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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1월 가넷(Garnet), 석류를 닮은 붉은빛 진실과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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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1월 가넷(Garnet), 석류를 닮은 붉은빛 진실과 우정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1.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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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금도끼 은도끼’, ‘양치기 소년’, ‘피노키오’, ‘혹부리 영감’.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우리는 진실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규칙으로 여기고 자라게 된다. 그런 진실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면, 붉은빛의 보석인 ‘가넷’이 적당하지 않을까.
 

1월의 탄생석, 가넷(석류석) / pixabay
1월의 탄생석, 가넷(석류석) / pixabay

1월의 탄생석인 가넷은 ‘석류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닮아있다. 알알이 박힌 석류처럼 검붉은 색깔과 ‘진실’, ‘우정’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석류가 여성 건강에 좋은 과일인 것처럼 건강에 도움을 주는 보석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사용

가넷은 역사가 오래된 보석 중 하나다. 발견된 보석의 잔해가 청동기 시대부터 사용되었음을 알게 해주며, 기원전 3100년에는 이집트에서 상감기법으로 공예작품을 만들 때 가넷을 사용했다고도 한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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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을 살펴보면, 보석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다. 14세기 중세 영어 단어인 gernet에서 유래했는데 그 뜻은 ‘진한 빨간색’, ‘어두운 빨간색’, ‘검은 빨간색’이다. 실제로 가장 흔히 발견되고 알려진 가넷의 색은 검붉은색이다. 또 다른 유래로는 라틴어 ‘granatum’, ‘granum’, 프랑스어 ‘granate’ 등도 있는데, ‘곡물’, ‘씨앗’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넷이 석류의 붉은 씨앗과 비슷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넷은 내구성이 뛰어난데, 모스 경도가 6.0~7.5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다이아몬드가 10인 것을 보면 어느 정도로 단단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청동기 시대부터 연마재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가넷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다 / 위키미디어
가넷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다 / 위키미디어

가넷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는데, 주로 체코, 그리스, 러시아,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스리랑카,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에서 생산된다.


흔한 붉은색부터 희귀한 오렌지까지

가넷은 붉은색으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름 또한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기온 변화에는 약해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파이로프 가넷 / flickr
파이로프 가넷 / flickr

붉은색 계열 가넷에는 파이로프(Pyrope), 앨먼다이트(Almandite) 또는 알만딘(Almandine), 로돌라이트(Rhodolite) 등이 있다.

파이로프 가넷은 ‘불꽃 같은’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pyrōpós’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어두운 붉은색을 띠고 있어, 간혹 루비와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생산되는 파이로프 가넷에는 ‘콜로라도 루비’, ‘애리조나 루비’, ‘캘리포니아 루비’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앨먼다이트, 알만딘 / flickr, 위키미디어
앨먼다이트, 알만딘 / flickr, 위키미디어

앨먼다이트는 ‘살아있는 석탄’이라는 뜻의 라틴어 ‘카번클(carbuncle)’에서 유래했다. 파이로프 가넷처럼 붉고 투명한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흔하다. 스리랑카에서 주로 발견되며, 바이올렛처럼 보라색을 띠는 경우가 있어 고대 미얀마의 마을 이름에서 따온 ‘시리암 가넷(Syriam garnet)’이라고도 부른다. 원석으로도 이용되지만, 거친 재질의 앨먼다이트는 분쇄해 연마제로 사용된다.
 

희귀하고 비싼 스페서타이트 / 위키미디어, flickr
희귀하고 비싼 스페서타이트 / 위키미디어, flickr

주황빛의 스페서타이트(Spessartite)는 만다린 가넷이라고도 하는데,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산맥 ‘슈페사르트(Spessart)’에서 유래했다. 스페서타이트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주로 발견되며, 가넷 중에서도 가장 희귀하고 값비싼 보석이라고 한다.
 

차보나이트 / flickr
차보라이트 / flickr

이 외에도 녹색 계열의 차보라이트(Tsavorite), 우바로바이트(Uvarovite), 앤드라다이트(Andradite)와 파란색이나 무색의 가넷도 발견된다고 한다.

차보라이트는 1967년 영국의 지질학자 캠벨 브리지스가 탄자니아에서 발견했다. 그가 처음 발견한 차보라이트 표본은 색이 짙고 높은 투명도를 자랑했다고 한다. 1971년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광물 채굴 허가를 받고 알리기 시작했는데, 1974년 티파니앤코가 차보라이트에 대해 알리기 전까지는 광물 전문가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

차보라이트라는 이름은 케냐의 동차보 국립공원(Tsavo East National Park)과 원석 광산 분쟁으로 인해 살해된 브리지스를 기리기 위해 티파니앤코의 사장인 헨리 플렛이 제안했다고 한다.
 

