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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①] 무엇이든 만드는 유연한 금속 '구리', 금속공예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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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①] 무엇이든 만드는 유연한 금속 '구리', 금속공예의 정점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6.19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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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산업과 예술 분야에 필수인 구리,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금속
가공도 쉽고 다른 금속과 쉽게 섞여 다양한 특성의 합금될 수 있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영예로운 일은 바로 1위에 올라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다음 2위는 은메달이고 3위는 동메달을 받는다. 예로부터 금은 왕과 부귀의 상징이었다. 은 역시 금 다음으로 값진 금속이었다. 하지만 동은 금·은에 비해 매우 흔한 물질이다.

동(銅)은 구리의 한자이다. 금·은처럼 광택이 나거나 색이 예쁘지도 않고 흔하기 때문에 3등에게 수여된다. 하지만 구리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금속이다. 오히려 금은보다 인류의 생활에 훨씬 밀접하고 중요하게 쓰인다.
 

구리 / 픽사베이
구리 / 픽사베이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금속, 구리

구리는 유연하고 가공이 쉽다. 또한 다른 금속과도 잘 섞여 다양한 합금을 만들 수 있고 전도성(전기가 잘 통하는 성질)이 높다. 그래서 현대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구리의 가격은 현대 세계경제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유가 만큼 중요한 지표로 쓰일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동기시대가 끝나고 철기시대에 들어서면서, 철기가 청동을 대체하는 금속이 되었다고 알고 있다. 특히 청동제로 만든 무기는 도저히 철기를 이길 수 없어 도태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청동은 철기시대 이후에도 오랫동안 쓰였다. 갑자기 철기가 뚝딱 나타나고 청동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철은 1000도 이상의 온도에서 가공해야 불순물을 분리할 수 있고 더 단단한 가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렇게 높은 온도를 낼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그래서 초기의 철기는 불순물이 많고 무르기에 내구성이 청동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포의 경우에는 중세 시대까지도 철보다 청동제가 선호되었다. 카를라 치폴라의 '대포, 범선, 제국'에 따르면 철은 주조가 너무 어려운 금속이었고 따라서 안전상의 이유로 주철 대포는 더 무겁고 두껍게 만들어야 했다. 17세기 이후에야 유럽에서 더 가벼우면서 튼튼한 철제 대포가 개발될 수 있었다.

또한 군필 남성들이라면 잘 알고 있듯이 오늘날에도 탄피를 만드는 주재료는 구리이다. 철보다 수축력이 좋아 화약의 폭발력을 받아내기 쉽고, 약실에서 걸림이 적다는 이유에서이다. 철기시대 이후에도 이렇듯 동은 무기 부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오랫동안 쓰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오랫동안 구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일본은 17세기부터 막대한 구리를 서구에 수출했고 상당한 재정자금을 마련하여 이후 근대화의 발판을 닦을 수 있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의 스웨덴도 유럽 최대의 구리광산인 팔룬광산에서 생산된 구리를 수출하여 아주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2. 놋쇠그릇(방짜유기) / 문화재청
놋쇠그릇(방짜유기) / 문화재청

구리를 제련 및 가공하는 방법

구리는 자연 상태 그대로 순수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불순 물질과 구리가 합쳐진 휘동석, 황동석 등을 제련하여 정제시키기도 한다. 정제법은 먼저 황동석이나 휘동석을 용광로에 석회석과 함께 넣고 가열시켜 용해시킨다. 이러면 석회석이 광석에 있는 철과 규산과 섞여 위로 떠오르고 나머지 구리 성분은 유황과 결합하여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를 모으면 순수한 구리를 얻을 수 있다.

