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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의 모든 것 ⑤] 유럽의 도검, 기사들이 사용한 멋진 칼의 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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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의 모든 것 ⑤] 유럽의 도검, 기사들이 사용한 멋진 칼의 항연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4.29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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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서양의 냉병기 무기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판금갑으로 중무장한 늠름한 기사들이 사용하는 장·단검, 활, 석궁, 창, 폴암, 철퇴, 워해머 등 다양한 무기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예전부터 미디어 콘텐츠에서 등장했기에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유럽에서는 왜 이렇게 다양한 무기가 사용되었을까?

유럽은 오랫동안 지방분권이 이어져 왔고, 또한 북쪽에는 여러 아시아의 유목민족이 그리고 남쪽과 동쪽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공격해왔기 때문에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특히 중세에는 스스로 무장해서 싸우는 기사 계급도 있었다. 기사는 전투뿐만 아니라 개개인 간에도 결투를 벌이는 일이 많았고, 이에 따라 각자가 다양한 무기를 사용했다.

특히 검(sword)은 기사의 상징이었다. 전투에서는 도검이 창과 활에 비해 그리 좋은 무기는 아니었으나, 기사 개개인에게는 도검만큼 휴대하기 편하고, 멋진 무기가 없었다. 유럽 도검의 특징을 꼽자면, 양날검이 많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양날은 찌르기에 적합한 검인데, 유럽인들이 중무장을 중시했기에, 갑옷도 단단했다. 그래서 베기보다는 갑옷의 빈틈을 노리는 찌르는 공격이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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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최상혁 기자

유럽 도검의 구조를 보면 폼멜은 중심을 잡는 '무게추', 또는 칼이 미끄러지지 않는 '걸림턱' 역할을 수행한다. 동양의 도검과 크게 구분되는 특징이다. 한편 풀러는 칼날에 푹 파인 부분이며, 엣지는 칼날의 각이다. 각이 좁을수록 절삭력이 뛰어나다. 또 포르테포이블을 보면 서양 검술에서 포르테는 상대와의 힘 싸움과 방어에 사용하고, 포이블은 상대를 공격하는 부분으로 사용한다. 채프는 레인 가드라고도 하는데, 칼날이 빠지지 않게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글라디우스 / 위키피디아
글라디우스 / 위키피디아

'유럽의 지배자' 로마 제국의 도검

먼저 고대부터 거슬러가자. 이 시대 대표적 도검으로 로마 보병이 사용한 '글라디우스(gladius)'가 있다. 검투사가 쓰는 검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칼은 약 60cm로 상당히 짧다. 원래 이것은 스페인 원주민이 쓰던 양날검을 로마인이 채용한 것이다. 당시 로마군은 방패를 들고 밀집대형으로 싸우는 것이 주 전술이었기에 짧고 가벼운 형태로 찌르는 검이 적합했다.

글라디우스는 철을 여러 번 접어 강도를 높이는 접쇠(pattern welding, 패턴 웰딩)를 통해 만들었는데, 칼날이 아주 예리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칼집은 보통 나무와 가죽을 썼다. 로마인은 주변 다른 나라와 종족보다 훨씬 뛰어난 제련 기술을 갖췄고 덕분에 우수한 글라디우스로 무장하여 최고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로마인의 제련 기술은 접쇠 외에도 다양하다. 달군 쇠를 두들기고 담금질하는 단조 방법, 목탄이나 숯을 함께 가열하여 탄소를 쇠에 스며들게 하는 침탄(carburizing) 등도 함께 활용하였다.

한편 스파타(spata)는 로마 기병이 사용한 칼인데, 글라디우스와 유사하지만 길이가 1m로 길어졌다. 기병이 한 손으로 사용하기 좋게 가볍고 폭이 좁게 만들어졌다. 이 스파타는 이후 중세의 장검(롱소드)에 영향을 준다. 로마가 멸망한 이후에는 북유럽의 바이킹 족이 유럽 곳곳에 진출하면서 바이킹의 칼인 '바이킹 소드'도 퍼진다.
 

