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2-09 01:05 (목)
[탄생석과 명화] 9월 사파이어(Sapphire),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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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9월 사파이어(Sapphire), 가을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 진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9.09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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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색깔에는 각자의 고유한 이미지가 있다. 붉은색은 불타오르는 정의감과 매혹적인 여인의 이미지가 있다면, 초록색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자연을 떠오르게 한다.

파란색은 물의 이미지도 있지만, 무언가를 알리는 신호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블루투스도 파란색이고, 전자기기의 전원도 파란색 불빛을 띠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어떤 것의 ‘진실함’을 드러내는 색이기도 하다. 흔히 진실은 파란색, 거짓은 붉은색으로 표현하곤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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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탄생석인 사파이어에는 ‘성실’, ‘진실’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데 짙은 파란색을 띠고 있다. 푸른색을 담은 진실의 보석인 셈이다. 또한,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닮기도 했다. 세계 4대 보석 중 하나인 사파이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궁금해진다.


천의 얼굴을 가진 푸른색 보석

보석의 이름은 그 보석의 색을 의미하는 어원에서 따오는 것이 보통이다. 사파이어도 마찬가지로 라틴어 ‘사피루스(Sapphirus)’에서 유래됐다. 라틴어 외에도 그리스어(sappheiros), 히브리어(sappir), 산스크리트어(Sanipriya)로 사파이어는 ‘청색’을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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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사파이어는 남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파란색의 보석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으며 색에 따라 부르는 명칭도 조금씩 다르다. 사파이어는 산화알루미늄의 결정체인 커런덤의 일종인데 푸른색은 사파이어, 붉은색은 루비가 된다.
 

미국 워싱턴 DC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로건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미국 워싱턴 DC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로건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파란색의 블루 사파이어도 보라색이나 녹색이 살짝 섞인 사파이어가 발견되는데, 순수한 파란색과 선명한 채도를 가진 사파이어일수록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고 한다. 현재 가장 큰 블루 사파이어는 미국 워싱턴 DC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로건 사파이어(Logan Sapphire)’다.

로건 사파이어는 1960년 이를 박물관에 기증한 폴리 로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크기는 달걀 정도이며, 422.99캐럿(84.6g)이라고 한다. 스리랑카에서 발견된 로건 사파이어에는 20개의 다이아몬드가 둘러싸인 브로치 형태를 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20개는 총 16캐럿(3.2g) 정도라고 한다.
 

옐로우 사파이어 / flickr (Amila Tennakoon)
옐로우 사파이어 / flickr (Amila Tennakoon)
몬테나주 헬레나 근처 스포캔 사파이어 광산에서 발견된 옐로우 사파이어 원석 / 위키미디어 (CRPeters)
몬테나주 헬레나 근처 스포캔 사파이어 광산에서 발견된 옐로우 사파이어 원석 / 위키미디어 (CRPeters)

보통 알려진 파란색 외에도 핑크, 오렌지, 옐로우, 다크 블루나 별 모양이 들어간 스타 사파이어 등 종류가 많은 편인데, 파란색 이외의 사파이어는 팬시(fancy) 혹은 파티 컬러(parti colored)라고 부른다. 파티 컬러 사파이어에는 2가지 이상의 색이 섞이는데,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으며 모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핑크 사파이어 / flickr (James Petts)
핑크 사파이어 / flickr (James Petts)
핑크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Charlesjsharp)
핑크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Charlesjsharp)

핑크 사파이어는 내포물로 포함된 크롬의 양에 따라 색이 짙어진다. 분홍색이 짙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루비 중에서도 최소 채도를 충족하지 못하면 핑크 사파이어로 취급하기도 한다.
 

파파라차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파파라차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오렌지를 닮은 주황빛이 나거나 주황색과 붉은 계열의 색이 섞인 사파이어는 ‘파파라차(Padparadscha)’라고 부른다. 사파이어를 주로 생산하는 스리랑카 외에도 베트남, 아프리카 등에서 발견된다.

주황색 사파이어는 희귀할 정도로 찾기 어려우며, 인공의 흔적이 없는 자연적인 보석 품종이라고 한다. 그 색이 연꽃을 닮았다 해서 산스크리트어인 ‘padma ranga’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여기서 padma는 연꽃이고, ranga는 색상이라는 뜻이다. 파란색이 아닌 사파이어 중에서는 가장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고 한다.
 

