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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의 모든 것 ④] 전설로 내려오는 이슬람의 명검, '다마스쿠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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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의 모든 것 ④] 전설로 내려오는 이슬람의 명검, '다마스쿠스 강'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4.24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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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악마의 칼, '다마스쿠스 강'···
현대에도 풀지 못한 미스테리한 제조 방법
이슬람의 다양한 도검 / 위키피디아
이슬람의 다양한 도검 /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중동의 칼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터번을 두르고, 화려한 옷을 입은 아랍 병사들이 들고 있는 마치 초승달처럼 휘어있는 곡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칼을 신월도라고도 하며, 시미터, 샴쉬르, 킬리지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신밧드의 모험', '알라딘' 등의 중동을 배경으로 한 방송 콘텐츠에서 많이 나와, 우리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이러한 중동의 독특한 모양의 도검은 유럽에서도 기병이 사용하는 칼인 세이버가 등장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이 세이버는 오늘날 펜싱 종목의 하나인 사브르가 되기도 했다. 중동은 예전부터 우수한 도검 제작과 제철 기술을 보유해왔으며, 유럽과 아시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최초로 철기를 만들었다는 히타이트 문명(BC. 1600~1178)도 터키 지역에서 탄생했다.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벌어진 십자군전쟁은 오랫동안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이 충돌한 거대한 전쟁이었다 / 위키피디아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벌어진 십자군전쟁은 오랫동안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이 충돌한 거대한 전쟁이었다 / 위키피디아

십자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놀라운 도검

이후에도 히타이트 문명의 뒤를 이은 아시리아인들은 풀무를 발명하여, 더욱 많은 양의 강한 철을 생산하는 데에 성공했고, 중동의 패자가 되었다.중동은 오랫동안 수준 높은 무기를 만들었는데, 이것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있다. 바로 중세 이슬람에서 탄생한 '다마스쿠스강(Damascus steel)'이라는 강철과 칼이다. 이 강철로 만든 칼은 당시 어떤 유럽의 검보다도 단단해 유럽인을 놀라게 했다.

다마스쿠스강은 3세기 즈음에 탄생하여 약 17세기까지도 생산되었다. 칼은 아주 얇고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았는데, 바위를 내리쳐도 부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칼날이 아주 예리해서 손수건을 칼 위에 떨어뜨리면, 저절로 베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아울러 칼 표면에 있는 특유의 무늬가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어, 예술품으로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십자군 전쟁 당시에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칼을 계속 부러트려 버렸던, 이 무시무시한 칼을 두려워했다고 전해진다. 이슬람 세력에게 악마가 무서운 칼을 만드는 방법을 전해주었다거나, 마법이나 속임수를 쓰는 것이라고 믿었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마스쿠스강은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 정도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좋은 강철을 만드는 핵심은 바로 탄소의 함량이다. 탄소가 많으면 철의 강도가 강해지지만, 그만큼 탄력이 없어 쉽게 부러진다. 그렇다고 깨지지 않게 칼을 더 두껍게 만들자니, 무거워서 실전에서 사용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도검 장인들이 안고 있는 과제는 탄소를 적절히 조절해 더 유연하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칼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마스쿠스 강 / 위키피디아
다마스쿠스 강 / 위키피디아

다마스쿠스의 미스테리

다마스쿠스강의 비밀은 아주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다. 유럽인들은 다마스쿠스 강을 재현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중동에서도 아주 소수만이 제작 비법을 알았다. 다마스쿠스 강은 인도의 우수한 강철을 수입해와 만들었는데, 이것을 우츠 강(wootz steel)이라고 한다. 그런데 17세기 이후 우츠강이 고갈되고, 결국 다마스쿠스 제조법의 맥도 끊기고 말았다.

현대에 들어서도 이 '전설의 칼', 다마스쿠스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때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수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누구 하나 완벽하게 칼의 비밀을 밝혀내지 못했다. '전자기학의 아버지'이자 19세기 최대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도 이 칼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지만 결국 비밀을 알아내는 것에 실패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2006년 독일 드레스덴 연구팀이 이 칼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칼에 '탄소 나노 튜브'가 형성되어 뛰어난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며 과학적인 단서를 제시했다. 이 탄소 나노 튜브는 탄소 원자 6개로 이뤄진 덩어리로, 강도가 철보다 100배 높다고 한다.

드레스덴 연구팀은 중세 페르시아인들이 사용한 특수한 공법이 철에 탄소 나노 튜브가 생기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츠강에는 다른 철과 달리 탄소 외에도 바나듐, 몰리브덴 등 불순물이 들어있는데, 이들 불순물이 무게를 줄이고 탄성을 좋게 하며 특유의 독특한 무늬가 생기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다마스쿠스 강은 그릇 모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 도가니에 나뭇잎, 목재, 철광석을 넣고 다시 가마에서 고온으로 굽는다. 이 과정에서 식물들에 의해 열처리가 되고, 탄소 나노 튜브가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다마스쿠스 강 나이프(모조품) / 위키피디아
다마스쿠스 강 나이프(모조품) / 위키피디아

인간이 손으로 만드는, 가장 단단한 합성금속

다마스쿠스 강 제작 기술은 물론 전해지는 유물이 오늘날에는 거의 없어, 그 실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다마스쿠스 강이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보통 패턴 웰딩(pattern-welding)이라는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이 방법은 19세기 유럽에서 다마스쿠스강을 모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패턴 웰딩은 서로 다른 강도를 가진 쇠를 얇게 만들고, 여러 겹으로 쌓으면서 접거나 꼬는 과정을 반복하고, 계속 고온에 가열하여 망치로 두드리면서 칼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때 탄소 함량이 서로 다른 쇠가 겹쳐지면서 다마스쿠스의 물결 무늬와 비슷한 무늬가 형성된다. 이 방법을 접층단타(forge weld) 또는 접쇠단조(pattern-weld)라고도 부른다.

이 방법은 다마스쿠스 강을 만드는 방법과는 관련이 없다. 사실 이미 유럽 켈트족 및 인도네시아, 일본의 전통 도검에서도 사용된 방법이었다. 그러나 19세기에는 유럽에 한창 중동의 다마스쿠스강이 관심을 모았는데, 비슷한 무늬를 재현했다는 점이 대중들에게는 다마스쿠스 강으로 어느새 잘못 인식됨으로써 널리 퍼져 나갔다.

결국 다마스쿠스 강은 1700년 전부터 현대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 비밀을 알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는 전설의 명검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현대에는 화학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으므로, 다마스쿠스 강보다 훨씬 단단한 인조 합금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마스쿠스 강의 강점도 지금의 기준으로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마스쿠스 강이 인간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도검 중에서는 가장 뛰어났던 칼이었다는 점이다. 현대 과학조차 이 1700년 전 수공예 칼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에 오랜 시일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그 가치가 대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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