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최근 키덜트 문화가 부상하며 키링 관련 상품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매출 또한 상승했다고 밝혔다. 세기말 패션 유행과 함께 키덜트 트렌드로 인해 캐릭터가 그려진 인형이나 기타 인형들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키링 패션' 또한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W컨셉이 지난 6월 한달 간 자체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팩, 키링 등 '키링 패션'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간 파우치, 키링 등 '가방 액세서리' 행사를 진행했을 때 관련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W컨셉은 7~9일 '백 하울:백팩' 기획전을 열고 드메리엘, 몽드몽드, 레이드백 등 브랜드의 대표 백팩을 하울 영상과 단독 특가로 선보이며, 가방과 매치하기 좋은 인형 키링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김희원 W컨셉 잡화팀장은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인형 키링이 출시되고 있으며 브랜드 팬덤을 중심으로 상품에 대한 소장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키링 패션은 키덜트(현대 어른들이 추구하는 재미(Fun), 유치함(childish), 판타지 등의 가치가 대중문화의 하나로 나타난 콘셉트) 문화에서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최근 6월 상품 판매 및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3년 여름 패션 트렌드 키워드 ‘C.R.O.S.S(크로스)’를 발표했다.

'C.R.O.S.S'는 ▲Connected by 'Normcore'(놈코어가 결합한 패션 스타일 인기) ▲Rain fashion(레인 패션의 일상화) ▲Ornaments(패션 소품 인기) ▲Spread of Y2K culture(Y2K 문화의 확산) ▲Stand the heat(더위 극복 패션 인기) 5가지 키워드로 패션 스타일의 과거와 현재, 계절 및 날씨, TPO(시간, 장소, 상황) 등의 경계가 사라지며 급부상한 트렌드를 담아 선정했다.
 

특히 장식품 또는 소장용으로 여겨지던 소품(Ornaments)이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6월 에이블리의 '인형·토이' 품목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었고 '인형키링'(590%), '키링'(105%)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 큰 백팩에 인형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세기말 패션이 유행하면서 키링 또한 키덜트 문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 인형에 가방을 달고 다니는 것이 애 같다거나 촌스럽다는 생각을 깨고 또 다른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 
 

패션업계의 '키링'이 키덜트 문화를 이끌고 있다면 식품·외식업계에는 '산리오캐릭터즈'가 키덜트 문화를 끌고 있다. 이디야커피가 지난달 20일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선보인 ‘산리오캐릭터즈’ 제품 4종은 출시 약 10일 만에 누적 판매 30만 개를 돌파했다. 신제품 4종은 출시 첫 날에만 4만 개가 판매되었고 폼폼푸린 슈크림 플랫치노와 쿠로미 망고피치 에이드는 플랫치노, 에이드 군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디야커피는 또 한번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새로운 굿즈를 선보인다. 스낵접시 2종(△마이멜로디 스낵접시 △시나모롤 스낵접시)과 후드타월 2종(△쿠로미 후드타월, 폼폼푸린 후드타월)으로 구성됐다. 스낵접시는 '마이멜로디'와 '시나모롤' 캐릭터의 얼굴을 형상화해 귀여움을 더했다. 후드타월은 '쿠로미'와 '폼폼푸린' 캐릭터와 맞는 보라색, 노란색 타월에 캐릭터 얼굴 후드를 더해 활용성을 높였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6월 ‘산리오 캐릭터즈’와 ‘미미’ 패션인형을 콜라보한 ‘리틀미미 산리오캐릭터즈 기프트세트’를 단독 출시했다. 이번 상품 출시 또한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산리오 캐릭터의 인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이저러스는 지난해 2월 인기 산리오 캐릭터 6종의 키링(열쇠고리)이 포함된 ‘산리오캐릭터즈 딸기퐁당와플’을 출시, 두 달 동안 준비 물량 2만 개를 완판시켰다.

이에 토이저러스는 ‘미미’ 인형에 산리오 인기 캐릭터를 형상화한 기획 세트를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산리오 캐릭터를 수집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높은 점을 반영해 5개 캐릭터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게끔 선물 세트 형식으로 기획했다. ‘리틀미미 산리오캐릭터즈 기프트세트’는 분홍색 집 내부에 각자의 방에 위치해 있는 콘셉트로 단순 수집을 넘어 수집품의 장식에도 관심이 높은 '키덜트 마니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국내 캐릭터도 식품·외식업계 컬래버레이션에 활발히 참여 중이다. ‘2022 캐릭터 산업백서’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카카오프렌즈는 최근 롯데웰푸드와 협업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빵'을 선보였다. 총 12종으로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어피치, 프로도, 춘식이, 무지&콘, 튜브, 네오, 제이지 등 총 9가지 캐릭터를 활용해 만들었다.

롯데웰푸드의 카카오빵은 4종씩 세 차례에 나눠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1차와 2차의 빵 안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디자인된 '스티커씰'(떼어냈다가 다시 붙일 수 있는 형태의 스티커) 120종이 들어가 있고, 3차에는 포토카드 50종이 들어간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이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빵'은 '디지몬빵'의 후속 제품으로 카카오프렌즈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편의점 CU는 업계 단독으로 인기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과 공식 제휴를 맺고 이달 12일부터 콜라보 상품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CU는 명탐정 코난의 26번째 극장판 영화 ‘흑철의 어영’ 개봉과 연계해 이번 콜라보 상품을 준비했다. 이달 선보이는 상품은 총 4종으로, 각 상품에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을 담은 76종의 홀로그램 스티커를 넣어 팬들의 수집 욕구를 높였다.

BGF리테일 김정훈 상품개발팀장은 “지난해 캐릭터 상품들의 매출이 전년 대비 12배나 올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반영해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는 명탐정 코난과 단독 제휴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CU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캐릭터 콜라보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라 전했다.
 

LG전자는 독일 유명 완구 브랜드 ‘플레이모빌(Playmobil)’과 협업해 만든 귀여운 피규어로 특별한 고객경험을 선사한다.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인스타뷰 냉장고, 인스타뷰 오븐 등 가전 피규어 3종과 LG전자 제품 설치기사, 요리 인플루언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인물 피규어 3종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에서 공개했다. 오는 25일 시작하는 본격적인 펀딩에 앞서 사전 홍보를 진행하는 것이다

LG전자는 미래고객인 알파세대가 귀여운 LG 가전 피규어를 가지고 놀면서 브랜드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고, Z세대에게는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으로써 ‘가전의 새 발견’을 이끄는 계기로 활용되도록 이번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LG전자 H&A브랜드커뮤니케이션담당 노숙희 상무는 “미래고객에게 특별한 고객경험을 제시하며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가전’을 콘셉트로 플레이모빌 피규어를 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키덜트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6,000억 원까지 성장했으며 향후 최대 1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덜트에 빠진 어른이들은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제품을 사거나 취미 생활에 지갑을 여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아이였을 땐 언제든지 가방에 인형을 매달고 다녔지만 어른이 되면 그러면 안 된다는 해묵은 인식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어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사는 것에도 망설이지 않는다. 한때 띠부띠부씰이 유행했고 랜덤키링이 유행했으며 이제는 가방에 인형을 매달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 인형놀이를 한다. 좋아하는 캐릭터 제품이 나오면 편의점이든 어디든 순회하며 구매하고 씰과 키링을 모은다. 키덜트 문화를 어릴 때 즐겼던 아이들은 이제 유통업계를 이끄는 큰 손의 어른들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