스타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스타 사파이어 / 위키미디어

스타 사파이어는 이름처럼 표면에 빛이 별 모양으로 퍼진 형태를 보인다. 그 이유는 원석 안에 바늘 형태의 내포물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스타 사파이어는 각진 형태가 아닌 반구나 원형형태의 둥그런 카보숑 형태로 다듬는데, 그 과정에서 6가닥, 12가닥의 선이 나타난다.

현재 가장 큰 스타 사파이어는 2016년 스리랑카 남부 라트나푸라에서 발견된 1404.4 캐럿의 블루 스타 사파이어다. 무게는 289.898g이며 크기는 달걀보다 조금 큰 정도다. 발견 당시 가격으로는 1억7,5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20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스타 사파이어에는 ‘아담의 별(The Star of Adam)’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스리랑카에 있는 ‘아담의 정상’이라는 산에서 살았다는 이슬람교의 믿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스타 사파이어 ‘퀸즈랜드 블랙 스타’ / 위키미디어(greyloch)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스타 사파이어 ‘퀸즈랜드 블랙 스타’ / 위키미디어(greyloch)

아담의 별이 발견되기 전까지 가장 큰 스타 사파이어는 ‘퀸즈랜드 블랙 스타’였다. 이 사파이어도 733캐럿(146.6g)에 달하는 크기다. 그런데 최근 스리랑카에서 이 기록을 뒤흔들만한 스타 사파이어 원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파이어 주요 생산지인 스리랑카 라트나푸라 한 주택에서 우물을 파기 위해 작업하던 중, 510kg의 사파이어 원석이 발견된 것이다. 정확히 발견된 시점은 지난해 말인 것으로 보이며, 불순물을 제거한 후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올해 7월 말경이다.

크기는 길이 100cm, 너비가 72cm, 높이가 50cm로 하나의 큰 스타 사파이어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주택가 뒤뜰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해서 ‘세렌디피티 사파이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담의 별을 능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 사파이어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 가치는 무려 2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300억 원이라고 한다.
 

보라색 사파이어 / flickr (Ed Bierman)
보라색 사파이어 / flickr (Ed Bierman)

이 외에도 사파이어는 함유된 크롬, 철, 티타늄 비율에 따라 다양한 색을 가지게 되는데, 어떤 빛과 만나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백열등을 비추면 자주색이나 분홍색, 햇빛에는 녹색이나 회색빛을 띠는 녹색을 보인다. 이런 색상변화를 두고 ‘알렉산드라이트 효과’, ‘메타메리즘’이라고 한다.

사파이어가 주로 채굴되는 지역은 보석의 나라라고 일컫는 스리랑카를 비롯해, 호주, 미얀마, 콜롬비아, 아프가니스탄, 마다가스카르, 네팔, 나이지리아,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 다양하다.


다이애나비의 약혼반지

사파이어는 약혼이나 결혼반지에 쓰이며, 결혼 45주년을 기념하는 보석이기도 하다. 중세시대에도 사파이어를 ‘왕의 돌’이라고 여겨 왕관을 장식했다. 영국 왕실의 왕관인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세인트 에드워드 크라운 등에 사파이어가 빠지지 않는다.
 

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한 다이애나비 / flickr (Joe Haupt)
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한 다이애나비 / flickr (Joe Haupt)
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한 다이애나비 / flickr (Joe Haupt)
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한 다이애나비 / flickr (Joe Haupt)

그런 의미 때문인지 약혼반지로 사파이어를 선택한 유명 인사가 있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그 주인공이다. 다이애나비가 찰스 왕세자와 약혼할 때 직접 골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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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한 다이애나비 / flickr (Joe Haupt)
사파이어 반지를 착용한 다이애나비 / flickr (Joe Haupt)

사진을 보면, 공식 석상에서 항상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다이애나비가 사파이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약혼반지로 사파이어를 고른 것 자체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고도 전해지며,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에도 다이애나비는 사파이어 반지를 계속 착용했다고 알려졌다.
 

다이애나비의 약혼반지 / 위키미디어 (Ann Porteus)
다이애나비의 약혼반지 / 위키미디어 (Ann Porteus)

다이애나비의 블루 사파이어 반지는 영국의 주얼리 브랜드이자 왕실 보석을 담당하는 가라드(Garrard)에서 만든 것으로, 12캐럿의 사파이어 주변에는 14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되어 있다.
 

