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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여심을 자극하는 한국화의 매력 - 박소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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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여심을 자극하는 한국화의 매력 - 박소은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8.1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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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옛것’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것 같다. 한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생활한복도 인기와 논란을 동시에 얻고 있고, 관련 원데이클래스 강의를 듣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림 중에서도 한국화만이 가지는 차분하고도 화려한 색감이 보여주는 매력은 여심(女心)을 더욱 자극한다. 한국화가인 박소은 작가가 그리는 테마도 그런 여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녀의 작품 중 ‘여심’ 시리즈는 사계(四季)의 자연을 통해 ‘쉼’이라는 현대인의 심적 치유를 그림으로 전달한다. 여성을 주요 소재로 삼아 그 마음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박소은 작가도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런 여심을 통해 무거움보다는 한층 가벼운 마음의 표현으로 보시는 분들도 편하게 감상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심9-보물섬_130×162cm_장지에 수간채색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9-보물섬_130×162cm_장지에 수간채색_2019 / 박소은 작가

박소은 작가의 그림을 평가한 정병모 경주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조선후기에 유행한 테마는 풍경화, 책거리, 산수화다. 박소은 작가의 그림에서는 이 3가지가 모두 나타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여심9-보물섬’이다.

책거리란 서가 또는 책가(책을 놓는 선반, 책꽂이를 말함)가 없는 책을 비롯한 문구 등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보물섬’은 책이 쌓인 모양이 하나의 섬 같으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것들이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기억의 보물임을 나타내는 듯하다.

수많은 책 중에서 표지가 보이는 것은 6권이다. 세월호 등 추모의 상징인 노란 리본, 방탄소년단이 크게 쏘아올린 ‘K-POP’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흥, 한국의 맛과 풍경 그리고 아름다운 전통문양, 손가락 하트 등이다. 표지들만 보면 ‘피식’하고 웃음을 지으며 공감하게 만든다.

쌓인 책 뒤로 보이는 산의 풍경이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정병모 교수의 해설에 따르면, 뒷 배경의 그림은 금강산이라고 한다. 옅은 색채이지만, 분명하게 보이는 산새의 험준함을 그린 금강산의 모습은 곧 박소은 작가의 꿈이라고 한다.

여심10-몽상약방_116.8×72.7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20 / 박소은 작가
여심10-몽상약방_116.8×72.7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20 / 박소은 작가
여심11-소녀의 봄_100×80.3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20 / 박소은 작가
여심11-소녀의 봄_100×80.3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20 / 박소은 작가

‘여심10-몽상약방’과 ‘여심11-소녀의 봄’에서도 ‘꿈’을 짐작할 수 있다. ‘몽상약방’은 이름처럼 한약방에서 볼 수 있는 서랍장 칸칸에 누군가가 바라는 것을 몇 가지 그리고 있다. 본 느낌 그대로 해석하자면, 꿀이나 영지버섯, 바위산, 복숭아 등은 좋아하는 것을 나타낸 것 같기도 하고, 번지점프나 서핑은 한번 해보고 싶은 활동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 한다.

신랑신부 목각인형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결혼하는 꿈과 그 아래에는 자연스럽게 탄생할 아이에 대한 꿈이 표현되어 있다.

마법사 모자와 지팡이, 구슬은 그 자체로서 ‘이뤄지기 힘든 꿈’을 나타내는 듯하다. ‘마법’은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이니 말이다.

‘소녀의 봄’은 ‘소녀의 꿈’이라고 제목을 바꿔도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마치 소녀가 성인이 되어 꿈꾸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하다. 등장하는 3마리의 나비도 주로 ‘꿈’과 연결되는 소재이기도 하니 말이다. 차 열쇠와 와인, 곱게 핀 수국이 조화롭다. 그 위 선반에는 복숭아가 또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책 여러 권과 커피잔이 놓여있다. 작가님의 개인 취향이 아닌가 한다.

멋진 봄날의 풍경이 보이는 듯한 작은 창 위에는 향수와 장미꽃 한 송이가 놓여있어 향기가 나는 듯하기도 한다. 그림의 전체적인 배경에는 구름이 깔려 있어 ‘꿈’에 대한 갈망과 뭔가 몽환적인 편안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자가 들고 있는 토끼 모양의 물건은 돋보기인지, 거울인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이 역시도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나타낸다고도 생각된다.

다른 그림도 마찬가지지만, 한국화에도 쓸 수도 있구나 싶은 ‘펄’이 그림에 사용됐다. 실제 현장에서 본 그림에는 그림 곳곳에 금색 펄로 표현한 부분도 있어 입체감을 더하기도 했다.

길몽산수_180×450cm_장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길몽산수_180×450cm_장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몽환적인 그림의 가장 결정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길몽산수’이다. 이 역시 금강산을 배경으로 했으며, 마치 산 하나를 옮겨놓은 듯하게 벽면을 가득 메운 크기의 작품이다. 이름에서처럼 좋은 징조의 꿈을 하나하나 담아내고 있다.