우바로나이트 / 위키미디어
우바로바이트 / 위키미디어

우바로바이트는 러시아의 정치가이자 광물 수집가였던 세르게이 우바노프의 이름에서 따왔다. 차보라이트와 비슷하면서도, 에메랄드 색상을 가진 희귀한 가넷 종류에 속한다.

어두운 녹색 계열의 앤드라나이트도 브라질의 정치가이자 교수인 호세 보니파시오 데 안드라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광물학에 관심이 많은 자연주의자이기도 했던 안드라다는 유럽과 브라질을 오가며, 4개의 새로운 광물을 발견했는데 그중 하나가 앤드라나이트다.


왕관을 장식했던 보석

가넷은 3~4세기에 걸쳐 로마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보석 중 하나였다. 고대 로마에서는 인장 반지로 사용되는가 하면, 귀족들도 가넷을 선호했다. 가넷에는 진실, 우정 외에도 충성, 성공과 권력이라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왕권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왕관에도 가넷이 포함되기도 했다.
 

1837년 즉위식 당시의 빅토리아 여왕, 40세의 빅토리아 여왕 초상화 / 위키미디어
1837년 즉위식 당시의 빅토리아 여왕, 40세의 빅토리아 여왕 초상화 / 위키미디어

아직도 왕실이 존재하는 영국에는 대관식에 쓰는 왕관이 2가지가 있는데, 여기에 모두 가넷이 쓰였다.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과 세인트 에드워드 크라운이다. 이 왕관들은 주로 대관식에서 직접 착용하거나 상징적인 유물로 등장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빅토리아 시대’라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를 보면,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쓰고 있다.
 

1838년 빅토리아 여왕이 썼던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 위키미디어
1838년 빅토리아 여왕이 썼던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 위키미디어

15세기부터 기본 형태는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형됐는데, 1838년 빅토리아 여왕이 썼던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이 지금 전해지는 왕관의 기본 형태라고 한다. 이때 왕관의 무게는 1.2kg으로,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 1363개, 로즈컷 다이아몬드 1273개, 테이블컷 다이아몬드 147개와 진주 277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4개로 구성됐다.

왕관의 가장 중앙에 있는 빨간색 보석은 ‘흑왕자의 루비’라고 불리는 스피넬로, 1845년 빅토리아 여왕이 참석했던 국회 개회식에서 왕관을 들고 있던 아가일 공작이 떨어뜨리면서 부서졌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부서진 스피넬을 보고 푸딩처럼 뭉개져 있었다고 일기에 쓴 것으로 전해진다.
 

1937년 복원된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 위키미디어
1937년 복원된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 위키미디어

1937년 복원된 현재의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은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도 붉은 계열의 가넷인 로돌라이트, 앨먼다이트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료는 찾을 수 없지만,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가넷이 인기를 얻어 왕실에서 사용하는 물건 일부분에 사용되었다고도 전해진다.
 

세인트 에드워드 크라운 / 위키미디어(Sgt Rupert Frere RLC / MOD)
세인트 에드워드 크라운 / 위키미디어(Sgt Rupert Frere RLC / MOD)

세인트 에드워드 크라운 역시 영국 국왕이 대관식을 할 때 사용되던 왕관으로 13세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왕관은 1661년 찰스 2세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무게가 2.23kg에 달한다.

1689년 이후 200년 넘게 사용되지 않다가, 1911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으며, 영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사용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쿠아마린, 토파즈, 토르말린, 루비, 자수정, 사파이어, 스피넬 등 444개의 보석이 세팅되었는데, 가넷은 앨먼다이트 등 2개가 쓰였다.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5세와 그가 썼던 왕관 / 위키미디어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5세와 그가 썼던 왕관 / 위키미디어

덴마크의 절대군주제를 발전시켰던 크리스티안 5세가 썼던 왕관에는 붉은색 가넷 2개와 푸른색 사파이어 2개가 중심이 됐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왕관에서 영감을 받아 1671년 만들어진 이 왕관은 총 무게는 약 2kg이며, 1849년 군주들의 통치가 끝날 때까지 국가권력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828년 얀 자코비가 그린 볼레스와프 1세와 2001~2003년 복원된 왕관 / 위키미디어
1828년 얀 자코비가 그린 볼레스와프 1세와 2001~2003년 복원된 왕관 / 위키미디어

‘용감왕’이라는 별칭이 붙는 폴란드 국왕인 볼레스와프 1세 흐로브리는 스스로 왕위에 올랐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강력한 군대와 가톨릭 종교를 토대로 영토확장을 하며 폴란드 피아스트 왕조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그가 썼던 왕관은 1046년 미에슈코 2세의 부인인 리체자 여왕이 이혼 후 독일로 가져가면서 분실되었으나 1412년 돌아왔다. 이후 성과 수도원 등 여러 번의 이동을 거쳤으나 1794년 왕실 금고가 약탈당하면서 사라졌다. 2001~2003년 복원된 이 왕관에는 루비 11개, 에메랄드, 사파이어, 가넷 88개와 여러 보석 184개, 진주 80개 등이 쓰여졌으며, 무게는 약 1.3kg이다.