마담투소 박물관에 있는 영국 왕실 사람들의 밀랍 인형. 윌리엄 왕자 옆 캐서린 미들턴의 손에 블루 사파이어 반지가 끼워져 있다 / 위키미디어 (Karen Roe)
마담투소 박물관에 있는 영국 왕실 사람들의 밀랍 인형. 윌리엄 왕자 옆 캐서린 미들턴의 손에 블루 사파이어 반지가 끼워져 있다 / 위키미디어 (Karen Roe)
마담투소 박물관에 있는 영국 왕실 사람들의 밀랍 인형. 윌리엄 왕자 옆 캐서린 미들턴의 손에 블루 사파이어 반지가 끼워져 있다 / 위키미디어 (Karen Roe)
마담투소 박물관에 있는 영국 왕실 사람들의 밀랍 인형. 윌리엄 왕자 옆 캐서린 미들턴의 손에 블루 사파이어 반지가 끼워져 있다 / 위키미디어 (Karen Roe)

이 반지는 그녀의 아들인 윌리엄 왕자에게 유품으로 전해졌으며, 윌리엄 왕자는 자신의 아내이자 왕자비인 캐서린 미들턴에게 프러포즈할 당시 사파이어 반지를 끼워주었다고 한다. 유명인 밀랍 인형이 가득한 마담투소 박물관에 있는 캐서린 미들턴의 인형에도 사파이어 반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캐서린 미들턴도 다이애나비처럼 공식 석상에 나갈 때 사파이어 반지를 꼭 착용한다고 전해진다.


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석

보석은 보통 주얼리 장식으로 쓰이지만,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보석은 생활 속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사파이어도 모스 경도 9로 단단한 편이다. 또한, 자외선(UV)과 적외선(IR) 등의 빛 파장이 투명하고, 긁힘 방지 효과가 뛰어나 적외선 광학 부품, 손목시계, 반도체회로 기반, 레이저 등에도 사용된다.
 

합성 사파이어 출력창이 있는 램프, 티타늄 사파이어가 사용된 손목시계 / 위키미디어(Su37amelia, Tuxyso)
합성 사파이어 출력창이 있는 램프, 티타늄 사파이어가 사용된 손목시계 / 위키미디어(Su37amelia, Tuxyso)

또한, 미신에는 사파이어가 눈에 생기는 병을 없애주고, 우울증을 사라지게 하는 부적과 같았으며, 불길한 것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해주는 돌로 여겼고, 여성들은 사파이어를 갈아서 화장분으로 만들어 피부에 칠하는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가 그린 로마 가톨릭 추기경이자 마지막 대주교였던 레지날드 폴 (1549) / 위키미디어
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가 그린 로마 가톨릭 추기경이자 마지막 대주교였던 레지날드 폴 (1549) / 위키미디어

종교적인 의미도 강한데, 가톨릭에서도 사파이어를 매우 귀중한 보석으로 생각했다. 구약성경 탈출기의 한 구절에도 ‘그분의 발밑에는 청옥으로 된 바닥 같은 것이 있었는데, 맑기가 꼭 하늘 같았다’라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청옥(靑玉)은 한자어로 사파이어를 이르는 단어다. 이 때문에 십계명이 사파이어에 새겨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한, 추기경들이 끼는 추기경 반지에 장식된 보석이 사파이어이기도 하다. 진실과 성실, 덕망과 자애, 지혜 등을 뜻하는 보석이기 때문에 성직자에게도 이런 덕목이 중시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로마 가톨릭 추기경이자 로마 가톨릭의 마지막 대주교로 알려진 레지날드 폴의 초상화를 보면, 손가락에 푸른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착용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사파이어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장신구로 그림에 담긴 사파이어

보통의 탄생석이 그려진 명화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보석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그림 속 주인공을 꾸며주는 장신구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석을 주제로 한 명화가 왕족이나 귀족의 초상화인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안드레아스 헤르만 후네우스,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후 초상(1860) / 위키미디어
안드레아스 헤르만 후네우스,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후 초상(1860) / 위키미디어

덴마크의 다우마 공주이자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황후인 마리아 표도로브나 황후의 초상화다. 덴마크 사람이었지만, 결혼 후 원래 이름인 다우마에서 러시아식인 마리아 표도르브나로 개명하고, 러시아어를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남편인 알렉산드르 3세와의 사이가 돈독했다고 전해지며, 남편이 황제로 즉위한 다음에는 황후로서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알렉산드르 3세는 아내인 마리아 표도르브나를 두고 ‘러시아의 수호천사’라고 불렀다고 할 정도다.