꿈에 나오면 좋다는 ‘돼지’가 목욕을 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살짝 위트를 담고 있다. 금빛 잉어를 낚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나 하늘을 나는 아기의 모습은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한다.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즐기는 노인 부부, 캠핑카의 모습은 ‘쉼’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화에서 느낄 수 있는 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매서운 표정의 용의 얼굴이나 옛이야기 처음에 등장하는 담배 피는 호랑이, 신성하고도 성실한 동물의 표본인 거북이까지. 해와 달도 빠지지 않았다. 가장 왼쪽의 여인은 이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여심6-보물창고1_91×116.8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6-보물창고1_91×116.8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6-보물창고2_91×116.8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6-보물창고2_91×116.8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박소은 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하면 ‘방’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다. 방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자, 그 방의 주인이 다양한 생활을 하는 공간이다. 은밀하고도 편안한 공간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과 꿈을 표현하고 있다.

‘보물창고1’은 여자의 방이다. 레이스 커튼으로 보일 듯 말 듯 하던 공간을 방주인으로 보이는 여자 스스로가 걷어서 보여주고 있다. 붓과 종이, 물감과 먹과 벼루, 침구, 버선, 저고리 등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국화를 그리는 박소은 작가 자신의 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곳곳에 전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악기인 플룻과 시계도 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보다는 흐트러진 모습이 더 편안해 보인다.

‘보물창고2’는 남자의 방이다. ‘보물창고1’보다는 확실히 색채가 어둡다. 아무래도 상투를 튼 남자의 뒤로 보이는 달빛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방에는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관심이 조금 더 높은 듯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프라모델부터 레이싱카, 영화 ‘스타워즈’를 나타낸 블록, 옛날 영사기와 잡지.

‘보물창고1’이 동양적인 느낌이었다면, ‘보물창고2’는 현대적이다. 활과 화살, 곰방대, 책 등의 동양적인 소품이 자리하고 있지만 말이다. 책 사이에 끼워진 사진과 쪽지는 무언가 ‘첫 사랑의 추억’을 나타내는 요소 같다. 방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린 날 남자의 꿈인 듯하다.

여심7-아버지의 방_73×91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7-아버지의 방_73×91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8-어머니의 방_73×91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여심8-어머니의 방_73×91cm_순지에 수간채색+펄_2019 / 박소은 작가

앞서 여자와 남자의 방을 봤다면, 이번엔 아버지, 어머니의 방이다. 부모님의 방인 동시에 부모님의 꿈을 나타낸다. ‘여심7-아버지의 방’은 이제 막 성인이 된듯한 소녀가 아버지의 방을 엿보는 느낌이다. 빨간 커튼을 배경으로 보이는 축음기, 버튼을 돌려서 쓰는 전화기, 담배 파이프, 학창시절 입었을 교련복 등은 아버지 세대의 추억을 되살리기 좋은 물건들이다. 전화기에서 쏟아지는 물과 잉어, 그 위에 탄 사람의 모습, 학이 날아가는 초가집의 모습도 아버지가 꿈꿨던 것들을 그린 것이 아닐까 한다. 해설에 따르면, 이 방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추억의 방이자 꿈의 방이라고 한다.

‘여심8-어머니의 방’은 어느정도 성인이 된 딸이 엄마의 방을 보는 듯하다. 강렬한 색감이 있던 아버지의 방과 다르게, 어머니의 방은 무언가 차분하고 몽환적이다. 오래된 재봉틀과 작디 작은 버선과 배냇저고리, 탁자 위로 놓인 천자문과 실타래, 붓과 벼루, 복주머니, 엽전, 마패 등은 어머니보다는 할머니의 방에서 볼 법한 물건들이다.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자식’인 듯하다. 내 아이가 태어나면 입을 저고리와 버선, 책상 위의 물건들은 모두 아이가 거쳐가야 할 인생을 그려놓은 듯하다. 돌이면 오래 살라고 목에 걸어주는 실타래부터 천자문과 벼루와 붓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학생의 모습, 돈과 마패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저 자식 걱정 뿐인 나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모습, 어느새 엄마가 된 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는 작품이어서 어딘지 모르게 따뜻하고 뭉클하다.

실제로 전시회장에서 만난 박소은 작가는 그림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리여리한 모습이 그림 속에 꼭 등장하는 한복 입은 여성들의 모습과 닮아있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예술적 힘은 어머니만이 가지는 모성애와도 가까웠다. 물론 어머니이기 전, 한 명의 여성으로서의 꿈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화도 화려할 수 있음을, 각각의 요소로 현대적인 의미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심을 자극하는 박소은 작가의 그림이 어쩌면 당신의 취향일지도 모른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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