건강을 지켜주는 치료제로 쓰여

보통 보석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장신구로 쓰여왔는데, 가넷은 실제 치료제로 쓰이면서 건강을 지켜주는 신비의 돌로 불리기도 했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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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치료사들은 붉은색의 가넷을 사람의 혈액과 연관 지어 상처 난 곳에 씌워 출혈을 멈추게 하거나, 열을 내리는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노란빛에 가까운 가넷은 황달을 치료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또한, 치유의 기운을 가졌다고 믿은 만큼, 전투에 참여하는 병사들에게 부적처럼 지니도록 해 역병을 막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을 지켜주라는 의미에서 선물했다고 한다.


화려한 장신구 속 가넷

진실, 우정, 성공, 건강 등의 좋은 의미를 지니는 가넷은 장신구로 많이 사용됐다. 현대에서는 우정 반지나 귀걸이 등으로 간편하게 사용하지만, 고대 유럽이나 이집트인들은 금과 가넷을 사용한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했다.
 

이집트에서 만든 머리장식. 가넷이 포함되어 있다 / flickr
이집트에서 만든 머리장식. 가넷이 포함되어 있다 / flickr

이집트 사람들은 가넷을 생명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붉은색의 로돌라이트 가넷은 사람의 피와 비슷한 색깔 때문에 악몽을 물리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가까이했던 듯하다. 사진 속 머리 장식은 기원전 220년에 만든 머리 장식으로 붉은색 가넷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형상을 담은 반지 / flickr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형상을 담은 반지 / flickr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새긴 반지로, 기원전 220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만들어졌다. 반지에는 가넷과 홍옥이라고도 하는 카닐리언이 사용됐다.
 

/ 위키미디어
세누스레트 2세의 딸 무덤에서 발견된 목걸이 / 위키미디어

이집트에서는 상감기법(칠보기법)을 사용해 장신구에 많이 썼는데, 중왕국 이집트 12왕조의 파라오였던 세누스레트 2세의 딸 무덤에서 발견된 목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원전 1880년대에 금으로 만든 목걸이에는 라파스 라줄리, 터키석, 가넷, 장석이 쓰였다. 죽은 딸이 가넷의 기운을 받아 생명을 얻고 다시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듯하다.
 

/ flickr
헤라클레스 매듭 장신구. 신랑이 신부에게 결혼 전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의미로 선물한다 / flickr

고대 로마인들도 가넷을 중요하게 생각한 만큼, 이를 사용한 장신구가 많이 등장했는데, 헤라클레스 매듭 모양의 장신구가 유행했다고 한다. 기원전 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가넷, 에메랄드, 에나멜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헤라클래스 매듭은 사랑과 결혼을 의미하는 매듭으로, 로마 여성들은 결혼 첫날밤 헤라클래스 매듭으로 중요 부분을 묶어두었는데, 이는 신랑만 풀었다고 한다. 순결의 의미를 담아 이런 장신구가 유행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 위키미디어
앵글로색슨족의 칼자루 / 위키미디어

가넷이 건강을 보호해주는 의미가 담겨있어,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지니게 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유물이다. 기원후 8세기 앵글로색슨족의 칼자루에는 가넷이 칠보기법으로 새겨져 있었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시대가 시작되고, 프랑스에서는 왕정복고 시대가 찾아온 1800년대에는 고대 로마의 화려한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마치 복고가 유행하는 요즘처럼 허리는 가늘어 보이고 치마를 부풀리는 드레스를 입고, 고딕풍의 건물이 지어졌으며, 미술계에는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포스트 인상파 등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의 풍요로운 경관을 그린 그림이나 사랑을 담은 낭만적인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
 

/ pixabay
각 보석의 앞 글자를 딴 리가드(REGARD)보석.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 / pixabay

장신구 역시 기계를 사용해 목걸이, 팔찌 등이 대량생산되면서, 고가의 보석보다는 여러 가지 유색의 준보석이 많이 쓰였다. 그중에서도 보석의 앞 글자를 따서 의미를 나타내는 장신구가 유행했는데, 가넷이 들어간 리가드(REGARD)였다.

