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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②] 영원히 바래지 않는 황금빛깔, 선조들의 도금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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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와 구리 ②] 영원히 바래지 않는 황금빛깔, 선조들의 도금 기술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6.26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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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표면에 아름다운 금속을 다시 입히는 도금법,
우리 선조들의 우수한 도금 기술과 작품들에 대해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 문화재청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국보제72호) / 문화재청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 문화재청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 문화재청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불상이 전체적으로 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정교한 표현과 장식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 불상의 이름은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이다. 국보 제72호로 지정된 백제 위덕왕 때의 유물이다. 구리로 주조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전체적으로 금을 입혔다.

국보 제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는 정교한 형태와 금빛이 놀랍도록 섬세하다. 이 향로는 당시 뛰어난 백제 금속공예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는 중세 이후에 도금이 사용됐는데, 한국의 도금 기술은 이미 삼국시대에 이렇게 널리 활용되어 앞서나갔다.

'도금(鍍金)'이란 금속, 플라스틱, 유리, 특수합금 등 물질의 표면에 금속을 새로 입히는 기법을 말한다. 도금은 현대 산업에서도 널리 쓰인다. 당장 우리의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자동차을 봐도 도금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도금은 금속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상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장식을 통해 심미적 기능도 한다.

현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도금법은 바로 '전기도금'이다. 입히는 금속은 음극, 표면 금속은 양극인데, 양극 금속을 진해액에 담그고 전기를 흘린다. 그러면 환원작용이 일어나 도금이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금속을 뿌리는 용사분무도금, 진공 상태에서 기화시켜 입히는 증착도금(진공 도금) 등의 방법도 쓰인다.

 

나라현 도다이사의 '대불상' 이 불상은 백제인들도 참여하여 뛰어난 도금 기술을 적용했다 / 위키피디아
일본 나라현 도다이사의 '대불상', 이 불상은 백제인들이 제작에 참여하여 뛰어난 도금 기술을 선보였다 / 위키피디아

삼국시대에 사용한 도금 기술 복원

그렇다면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등 고대의 공예품은 어떤 방법으로 도금한 것일까? 그 당시에는 당연히 전기도 없었다. 전기도금 과정에서 진해액으로 쓰이는 염산과 질산도 물론 없었다. 그런데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삼국시대에 사용한 도금 기술을 복원하여 화제를 모았다.

도금 기술의 포인트는 바로 '매실산'이었다. 이 매실산이 청동을 부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금과 수은을 섞어서 입혔다. 금과 수은이 섞이면 아말감이 되고 이를 청동에 잘 바르고 10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수은이 증발되면서 금이 입혀지는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 방법으로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금동삼존판불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조선시대 문헌에서 매실을 사용했다는 기록에서 단서를 찾았다. 처음에는 매실즙을 이용해보았으나 실패했고, 대신 매실산을 이용했다. 매실산은 발효된 매실의 즙인데, 다른 일반 매실즙보다 산도가 높다. 도금에서는 산도가 중요하다. 산도가 높아야 미세하게 부식이 되어 입힐 금속이 잘 달라붙는다.

예전에 도금을 하는 표면의 물질은 주로 동(구리) 이었다. 구리는 변색이 잘되기에 도금이 필수였다. 그리고 도금하는 물질은 금, 은, 동, 니켈, 주석 등이다. 대부분의 도금제품은 불교와 관련이 많았다. 금·은은 물론이고 수은 역시 중국, 일본, 아라비아에서 수입하는 비싼 물질이었다. 그래서 귀한 불상이나 장식품에 주로 사용했던 것이다.

