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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③] 십원짜리를 만드는 '적동', 전통공예의 귀한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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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③] 십원짜리를 만드는 '적동', 전통공예의 귀한 재료?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0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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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깔의 구리동전 / 픽사베이
다양한 색깔의 구리동전 /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카드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십 원짜리 동전은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들고 다니기에 불편한 애물단지와 같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십 원으로 큰돈을 벌 수도 있다. 오래된 십 원일수록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특히 적동으로 만든 1970년도 발행 동전은 가장 비싼 70~80만 원으로 팔 수 있다.

'붉고 검은 금' 적동

적동(赤銅, red copper)은 구리에 소량의 금을 섞어 만든 합금을 말한다. 십 원짜리에는 구리와 아연을 섞은 황동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인다. 그런데 사실 십 원에 적동이 쓰인다고 해도 이 역시 색깔만 비슷할 뿐이지, 금 성분이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화폐에 애초에 금과 같은 비싼 귀금속을 섞을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전통적인 적동은 구리에 2~10%의 금 혹은 1~2%의 은을 섞어 만들었다. 또한 여기에 검보랏빛깔을 착색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검은 빛깔이 강한 적동은 까마귀 빛깔의 검은 금이라는 뜻의 오금(烏金)이라고도 불렸다.

황동은 광택을 오래 유지하고 음식 맛을 좋게 해서 놋쇠 그릇을 만드는 데에 사용했다. 백동은 은은한 은색깔과 강한 내식성 등을 가져 공예와 산업에 많이 쓰인다. 청동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구리 합금이다. 구리는 이렇듯 가공이 쉽고 다른 물질과 쉽게 섞여, 다양한 합금을 만들 수 있고 합금마다 다양한 특징과 역할이 있다.

그렇다면 적동은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부분에 쓰였을까? 적동은 금·은만큼은 아니더라도, 구리합금 중에서는 가장 희소하다. 또한 특유의 광택이 아름답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로 애용되어 왔다.
 

적동으로 장식한 칼집 출처 / 위키피디아
적동으로 장식한 칼집 출처 / 위키피디아
일본의 적동 브로치 / 플리커, perfectjewels
일본의 적동 브로치 / 플리커, perfectjewels

공예품의 재료와 귀한 물건을 장식한 적동

적동은 서양과 중동, 동아시아 등에서 두루 쓰였고 칼집과 칼자루 및 담뱃대, 장신구, 비녀, 문, 가구 등 귀한 물건을 장식했다. 특히 일본은 14세기부터 이 적동을 공예에 대표적으로 활용한 나라이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구리광산이 많았기에 구리를 해외에 수출하여 많은 이익을 봤다. 또한 구리와 금을 섞은 적동을 지폐로 사용했는데, 이를 샤쿠도(shakudo)라고 부른다.

무인의 나라였던 일본의 사무라이와 장군들은 항상 일본도를 차고 다니며 위엄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 일본도를 장식하는 데에 적동이 애용됐다. 그리고 점차 일본이 통일되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무기 외에도 예술과 공예가 활발하게 발전하면서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적동이 활용되었다.

세종대왕실록에서는 일본에서 1421년에 원경왕후를 조문하며 200근의 적동을, 1427년은 반야경을 얻기 위해 50근의 적동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문종실록에서는 일본 국왕이 직접 적동 300근을 포함한 토산물을 바쳐 조선에서도 답례한 적이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구리와 적동을 일본에서 들여왔다.

현대의 일본에서는 적동을 활용한 주얼리공예가 널리 활용 중이다. 그래서 화폐였던 샤쿠도가 적동 공예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가 됐다. 샤쿠도는 현대적인 디자인과 엔틱한 전통 디자인을 모두 선보여 장신구와 그릇, 시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아주 고가에 판매되는 것도 많다.
 

적동 / 위키피디아
적동 / 위키피디아

한국에서의 적동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 희귀한 금속이어서 그 사용이 많지 않다. 다만 강원도 삼척에는 오금잠제(烏金簪祭)라는 전통 제사를 단오마다 지내고 있다. 오금잠은 검은빛 비녀라고 하는데 고려 태조 왕건의 것으로 전해지는 적동으로 만든 비녀를 모시고 오금잠신에게 굿을 행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금속공예와 주얼리 제품 등에서 이 적동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적동은 현대에서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다. 그것은 화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적동이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다양한 색감의 적동을 얻는 방법

적동은 사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금 함량에 따라 색깔이 다른데, 금 함량이 낮을수록 갈색이지만 증가할수록 암청색, 그다음에는 보라색으로 변해간다. 또한 구리에 금 대신 은 함량을 높이면 은은한 은갈색이 더 강해지며 구리에 비소와 철을 넣으면 검붉은빛이 강해진다. 검은색이 강한 적동은 오동(烏銅)이라고 따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적동에는 표면에 다양한 착색법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금속 표면에 인위적으로 녹을 내는 착색법인 파티나(patina)를 사용하면 검보랏빛의 광택을 나타낼 수 있다. 동부식 또는 녹청기법이라고도 불리는 파티나(patina)는 엔틱한 느낌의 색감과 감성을 표현하는 데에 적합하여 금속공예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다.
 

파티나로 착색된 적동 출처 / 위키피디아
파티나로 착색된 적동 출처 / 위키피디아

파티나를 위해서는 적동 표면에 탄산나트륨 등의 염기성 재료로 표면을 세척하면서 구리의 산화막을 제거한다. 그리고 황화칼륨(유화가리) 또는 암모니아수 용액을 묻힌 천으로 싸거나 담그면서 하루 정도를 놔두며 부식을 유도한다. 그리고 건조되면 옻칠로 마감하여 표면을 보호하고 광택감을 준다.

좀 더 검은 색깔로 만들고 싶다면 구리에 비소와 철을 넣어 새롭게 합금시킬 수 있지만, 기존 적동에 그대로 검은색을 착색시킬 수도 있다. 적동에 검은색을 넣는 방법은 블랙 C(에바놀 C)가 많이 쓰이는데, 가열한 이 용액을 마찬가지로 천에 묻혀 적동 표면에 싼다. 에바놀 C는 구리 함량이 높을수록 착색이 쉽다. 하지만 은에는 착색되지 않기 때문에 은을 넣었거나 은땜 자국이 남아있는 부분은 사용할 수 없다.

기존 전통공예에서 적동은 다른 구리합금보다는 인지도가 덜했으나, 알아볼수록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공예의 다양한 전문 기법을 모두 적용할 수 있어, 그만큼 가공이 자유롭고 또한 다채로운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비슷비슷한 금속에 질렸고 좀 더 실험적인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금속공예가들이라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적동 공예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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