14세기 체코의 아밍소드 / 위키피디아
14세기 체코의 아밍소드 / 위키피디아
판금
판금갑을 입고 롱소드를 든 중세 기사 / pixabay

중세 유럽 기사가 사용한 강력한 도검들

바이킹 소드는 게르만족 도검과 스파타의 영향을 받았으며 마찬가지로 접쇠 방법으로 강도를 높였다. 바이킹은 테이퍼(taper, 칼끝을 갈수록 폭이 변화하는 것)가 얇아지고 대신 넓어졌는데, 이는 베기에 적합한 구조이다.

중세 시대에 들어서면 우리가 기사의 검으로 전형적으로 떠올리는 '아밍소드(무장검, arming sword)'가 등장한다. 70~90cm의 크기에 코등이가 좌우로 길어 마치 십자가와 같다. 아밍소드 이후 대부분 중세 검은 이 십자가 모양의 코등이를 갖는다. 또한 바이킹 소드가 수평인 것에 비해 칼끝으로 갈수록 테이퍼가 좁아져 찌르기에 적합해졌다.

'장검(long sword)'도 보편적인 중세 기사의 검이었다. 디자인은 아밍소드와 비슷하지만 더 크고 무거워 양손으로 써야 했던, 양손검이며 무게는 약 1.3kg에서 2kg이다. 그립은 양손으로 잡기 위해 15cm 이상, 날길이는 약 1m로 길어졌다. 장검과 무장검은 17세기 이후 화기에 밀리기까지 약 수백 년을 중세의 대표적인 검으로 자리잡는다.

장검이 성행한 이유는 갑옷의 발달과 함께 살펴야 한다. 이 시기에 단단한 판금갑(플레이트 아머)가 생겨난다. 중세 대장장이들이 이전보다 더 쉽게 탄소를 조절하고 여러 담금질을 통해 단단한 강철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판금갑도 생겨났다. 판금갑은 굉장히 두껍고 단단해서 웬만한 기존 무기로는 공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검도 더 강해져야만 했다. 강철의 보편화는 갑옷과 마찬가지로 검의 파괴력도 높일 수 있었다. 장검은 찌르기와 베기에 모두 능했으며 양손으로 사용해야 했기에 이때부터 방패 사용도 점점 줄어든다.

도검의 역사와 특징을 보는데 주의할 점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인 만큼 너무 도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장검은 중세의 대표 도검이었으나 다른 무기도 역시 일정 부분 계속 사용됐다. 또한 프랑스의 펄션처럼 베기에 적합한 칼도 있었으며, 이러한 비주류 무기도 일정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쓰였다.
 

18세기 스몰소드 / 위키피디아
18세기 스몰소드 / 위키피디아

근대 칼의 변화, 펜싱의 유래

화기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점차 강한 검과 갑옷이 의미가 없게 되자, 얇고 기다란 '레이피어(rapier)'가 유행하게 된다. 스포츠 펜싱의 유래가 되기도 한 이 칼은 15세기 스페인 검에서 유래됐다. 거리가 길어지고 날쌘 찌르기에 적합했으며, 또한 손을 보호하기 위해 칼자루에 링이 달려있다. 길이는 1m가 훨씬 넘어간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레이피어와 현대 펜싱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레이피어가 현대 펜싱 칼 만큼 아주 가느다랗고 잘 휘지는 않는다. 그래서 둘을 사용하는 검법은 많이 다르다. 레이피어는 찌르기에 적합하지만, 베는 것도 가능했으며 군용과 민간용이 차이가 있었다. 레이피어는 점점 여러 갈래로 퍼졌고, 그중 하나가 오늘날의 펜싱으로 변화한 것이다.

