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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하나에 무려 2900만원? 베어브릭의 인기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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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하나에 무려 2900만원? 베어브릭의 인기는 어디까지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8.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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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키토이 매장의 베어브릭 /킨키토이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스타럭스의 아트 토이 전문 브랜드 '킨키로봇'은 최근 서울 한남동에 새로운 스토어를 열었다. 다양한 베어브릭을 전시해 둔 이 스토어는 베어브릭을 일렬로 배치해 전시를 연상케 하는 디스플레이와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인테리어로 구성했다. 

또한 베어브릭 제조사인 메디콤 토이 최초로 한국의 그래픽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 그라플렉스(Grafflex)베어브릭을 발매한다. 또한 킨키로봇의 한정 스페셜 아트워크 전시도 관람할 수 있으며, 전면이 털로 뒤덮여 원작의 느낌을 살린 기즈모 베어브릭, 키드로봇의 스모링 라빗과 우주비행 더니도 발매해 키덜트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2년 5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카우스와 콜라보해 출시한 한정판 베어브릭은 중국에서 지금도 약 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작은 곰돌이 피규어 하나가 무려 몇천만원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매니아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베어브릭은 사람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큐브릭, 그리고 베어브릭의 탄생

베어브릭은 일본 메디콤 토이 주식회사의 장난감이다. 다양한 크기와 색상으로 나오는 플라스틱 곰 모양의 인형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다. 베어브릭은 수많은 미술관과 TV에도 등장했으며 여러 스타들과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곰돌이 피규어다. 요즘의 베어브릭은 예술가들에겐 일종의 캔버스 역할을 하며 예술과 패션의 교집합을 이루어냈다는 평도 받는다. 아시아, 호주, 유럽, 북미의 많은 현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베어브릭을 디자인하고 있다. 

한스 루돌프 기거의 베어브릭 /메디컴 토이

시각디자이너인 한스 루돌프 기거, 아티스트인 퍼스헤드, 칼 라거펠트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패션 디자이너들까지 베어브릭을 디자인했다. 베어브릭은 이제 단순한 수집의 유행을 넘어서 장난감과 예술 사이에 걸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어브릭은 만들어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가장 많이 찾는 캐릭터 피규어 중 하나가 되었다.

베어브릭을 만드는 메디콤 토이는 1996년 한정판 피규어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 베어브릭의 디자인과 컨셉은 메디콤 토이의 또다른 제품인 큐브릭에 바탕을 두고 있다. 원래는 베어브릭이 먼저 기획안에 올랐지만 제품은 큐브릭이 먼저 나온 셈이다. 큐브릭은 레고의 미니 피규어를 닮은 장난감으로, 크기도 작아 컬렉터들이 쉽게 모을 수 있는 장난감이다. 

큐브릭이라는 이름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뜻으로 이름지어졌다.로고는 그의 영화 '시계 테엽 오렌지'에 나오는 '스탠리 큐브릭'의 문자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큐브릭이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숫자 9를 뜻하는 '큐 kyu'와 영어 '브릭 brick'의 합성어로 보일 수도 있다. 큐브릭은 머리, 가슴, 엉덩이와 두 개의 팔과 손, 다리로 구성되는데 그 개수를 합쳐보면 9개, 즉 일본어로 '큐'가 되며 이를 조합해서 만든 단어가 큐브릭이라는 것이다.

큐브릭 /flickr

큐브릭은 메디콤 토이의 대표 타츠히코 아카시가 직접 주도해 장난감을 모으는 어른들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아카시는 원래 컴퓨터 관련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던 회사원이었는데, 어느날 미국 장난감을 파는 가게인 ZAAP!이란 곳에 들어갔다가 말 그대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어릴 적 많이 봤던 터미네이터, 배트맨 같은 블록버스터 헐리우드 영화의 인물들을 표현한 장난감들은 그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추억의 캐릭터 장난감들을 구입하는 데 가진 돈을 다 써버리고 만다. 

후에 아카시는 실제 이 가게에 영감을 받아 ZAAP!의 창립자를 메디콤 토이의 임원으로 고용했다고 한다. 아카시는 곧 에비스에 장난감 가게를 열었고, 이 가게는 이후 메디콤 토이 주식회사의 시작을 알렸다. 뭔가를 만드는 제조 경험이 있었던 아카시에게는 디자인이 낯설지 않았고, 이미 메디콤 토이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 많은 피규어를 만들어 본 경험 또한 있었다. 메디콤 토이를 설립한 직후 아카시는 큐브릭을 개발, 그야말로 대히트를 쳤다. 