현대의 전기도금은 도막이 얇게 올라가기 때문에 변색이 빠르다. 하지만 전통 도금 기법은 더 찬란한 황금색이 나온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도금한 우리 옛 문화재를 보면 도금이 벗겨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영롱한 금빛을 내뿜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 청동으로 만든 모형에 붓으로 매실산을 바른다 / 국립중앙과학관
1. 청동으로 만든 모형에 붓으로 매실산을 바른다 / 국립중앙과학관
2. 표면이 부식된 모형에 금과 수은을 섞은 아말감을 입힌다 / 국립중앙과학관
2. 표면이 부식된 모형에 금과 수은을 섞은 아말감을 입힌다 / 국립중앙과학관
3. 모형을 유리로 덮고 화덕에 올려 열을 가한다 / 국립중앙과학관
3. 모형을 유리로 덮고 화덕에 올려 열을 가한다 / 국립중앙과학관
2016년 전통 도금법으로 복원한 금동삼존판불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6년 전통 도금법으로 복원한 금동삼존판불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도금의 역사,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 도금법

도금은 중국 동진 시대의 연금술사인 갈홍(葛洪, 284~363)에게 유래됐다. 갈홍은 좌자의 술법을 계승했는데, 좌자는 '삼국지연의'에서 현란한 마술로 조조를 희롱했던 인물로 등장하여 유명하다. 갈홍의 할아버지인 갈현이 좌자에게 술법을 배웠는데, 다시 이를 정은에게 가르쳤고 정은이 갈홍에게 가르쳤다.

갈홍은 금단(金丹)과 환단(還丹)을 만들었는데, 금단은 금가루액, 환단은 수은액으로 만든 불로불사의 약이다. 물론 실제로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수은은 몸에 해로웠다. 그래서 이후에는 도금에 사용됐다. 당시 사람들은 도금된 제품을 보고 연금술로 동을 금·은으로 바꾼 것으로 알고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이 꾸준히 동아시아에서 발전했다.

도금은 다양한 분야에 쓰였다. 전통 불교회화인 '불화'는 목재 혹은 비단에 금니(金泥)와 은니(銀泥)를 발랐다. 금니와 은니는 아교에 금가루 혹은 은가루를 함께 개어 만든 것이다. 또한 얇은 금을 의복에 붙여 장식하는 '금박'도 도금의 일종이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금속에 직접 도금하는 방법이 가장 복잡하고 전문적인 공정이 필요하다.

중동에서도 연금술을 활발하게 연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화학 실험이 이루어졌고, 8세기에는 질산과 염산을 혼합한 왕수, 승홍(염화제2수은), 질산은을 발명했고, 이들을 부식용액으로 사용하여 도금할 수 있었다. 그리고 12세기에는 이 기술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낙랑고분에서 금과 은박을 입힌 물건이 출토된 것이 최초였다. 그리고 삼국시대에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금과 수은, 매실을 사용한 '수은 아말감법'이 성행했다. 또한 수은을 미리 바르고 금박을 입혀 가열하기도 했다. 구리에 금을 도금한 것을 ‘금동(金銅)’이라고 하는데, 문화재 이름에 금동이 들어간 것은 모두 이런 도금 기술을 사용한 것이라 보면 된다.
 

'고종 황제어세(보물 제1618호-1호)'  / 문화재청
'고종 황제어세(보물 제1618호-1호)' / 문화재청
양산 통도사 은제도금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 (보물제1747호) / 문화재청
양산 통도사 은제도금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 (보물제1747호) / 문화재청

뛰어난 우리의 전통 도금 기술 계승을 위해

우리나라는 뛰어난 도금 기술을 가진 나라였으나, 구한말 이후에는 전통 도금 기술의 맥이 끊겼다. 해방 이후에는 서구에서 현대적인 도금기술을 들여와 산업을 일구었다. 다행히도 전통 도금법은 이후에 정부의 복원 노력과 계승으로 조금씩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현재 국가에서 발급하는 문화재수리기능자 중에 '도금공' 종목이 있다. 도금공은 우리 전통 도금법인 옻칠도금, 수은도금 등을 배운다. 다만 전통 수은 아말감법은 수은이 몸에 워낙 해롭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배운다고 한다.

옻칠도금은 금방 벗겨지기 때문에 수 십 년에 한 번은 재도금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수은도금은 훨씬 견고하다. 약 천년의 세월을 땅에 묻혀 있어도 그 금빛이 전혀 바래지 않는 금동대향로가 이를 증명한다.

수은이 몸에 해롭지만 계속 꾸준히 연구가 되고 있는 만큼, 그 유해성을 줄이면서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을 해본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도금기술을 지녔다. 그리고 이를 일본 등에 전파했다. 우리의 이 도금기술이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개발을 통해 전승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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