

특별히 루비가 유명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유했던 주얼리 컬렉션 중에는 여러 개의 루비 주얼리가 있었다. 2011년 12월 크리스티스 경매에 나왔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은 총 1억 1,593만 2,000달러에 판매됐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334억 원에 달한다. 그중에서 그녀가 끼고 있던 루비 반지는 422만 6,500달러에 낙찰됐다. 한화로 약 49억 원이다.
 

그녀의 책 ‘My Love Affair with Jewelry’ / 엘리자베스 테일러 공식 홈페이지
그녀의 책 ‘My Love Affair with Jewelry’ / 엘리자베스 테일러 공식 홈페이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배우이자 사업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보석에도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을 만큼 보석을 사랑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컬렉션 중 하나를 수집하고 있었으며, 2002년에는 그녀가 보석에 관해 쓴 책인 ‘My Love Affair with Jewelry’가 출판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라갈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보석이 어떤 것인지,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어떤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감상하거나 보관만 하지 않고 직접 착용하기도 했다.
 

보석을 착용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 위키미디어, 엘리자베스 테일러 공식 홈페이지
다양한 보석을 착용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 위키미디어, 엘리자베스 테일러 공식 홈페이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자신의 사후에 크리스티스를 통해 경매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으며, 그래서 2011년 그녀의 컬렉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매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보석 판매로 세계 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그녀가 생전 했던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보석을 소중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보석의 중요성은 감정적, 심리적이며, 이 아름다운 작품이 나에게 준 기쁨과 설렘, 순수한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중략)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그것들(보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중략) 새로운 사람이 나만큼 보석을 사랑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아름다움은 정말 드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러한 관심과 존경으로 대우받아야 합니다. (중략) 내 보석을 트로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들을 돌보고 사랑하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성경에도 등장한 루비

루비에 오랜 역사가 있다는 것은 ‘성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구약성경에서는 모세의 형인 아론이 목에 걸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공동번역 성서 기준으로, 욥기와 이사야서에도 등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천주교 추기경 보석에도 사파이어, 에메랄드, 자수정, 다이아몬드와 함께 루비가 포함되기도 한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자수정, 다이아몬드를 추기경 보석이라고 한다 / pixabay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자수정, 다이아몬드를 추기경 보석이라고 한다 / pixabay

욥기에서는 ‘오빌의 금 따위는 내놓지도 못하고 값진 루비나 사파이어도 그 곁에 둘 수 없네’ 또는 ‘지혜는 오빌의 금으로도 살 수 없네, 루비나 사파이어로도 그 값을 치를 수 없다’, 이사야서에서는 ‘루비로 요새의 뾰족 탑을 만들고 수정으로 성문들을 만들며 성 둘레를 보석으로 쌓으리라’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만큼 루비가 귀한 보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루비 펜던트 / 위키미디어 (Danieliness)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루비 펜던트 / 위키미디어 (Danieliness)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루비를 부적처럼 몸에 지녔다고 한다. 행운이나 부와 건강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문명 발생지 중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지역, 고대 인도에서 그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힌두교에서 태양을 나타내는 수리야 / 위키미디어
힌두교에서 태양을 나타내는 천상의 신 수리야 / 위키미디어

또한, 힌두교에서는 점성술을 할 때 루비를 ‘태양의 암석’이라고 여겼다. 여기서 태양은 힌두교 아홉 천체의 지도자이자 천상의 신인 ‘수리야’를 나타내는데, 루비를 숭배하고 착용하면, 태양이 그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루비의 붉은색처럼 수리야 역시 붉은색 이미지가 가득하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의 루비 구두

루비가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동화도 마찬가지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인 도로시는 빨간색 마법 구두를 신고 있다. 굽을 세 번 부딪혀 집으로 돌아가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원작에서 처음에는 은으로 만든 것이었지만, 나중에 루비로 바뀌었다고 한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루비 구두를 신고 있다 / 네이버 영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가 루비 구두를 신고 있다 / 네이버 영화

1939년 만들어진 영화에서도 루비 구두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루비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주디 갈랜드가 신었던 이 구두는 MGM의 수석 의상 디자이너인 아드리안(Adrian)이 디자인했다고 한다.

원래는 하얀색 펌프스였던 구두를 빨간색으로 염색했으며, 루비 느낌을 주기 위해 버건디의 오간자를 구두에 꿰매고, 빨간 구슬과 2,300개의 빨간 스팽글을 사용해 신발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여기에 빨간 가죽 리본을 추가해 완성했으며, 촬영을 위해 6~7켤레 정도를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사진으로 봐도, 루비의 붉은색을 무척이나 닮아있다. 동화 속에서는 진짜 루비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한 보석이니, 구두 굽을 부딪쳐도 튼튼했을지도 모른다. 작가인 프랭크 바움도 그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행운의 의미도 있다고 하니, 도로시에게 루비 구두는 제격인 듯하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 중인 루비 구두 / flickr (Tim Evanson)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 중인 루비 구두 / flickr (Tim Evanson)

동화 속 신비한 루비 구두는 실제로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촬영이 끝나고 주디 갈랜드가 신었던 루비 구두는 미네소타주 주디 갈랜드 박물관에 전시되었는데, 2005년 도난당했다고 한다. 유리장에 전시 중이었던 구두를 야구 방망이로 깨고 훔친 것이다. 어이없이 도난당한 루비 구두의 당시 가치는 100만 달러, 지금 환율로 한화 약 11억 5천만 원이다.