단어 그대로 존중의 의미를 담아 루비(Ruby), 에메랄드(Emerald), 가넷(Garnet), 자수정(Amethyst), 루비(Ruby), 다이아몬드(Diamond) 순서대로 반지나 팔찌, 브로치 등에 보석을 넣었다.


화가의 아내도 가지고 있던 석류석

가넷이 사용된 왕관이나 장신구는 많지만, 그림 속에서는 가넷을 쉽게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파리와 프랑스를 오가며 많은 귀족과 여인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작품 속에서 가넷이 등장했다.

많은 여인을 그렸지만, 정작 앵그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들과는 인연이 없었던 듯하다. 자신의 그림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자, 그 충격에 파리로 돌아가지 않고, 결혼을 약속했던 화가이자 음악가인 마리안 줄리 포레스티에와도 파혼했다.

이후 초상화를 그리며 로마에서 머물다가 첫 번째 부인 메들린 채플레를 만난다. 그녀와는 만나지 않고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다가 결혼했다고 한다. 결혼생활이 행복했던 건지, 그는 아내가 죽고 나서 망연자실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앵그르의 두 번째 부인 델핀 라멜의 초상화 (1859) / 위키미디어
앵그르의 두 번째 부인 델핀 라멜의 초상화 (1859) / 위키미디어

그 후, 앵그르는 두 번째 아내를 맞이했는데 그의 나이 71세에 만났던 43세의 델핀 라멜이었다. 무려 28살의 나이 차를 극복했던 탓인지 앵그르는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파리만국박람회, 런던국제전시회 등에 작품이 출품되면서 프랑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로 명성을 떨치게 됐다.

앵그르에게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해준 어린 아내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첫 번째 부인의 초상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진귀한 보석들이 델핀 라멜의 초상화에서 등장했다.

그녀의 머리핀부터 양쪽 손목과 손가락에는 모두 가넷이 장식된 팔찌와 반지, 머리핀이 있다. 보석도 보석이지만, 그녀의 당당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나이가 많은 남편과 살아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이다. 당시의 시대상 때문에 큰 흠도 아니었을 듯하다.
 

‘마담 무아테시에’ (1851) / 위키미디어
‘마담 무아테시에’ (1851) / 위키미디어

가넷 장신구는 앵그르가 그렸던 한 여인의 다른 초상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마담 무아테시에’다. 그녀를 그리기 싫어했던 앵그르가 붓을 들게 만든 미모를 가진 무아테시에 부인의 초상화 2점 중 하나다. 이 그림은 1844년에 그려서 1851년에 완성했을 정도로 장신구의 세밀함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초상화와 다르게 고혹적으로 보인다. 사교모임에라도 가는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꾸몄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녀의 검은 드레스에는 붉은 가넷으로 만든 브로치가 있다. 왼손에 있는 금팔찌에는 헤라클래스 매듭 장식이 되어 있다. 은행가인 남편이 사랑의 징표로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앵그르는 이 초상화를 위해 그녀에게 가지고 있는 장신구를 모두 가져오라고 했으며, 어울리는 것을 골라 착용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화가 바르톨로메오 베네토 / 위키미디어
이탈리아의 화가 바르톨로메오 베네토 / 위키미디어

이탈리아의 화가 바르톨로메오 베네토는 초상화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그의 초상화는 앵그르처럼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특히나 그의 작품 중 ‘플로라’ 혹은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의 초상’은 여인의 머리카락부터 들고 있는 꽃과 옷의 주름까지 자세히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한 가닥 한 가닥 그렸을 구불구불한 머리카락과 작은 들꽃의 꽃잎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은듯하다. 그녀가 하는 장신구 중에서 목걸이를 보면, 빨간색 보석이 보이는데 이것이 가넷이라고 알려졌다.
 

바르톨로메오 베네토의 작품 ‘플로라’ 혹은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의 초상’ (1515) / 위키미디어
바르톨로메오 베네토의 작품 ‘플로라’ 혹은 ‘루크레치아 보르지아의 초상’ (1515) / 위키미디어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명확하게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귀족이었던 루크레치아 보르지아를 그렸다고 공공연히 알려졌다. 그녀는 귀족이었지만, 정치적 목적이 엮인 정략결혼을 수없이 하는 등 기구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작품에서 다뤄졌으며 베네토 역시 그녀의 초상을 그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사람들에게 붉은색의 보석 중에 아는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루비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루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은 있지만, 가넷은 그 이름보다는 ‘석류석’이라는 이름이 더 알려질 정도로, 루비에게 밀려 한 발 뒤에서 장신구를 장식하는 조연 같은 존재다.

이제, 검붉은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가넷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알게 된 이상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듯하다. 보석감별사는 아니지만, 붉은색 보석을 보게 되면 가넷인지, 루비인지 한 번쯤은 ‘진실’하게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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