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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8월 페리도트(Peridot), 연둣빛 보석이 전하는 신비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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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석과 명화] 8월 페리도트(Peridot), 연둣빛 보석이 전하는 신비로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8.1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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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보석이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무게(CARAT)나 컷(CUT), 내포물(CLARITY), 색(COLOR) 등의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다듬어지기 전에는 하나의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8월의 탄생석인 페리도트는 우주에서 떨어지는 운석에 섞여 있다는 점에서 원석 자체로도 신비롭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 위키미디어
위키미디어

페리도트는 비슷한 초록빛을 가진 에메랄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교되는 보석이지만, 연두색 외에는 다른 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부부의 행복’이라는 의미를 가진 페리도트는 오랜 역사와 함께하면서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보석이다.


올리브 빛을 닮은 보석

페리도트는 연두색, 밝은 녹색, 올리브색 등 초록빛을 띠고 있다. 다른 보석이 여러 가지 색을 가진 것과 상반된다. 한 가지 색을 가진 원석이 얼마 되지 않아 페리도트의 가치는 그만큼 높은 편이다.

페리도트라는 이름의 어원은 정확히 전해지는 것은 없으나 다양한 설이 있다. 기원전 1500년 전부터 고대 이집트의 자바르가드 섬, 현재 세인트존스 섬에서 발굴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역사와 오랫동안 공존한 보석인데, 이 섬이 접근하기가 어려워 ‘탐색한다’는 의미로 토파조스(Topazos) 또는 토파즈라고 불렀다고 한다.
 

세공 전의 페리도트 원석 / pixabay
세공 전의 페리도트 원석 / pixabay

지금의 페리도트와 비슷한 어원은 아랍어 ‘faridat’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저 ‘보석’이라는 의미다. 보통 어원이 보석의 생김새나 색에서 따오는 것과는 좀 다르다. 한자어로는 감람석(橄欖石)이라고 하는데, 연둣빛 감람나무의 색을 닮았기 때문이다.

주로 생산되는 지역은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중국, 미국, 아프리카, 호주 등인데, 가장 아름다운 페리도트가 생산되는 곳은 파키스탄이다. 이곳에서 질 좋은 페리도트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로, 이때부터 페리도트가 다시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파키스탄 해발 4,000m 정도 되는 산악지역에서 높은 품질을 가진 페리도트가 발견되는데, 험준한 지형과 기후 때문에 채굴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 가치가 높아진다. 그래서 파키스탄에서 발견되는 페리도트에는 ‘캐시미르 페리도트’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한다.
 

화산 마그마 속에 섞인 페리도트 / flickr (James St. John)
화산 마그마가 굳은 돌에 섞인 페리도트 / flickr (James St. John)

또 다른 부분에서 페리도트의 가치가 높아지는데, 단단하지 않고 잘 깨지는 보석이기 때문에 세심한 연마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리도트는 내포물 정도만 제거한 정도로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은 부딪힘이 생기거나 열을 가해도 파손될 수 있어 흐르는 물에 헹구고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어야 한다.
 

운석에 섞여 있는 페리도트 / flickr (Steve Jurvetson)
운석에 섞여 있는 페리도트 / flickr (Steve Jurvetson)

화산활동이나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에서도 페리도트 원석이 발견된다. 화산이 폭발하고 생기는 마그마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광물이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는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화산에서 페리도트가 발견되자 ‘하와이안 다이아몬드’라고 불렀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1794년 시베리아 지역에 다수의 운석이 떨어졌는데, 여기에 페리도트가 섞여 있었다고 한다. 이때 발견된 페리도트는 연마되어 국가보석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는 설도 있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페리도트

페리도트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는 철, 니켈, 크롬이 있는데, 그중에서 철이 얼마나 함유되느냐에 따라 옐로우 그린에서 올리브그린, 갈색빛이 섞인 브라우니쉬 그린까지 초록빛이 달라진다.

