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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모든 것이 작품으로! 환경을 다시 생각하다' -생태공예 박병일 작가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8.10.31 13:18
  • 댓글 0
최상혁 기자가 만든 부엉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얼마 전 본지 기자 중 한명이 기자체험기를 통해 솔방울, 목련 꽃 털옷, 오동나무열매를 이용해서 부엉이를 만들었다. 그때 수업을 진행했던 작가가 “사람들이 만드는 작품은 묘하게 만든 이를 닮는다” 했다고 한다. 듣고 보니 완성된 부엉이의 모습이 꼭 그와 닮아 보였다.

이렇게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다양한 사물과 생물을 만드는 것을 '생태공예'라고 한다. 인위적인 모양으로 가공한 목재를 쓰는 다른 목공예와는 달리 자연을 이해하고 아끼기 위해 자연을 배우고 자연에서 나는 재료 그대로를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공예지만 이미 수많은 생태공예 강사들이 전국 현장을 누비며 생태공예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생태공예는 무엇인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한국생태교육공예협회 회장이자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박병일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생태교육공예협회와 작가님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국생태교육공예협회 회장 박병일입니다. 생태교육공예는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공예작품을 만드는 공예입니다. 저는 생태교육공예를 널리 알리기 위해 협회를 설립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증한 자격증 양성 및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태공예일을 시작하게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목공예 일을 좋아했습니다. 원하던 미대진학을 실패했지만 꾸준히 미술공부, 목조각 등을 했고 직접 작품 판매도 했죠. 그러다 다른 직장에 일을 하게 되면서 잠시 손을 놨습니다. 그래도 일하는 틈틈이 수맥탐사자격증를 취득하고 약초공부를 하는 등 자연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습니다. 이후 산에서 오리나무 열매와 솔방울로 개미작품을 만든 것을 계기로 생태공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죠.

이것이야말로 내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이후 일을 그만두고 부산진구청에서 숲 해설사와 생태공예를 가르치는 강사로 근무를 하게 됐고, 나중에는 협회와 공방을 설립하여 직접 생태공예를 알리기 위해 나서게 됐습니다.
 

오리나무 열매와 솔방울로 만든 개미

생태공예로 어떤 자연의 재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떤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까요

생태공예는 자원재생 공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산에서 나는 씨앗, 열매, 나뭇가지 등 자연에서 나는 것은 대부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곤충, 동물, 사람, 솟대 등 다양한 사물 및 생명체를 표현해냅니다. 제가 지금까지 표현해낸 것들만 170여 가지가 됩니다.


재료 중에서도 특히 나무를 활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많은데
생태공예가 다른 목공예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목공예는 나무를 베어서 다듬은 목재를 조각하고 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죠 반면 생태공예는 자연의 재료를 그대로 활용합니다. 최소한의 재료와 도구만으로 목적을 표현해내는 거죠.

생태공예는 단순한 공예가 아닌 생태교육공예라고도 부릅니다. 저희는 작품을 만들기 전에 재료 및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물의 특징을 먼저 공부합니다. 그렇게 해야 잊어버리지 않고 목적과 재료의 특성을 확실히 이해하면서 알맞게 재현해낼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있습니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라는 구절이 있죠 생태교육공예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해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것이 아닌 내 앞에 펼쳐진 재료와 만들고자 하는 대상을 연인처럼 생각하며 완전한 이해를 통해 구현하는 겁니다.
 

동계올림픽 종목을 재현한 작품들

생태공예를 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보셨을 텐데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고 즐겨 만드는 작품이 있다면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합니다만 올해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동계올림픽 종목 등을 전부 작품으로 구현을 했었습니다. 완성하고 나니 정말 뿌듯하고 좋더라고요.


환경문제가 시급해지는 현대에 들어 생태공예가 환경문제에 있어 어떤 가치가 있을까요

'자연을 사랑하자! 보호하자!' 구호로 아무리 떠들어봤자 사람들에게 그렇게 와 닿지가 않잖아요? 반면 생태공예는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작품으로 표현해내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연과 연인이 되는 거죠.

