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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5월 에메랄드(Emerald), 마음을 안정시키는 초록빛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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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5월 에메랄드(Emerald), 마음을 안정시키는 초록빛 행복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5.2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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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여름과 잘 어울리는 색이 있다면, 단연 녹색이다. 초록빛을 띠는 나뭇잎이 풍성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탄생석 중에도 여름을 닮은 보석이 있으니, 바로 에메랄드다.
 

flickr(MAURO CATEB)
flickr(MAURO CATEB)

‘흠 없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 흠 없는 에메랄드는 찾는 것이 더 어렵다’는 콜롬비아 속담이 있을 정도로, 에메랄드는 보석 내부에 함유물은 많지만, 왕실 보석 중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이며, ‘보석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귀한 보석이다. 진귀한 보석 중 하나이면서 행운과 행복이라는 좋은 의미도 있다.


내포물이 많은 녹색 보석

에메랄드는 ‘녹색 보석’이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smaragdos’, ‘돌의 심장’이라는 라틴어 ‘smaragdus’에서 유래했다. 유래한 이름처럼 단단함을 나타내는 모스 경도는 7.5~8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보석 내부 함유물이 많아 내구성은 약하다고 한다. 이름처럼 대부분은 초록빛을 나타내지만, 노란색과 파란색 에메랄드가 발견되기도 한다.
 

pixabay
에메랄드는 내부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듯, 내포물이 있다. 이는 곧 에메랄드의 '지문'과 같다 / pixabay

녹색의 투명함으로 반짝이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에메랄드는 수많은 내포물과 균열이 있는 보석이다. 이 내포물은 에메랄드마다 다르므로, 사람의 지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때문에 보통 다이아몬드가 확대경 등을 사용해 선명도 등급을 매긴다면, 에메랄드는 눈으로 그 등급을 결정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내포물이 없으면 결점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정도다. 균열이 없는 돌도 드물어 에메랄드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표면에 기름을 발라 처리한다.
 

에메랄드의 육각형 구조 / 위키미디어
에메랄드의 육각형 구조 / 위키미디어

에메랄드는 기원전 1500년부터 이집트, 인도, 오스트리아 등에서 채굴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긴 보석 중 하나다. 그러나 이집트 광산이 로마와 비잔틴 제국, 이슬람 정복자들에 의해 산업에 악용되자, 채굴이 중단되고 현재는 폐허만 남아있다고 한다.
 

에메랄드 주요 생산지 / 위키미디어(Aurelienreys)
에메랄드 주요 생산지 / 위키미디어(Aurelienreys)

현재 세계 최대 에메랄드 생산국은 콜롬비아다. 전 세계 생산량의 50~95%를 차지할 정도이며, 연도별, 에메랄드 등급별, 공급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콜롬비아 에메랄드’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그 품질이 뛰어나다고 한다.
 

콜롬비아 무조 광산에서 채굴된 에메랄드 원석 / 위키미디어
콜롬비아 무조 광산에서 채굴된 에메랄드 원석 / 위키미디어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에메랄드로 알려진 콜롬비아 에메랄드는 화성암이 아닌 퇴적암에서 발견되는 지구상 유일한 에메랄드다. 그 이유는 안데스산맥을 만든 지각 운동이 에메랄드의 원료가 되는 베릴륨, 크롬, 바나듐을 액체와 기체 상태로 만든다.

이 원료들은 퇴적되면서 냉각과 결정화를 거치게 되고, 퇴적암에서 나온 식염수로 불순물이 씻기면서 순수한 에메랄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짙은 녹색의 에메랄드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콜롬비아의 가장 깊은 광산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에메랄드 중 하나, 가찰라 에메랄드

콜롬비아에 있는 한 도시 가찰라 베가 드 산 후안라 광산에서 1967년 발견된 ‘가찰라 에메랄드(Gachalá Emerald)’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메랄드 중 하나다. ‘가찰라’라는 이름은 발견된 장소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고 한다.
 

