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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전통 의상 ④] 현대인의 의상을 탄생시킨 '서양 복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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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전통 의상 ④] 현대인의 의상을 탄생시킨 '서양 복식'에 대해
  • 최나래 기자
  • 승인 2019.11.2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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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셔츠, 정장, 청바지 등 현대의 필수 패션 아이템이 유래된 서구 복식의 발전

[핸드메이커 최나래 기자] 유럽의 전통 의상이라고 하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옷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서양의 나라들도 물론 스코틀랜드의 킬트, 독일의 레더호젠 등 지역·민족 별로 다양한 민속 복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중국·일본·한국 등이 각자 고유한 복식을 발전시켜온 것에 비하면 서양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보편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비슷한 영토와 단일민족 체제하에서 오랫동안 역사가 전개된 동아시아와 오랫동안 민족과 국가가 뒤섞인 역사를 가진 유럽의 차이점에 있다. 따라서 서양의 전통 복식은 나라 별 차이보다는 시대적 차이에 중점에 둔다. 

고대 서구의 복식,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유럽 복식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및 로마에 그 뿌리를 두고 발전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 입은 옷은 로인클로스(loincloth)가 있다. 요의라고도 부르는 이 옷은 허리 부분을 하나의 천으로 두르는 단순한 형태의 옷이다. 스커트처럼 몸 전체를 한번 두르거나 가랑이 사이를 두르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천의 소재는 주로 린넨(마)이었다.
 

키톤 [퍼블릭 도메인]
키톤 [퍼블릭 도메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기서 더 발전한 의복인 키톤(chiton)을 입었다. 한 장의 넓은 천을 한번 접고 천 사이에 어깨와 손목, 옆구리를 핀 등으로 여민다. 허리의 스커트 부분은 주름을 잡는 드레이프를 냈다. 양모, 실크, 삼베를 사용한다. 초기에는 주로 소매가 없는 도릭 키톤을 사용했으나 기원전 5세기 이후에는 더욱 주름이 많고 길게 몸을 덮는 이오니아식이 유행했다.

이 키톤에는 겉옷인 히마티온(Himation)을 입었다. 히마티온은 역시 한 장의 큰 천을 여러 방법으로 걸치는 망토와 같은 형태인 것이다. 여자들은 주로 머리부터 뒤집어썼고 남자들은 어깨 등에 직접 둘렀지만 착용법은 시대마다 취향에 따라 다양했다. 또한 그리스 병사들이 모직물 천을 두르고 어깨나 목에서 브로치로 여미는 망토인 클라미스(chlamys)도 있었다.

그리스의 복식은 로마 제국과 서양 복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그리스의 키톤은 일자형의 넉넉한 옷을 뜻하는 튜닉(tunic)의 한 종류인데, 키톤으로 인해 유럽은 오랫동안 망토 및 튜닉 형태의 옷을 입게 된다. 로마에서도 튜닉 형태의 튜니카, 토가 및 스톨라, 팔라 등을 입었다.
 

토가 [퍼플릭 도메인, Pearson Scott Foresman]
토가 [퍼플릭 도메인, Pearson Scott Foresman]

토가(toga)는 로마 남성 시민의 의복으로 반원형 천을 왼쪽 어깨에 주름을 잡고 다시 오른팔 밑으로 돌리고 다시 왼쪽 어깨와 팔에 걸치며 오른팔만 자유롭게 놔두었다. 활동하기 좋은 옷은 아니었으나 점차 화려하게 장식하여 권위를 나타내는 옷이 되었다. 주로 모직물을 사용했으며 로마 남성 시민이 아닌 경우는 입을 수 없었다.

여성들이 입는 스톨라(stola)는 키톤을 계승한 옷으로 소매가 살짝 있거나 민소매 형태인 천을 뒤집어쓰고 허리띠로 죄었다. 팔라(palla)는 하마티온을 계승하여 세로로 접고 망토처럼 둘렀다. 그리고 로마 남녀 모두 이들 옷들을 속옷인 튜니카(tunica) 위에 입었다. 튜니카는 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T자 모양의 셔츠이다.
 

블리오를 입은 여성 출처-pixabay]
블리오를 입은 여성 [출처-pixabay]

중세 유럽의 복식

395년 로마 멸망 이후에도 1453년까지 약 1000년을 더 존속한 동로마 제국(비잔틴)에서는 남녀 모두 클라미스를 계승한 팔루다멘튬(paludamentum)을 주로 입었다. 또한 소매가 넓고 길고 무릎까지 오는 겉옷인 달마티카(dalmatica)도 입었는데 오늘날에도 신부의 옷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대체로 동로마의 복식은 로마와 그리스 복식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들이었다.

