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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 코트· 가디건 등 현대 패션의 유래, 원래 군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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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 코트· 가디건 등 현대 패션의 유래, 원래 군복이었다?
  • 최나래 기자
  • 승인 2019.11.1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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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에서 유래된 수많은 현대의 패션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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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최나래 기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꺼내고 있다. 몸을 덮을 부분이 별로 없고 옷도 얇기만 한 여름과 달리 가을과 겨울은 아주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는 패션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스탕, 트렌치 코트, 항공점퍼 등 수많은 패션 아이템 중 무엇으로 멋을 내볼까 고민이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현대의 필수적인 패션 아이템인 이 옷들이 원래는 군복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대인이 입는 이 멋진 옷들을 원래 군인이 입었다는 것이 언뜻 납득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가장 멋진 옷을 입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바로 군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는 당시 나름대로의 시대적인 이유를 반영하고 있다.


18세기 군복, 눈에 띠고 화려한 옷을 입어라

개인용 무기로 화기가 대대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는 18세기 이후부터는 전쟁터에서 금속으로 만든 두꺼운 갑옷이 사라지게 된다. 대신 군인들이 단체로 입는 제복으로서의 군복이 탄생하는데, 이때 군복은 봉제 및 섬유 기술이 별로 발달하지 않아 소재와 제작 기술에서 일상옷과 별 차이가 없었으며 일일이 손으로 해내는 수공예 공정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오늘날의 군복은 위장이 중요시되지만 17~18세기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당시 쓰인 머스켓 소총은 위력이 약했기 때문에 산개해서 은·엄폐하는 것보다는 병사들이 밀집하여 화망을 구성해서 싸우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전투 형태였다. 이를 전열보병이라고도 한다. 또한 주로 사용된 이 시대의 흑색화약은 연기가 굉장히 심했기 때문에 피아식별이 더욱 중요해졌다. 따라서 군복은 최대한 눈에 띄게 만들어져야 했다.

아울러 군복은 사기를 진작시키고 군대를 홍보하기 위해 더욱 화려해지기도 했다. 특히 상류층 군 간부 및 장교들은 군복을 통해 자신의 위엄을 더욱 드러내고자 했는데, 개인적인 형태로 손수 자수를 넣거나 벨벳을 곁들이면서 화려하게 제작했다.
 

대영제국 군대의 상징, 레드코트 [출처- 위키피디아, Tommc73]
대영제국 군대의 상징, 레드코트 [출처- 위키피디아, Tommc73]
영국 신사들의 프록 코트 [출처- 위키피디아]
영국 신사들의 프록 코트 [출처- 위키피디아]

코트, 군복에서 현대의 필수 패션으로

전열 보병 시대에 주로 쓰인 군복 형태는 오늘날에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쓰이는 코트였다. 그리고 이 코트의 원형은 프록 코트(frock coat)였다. 폴란드 경기병이 처음으로 입은 프록코트는 칼라가 없고 어두운 색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웃옷이 특징이다. 이 옷은 20세기에 들어설 때까지 서구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군복이었는데, 영국군의 상징인 레드코트, 프로이센의 프러시안 블루를 입힌 군복 등도 전부 프록코트였다.

그런데 프록코트는 19세기 이후에는 남성들의 일상복으로서 유행하게 된다. 조끼와 바지, 실크해트, 지팡이와 함께 프록코트는 당시 영국 신사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또한 프록코트는 무릎까지 오는 모닝코트, 느슨하고 짧은 색 코트도 파생시켜 함께 착용하기도 했다.
 

트렌치 코트를 입은 1차 대전 당시 미군 장교 [출처- usar.army.mil]
트렌치 코트를 입은 1차 대전 당시 미군 장교 [출처- usar.army.mil]

봄·가을에 입는 클래식 패션인 트렌치코트(trench coat)도 군복에서 유래됐다. 이 옷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착용한 방수코트에서 유래됐다. 트렌치는 참호라는 뜻도 담고 있는데, 당시 1차대전의 대부분의 전쟁 양상이 참호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이 옷은 참호에 머무는 군인들에게 무서운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했다.

트렌치코트는 허리띠와 라펠이 달린 칼라, 큰 주머니 등이 특징이다. 소재는 개버딘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 개버딘은 모, 면 등 다양한 섬유를 방수처리하고 능직(綾織)으로 짠 것이다. 영국의 버버리가 개버딘을 개발했기에 이 코트를 바바리코트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떡볶이 코트로도 유명한 더플코트(duffle coat)는 원래 벨기에의 더플이라는 곳에서 나오는 모직물로 만든 어부의 방한복에서 유래되었다. 이후에는 영국 해군이 착용하는 군복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민간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게 된다. 또한 울로 만든 짧은 피코트(pea coat)도 영국 해군의 군복에서 유래되었다.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필드 자켓 [출처- 위키피디아]
1943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필드 자켓 [출처- 위키피디아]

군복에서 유래된 다양한 패션들

무스탕(mustang)은 원래 공군이 입는 방한용 가죽 재킷이었다. 가죽의 안쪽에 양털을 넣고 가공하여 만들어 보온성이 뛰어났다. 무스탕은 처음에는 P-51 전투기를 부르는 말인데, 6.25전쟁 당시 한국 사람이 호주 공군에게 입고 있는 점퍼를 물어보니 호주 공군은 비행기를 물어보는 줄 알고 무스탕이라고 답해서 이 옷이 무스탕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봄버자켓(bomber jacket)이라고 부른다.

필드자켓(field jacket)은 최근까지도 군복에서 쓰이는 형태의 옷이다. 군인들이 입는 겉옷인 야상(야전상의)을 패션용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것으로 위장무늬 혹은 카키색 등 단색으로 된 옷들은 밀리터리풍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풍긴다.

니트로 짠 스웨터 겉옷인 가디건 역시 군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크림전쟁(1853~1856) 당시 영국군 부상병이 스웨터를 벗는 데에 불편함을 겪자, 카디건 백작이 대신 벗기 편한 가디건을 만들어 자신의 군대에게 입히게 했다. 곧 그 군대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게 되자 가디건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일러복을 입은 영국 해군 [출처- 위키피디아, Anthony Symonds]
세일러복을 입은 영국 해군 [출처- 위키피디아, Anthony Symonds]

여성용 옷으로 유명한 세일러복은 원래는 영국 해군에서 면직물로 만든 군복이었다고 한다. 세일러복의 큰 옷깃은 바람으로 인해 목소리가 듣기 어려운 것을 세워서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옷 앞쪽이 역삼각형으로 크게 벌어진 것은 바다에서 옷을 찢어 헤엄치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앞쪽의 스카프는 손수건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영국 해군이 입는 세일러복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고 이를 아동복으로 만들어 왕세자에게 입혔다. 이후에도 점차 세일러복을 패션으로 입는 유행이 세계로 번지게 되었는데, 특히 여성용 의복으로 만들어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본에서는 1920년부터 세일러복을 여학생 교복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대의 수많은 패션이 군사 분야에서 유래된 것은 정말 흥미로운 사례이다. 언뜻 보면 화려함 또는 멋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는 군복이 오히려 패션을 선도하게 된 것은 어찌된 것일까? 그동안의 역사를 볼 때 어찌보면 군인들이야말로 숱한 전쟁 속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은 단순히 기능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 때로는 위엄과 권위를 보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또한 다양한 환경과 역사의 변천 속에서 군복은 끊임없이 바뀌어갔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어쩌면 군대야말로 어떤 패션 디자이너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열심히 옷을 디자인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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