가찰라 에메랄드 / 위키미디어
가찰라 에메랄드 / 위키미디어

이 보석을 발견한 여성의 이름인 ‘에밀리’를 따서 ‘에밀리아 에메랄드’라고도 불리는 가찰라 에메랄드는 무게만 858캐럿, 171.6g에 달하며, 5cm의 큰 크기를 자랑한다. 이와 관련된 깊은 역사는 없으며, 1969년 뉴욕시의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에 기증해 현재는 미국에 있다고 한다.


팬톤도 인정한 에메랄드 그린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는 색상 전문 연구 기업인 팬톤이 지난 2013년 컬러로 발표한 색이 ‘에메랄드 그린’이다. 당시 팬톤은 에메랄드가 균형과 조화를 증진하며, 통찰력을 고무시킴으로써 우리의 행복감을 더욱 높여준다고 선정이유에 대해 밝혔다.
 

2013년의 컬러 ‘에메랄드 그린’ / 팬톤 홈페이지
2013년의 컬러 ‘에메랄드 그린’ / 팬톤 홈페이지

이어 보석과 연관 있는 에메랄드는 정교하고 호화로우며, 고대부터 많은 문화와 종교에서 사용된 아름다움과 새로운 삶의 색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장, 재생, 번영의 색으로 수 세기 동안, 많은 나라에서 치유와 단결을 나타내기 위해 이 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팬톤 컬러 연구소의 리트리스 아이즈먼 전무이사는 “자연에서 가장 풍부한 색조로 인간의 눈은 스펙트럼에서 다른 어떤 색보다 더 초록색을 본다”며 “역사 전반에 걸쳐 다방면으로 에메랄드는 계속 빛나고 매혹적이다. 상징적으로 에메랄드는 명료함, 갱신, 회춘의 감각을 가져다주는데, 이것은 오늘날의 복잡한 세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강력하고 보편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 패션과 홈인테리어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힘

라떼 시절, 문구 회사 모닝글로리의 공책을 사용해본 사람들이라면 공책 표지 안쪽에 있던 ‘아이 소프트 존(eye soft zone)’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는 목적으로 녹색 내지가 있었다. 피로하면 녹색 내지를 쳐다보라는 문구와 함께.
 

로마 네로 황제의 아내 포피이아 사비나 왕비는 에메랄드로 안경을 만들어 남편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 pixabay
로마 네로 황제의 아내 포피이아 사비나 왕비는 에메랄드로 안경을 만들어 남편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 pixabay

이런 녹색의 효능 때문인지, 고대 사람들은 에메랄드가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보석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신경을 안정시켜준다고 해서 에메랄드의 녹색빛을 바라보거나 지니는 방식이다. 고대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의 아내인 포피이아 사비나 왕비는 에메랄드로 안경을 만들어 남편인 네로 황제에게 선물했다고도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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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혼령까지 진정시키는 불멸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 시신을 수습할 때 관 속에 함께 넣었다고 한다. 이때 관에 들어간 에메랄드는 시체를 썩지 않게 하는 천연 방부제로 사용되었으며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측백나무의 별명, 에메랄드 그린 트리

에메랄드는 색깔에 이어 나무 이름에도 영향을 주었다. 에메랄드 그린 트리라고도 불리는 측백나무는 이름만큼이나 색과 효능에서 에메랄드와 닮아있다.
 

측백나무의 잎과 열매 / 위키미디어
측백나무의 잎과 열매 / 위키미디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측백나무는 뾰족한 잎이 가지처럼 자라는 나무로 정원수 등으로 심어 관상용으로 사용되는 나무다. 열매와 잎의 색이 에메랄드와 닮았다.

측백나무에는 또 다른 효능이 있는데, 무덤 속에 묻힌 시신에 생기는 벌레를 죽이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왕족의 묘지에 심은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외에도 잎과 씨는 지혈, 이뇨, 자양, 진정 등에 사용된다고 하니, 심신 안정을 도와주는 에메랄드와 무척이나 비슷하다.