그래서 금빛이 살짝 섞이면 그리스어로 ‘금빛 스톤’이라는 뜻의 ‘크라브솔리스(Chrvsolith)’라고 부르거나, 올리브색과 비슷한 광물과 비슷하다고 해서 ‘올리빈(Olivin)’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진한 에메랄드와 연한 페리도트로 만들어진 귀걸이 / flickr (NATALIA PHOTOS)
진한 에메랄드와 연한 페리도트로 만들어진 귀걸이 / flickr (NATALIA PHOTOS)

또는, ‘이브닝 에메랄드’라는 이름도 있는데, 달빛에 비추었을 때 에메랄드처럼 진한 녹색으로 빛난다고 해서 고대 로마인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진 페리도트에는 미신도 있었다. 항상 녹색을 유지했기 때문에 공포와 악몽을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신체에 지니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결혼 16주년에 선물하는 페리도트 / flickr (topzhang)
결혼 16주년에 선물하는 페리도트 / flickr (topzhang)

이런 의미 때문인지, 부부의 행복, 친구의 화합을 상징하며 결혼 16주년에 선물하는 보석이기도 하다. 장신구로 착용할 때는 금으로 만든 팔찌에 페리도트를 장식했으며, 남자는 왼쪽 팔, 여자는 오른쪽 팔에 착용하면 불행을 피한다고 믿었다.


파라오가 발견한 태양의 보석

낮이나 밤이나 변함없이 빛나는 초록빛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태양이 선물한 보석이라고도 하는 페리도트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녹색의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페리도트가 채굴되던 이집트 자바르가드 섬. 현재는 세인트존스 섬 / 위키미디어
페리도트가 채굴되던 이집트 자바르가드 섬. 현재는 세인트존스 섬 / 위키미디어

앞서 설명한 것처럼 페리도트가 처음 발견된 곳은 고대 이집트의 자바르가드 섬이다. 파라오가 명령해서 노예들이 채굴했다고 한다. 태양을 신성시하며 숭배했던 이집트이기 때문에, 태양처럼 한결같이 빛나는 페리도트는 귀중한 보석이었다.

그래서 허락되지 않은 광부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으며, 낮에 채굴하면 빛 때문에 실명할 수 있어 밤에만 채굴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클레오파트라 7세의 고대 로마 대리석 조각 / 위키미디어
클레오파트라 7세의 고대 로마 대리석 조각 / 위키미디어

이집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클레오파트라 7세도 페리도트를 아꼈다고 한다. 원래는 에메랄드라고 알려졌지만, 당시 고대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녹색의 보석이 페리도트였다는 점, 파라오를 통해 처음 발견된 보석이며, 숭배하던 보석이라는 점을 근거로 보면 설득력이 있다.


명화 속에도 잘 남아있지 않은 보석

페리도트는 고대 이집트를 거쳐 유럽에서도 왕실이나 귀족들이 사랑한 보석이었지만, 같은 녹색의 보석인 에메랄드에는 뒤처진 듯하다. 아니면,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일까. 명화 속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프랑스 화가 알렉상드르 카바넬이 그린 ‘죄수들에게 독약을 시험하는 클레오파트라’다.
 

알렉상드르 카바넬, 죄수들에게 독약을 시험하는 클레오파트라 (1887) / 위키미디어
알렉상드르 카바넬, 죄수들에게 독약을 시험하는 클레오파트라 (1887) / 위키미디어

이집트 여왕인 클레오파트라가 페리도트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작품이다. 영화 등 대중매체나 뒷이야기를 통해서는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등 로마의 영웅을 유혹한 요부로 표현되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나름대로는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잘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던 여왕이기도 하다.

간혹,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등의 믿을 수 없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일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분명 죄수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 독약을 먹여 시험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은 가혹하기도 하다.

독약을 먹고 쓰러져 들려가는 죄수들과는 반대로 편안한 의자에 누운 듯 기댄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은 화려하다. 왕관과 전통의상을 입고, 손에는 꽃을 들고 있다. 그 옆에는 하녀가 부채질하며 함께 죄수들을 지켜본다.
 

알렉상드르 카바넬, 죄수들에게 독약을 시험하는 클레오파트라 일부분 (1887) / 위키미디어
알렉상드르 카바넬, 죄수들에게 독약을 시험하는 클레오파트라 일부분 (1887) / 위키미디어

클레오파트라가 입은 의상의 허리 부분 장식을 보면, 녹색 보석이 눈에 띄는데 이것이 페리도트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림 속 보석은 에메랄드의 색과 가깝지만, 이집트에서 주로 생산되던 보석이 페리도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했기 때문에 한가운데에 장식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자크 루이 다비드, 다루 백작 부인 초상 (1810) / 위키미디어
자크 루이 다비드, 다루 백작 부인 초상 (1810) / 위키미디어

프랑스 화가 중에서 예술계에 큰 권력을 행사한 인물인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인 ‘다루 백작 부인 초상’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알렉산드린 다루라는 여인이지만, 따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없다. 백작 부인(Comtesse)이라는 칭호가 붙는 것으로 보아 귀족으로 보인다.

