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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④] '금속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무늬의 매력', 모쿠메가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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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④] '금속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무늬의 매력', 모쿠메가네에 대해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1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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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금기법, 서로 다른 재질의 금속을 합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무늬
모쿠메가네 반지 / 위키피디아
모쿠메가네 반지 /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반지에 다양한 형태의 무늬가 들어있다. 표면의 무늬는 나뭇결처럼 은은하며 자연스럽게 요동치는 물결과 같다. 무늬가 너무 자연스러워 금속 같지가 않고 인위적으로 새겨서 만든 것도 아닌 것 같다.

금속에 이처럼 나뭇결 같은 무늬를 만드는 방법을 '목금(mokume gane)'이라고 한다. 목금기법은 일본에서 특히 발달하여 모쿠메가네(木目金)라고도 불렀다. 목금기법은 일종의 합금을 만드는 방법이다. 금·은·동 등 다양한 색깔의 금속을 층층이 붙이고 문양을 새긴 다음 판으로 밀어 합치면 서로 다른 금속이 섞여 나이테같은 자연스러운 무늬가 만들어진다.

목금은 다양한 색깔과 질감의 금속이 어우러진 조화가 매력적이다. 사용하는 금속 중에 금 가격이 비싸기에 자주 사용하지 못한다. 대신 은 그리고 적동, 황동, 오동 등 다양한 색깔의 동(구리)을 자주 사용한다.
 

목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목금기법을 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보자. 여러 금속판을 얇게 자른 다음, 사포로 문지르는 연마 과정으로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탈지작업으로 기름기를 제거하면 좋은데, 탈지가 잘 되어야 작품이 더욱 깔끔해진다. 그리고 각 금속을 겹겹이 쌓아올리고 고정쇠에 고정한다.

그다음에 고온에서 달구면서 압력을 가해야 하는데, 망치질을 하거나 롤러, 프레스 등으로 강하게 눌러줄 수도 있다. 요즘에는 토치, 전기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담금질 등 열풀림 작업을 거쳐야 단단해지며, 드릴이나 정 등으로 구멍을 내준다. 이 구멍이 열처리와 압력 과정을 통해 펴지면서 자연스러운 무늬로 나타나게 된다.

압착 작업을 반복하면 점점 판의 두께가 얇아진다. 10mm 이하가 될 때까지 해주는 것이 좋다. 혹은 작업 과정 중에 판이 아닌 기다란 선으로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접합이 끝난 목금판은 썰거나 뚫고, 비트는 등 다양한 재단 과정을 거쳐 원하는 작품을 만든다. 목금판에 문양을 새롭게 새기거나 착색제로 새로운 색을 입혀도 좋다.
 

겹겹이 쌓여진 금속 / 위키피디아
겹겹이 쌓여진 금속 / 위키피디아
금으로 만든 목금기법 문양 / 위키피디아
금으로 만든 목금기법 문양 / 위키피디아

목금에서 중요한 것은 강한 접합이다. 접합이 약하면 금속들의 재질과 강도가 다르기에 쉽게 균열되거나 틈이 벌어져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강하게 눌러서 말아준 다음에 다시 추가적인 열처리 과정을 거쳐야 강도가 좋아진다. 두께가 얇아질수록 접합이 잘된 것이며, 두 금속의 원자가 서로 잘 스며들어 견고해지고 문양도 자연스러워진다.


목금과 도검 문양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전통 도검을 만드는 방법 중에 접쇠(패턴 웰딩)라고 부르는 방법이 있다. 목금과 마찬가지로 금속을 이리저리 꼬고 접으면서 칼날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도'와 중동의 '다마스쿠스' 칼은 독특한 무늬로 유명한데, 접쇠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무늬이다. 무늬가 워낙 독특하고 화려해서 이 두 도검은 오늘날에 예술품으로서 대우받는다. 

다만 목금과 도검 제작에 나타나는 무늬는 차이가 있다. 도검 제작은 목금처럼 강하게 금속을 압착하여 결합하지 않고 또한 완전히 다른 금속을 합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서로 강도가 다른 쇠를 적당히 꼬면서 강도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쇠끼리 꼬기 때문에 단순한 접쇠 만으로는 무늬가 짙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검의 무늬를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하는 작업을 따로 거쳐야 한다. 그것을 에칭(etching) 기법이라고 한다. 에칭은 쇠에 문양을 새기고 새기지 않은 부분에는 내산성이 좋은 바니시를 입힌다. 그리고 염화철, 질산 등 용액에 담그는데, 문양에 따라 표면이 부식된다. 이 에칭은 동판화를 만드는 데에도 많이 사용된다.
 

표면에 나타나는 무늬 / 위키피디아
표면에 나타나는 금속 무늬 / 위키피디아
목금기법으로 만든 다양한 문양의 판재 / 위키피디아
목금기법으로 만든 다양한 문양의 판재 / 위키피디아

반대로 목금기법은 색과 재질이 전혀 다른 금속을 합치는 작업이기 때문에, 에칭 없이도 각 금속의 색이 분명히 드러난다. 온도 역시 다른데, 도검 제작은 1000도 이상의 온도에 가열해야만 가공이 가능하지만 목금기법은 쇠보다 가공이 쉬운 구리나 은을 주로 사용하므로, 800도 이하의 더 낮은 온도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현대 금속공예에도 널리 쓰이는 목금 기법의 매력

목금기법은 17세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으나, 급격한 서구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명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와 목금의 매력을 발견한 금속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이 다시 복원하여 제품으로 선보였고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목금기법으로 만든 포크 / 위키피디아
목금기법으로 만든 포크 / 위키피디아
은을 사용한 목금기법 박스 / 위키피디아
목금기법을 사용한 은재질 박스 / 위키피디아

요즘에는 대부분 과정을 기계를 통해 자동적으로 진행하지만 몇몇 공예가들은 수작업이 많은 전통 기법 그대로 만들어보기도 한다. 물론 수공예로 목금을 만든다면 제작 과정에서 다른 금속공예보다 불량률이 높고, 재료비와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가격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기계보다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기에 핸드메이드 목금도 인기가 많다.

다양한 금속을 이용해서 각자의 특성과 색깔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화합의 무늬를 만드는 것은 오직 목금기법만이 할 수 있다. 또한 요즘에는 무늬를 새기고 그 안에 금·은 등을 박아 표현하는 상감기법을 함께 적용하기도 하는데, 더욱 화려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모든 것이 합쳐지지만 각자가 고유한 특징을 잃지 않고 어우러져 새로운 조화의 멋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바로 '목금'만이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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