도난당하고 13년이 지난 후, 2018년 오랜 수사 끝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구두를 찾았다고 밝혔다. 범인이 남긴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수사가 오래 걸린 것이다.

여러 켤레의 루비 구두 중 현재 남아있는 것은 4켤레라고 한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개인소장, 도난당했던 구두와 여분의 구두 하나다. 남은 한 켤레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구매해 올해 9월 개관할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별을 닮은 아스트란티아 ‘루비 클라우드’

식물 중에도 ‘루비’라는 이름을 가진 것이 있으니 아스트란티아라는 꽃의 품종 중 하나인 ‘루비 클라우드’다. 붉은색의 루비 클라우드 말고도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 다양한데, 각각의 이름 또한 다르다.
 

아스트란티아 품종 중 하나인 루비 클라우드 / flickr (F. D. Richards)
아스트란티아 품종 중 하나인 루비 클라우드 / flickr (F. D. Richards)

루비 클라우드는 녹색 또는 분홍빛이 도는 꽃잎 여러 개가 별처럼 피어 있으며, 그 위에 붉은 꽃대를 가진 작은 꽃이 여러 개 피어있는 형태다. 늦은 봄부터 초여름에 핀다. 아무래도 꽃이 루비처럼 붉은색을 갖고 있어서 붙은 이름 같다.
 

아스트란티아 품종 중 하나인 루비 클라우드 / flickr (F. D. Richards)
아스트란티아 품종 중 하나인 루비 클라우드 / flickr (F. D. Richards)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꽃으로 남부 유럽이 원산지이며, 코카서스, 아나톨리아 등에도 서식한다고 한다. 피레네산맥, 발칸산맥 등 산치 초원과 숲, 공터, 해발 100~2,300m의 석회질 토양이 있는 개울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귀부인 장신구에서 빠질 수 없는 루비

루비가 4대 보석 중의 하나인 만큼, 과거에도 그 가치가 높았던 듯하다. 귀부인들의 초상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 보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 있다.
 

알폰스 무하, 보석 : 루비 (1900) / filckr (Art Gallery ErgsArt - by ErgSap)
알폰스 무하, 보석 : 루비 (1900) / filckr (Art Gallery ErgsArt - by ErgSap)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던 아르누보의 대표적인 화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 ‘보석’ 중에 마지막으로 볼 ‘루비’다. 자수정, 에메랄드, 토파즈 등 보석을 여성으로 형상화한 작품인데, 루비도 그중에 하나다. 작품 속 여인은 무언가 내려다보는 듯, 거만하면서도 우아해 보인다. 마치 루비 목걸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오른손으로 들고 있다. 여인이 앉아있는 의자도 루비로 장식된 듯 보인다. 전체적으로 붉은 분위기가 여성의 당당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샐비어 / 위키미디어 (André Karwath aka Aka)
샐비어 / 위키미디어 (André Karwath aka Aka)

무하의 ‘보석’ 시리즈에는 여인과 함께 꽃이 등장하는데, 루비 속 꽃은 ‘샐비어’와 닮아있다. 샐비어는 흔히 ‘사루비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샐비어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깨와 닮았다 해서 깨꽃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쉽게 볼 수 없지만, 부모님 세대가 학창 시절에 꽃을 따서 꿀을 빨아 먹던 추억이 담긴 꽃이기도 하다. 6~10월, 여름부터 가을까지 핀다고 하니, 7월 탄생석인 루비와 잘 어울린다.
 

장 오귀스트 앵그르, 마담 드 세논의 초상 (1814) / 위키미디어
장 오귀스트 앵그르, 마담 드 세논의 초상 (1814) / 위키미디어

초상화 하면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를 빼놓을 수 없다. 여성의 나체화나 초상화,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을 주로 그린 그의 작품에도 루비 장신구를 착용한 귀부인들이 등장한다.

‘마담 드 세논의 초상’ 속 세논 부인은 기품있어 보인다. 치아가 보이며 살며시 짓고 있는 미소도 매력적이다. 머리 장식부터, 귀걸이, 반지, 목걸이까지 다양한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는데, 모두 붉은색이다. 실제로 세논 부인이 착용한 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벨벳 드레스와의 색깔 맞춤이 돋보인다.

머리는 티아라처럼 보이는 화려한 장신구로 틀어 올렸는데, 보석이 박힌 빗 형태의 머리 장식이라고 한다. 빨간색 루비처럼 보이는 보석이 눈에 띄는데, 세논 부인 뒤 거울에 비친 뒷모습으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귀에도 빨간색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귀걸이가 하얀 피부의 세논 부인과 잘 어울린다.