예전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나무를 같이 심는 풍습이 있었어요. 아이가 커갈수록 나무도 함께 커가며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거죠. 그러면서 내 나무도 알고 다른 사람들 나무도 함께 알게 되고 그런 식으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던 거죠. 요즘은 그런 게 없어 아쉬운데 생태공예가 대신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는 박병일 작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많아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 교육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아까 언급한대로 교육과 만들기를 함께 병행하면서 자연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오리나무로 개미를 만든다고 하면 ‘오리나무는 무엇이고 개미는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이것을 보고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떠올리며 집중력과 창의력도 키울 수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낀 일들이 있는데, ADHD(집중력결핍장애) 자녀를 둔 엄마가 제게 사실 우리 애가 생태공예교육을 받으면서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처음 봤고 지금 많이 좋아졌다고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마음이 예쁘면 예쁜 작품이 나오고 나쁜 애들은 못생긴 작품만 나온다고 일러주곤 하는데 그것도 아이들이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일상용 생활용품을 만든다거나 더 전문적인 예술작품을 만든다 던지
성인들이나 전문 예술인에게도 유용할 수 있을까요


생태공예는 주로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전문 예술작품이나 유용한 생활용품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일단 저는 생태공예의 상품화를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특성을 배우고 직접 재료도 채취해서 만들어봐야지 본인이 느끼면서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죠 한번은 천 개의 개미 재료 작품을 주문 받은 적도 있지만 거절했었지요.

제가 예전에 약초동호회를 했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따라다니다 보니 온 산을 헤집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어요.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싶었죠 마찬가지로 생태공예를 상품화, 대량생산화한다면 자연파괴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미줄과 거미

‘플랜테리어’와 같이 콜라보가 가능할까요

저에게 배웠던 한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벽면에 거미줄, 거미작품을 설치해서 인테리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잠자리나 비둘기 등의 작품을 천장에 모빌로 매달아 장식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렇듯 자연재료로 만든 공예작품도 식물과 함께 집안을 자연친화적으로 꾸밀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생태공예협회 자격증 취득과 활용에 대해

저희 협회 자격증은 2급, 1급, 사범자격증이 있습니다. 협회에서 정해진 교육을 이수하고 검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방과후 수업이라던지 각종 행사 등 다양한 곳에 파견되어 강사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범자격증을 취득하면 직접 지부를 맡아서 강사양성에 나설 수도 있고요.

원래 저에게 배우던 분들은 일년 동안 산을 다니며 채취시기, 보관법, 활용법, 가공법 등을 배워야 했었는데 요즘은 그게 쉽지가 않아 정해진 교육과정을 마련했는데 아쉽기도 합니다. (웃음)


작가님 생각하는 핸드메이드의 매력은

생태공예를 하면 자연을 이해하고 손으로 만들면서 표현해내는 과정에서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의미가 깊어지고 애착심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내 손에서 탄생시키는 거죠

나만의 작품이기도 하고 그 작품에 나의 성격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밝은 사람이 만들면 밝은 작품이 나오고 어두운 사람이 만들면 어두운 모습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만든 후에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과 비교를 해보게 하기도 해요 (웃음)


생태공예를 널리 알리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

생태교육공예는 환경파괴가 심해지고 자연과 함께 뛰어 놀며 자연과 친해질 일이 줄어드는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가치가 있는 공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생태공예를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저의 꿈은 생태공예 강사를 열심히 양성하고 키워나가면서 더 많은 교육 현장에 투입하고 궁극적으로는 학교 공교육의 과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나뭇가지로 만든 대벌레 

작가와 얘기를 나눌수록 환경의 중요성이 절실해지는 요즘, 생태공예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작품을 판매 및 대량생산하지 않으며 자연을 이해하는 교육을 작품 제작과 병행해야 한다는 생태공예의 철학이 굉장히 와 닿다.

사무실을 가득 메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작품들을 보니 집안 장식에도 너무나 어울리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연의 재료로 거의 모든 것을 표현해낼 수 있으니 공예품 자체의 수준과 아름다움도 상당한 것 같다.

가까이서 보아야 아름답고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된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생태공예가 앞으로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사랑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강호 기자  wjrm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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