18세기 등장한 스몰소드(궁정검 또는 장식검으로도 불린다)는 레이피어를 더욱 가볍게 만든 것이다. 화기가 발전하여 칼이 의미가 없어졌으나 스몰소드는 여전히 상류층들이 신사의 필수품으로 생각하고 차고 다녔다. 그래서 계급에 따라 자루와 칼집에 보석을 박는 등 화려한 장식을 하기도 했다. 길이는 60~80cm으로 짧아졌고 무게는 0.5~0.7kg이다.

스몰소드는 점차 현대 펜싱의 한 종목인 '에페'로 발전했다. 에페는 살상력보다는 팔과 손을 다치게 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래서 손을 보호하는 큼직한 컵가드도 생겼다. 한편 '플뢰레'는 에페보다 더 잘 휘어지고 가벼운 훈련용 칼이었고 '사브르'는 프랑스 기병의 칼인 세이버에서 유래했다. 세이버는 한 손으로 다루기 쉽고 완만하게 구부러져 베기에 적합하다.
 

사브르 / 위키피디아
사브르 / 위키피디아

유럽 도검의 특징과 제작

로마인들은 패턴 웰딩 방식으로 생산한 글라디우스로 세상을 지배했으나, 중세 유럽에서는 이러한 패턴 웰딩 방식이 그리 많이 사용된 방법은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철제련과 패턴 웰딩을 많이 사용했으나 중세 유럽은 철광석과 단일 단조를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강철이 상용화되기 이전에는 유럽 검의 강도는 약하면서 더 크고 무거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럽의 도검을 무조건 동양의 것보다 약하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동양에 비해 유럽인들은 방어에도 신경을 써서 단단한 방호구로 중무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을 뚫기 위해 검도 더 무거워야 했다. 그리고 무기의 종류도 더욱 다양했다. 또한 유럽은 노천광산이 발달해 철광석 채취가 용이했다. 말하자면 환경의 차이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철 제련은 계속해서 발전했다. 숯과 철광석을 가마에서 가열하여 탄소 함량을 높이면 스펀지같이 둘러싸여진 '해면철'이 된다. 그리고 이를 다시 두들겨 찌꺼기를 빼내면 '연철'이 된다. 이후에는 점차 펌프와 풍차를 동력원으로 이용하면서 가마도 여러 장치를 갖춘 용광로로 개선되었고, 1200도 이상의 고온을 낼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강철이 생겨났다.
 

펄션 / pixabay
펄션 / pixabay

철을 1200도에서 가열하면 붉게 달아오른다. 그렇게 점점 온도를 높이고 1800도 정도에서는 오렌지색이 된다. 오렌지색이 되었을 때 두들겨야 하는데, 그 이상을 넘어가면 깨지기 쉽다. 계속 뒤집어가며 두들겨서 모양을 잡아주고 검길이와 테이퍼를 적절히 만들었으면, 다음에 풀러와 엣지를 만든다.

이후에는 노멀라이징·담금질·템퍼링·아닐링이라는 4단계 열처리를 거치고, 그라인딩으로 날을 갈아 완성한다 강철검은 단일 단조로 생산됐지만 패턴 웰딩보다 더 강력했다. 사실 패턴 웰딩은 약한 쇠를 이리저리 꼬아 단점을 보완한 것인데, 유럽인들은 이제 균일한 강도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어 굳이 패턴 웰딩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유럽 도검은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나라와 이슬람권과는 다른 고유한 특징을 보인다. 아주 오랜 역사와 다양한 종족이 섞여나간 역사를 가졌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검도 다양하고 풍부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 도검을 사용하는 중세 기사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지금도 세계인에게 많은 흥미를 끈다.

이렇게 각 나라의 다양한 도검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각자 환경에 따라 자기에 맞는 것을 만들고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장단점과 매력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환경과 역사에서 발전해온, 도검의 특징과 역사를 살펴보면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기술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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