목부터 길게 내려오는 목걸이에도 붉은색 보석으로 장식된 펜던트가 있으며, 드레스에 붙은 브로치도 붉은색이다. 손에도 붉은색 보석이 하나씩 박힌 반지가 많은데, 모두 다 루비로 볼 수는 없지만, 유색 보석을 많이 가진 부유한 여성임을 추측할 수 있다.
 

장 오귀스트 앵그르, 터키탕 (1862) / 위키미디어
장 오귀스트 앵그르, 터키탕 (1862) / 위키미디어

앵그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터키탕’은 나체화와 여성들의 은밀한 공간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의 욕망이 캔버스에 펼쳐졌다고 볼 수 있다. 금지된 것에 대한 궁금증이 이 같은 나체화로 남은 것이다.

여성 목욕탕을 실제로 갈 수 없었던 앵그르는 1805년 영국대사 부인이 쓴 ‘몬태규 부인의 서간집’에 묘사된 목욕탕의 모습을 보고 그렸다고 한다. 서간집에 묘사된 목욕탕 안에는 200여 명의 여인이 있으며, 내부에는 호화로운 소파와 직물이 있었다고 한다. 목욕을 위한 공간이 아닌, 나체이지만 여성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봐도 우리가 보통 경험하는 목욕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장신구를 착용한 채 소파에 기대어 널브러진 여성도 있는가 하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장 오귀스트 앵그르, 터키탕 (1862) 확대 부분 / 위키미디어
장 오귀스트 앵그르, 터키탕 (1862) 확대 부분 / 위키미디어

목욕하러 왔다기보다는, 여성들끼리 친목 도모를 하는 듯하다. 그림 오른쪽을 보면 한 여성의 모습이 눈에 띈다. 다른 여성들도 귀걸이나 목걸이 등을 하고 있는데, 이 여성은 팔찌부터 목걸이, 귀걸이, 머리 장식까지 하고 있다. 그 중 목걸이의 장식이 유난히 붉은 것으로 보아, 루비로 보여진다.

표정은 매우 고혹적이면서도 나른해 보인다. 귀부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장신구를 보면, 부유한 귀족임을 알 수 있다.
 

장 오귀스트 앵그르, 로스차일드 남작의 초상 (1848) / 위키미디어
장 오귀스트 앵그르, 로스차일드 남작의 초상 (1848) / 위키미디어

‘로스차일드 남작의 초상’에서 루비 주얼리의 선명함이 드러난다. 그녀의 오른팔을 보면, 진주로 장식된 팔찌가 보이는데, 큰 루비 펜던트가 달려있다. 그림이지만, 루비의 투명함과 붉은빛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투명할수록 고가의 루비인 것으로 보아, 부유한 집안의 부인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림 속 주인공인 로스차일드 남작은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살롱니에르였다. ‘살롱니에르(salonnière)’란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주최하는 이들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지식을 공유하는 모임을 운영하는 모임의 장이었다고 보면 된다.

‘살롱’이라고 하면 미용실을 떠올리는데, 이 모임이 미용실에서 주로 열렸기 때문이다. 살롱니에르였던 여인들을 보면, 황태자비, 금융가의 부인, 철학자의 부인, 장군의 부인 등 다양한 계층이 많았다.

베티 본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을 가진 로스차일드 남작은 피아노의 시인인 쇼팽을 가족의 피아노 교사로 고용했고, 자신의 초상화를 장 오귀스트 앵그르에게 부탁하는 등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뒷받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 오귀스트 앵그르, 그랑드 오달리스크 (1814) / 위키미디어
장 오귀스트 앵그르, 그랑드 오달리스크 (1814) / 위키미디어

마지막 작품인 ‘그랑드 오달리스크’는 한 여인의 나체를 그려냈다. 오달리스크란 왕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궁녀들을 지칭하는 말로, 터키 왕실에 있었던 문화 일부다. 어떻게 보면 퇴폐적인 모습이지만, 앵그르는 여인의 나체에만 집중한 듯하다.

그림 속 여인은 호화로운 침실에 누워있다. 비단처럼 보이는 침대 커튼과 허리띠처럼 보이는 장신구, 손에 쥔 공작 깃털 부채, 담배 파이프 등이 오달리스크 중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음을 표현한다.

그녀의 머리와 침대 위 허리띠 장식에는 붉은색 보석이 박혀있는데, 이것이 모두 루비라고 한다. 루비 장신구를 할 정도면 왕의 총애가 얼마나 뛰어난 것일까 궁금해진다. 마치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쳐다보는 듯, 매혹적인 표정과 붉은 입술이 ‘요부’처럼 보이기도 하다.

7월의 탄생석인 루비의 의미가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루비는 ‘사랑’과 ‘평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장신구로 사용된 모습에서 ‘정열’과 ‘힘’이 느껴졌기 때문에. 붉은색이 가진 힘이 아닐까.

비슷한 색의 가넷도 왕실에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점과 연결 지어 보면, 루비 장신구를 하는 초상화 속 여인들도 단순히 루비가 아름다워서 착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잠재된 자신의 힘을 보석을 빌려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까. 루비의 강인함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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