비너스의 상징, 고귀한 이들의 장신구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와 함께 세계 4대 보석이기도 한 에메랄드. 그 명성 때문인지 옛 초상화 속에도 에메랄드가 빠지지 않았다. 고대 로마에서도 아름다움의 여신인 비너스에게 에메랄드를 바쳤으며, 곧 에메랄드는 비너스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로렌초 로토, 비너스와 큐피드(1530) / 위키미디어
로렌초 로토, 비너스와 큐피드(1530) / 위키미디어

이탈리아 화가인 로렌초 로토의 작품 ‘비너스와 큐피트’를 보면, 비너스가 화려한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고 있는데 녹색을 띠는 보석이 바로 에메랄드다. 사랑과 미의 여신답게 결혼을 축복하듯, 신부의 베일이 연상되는 하얀 면사포를 머리에 두르고 있다.

그런 비너스 옆에는 월계수 잎으로 만든 듯한 리스를 건네받는 아들 큐피드가 있다. 월계수 잎의 꽃말은 ‘죽어도 변함없음’으로 변함없는 영원한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프랑수아 제라르, 대관식 의상을 입는 조세핀 황후(1807~1808) / 위키미디어
프랑수아 제라르, 대관식 의상을 입는 조세핀 황후(1807~1808) / 위키미디어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 1세는 자신의 아내들에게 영원한 사랑의 의미로 에메랄드를 선물했다고 한다. 첫 번째 아내였던 조세핀 황후와 두 번째 아내인 마리 루이즈 황후 모두에게 말이다. 사진 속 조세핀 황후는 대관식 의상을 입고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그 대관식 전후로 그려진 초상화가 아닐까 싶다.

나폴레옹이 스스로 왕관을 쓰고 황제가 된 후, 아내 조세핀을 황후에 앉히는 대관식 그림으로 유명한 작품에서는 알 수 없으나, 이 초상화 속 그녀의 목걸이는 초록색 에메랄드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보기만 해도 고귀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이런 남편의 사랑을 조세핀 황후도 느꼈을까. 폐렴으로 죽기 전 그녀가 외친 세 단어의 유언 중에는 나폴레옹의 성인 ‘보나파르트’가 있었다. 나폴레옹도 유배지인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죽기 전 유언에 ‘조세핀’이라고 외친 걸 보면, 에메랄드도 증명하지 못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사랑이 굳건했음을 알 수 있다.
 

알폰스 무하, 보석 : 에메랄드 (1900) / flickr
알폰스 무하, 보석 : 에메랄드 (1900) / flickr

이전에 소개했던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에도 에메랄드가 있다. 1900년에 그린 ‘원석(The Precious Stones)’ 시리즈 중 하나인 에메랄드는 보석을 여성으로 의인화시킨 장식 판넬이다.

4개의 보석을 여성으로 의인화한 작품 중 에메랄드는 가장 도전적이고 당당한 여성을 표현하고 있다. 또는 매혹적인 요부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알폰스 무하 역시 에메랄드를 신비롭고 위협적인 보석으로 인식해 이처럼 묘사했다고 한다.

여성이 앉은 의자의 팔걸이는 마치 뱀처럼 보이는 동물의 머리가 달렸다. 위협을 하는 듯한 표정이 무섭기까지 하다. 여인의 앞에 피어있는 식물도 화려하기보다는 날카롭고 센 이미지를 담고 있다. 여인의 위에 보이는 후광 역시 다른 여인 초상화와 다르게 화려한 느낌이다. 전체적인 컬러가 에메랄드의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

네모 모양으로 각진 에메랄드는 어딘지 모르게 중후한 느낌의 보석이다. ‘행복’이라는 의미와 연결 지어 보면, 이미 많은 행복의 순간을 경험해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깨달은 중년 여성이 떠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을 닮은 초록빛이 푸근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 5월의 탄생석이 에메랄드인 이유도 여기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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