초상화 속 마리아 표도르브나 황후의 모습도 굉장히 밝고,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보인다. 부드럽고 풍성해 보이는 시폰 드레스에 목걸이 2개, 팔찌 4개, 귀걸이 등 화려하게 꾸몄지만 단아해 보인다. 특히 그녀의 오른쪽 손목에 있는 사파이어 팔찌가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톤이 화려하지 않은데, 파란색의 사파이어만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필립 드 라즐로, 루마니아 여왕 마리 초상(1924) / 위키미디어
필립 드 라즐로, 루마니아 여왕 마리 초상(1924) / 위키미디어

헝가리의 화가였던 필립 드 라즐로가 그린 루마니아의 여왕 마리의 초상화다. 라즐로는 왕실과 귀족의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로 통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마리 여왕은 이목구비는 뚜렷하지만, 장신구나 의상은 흐릿하다. 유화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듯한 초상화에서 마리 여왕이 쓰고 있는 왕관에는 파란색 보석이 박혀있는데, 이것이 사파이어다. 보기에도 매우 커다란 사파이어가 박혀있는데, 그만큼 여왕의 권위적인 분위기가 강조되기도 한다.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다.
 

이집트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태피스트리 속 Nereid(바다 요정) / 위키미디어
이집트 비잔틴 시대에 만들어진 태피스트리 속 Nereid(바다 요정) / 위키미디어

이집트 비잔틴 시대인 4세기 말에서 5세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피스트리는 밝은 색상으로 짜인 커다란 바다 요정 형상이다.

일부가 훼손되었지만, 벌거벗은 여성이 근엄한 눈빛을 하고 있다. 바다 요정은 큰 에메랄드, 사파이어, 진주로 장식된 장신구를 착용하고 숄을 두르고 있다. 요정이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신적인 존재에게 사파이어와 같은 귀한 보석을 착용하여 신성함을 더한 듯하다.
 

네팔 네와리족의 장신구 / 위키미디어
네팔 네와리족의 장신구 / 위키미디어

사파이어의 인기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은 듯하다. 이 장식은 네팔 네와리족의 장신구로 그들이 믿는 신을 보석으로 형상화했다. 네팔은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 70% 이상이라고 하니,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창조신 브라흐마, 질서를 유지하는 신 비슈누, 파괴하는 신 시바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추측된다.

17~19세기쯤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장신구는 매우 정교해서 당시 장인들의 세공실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금,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가넷, 라피스 라줄리, 조개껍데기, 터키석 등 다양한 보석이 쓰였다.
 

조셉 칼 스틸러, 알렉산드라 이오시포브나 대공비 (1850) / 위키미디어
조셉 칼 스틸러, 알렉산드라 이오시포브나 대공비 (1850) / 위키미디어

독일에서 출생한 화가인 조셉 칼 스틸러는 대대로 조각가, 금형 제작자로 활동해 온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게 예술교육을 받았을 정도다. 35년 넘게 바이에른 왕실의 화가로 활동했지만, 신고전주의를 추구했다고 한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음악가인 베토벤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조셉 칼 스틸러 초상과 그가 그린 베토벤 초상 / 위키미디어
조셉 칼 스틸러 초상과 그가 그린 베토벤 초상 / 위키미디어

왕실 화가로 일한 만큼, 그 역시도 왕족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알렉산드라 이오시포브나 대공비의 초상화도 그가 그린 것이다. 초상화는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신고전주의를 추구한 조셉 칼 스틸러의 화풍이 드러난다.

초상화 속 이오시포브나 대공비는 가장 포인트가 되는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데, 4줄로 이루어진 진주목걸이에 커다란 사파이어 브로치가 이어진 형태다. 그림으로만 보아도 무게가 상당할 것 같은 주얼리다. 머리 위 화관과 어깨에 있는 꽃장식과 브로치가 무색할 정도다.
 