그림 속에서 다루 백작 부인은 흰색 새틴처럼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다. 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는 새틴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팔에는 화려한 무늬의 숄을 두르고 있으며, 머리에는 꽃으로 보이는 화관 장식을 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목걸이다. 연둣빛의 페리도트로 장식된 목걸이는 다이아몬드가 둘려 화려함을 더한다. 페리도트의 색 또한 잘 표현되었다. 잘 보이지 않지만, 페리도트 목걸이와 같은 디자인의 귀걸이를 하고 있다. 가만히 서서 초상화가 그려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어색한 느낌이 시선을 통해 전해진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있는 페리도트 목걸이와 귀걸이 / 위키미디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있는 페리도트 목걸이와 귀걸이 / 위키미디어

그림 속의 목걸이와 귀걸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있는 페리도트 목걸이와 귀걸이는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이아몬드와 페리도트, 금과 은을 사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루 백작 부인이 하고 있는 장신구와 매우 흡사하다. 은은한 연둣빛과 다양한 모양으로 조각된 페리도트가 목걸이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고대 로마 페리도트 반지 원석에 새겨진 그림 / 위키미디어
고대 로마 페리도트 반지 원석에 새겨진 그림 / 위키미디어

그림은 아니지만, 페리도트 원석에 새겨진 그림이 있다.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 때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반지 장식에는 한 남성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페리도트가 굉장히 약한 보석인 만큼, 엄청난 세공실력을 갖춘 세공사가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원석 자체에도 균열이 보인다.
 

독일 쾰른 대성당 성체 현시대 / 위키미디어(Mkill)
독일 쾰른 대성당 성체 현시대 / 위키미디어(Mkill)

독일 쾰른 대성당에 있는 성체 현시대에는 200캐럿이 넘는 페리도트가 있다. 성체 현시대란 가톨릭에서 성체를 올려놓는 도구를 말한다. 다양한 보석이 사용되었는데, 정면과 양옆으로 보이는 사각형의 보석이 페리도트다. 유럽에는 십자군 전쟁 이후에 페리도트가 전해져서 교회 장식으로 쓰였으며, 이 성체 현시대도 그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스위스 바젤 역사박물관에 있는 성체 현시대 / 위키미디어
스위스 바젤 역사박물관에 있는 성체 현시대 / 위키미디어

스위스 바젤 역사박물관에 있는 성체 현시대에도 페리도트가 있다. 도금된 은색 장식 주변에는 다양한 보석이 장식되어 있는데, 가장 상단에 있는 녹색이 바로 페리도트다. 그 외에도 자수정, 사파이어, 가넷, 카넬리안, 쿼츠 더블렛, 블랙 칼세도니 등의 앤티크 보석이 있다.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서 그린 보석 그림 / 위키미디어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서 그린 보석 그림 / 위키미디어

정확히 언제 그려진 것인지 모르지만,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서 생산된 보석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라자스탄 주의 자이프루 지역은 보석 가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1868년에 설립된 예술학교가 있는데 금속과 대리석 가공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림 설명에 따르면, 대리석이나 아크릴, 유리판에 자수정, 크리스탈, 가넷, 마노, 라피스라줄리, 공작석, 페리도트, 옥 등을 갈아서 붙인다고 한다. 윤곽은 수채화로 그려낸다. 사진상으로 볼 때, 녹색으로 표현된 것이 아마도 페리도트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페리도트는 화려한 듯하면서도, 그 원래의 빛을 잃지 않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부의 행복과 친구의 화합을 뜻하는 것이며, 그런 즐거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낮이나 밤이나 은은하게 연둣빛을 내는 페리도트로 형상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여름이 한창인 8월의 탄생석이기도 하지만, 연둣빛을 띠는 모습이나 여름에만 채굴하도록 했던 고대 이집트의 역사로 비추어 볼 때, 페리도트는 지금과 가장 잘 어울리는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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