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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의 자화상 - 이언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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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의 자화상 - 이언정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0.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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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잿빛의 도시숲과 시끄러운 번화가가 익숙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초록잎이 가득한 숲과 파란 하늘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서로의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익숙함은 곧 낯섦을 선물해준다.

이언정 작가의 그림은 도시의 익숙함과 낯선 모습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따뜻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차갑다. 색감과 표현기법 등을 통해 도시의 두 가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상상력을 더하면, 도시는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이 된다.
 

City U_c.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c.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c.3,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c.3,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e.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e.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그림들은 대체로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색감 역시 파란색 계열이다. ‘City c1, c3’은 도심의 낮과 밤을 나타내는 듯하다. 작품 속 도심의 모습은 똑같지만, 풍경의 색은 다르다. 낮은 햇빛이 비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면, 밤은 불빛이 켜진 도심의 화려한 모습을 나타낸다.

e1도 도시의 밝은 모습이면서도 어딘가 상상이 더해진 듯한 분위기다. 이언정 작가는 “애정이 깃든 ‘city’는 따뜻하고 포근한 색을 띤 다양한 건물들과 일상의 이미지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경쾌한 도시”라고 설명했다.

City So, City be, 15×15cm, BFK 판화지 위에 실크스크린 및 엠보싱, 2012, 2013 / 이언정 작가
City So, City be, 15×15cm, BFK 판화지 위에 실크스크린 및 엠보싱, 2012, 2013 / 이언정 작가

이언정 작가의 작품에서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도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은 없지만 분명 이 도시에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City So, City be’는 도시의 작은 풍경을 나타낸다. 다른 그림과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차가운 도시의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토끼’라는 존재가 있어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토끼가 생각난다.

이언정 작가도 “나는 형식과 구조적 이미지들을 나만의 상상을 통해 새롭게 그려내고, 이곳을 산책자(flaneur)가 되어 마음껏 유희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토끼가 기와지붕 위에 앉은 모습이나 시계탑 앞에 앉아있는 모습은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City U_a.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a.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b.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U_b.1, 40×28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도심의 이중적인 모습은 City U_a.1과 b.1에서도 더욱 상반되어 나타난다. a1이 직선미가 가득한 빌딩이 빼곡이 자리한 모습이라면, b1은 색감부터 따스하다. 같은 도시의 모습이지만 바라보는 각도와 시각이 달라져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또한, 그림 속에는 빌딩 옥상에 자리한 전광판을 나타내는 듯한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전광판 속 그림은 붉은 꽃과 나비. 자연풍경이 직선의 도심풍경과 또 반대되면서 차가운 도심 속에도 따스함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City Andong 1, 3, 21.7×15.6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City Andong 1, 3, 21.7×15.6cm, BFK 판화지 위에 목판화, 지판화, 모노타입판화, 2019 / 이언정 작가

작가는 작품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도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 City Andong은 옛 기와집이 가득한 도심 속에서 환히 웃고 있는 각시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양반의 도시라고 불리는 안동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난다. 또한, 이 그림 역시도 낮과 밤을 나타내듯, 차가운 푸른색과 따스한 노란색이 대비되어 시간의 흐름을 추측하게 한다.

City 17_B, 90×60cm, 판화지 위에 목판화, 모노타입판화, 2017 / 이언정 작가
City 17_B, 90×60cm, 판화지 위에 목판화, 모노타입판화, 2017 / 이언정 작가
City P‧C, 100×10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유화, 2016 / 이언정 작가
City P‧C, 100×10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유화, 2016 / 이언정 작가
RIO-R, 100×8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4 / 이언정 작가
RIO-R, 100×80cm, 캔버스 위에 아크릴, 2014 / 이언정 작가

이언정 작가가 그린 도시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면,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그린다는 점이다. City 17_B 역시도 빼곡이 건물과 그 안에 자동차, 식탁, 의자 등 여러 가지가 가득하지만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 그림이 상상이 더해진 미래 풍경이라기보다는 낯설게 느껴지기만 한다.

또한, 색감으로 표현되던 따뜻함과 안락함은 여백없이 자리잡은 건물들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상상에 의해 탄생된 city의 공간들은 짜임새가 단단하면서도, 그 형태가 안락하며 포근하다”라고 설명했다. 색감은 차가울 수 있지만, 따스하게 안아주는 엄마의 품처럼 오밀조밀하게 표현된 도시는 이국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City P‧C와 RIO-R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상상의 도시를 그린 듯하다. 어릴 적 공상과학 책에서 본듯한 미래도시 느낌이다. 특히 RIO-R은 사람은 없지만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정지되어 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역동성을 안겨준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가도 “창문 안으로 비치는 모습이나 자동차와 비행기, 전광판 등의 요소를 통해 그곳에 삶과 온기가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도시의 단편적인 한 부분만 보게된다. 그래서 내가 익숙한 곳이 아니면 잘 모른다. 또, 우리가 생활하고 살고 있는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도 알 수 없다. 이언정 작가의 그림은 그런 도시의 모습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듯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의 모습, 도시의 초상화가 곧 우리를 나타내는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도시를 볼 때 시각이 조금 달라질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이 어떤지, 그림처럼 따스함과 차가움을 둘다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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