무명의 화가가 그렸다고 하는 알렉산드라 이오시포브나 대공비의 또 다른 초상화 / 위키미디어
무명의 화가가 그렸다고 하는 알렉산드라 이오시포브나 대공비의 또 다른 초상화 / 위키미디어

이 목걸이는 무명의 화가가 그린 초상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도 이오시포브나 대공비는 화관을 쓰고 있으며,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했다.

이 작품도 굉장히 세세하게 표현된 것으로 보아 당시 비슷한 화풍을 가진 화가가 그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귀걸이의 보석이 목걸이의 사파이어와 비슷한 색깔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귀걸이도 사파이어가 아닐까 추측된다. 마치 보석만 합성한 듯한 느낌의 초상화다.
 

윌리엄 찰스 로스, 제인 딕비(레이디 엘렌버러) 초상 (19세기) / 위키미디어
윌리엄 찰스 로스, 제인 딕비(레이디 엘렌버러) 초상 (19세기) / 위키미디어

19세기 당시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팜므파탈인 제인 딕비, 레이디 엘렌버러의 초상이다. 해군 제독이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결혼 후 그녀의 삶은 절망의 연속이었다. 남편이었던 엘런버러 백작은 그녀보다 17살이나 많았으며, 결혼 후 가졌던 첫아들은 태어난 지 2년 만에 목숨을 잃었다.

어쩌면 지루한 삶이었을 그녀는 마치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많은 남자와 교류하며 스캔들을 일으켰다. 기록에 따르면, 남편인 엘렌버러 백작과 이혼 후 외사촌 조지 대령, 슈바르첸베르크의 펠릭스 왕자, 바이에른의 루드비히 1세, 뮌헨의 칼 폰 베닝겐 남작 등 끊임없이 새로운 남자들을 만났다. 그 남자들과의 사이에서 아들, 딸이 태어났지만, 사고와 병으로 오래 살지 못했다고 한다.

자식이 죽고 남자들과의 관계가 끝나면, 또 새로운 남자를 만났던 제인 딕비는 무려 28명의 남자들과 염문설을 퍼뜨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 잃은 자식은 아들만 7명이라고 한다.

그녀의 초상을 보면 뭔가 이해가 간다. 당시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졌던 그녀답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보이는 피부와 맑은 눈빛과 단아한 입 등은 여러 남성을 설레게 했을 것 같다.

그림 설명을 보면,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로 장식된 목걸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드레스 허리띠에도 사프란이라고 하는 보석이 장식되어 있고, 머리에도 진주 장식이 길게 늘어져 있다. 보석도 화려하지만, 그녀의 외모가 더욱 돋보이는 초상이다.

그녀의 초상을 그린 윌리엄 찰스 로스도 영국에서 알아주는 화가였다.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기도 했던 그는 미니어처 화가이자 그림 교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았다.
 

무명의 중국화가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조셉 니아스 대령 / 위키미디어
무명의 중국화가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조셉 니아스 대령 / 위키미디어

1846년 사령관의 복장을 입고 있는 조셉 니아스 대령의 초상화다. 그의 왼쪽 가슴에 달린 중국 전쟁(1839-1842) 메달과 나바리노(Navarino)용 걸쇠가 있는 해군 총무 훈장으로 보아, 왜 그의 초상화가 무명의 중국화가에 의해 그려진 것인지 추측된다.

왼손에는 두 개의 금반지를 끼고 있는데, 하나는 사파이어처럼 보이는 세 개의 네모난 돌이 세팅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길쭉한 바로크 양식의 진주가 세팅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교의 임관 반지에 사파이어가 사용된다고 하는데, 그 역시도 군인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반지를 착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무명의 화가가 그린 마틴 2세 거베르트의 초상 / 위키미디어
무명의 화가가 그린 마틴 2세 거베르트의 초상 / 위키미디어

사파이어는 5개의 추기경 보석에도 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톨릭 등 종교 예물이나 장식 등에도 사용된다. 18세기에 그려진 성 블레즈 수도원의 원장인 마틴 2세 거베르트의 초상을 보면, 목에 걸린 십자가가 사파이어로 장식되어 있다. 화려하게 보일 수 있지만, 종교적인 의미로 보면 귀하고 성스러운 성직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앙리 프랑수아 리즈네르, 조세핀 황후 (1806) / 위키미디어
앙리 프랑수아 리즈네르, 조세핀 황후 (1806) / 위키미디어