중세 유럽의 복식은 로마와 기독교, 게르만, 동양 문화의 영향을 복잡하게 받았다. 10세기~12세기의 로마네스크 시대에는 폭넓은 일자형 속옷인 셰인즈(chainse)와 여러 자수를 박아 화려하게 장식한 튜닉 형태의 블리오(bliaud)와 망토를 겹쳐 입었다.

그런데 13세기 이후부터는 점차 유럽의 전형적인 튜닉계 복식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몽골족과 오스만 제국의 침입, 십자군 전쟁 등 동양 세계와의 잦은 접촉을 겪으면서 아시아 문화와 복식이 유럽에도 도입되게 된 것이다. 상의와 하의가 분리되는가 하면 아시아 유목민의 퀼트 및 오스만의 카프탄 형태가 나타난 것이다.
 

푸르푸앵 [출처- 위키피디아]
푸르푸앵 [출처- 위키피디아]

코트와 드레스 형태의 화려한 복식 발전

13세기 고딕 시대에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는 푸르푸앵(pourpoint)이 있다. 영어로 더블릿이라고도 부르는 이 옷은 가죽 혹은 비단을 재료로 솜 등을 누빈 퀼트 형태의 옷이다. 소매는 타이트하고 몸통이 꽉 끼며 스커트처럼 짧은 자락이 밑에 붙어 있다.
 

로브 [출처- picryl]
로브 [출처- picryl]

푸르푸앵은 원래 기사의 갑옷 안에 받쳐 입기 위한 전투용 옷이었는데, 귀족들이 점점 화려한 의상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밑에는 트렁크 호스라는 폼넓은 반바지와 스타킹을 따로 입었고 여성들은 로브(robe)라는 드레스를 입었다.
 

쥐스틐호르를
쥐스토코르를 입은 루이14세 [퍼블릭 도메인]

이러한 복식은 16세기 르네상스 이후까지도 계속되는데, 남성들은 코트 형태의 다양한 옷과 바지를 입게 되고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드레스 형태의 옷이 발전한다. 여성들은 몸매를 강조하기 위해 망 소재의 속옷인 코르셋을 껴입기도 했다. 16세기에는 쥐스토코르(justaucorps)라는 최초의 코트가 출현하는데, 비단에 벨벳과 자수를 장식한 화려한 옷으로 특히 루이 13세와 14세가 즐겨 입는 옷으로 곧 전 유럽에서 유행했다.

17세기 바로크와 18세기 로코코 시대를 거치며 서구의 복식은 귀족과 왕족을 중심으로 굉장히 우아하고 사치스럽게 변했으며 19세기에는 특히 프록코트(frock coat)라는 외투가 나타난다. 프로이센 장교들이 입고 다니는 이 프록코트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옷으로 양모를 색깔을 들여 염색했다.
 

프록코트 [출처- 플리커, Public.Resource.Org]
프록코트 [출처- 플리커, Public.Resource.Org]

대량생산된 옷, 기성복의 등장

19세기는 방직기, 재봉틀, 방적기 등이 발명되어 대량생산된 기성복이 대중의 복식을 지배하게 된다. 물론 선을 살리고 목둘레를 깊게 판 엠파이어 스타일(1800~1820), 소매를 과도하게 부불피고 허리를 조이는 X자형 실루엣이 나타나는 로맨틱 스타일(1820~1850), 잘록한 허리와 극단적으로 스커트가 펴지는 크리놀린 스타일(1850~1870) 등 계속해서 유행은 변화한다.

대량생산과 산업화, 자본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에는 패션 유행의 시기가 더욱 짧아졌다. 아울러 서구 국가들이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전 세계로 진출한 덕분에 세계 곳곳에 서구 복식을 바탕으로 탄생한 드레스, 정장, 코트, 청바지, 셔츠 등이 일상 속으로 퍼져나간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현대에는 옷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아울러 격식과 형식을 중시하는 기존 불편한 옷과 전통 의상을 입을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통 의상의 쇠퇴가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전통의상을 대하는 자세가 같은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주도로 급격히 산업화되어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와 달리 여전히 유럽에서는 각 지역 별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의상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도 뛰어나다.

실제로 유럽의 각 나라들의 지방에 가거나 전통 축제에 참석하면 독특한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 동안 한민족 고유의 전통 의상을 발전시켜온 것에 반해 지금은 어디를 가더라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서구 복식은 현대 세계 패션의 표준을 정립했지만 안으로는 독특한 지역색을 유지하면서 정체성과 다양성을 지켜냈다. 서양 복식의 역사는 이미 산업화 이전부터도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계속했고 다양성을 유지했다.  이러한 역사에서 우리나라의 한복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 것인지 그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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