베어브릭이 곰을 모티브로 했다면 큐브릭은 블록 스타일의 피규어를 지향했다. 베어브릭과 모양은 동일하지만 상체는 레고의 미니 피규어를 지향해 사람 모양의 인형이라는 느낌을 냈다. 베어브릭은 6가지 크기의 종류로, 큐브릭은 3가지 크기의 상품군으로 출시된다. 

큐브릭 /flickr

1997년부터 레고 회사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2000년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큐브릭 제품을 첫 출시한다. 이후 수백 개의 큐브릭이 판매되었다. 메디콤 토이는 여러 색상, 디자인, 콜라보로 큐브릭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일본 만화와 마블, DC 등 코믹스까지 아카시의 초기 큐브릭 개발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직원들이 '이것을 만들고 싶다'고 문의하면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진지하게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둔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아웃소싱함으로써 다양성과 전문성을 추구했다. 이렇게 해야, 피규어 하나를 만들어도 꼼꼼하고 정밀한 묘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장난감 시장에서 큐브릭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자 아카시는 1년 뒤 베어브릭을 내놓았다. 

큐브릭과 베어브릭 /flickr

베어브릭은 2001년 5월 도쿄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캐릭터전시회에서 방문객들에게 베어브릭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처음 등장했다. 베어브릭의 로고가 새겨진 단순한 모양의 흰색 곰돌이 피규어로, 큐브릭의 인기가 치솟을 당시 아카시가 공개한 최신 프로젝트였다. 불과 몇 달 만에 약 10,000개의 베어브릭이 팔렸다.

베어브릭이란 이름의 이 새로운 곰은 큐브릭의 일종의 변형이었다. 베어브릭은 귀여운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했고, 기존 메디콤 토이 팬들에게도 엄청난 인지도를 쌓았다. 사실 베어브릭이 곰인 이유는 테디베어가 2000년에 100주년을 맞이한 것에 영감을 받았다고. 

캐나다 구스와 협업한 베어브릭 /캐나다 구스 
캐나다 구스와 협업한 베어브릭 /캐나다 구스 

베어브릭은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구스와 메디콤 토이가 만나 출시한 한정판 베어브릭은 2월 27일 국제 북극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작품이다. 북극곰을 닮은 이 베어브릭의 가슴 정면에는 캐나다 구스가 그동안 후원해 온 국제 북극곰 보호 단체인 PBI(Polar Bears International)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작품은 지구 온난화가 북극곰에게 미치는 영향을 표현했으며, 판매 금액의 일부는 PBI에 기부했다. 

케이옥션에 출품된 베어브릭 /케이옥션

2019년, 케이옥션은 여러차례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를 열었다. 특히 연말에 진행된 프리미엄 경매에는 총 260여 점과 약 14억원 어치의 작품을 경매에 올렸다. 이 중에는 베어브릭도 포함되어 있는데, 베어브릭의 기본 사이즈로 불리는 100%(7cm)와 400%(28cm), 1000%(70cm) 등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 시리즈를 출품했다. 베어브릭 중 잭슨 폴록과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베어브릭 잭슨 폴록(BE@RBRICK Jackson Pollock)’, 줄리안 오피, 야요이 쿠사마 등 아트상품 10점도 경매에 나왔다. 

거창군청 앞 문화·휴식 공간에 설치된 베어브릭 /거창군

특정 미술관, 갤러리가 아닌 일상 생활에 베어브릭이 더해짐으로써 일상의 미술관이 되는 효과도 주어진다. 경남 거창문화재단은 8월 7일까지 임지빈 작가와 협업해 거창군청 앞 문화·휴식 공간에 ‘Space in LOVE’ 야외 기획전을 열었다. 설치 미술 프로젝트인 ‘Space in LOVE’ 야외 기획전은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지친 군민들에게 색다른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대형 작품 3점을 불특정 다수에게 항상 마주하는 일상적인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게릴라성 전시였다. 