나폴레옹 1세의 황후인 조세핀 역시 대관식 당시 착용했던 에메랄드 목걸이 말고도 사파이어로 만든 장신구도 즐겨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상화의 정확한 이름은 ‘조세핀 드 보하네르’다.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인 알렉상드르 보하네르의 성을 따와서 조세핀 드 보하네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초상화가 완성된 시기인 1806년은 나폴레옹이 프랑스의 황제로 즉위하고, 대관식을 진행했던 1804년으로부터 2년 뒤이기 때문에 조세핀 황후의 초상화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초상화에서 조세핀 황후는 목걸이와 허리 장식, 팔찌까지 한 세트로 보이는 사파이어 주얼리를 착용하고 있다. 상체에만 조명이 비춘 듯이 아래쪽으로 갈수록 명암이 어두워지는데, 사파이어만큼은 그 색을 잃지 않고 빛난다.

이 초상화를 그린 앙리 프랑수아 리즈네르도 빛에 강한 사파이어의 화려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지만, 어딘가 초점이 흐려 보이는 그녀의 눈빛보다 사파이어에 반사된 빛이 반짝이기 때문이다. 단아한 황후의 모습보다는 화려함이 돋보인다.
 

앙리 프랑수아 리즈네르 / 위키미디어
프랑스 화가 앙리 프랑수아 리즈네르 / 위키미디어

프랑스의 초상화 화가인 앙리 프랑수아 리즈네르는 신고전주의 화가인 프랑스아 앙드레 뱅상, 여러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로 잘 알려진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에게 사사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그린 초상화에서도 자크 루이 다비드처럼 세세함이 보인다. 명확한 표현과 균형을 중시했던 신고전주의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은은하게 빛나는 새틴 드레스의 질감이 눈으로 느껴진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빅토리아 여왕 (1847)/ 위키미디어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빅토리아 여왕 (1847) / 위키미디어

사파이어를 한 왕족의 초상화에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시절의 빅토리아 여왕 초상화 2개에서 커다란 사파이어 브로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공식 석상에서 사파이어 주얼리를 자주 착용하곤 한다.

마치 웨딩드레스와 비슷한 하얀 드레스와 베일을 착용하고 있어 결혼식 당시의 모습이 아닐까 추측된다. 귀걸이와 목에는 다이아몬드와 진주 등으로 추정되는 화려한 주얼리를 착용하고,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있는 앳된 모습의 빅토리아 여왕이다.

드레스 가슴 부분의 한 가운데에는 파란색 사파이어가 장식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하얀색 이미지가 강한 초상화에서 사파이어는 돋보일 수밖에 없다. 통일감 있는 의상에서 유색 보석인 사파이어로 포인트를 준 것이 돋보인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빅토리아 여왕 (1842) / 위키미디어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 빅토리아 여왕 (1842) / 위키미디어

위 그림보다 5년 전 완성된 또 다른 초상화에도 사파이어 브로치가 있다. 틀어 올린 머리 뒤 왕관 장식에도 푸른 보석이 보이는데, 이 역시도 사파이어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간결한 주얼리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새틴 드레스와 어우러지면서 빅토리아 여왕의 권위적인 모습과 당당함을 강조해주는 듯하다.

초상화 전문화가로 활동한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의 화풍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진처럼 자세하고 세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른 매력은 분명히 있다. 빅토리아 여왕을 그렸지만, 1847년의 초상화는 유화가 아닌 색연필로 그린 느낌이 나고, 1842년의 초상화는 사진인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그린 것이지만 그림을 보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보석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지만, 사파이어에는 다른 보석에서는 없는 유행이 따르기도 했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사파이어 반지를 캐서린 미들턴에게 프러포즈 반지로 주면서 사파이어 반지를 선물하면서 재조명되기도 했으며, 다이애나비가 사파이어 반지를 약혼반지로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18개월 넘게 영국에서 사파이어 반지 판매량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깊은 푸른색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하늘이 아름다운 이 계절, 그 하늘을 닮은 9월의 탄생석이라서 사파이어가 오랜 사랑을 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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