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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과 인류의 문명, 오랫동안 사용된 단조 금속금속을 두들겨 물건을 만드는 야금술, 단조 방법에 대해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9.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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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인간은 나무, 흙, 돌, 가죽 등 다양한 주변 자연의 재료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금속의 사용은 인류에게 혁명과 같았다. 오랜 석기시대를 끝내고 청동기 및 철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이들 금속을 이용해 급격하게 문명을 일구게 된다.

금속을 추출 및 정련하여 이를 사용하기 좋은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통틀어 '야금술(冶金術)'이라고 부른다. 이 야금술은 다른 재료들에 비해 복잡하고 정밀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풀무- 좌측 손잡이를 당기면 우측면에 뚫린 흡입구로 공기가 들어가고, 반대로 밀면 손잡이와 연결된 판이 내부의 공기를 내부 통로를 거쳐 앞면 하단에 부착된 관으로 내보낸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야금술의 핵심은 고온을 내는 것

금속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핵심은 고온을 내는 것이다. 금속은 아주 단단한 물질이고 고온에 노출시켜야만 전연성이 높아져 가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대 이전에는 화로나 화덕 등을 만들고 고온을 내면서 작업을 했다.

또한 여기에 풀무를 사용하면 화력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 네모난 통에 흡입구와 풍로 등을 둔 풀무를 화덕 밑에 연결하여 손잡이를 돌리거나 발로 밟으면 바람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불은 산소가 더 많이 공급될수록 연소 속도가 늘어나고 온도도 높아지게 되는데, 풀무를 사용하면 쇠 등의 아주 단단한 금속도 가공이 가능하다.

BC. 1600년부터 1178년까지 아나톨리아 반도(현 터키)에서 활약했던 히타이트인들은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민족이다. 하지만 이들은 풀무없이 황야에 화덕을 만들고 자연의 바람을 이용하여 철기를 제작했다. 하지만 특정 장소와 시간, 자연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철기는 소량으로 제작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히타이트의 뒤를 이은 아시리아는 풀무를 발명하면서 자연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고온을 내어 철을 생산하게 된다. 이렇게 아시리아인들은 대량으로 만들어진 철기로 무장해 바빌론과 히타이트 등을 멸망시키고 서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한다. 그리고 아시리아 철기가 널리 퍼져나가며 본격적인 철기시대가 열린다.
 

단조 철기 만드는 방법- 충분히 달군 철기를 두들겨 형태를 잡고 이를 다시 담금질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야금술, '단조술'

풀무와 용광로 등 작업장을 갖추고 진행을 하는 야금술은 종류도 다양하다. 야금술에는 두드려서 만드는 단조(방짜), 쇠를 갈아 만드는 연마, 쇠를 불리는 제강 그리고 쇠를 녹이고 그 안에 금속을 추출하는 제련, 녹인 금속을 섞어 새로운 금속과 형태를 만드는 주조, 국부적으로 금속을 녹여 접착하는 용접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널리 쓰이고 역사가 오래된 야금술은 '단조(forging, 鍛造)'와 '주조(casting, 鑄造)'라고 할 수 있다. 단조와 주조는 인류가 처음 금속을 사용한 청동기 시대부터 이미 등장했다. 주조는 그 특성상 거대한 제품이나 사치품, 의례용품 등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량의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사극 영화 등을 보면 대장간에서 달군 쇠를 마구 때리면서 물건을 만드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조 방법으로 금속 제품을 만드는 장면인 것이다. 단조는 금속을 고온에 달구고, 이를 망치 등으로 두들겨 무기, 그릇 등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주조보다 방법이 간편하여 널리 사용됐다.

또한 철은 반복하여 때리고 담금질로 마무리하면 더욱 강해지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단조술로 만든 단조 철기는 주조 철기보다 그 강도 면에서도 훨씬 강했다. 말하자면 당시 단조술은 주조술보다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모두 앞선 것이다.

물론 주조 제품은 대형 작품이나 더 섬세함과 세밀함을 요구하는 예술 작품 등에 더 강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둘은 야금술에 있어 서로 상호보완하는 관계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출처-pixabay

단조의 종류와 방법

단조는 크게 상온에서 하는 '냉간단조'와 열로 가열하는 '열간단조'로 분류한다. 재결정 온도 이상에서 진행하는 열간단조는 상대적으로 적은 힘으로도 재료를 변형시킬 수 있다. 또한 강도와 인성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고온에서 대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소재 표면에 산화막이 생기는 단점도 있다.

그렇기에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가공을 해야 할 때에는 재결정 온도 이하에서 진행하는 냉간단조를 주로 사용했다. 비록 냉간단조는 더 많은 힘이 들어가고 변형의 범위가 크지 않았지만 간단한 공정이나 정밀한 치수를 요할 때에는 적격인 방법이다.

단조는 주로 모루라는 받침대 위에 가열한 소재를 두고 집게 등으로 고정시킨 다음, 망치로 두들겼다. 이 방법은 평탄한 작업대에서 자유롭게 위치를 바꾸고 돌려가며 만드는 '자유단조'와 일정한 모양의 금형 사이에 끼우고 두들기는 '형단조'로 다시 나눈다.

오늘날에는 손으로 일일이 만드는 수공업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의 대량생산 방식으로 단조제품을 만드는데 기계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검사, 절단, 가열 및 압착 등의 과정으로 모양을 만드는 프레스 등의 공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단조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장인들 

중국과 우리나라는 단조로 만든 철기가 쓰인 시점이 중동과 비교하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만 해도 주조 방식으로 만든 철기와 청동을 사용했으며, 한나라 때인 기원전 2세기에 단조 철기를 도입시켰으다. 우리나라도 이 시점부터 단조 철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단조는 환도, 장도, 갑옷 등의 무기류와 방어구 또는 방짜그릇, 농기구, 연장 등의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드는 데에 사용됐다. 옛날에는 마을 단위로 대장간이 있었는데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존재는 필수였다.
 

유기그릇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칠지도 모사품 [출처-위키피디아]

백제가 일본에 전해준 것으로 유명한 칠지도도 단조로 만든 것이다. 양쪽에 여섯 갈래의 칼날이 붙어있는 복잡한 모양의 칠지도를 단조로 만든다는 것은 현대 기술력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며, 그만큼 당시 백제인들의 단조 기술이 굉장히 우수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예전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손으로 제품을 만들었으며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는 정겨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금속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대부분 대장간과 장인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날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된 단조를 사용하는 장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유기장(鍮器匠)'이 있다. 유기장은 놋그릇을 만드는 장인이다. 놋그릇은 단조로 만드는 '방짜 그릇', 주조로 만드는 '주물유기', 이 둘을 혼합한 '반방짜' 이 3가지 그릇을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방짜 그릇이 그 품질에서 으뜸으로 여겨졌다. 

수공예 놋그릇 역시 산업화 이후 빠르게 사라졌지만, 최근 방짜 유기의 뛰어난 품질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다시 수요가 늘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되온 방짜 유기가 현대에도 전통 단조 방식의 우수함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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