전시에 참여한 임지빈 작가는 조각과 설치미술을 하는 작가로 베어브릭을 모티브로 작업하며 20여회 이상 개인전과 150여회 이상 단체전 등 다수의 전시를 해 왔다. 특히 작가의 베어브릭은 국내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코카콜라, 메르세데스-벤츠, 구찌×카이(EXO) 등 다양한 명품브랜드와 콜라보 전시를 하는 유명 팝아티스트 작가다. 이번 전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미술관 또는 갤러리를 찾아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게 하는 '딜리버리 아트'를 하는 것이었다.

거창군청 앞 문화·휴식 공간에 설치된 베어브릭 /거창군

이번 전시를 통해 임지빈 작가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투영한 ‘베어벌룬’을 이용, 일상의 익숙한 풍경 속에서 베어벌룬이 찌그러져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며 어디서든 찌그러져 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큐브릭과 달리 베어브릭은 '시리즈'와 '타입'으로 구성된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새로운 라인업들이 공개된다. 각 베어브릭에는 일련 번호가 매겨지며 네 가지의 유형이 있다. 베이직 타입은 가장 기본적인 베어브릭으로 각 피규어에 'BE@RBRICK'이라 적힌 문구가 새겨진 9개의 디자인으로 구성되었고 스탠다드 타입은 베어브릭에 호러, 큐트, SF, 히어로 등 여러 테마를 넣어 구성한다. 아티스트 타입은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작품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시크릿 타입은 시리즈 내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다. 

스타트렉의 '스팍'을 구현한 베어브릭 /flickr

베어브릭은 블라인드 박스, 혹은 랜덤 박스로 불리는 판매 방식으로 되어 있어 구매 뒤 상자를 열기 전까지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알려진 건 각 상자마다 하나의 피규어가 들어 있다는 것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피규어를 다른 곳에서 구하지 않는 이상 전체 라인업을 수집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베어브릭의 정책인 블라인드 박스의 도입은 일종의 여흥으로 취급된다. 장난감 자체의 수집이라는 매력을 더할 뿐만 아니라 피규어에 붙는 프리미엄 가격까지, 대중들이 형성하는 2차 시장과 수집 문화에 드러나는 마케팅 중의 하나다.

KAWS와 베어브릭 콜라보 /flickr

마치 아이돌 가수들의 앨범에 랜덤으로 들어가는 포카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될까, 베어브릭을 여러 개 구매했는데 중복이라면 라인업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구매자들과 서로 베어브릭을 판매하고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베어브릭 자체가 무한정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한정 수량이 있고, 한번 생산한 시리즈는 다시 만들지 않는다. 심지어 희소한 한정판은 원래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어 이 블라인드 박스 정책은 수집가들의 욕구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베어브릭의 성공은 다른 브랜드 및 아티스트들과의 끝없는 협업과 한정판 출시로 인한 구매자들의 수집 욕구 등을 들 수 있다. 키덜트 관련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었고, 이 성공에는 매니아층의 강력한 충성심이 한몫했다. 처음에는 아시아에서 시작한 베어브릭이지만 그 이후 세계로 퍼져나가 수많은 팬들을 얻은 셈이다. 

2016년 메디콤 토이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20년간 이들은 단지 액션 피규어, 장난감만을 생산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든다'라는 모토는 변하지 않았다고 메디콤 토이는 전한다. 베어브릭 역시 15주년을 맞았고, 이들의 장난감은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가,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우리 생활에도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끝없는 시도, 끝없는 인기, 베어브릭

베어브릭 /flickr

보통의 장난감 피규어들은 아이들을 위한 반면 베어브릭은 '어른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베어브릭의 부름에 응답했다. 베어브릭의 독창적 디자인은 현대 예술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꼴레뜨의 설립자인 사라 앤덜먼은 "각각의 베어브릭은 자유로운 플랫폼이며, 창의성을 위한 하얀 캔버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같은 모양이지만, 덧입히는 예술에 따라 다르다"고 전했다. 

베어브릭은 여러 사람들에게 장난감이 꼭 어린이들뿐만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너무 비싸 사지 못했던 명품 브랜드라도, 베어브릭과 협업한 브랜드 상품은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다. 어른이들의 관심, 아이 같은 장난감의 매력이 합쳐진 베어브릭은 그들의 팬들과 젊은 세대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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