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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방법 – 잉고 바움가르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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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방법 – 잉고 바움가르텐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0.02.2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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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색, 도시의 또 다른 모습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일상의 휴식을 얻기 위해 새로운 여행지를 찾거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 공간에서 지쳐 있는 상황, 더는 새로운 동기를 발견하기 힘들 때 위안의 여정을 떠나기 위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자아를 다시 맞이하는 것은 일상이다. 우리는 싫든 좋든 일상 공간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빛이 스며들어 아름답고 한가로움 감성과 빛깔을 가지고 있으면 더 좋겠다. 그럴 땐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 작가의 그림을 주목해봐도 좋다.

잉고 바움가르텐은 독일 작가이지만 그의 그림은 꼭 독일만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 독일, 중국, 일본, 호주 등 세계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누구나 공유하는 주택, 건물, 도로 등이 그의 작품 주제다. 일상적인 소재들이 그의 그림에 등장하지만 보고 있자면 때로는 전혀 다른 이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untitled (workshop one),145x180cm, 2019
untitled (workshop one),145x180cm, 2019, 통인화랑 제공
untitled (roof, Bangsan Market), 60x140cm, 2018
untitled (roof, Bangsan Market), 60x140cm, 2018, 통인화랑 제공

일상의 화면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세계를 보는 듯한 그의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가지게 한다. 관람자는 일상 공간에 대해 지루하고 뻔한 정체성을 걷어내고 새로운 견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활동은 자신이 느끼고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들을 감상자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유발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세계 각지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현지 사람들의 일상 공간을 표현한다는 것은 색다른 작업이 될 수 있다. 어떤 건물과 창문, 도로 등 그것을 매일 보는 사람의 시야와 새롭게 유입된 시선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얼마나 멋지고 특별한지 잉고 작가의 그림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공간과 색, 도시의 또 다른 모습

통인화랑에서 지난해 열린 잉고 작가의 전시는 독일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서울의 건축물을 주제로 진행됐다. 작가는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생활에 대한 관심을 작품 활동으로 나타낸다. 늘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재들이 그림 작품 속에 등장한다는 것은 서울에 살고 있는 시민이자 관람자로서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다. 매일 벗어나고 싶었던 일상 공간이 새로운 시선에 따라 특별한 장소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보통 도시의 색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회색의 칙칙한 심상을 그리기 마련이다. 도시는 어느새 바쁘고 활기를 잃은 공간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잉고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은 색다른 색과 빛 구조적인 평형을 이룬다. 일상적으로 매일 봐왔던 공간이지만 그림에 표현된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딘지 묘한 동화적 색감이 느껴진다.
 

untitled (open-window), 100x100cm, 2019
untitled (open-window), 100x100cm, 2019, 통인화랑 제공
untitled (Gloriettentreppe), 40x30cm, 2018
untitled (Gloriettentreppe), 40x30cm, 2018, 통인화랑 제공

공간과 색은 큰 차이를 가지면서도 작가와 관람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색은 회화의 필수적인 요소이면서 작가의 예술적 개념을 보여준다. 잉고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살펴보자면 역시 색감을 꼽을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보이는 색감은 어딘지 모르게 주제성과 상반된다는 기분도 든다. 일상의 요소들을 주제를 담고 있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색은 일상에서 느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생활을 하며 느낄 수 있는 요소마다 일상적으로 녹아 있는 흔한 심상과는 다른 신비함을 가지고 있다. 익숙한 건물의 구조물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느끼며 우리는 일상에 대한 색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다.

그의 작품 활동은 하나의 도시 관찰기와도 같다. 거대하고 큰 부분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 보다 하나의 시선을 따라가듯 섬세한 화면 구성을 느낄 수 있다. 건물 구조가 조형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이와 함께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진다. 도시에서는 흔히 떠올리기 어려운 파스텔 톤의 색감이나 보색 등이 다양하게 어울려 과감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는 주변 환경에서 볼 수 있는 공간 속 햇빛, 색의 바램, 페인트 등의 요소로 새로운 색채를 표현한다. 그저 우리가 자주 보던 풍경이면서도 작품이 담고 있는 장면 자체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 덕분일 테다. 건물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색감보다도 햇빛이 닿아 반짝이는 느낌,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들어졌을 색의 바램 등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그 덕분인지 작품 속에 그려진 풍경은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은, 색다른 일상의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이렇듯 때로는 다른 관점에서 생활 공간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구태여 어딘가로 떠날 필요 없이도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일상 그 자체가 위로가 되고 휴식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도시의 경직된 분위기가 마음까지도 굳어버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새로운 가능성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감각했던 마음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일상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장소라고 인식하기 보다 단지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내일을 또 기대하게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untitled (sunshine on beige and pink building), 100x80cm, 2016
untitled (sunshine on beige and pink building), 100x80cm, 2016, 통인화랑 제공
untitled (storage, Kyonganunsu),100 x 80 cm, 2015
untitled (storage, Kyonganunsu),100 x 80 cm, 2015, 통인화랑 제공

그의 작품은 익숙하지만 흔하지 않으며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초대한다. 관람자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받아들이고 애정 할 수 있게 하는 기폭제가 되어주는 것이다. 나도 몰랐던 내 도시의 아름다움을 또 다른 시선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도시인들은 때론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휴식이라 여기고 푸릇푸릇 한 잎사귀, 자연의 소리, 공기를 찾기 위해 휴양을 떠난다. 여행은 보통 우리에게 기쁨과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지만 때로는 여독의 노곤함도 같이 선사한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양날의 검이 존재하는 셈이다.

일상을 마냥 벗어나고 싶다고만 느낄 필요는 없다. 새로운 환경을 갈망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르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도 때로는 휴식이 될 수 있다. 나도 몰랐던 도시의 가치를 알게 되는 순간 그리고 항상 보던 풍경이 어느 날 새롭게 여겨진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을 줄 것이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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