구리를 가공해서 물건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구리 제련 방법은 다른 모든 금속 제련법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순수한 구리는 그대로 두드리거나, 불에 달군 다음 두드리는 단조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현대에서는 여러 기계를 이용해 압연, 압출, 연마 등 방법을 사용하여 구리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순수한 구리인 '순동'을 사용하기보다도 보통 구리에 여러 다른 광물을 섞어 합금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 방법이 바로 '주조'이다. 주조는 가열해 녹인 구리를 특정 틀(거푸집)에 다른 광물과 일정한 비율로 섞는다. 그리고 이를 냉각하고 응고시켜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구리를 가공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거푸집이었다. 거푸집이 얼마나 정교한가에 따라 구리 주조품의 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불상과 범종 등이 보여주는 섬세한 문양과 모양은 아주 뛰어난 주조 기술을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백동으로 만든 담뱃대인 '오동송학문백동담배대' / 문화재청
백동으로 만든 담뱃대인 '오동송학문백동담배대' / 문화재청
청동에 은을 입사한 국보 제171호 '청동 은입사 봉황문 합' / 문화재청
청동에 은을 입사한 국보 제171호 '청동 은입사 봉황문 합' / 문화재청

다양한 구리합금 종류와 활용법

구리는 다양한 활용성 덕분에 무기 외에도 범종, 그릇, 화폐, 조각 등 다양한 생활 도구와 공예품, 예술품을 만드는 데에 쓰였다.

가장 먼저 사용된 대표적인 구리합금은 바로 주석과 납 등을 섞은 '청동'이다. 구리 비율이 높으면 유연성이 증가하고 구리 특유의 색이 강해지지만 주석 비율이 높아지면 경도가 더 강해진다. 청동으로는 예전에는 칼과 창, 화살 등 무기와 방울, 거울, 그릇을 만들었고 현대에는 공예와 조각의 예술 재료로 쓰인다.

구리에 아연을 섞으면 부드러운 금빛을 띠게 되는데, 이것은 '황동'이다. 황동은 놋쇠라고도 부르는데,선조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한 천연 그릇인 '유기그릇'도 황동(놋그릇)이다. 황동에는 항균과 탈취 기능이 있기에 유기그릇에 넣어둔 음식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또한 금빛을 띠기 때문에 여러 장식에도 사용됐다.

'적동'은 2~10%의 금을 구리와 섞은 것인데, 1%의 은을 함께 섞기도 한다. 보통 검붉은빛을 띠는 경우가 많다. 적동도 역시 다양한 예술품에 사용됐는데, 금을 섞기 때문에 비교적 귀한 대우를 받았다. 장군 혹은 왕의 칼자루와 칼집, 가구 등을 장식하는 데에 많이 사용됐다.

'백동'은 구리에 니켈을 섞은 것이다. 또한 여기에 소량의 아연을 함께 섞기도 한다. 백동은 은과 비슷한 백색 덕분에 예술품으로도 사용되지만 상하지 않는 성질인 내식성과 가공성이 좋고 전기저항에도 좋아 현대에는 산업용으로 애용된다. 보통 15% 정도의 니켈이 함유되면 예술품을 만드는 것이 많고 25% 이상 함유되면 스탬프, 스프링 등의 재료, 70% 이상은 모넬금속으로 사용된다.
 

청동 동상 / 픽사베이
청동 동상 / 픽사베이

핸드메이드 금속 공예에도 필수인 구리

구리는 예전에는 각종 무기, 공예품과 생활용품 그리고 종교용품, 예술품에 활용된 전통 재료였다. 그리고 대량생산의 시대에도 그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 현대 문명의 대부분이 전기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전기가 잘 통하는 구리는 각종 전선과 산업용품의 필수재료로서, 더 크게 분야가 확대되었다.

이외에도 구리는 오늘날 핸드메이드 작가들에게도 활용도가 높은 재료이다. 금속공예에서는 가장 가공이 간편하기 때문에 입문도 쉽지만 다양한 합금이 가능한 덕분에 복잡하고 전문적인 작업도 가능하다. 그래서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는 순수예술부터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공예품까지 구리의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옛날 미켈란젤로, 로댕 등을 포함한 조각가들은 주로 석고나 대리석으로 조각을 했다. 하지만 청동은 거푸집 등을 이용해 여러 번 다시 만들 수 있는 간편함이 있어 현대 조각에서 그 역할이 더 크게 확대됐다. 그래서 근현대에 들어 피카소와 자코메티 등을 비롯한 수많은 조각가들이 수많은 청동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다.

구리는 차가운 금속이지만 열을 가하여 가공하면 마치 숨결을 불어 넣는 것처럼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금속이다. 예전부터 그리고 현대도 물론이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과 경제, 예술 등을 꾸준히 이끌어갈 인류의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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