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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페인트 뿌려진 루브르 박물관?...’에코 테러리즘’에 대한 짧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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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페인트 뿌려진 루브르 박물관?...’에코 테러리즘’에 대한 짧은 단상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11.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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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xels
이익보다 행성이 중요하다 /pexels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우리는 환경 보호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구조물 일부가 주황색으로 물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환경단체의 움직임으로 환경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관심사는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보다는 일상의 편의에 더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환경 단체들은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다소 극단적일 수 있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노력은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주황색 페인트 뿌려진 루브르 박물관 앞 피라미드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지와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금요일 오전 10시경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중앙 광장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에 12명의 환경 운동가들이 주황색 페인트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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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프랑스 환경 운동 단체 ‘최후의 혁신(Dernière Renovation)’ 소속 활동가들이다. 단체 측에서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확인해보면 운동가들 일부는 피라미드 아래에서 주황색 페인트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을 던져 터뜨리고 있으며, 이 모습을 본 보안팀이 출동해 이를 저지하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위에 오른 환경 운동가 / 트위터 갈무리

보안팀이 해당 행동을 막자 운동가 중 한 명은 이를 피해 아예 피라미드 위로 올라가 페인트를 뿌리기도 했다. 투명한 유리 피라미드 위에 주황색 페인트가 뿌려지는 모습을 보며 시위에 참여한 운동가들이 환호를 하기도 했으며, 외신에 의하면 이들은 이후 보안요원들의 의해서 현장에서 빠르게 도망했다고 한다.

이처럼 단체가 기습 시위를 벌인 이유는 프랑스 정부의 환경 대책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정부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더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구체적으로 건물의 단열 시스템 개보수를 위해 12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이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예술 작품도 수난

이러한 사건은 프랑스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영국 BBC 등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의 기후 환경단체 소속 운동가 두 명이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17세기 유럽 회화의 거장인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훼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의 환경 운동가들로 단체명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두 사람은 안전망치를 사용해 작품을 보호하고 있는 유리를 파손했으며, 파손 행위 직후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한다. 체포된 운동가 두 명은 북해에서 석유·가스 신규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환경 운동가들이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안전 망치로 두드리고 있다 / '저스트 스톱 오일'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들이 특별히 해당 작품을 훼손한데는 이유가 있다. 작품 <거울을 보는 비너스>는 1914년 한 번 더 훼손당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 메리 리처드슨이 동료 운동가의 체포에 항의하면서 그림을 공격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단체는 “(정치는)1914년엔 여성을 실망시켰고, 지금도 우리를 실망시킨다”라며 “새로운 석유, 가스가 우리의 목숨을 가져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예술품’ 수난기

이러한 기습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앤디 워홀의 1979년 작 <BMW M1 아트카>에 밀가루가 뿌려지는 사건이 있었고 호주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 <캠벨 수프 통조림>에는 환경단체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하라’ 소속 두 명의 운동가가 푸른색 페인트로 낙석하고, 접착제를 이용해 작품에 손을 붙이는 일이 있었다.
 

inside edition
밀가루가 뿌려진 앤디워홀의 작품 / 'inside edition'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앞서 언급한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은 이러한 시위를 여러 차례 벌인 바 있다. 그들은 내셔널 갤러리에 걸린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리고,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벽에 붙이는 행동을 하는 가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존 콘스터블의 <건초 마차> 테두리에 역시 접착제로 손을 붙이고 시위했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리는 환경 운동가들 / '저스트 스톱 오일' 유뷰트 채널 갈무리
Just Stop Oil 2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앞에서 시위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모습 / '저스트 스톱 오일' 유뷰트 채널 갈무리

또 런던 마담 투소 박물관에서는 전시된 찰스 3세 밀랍인형에 케이크를 던졌고 영국에서 진행 된 윔블던 테니스 경기 중 18번 코트에 난입해 주황색 반짝이 색종이와 퍼즐 조각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를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오직 새로운 오일과 가스 생산을 멈추라는 것에 있다. 이는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의 하나로 대중의 관심이 쏠린 예술과 스포츠 분야에 테러를 가하게 된 것이다.

사실 예술품을 망가뜨리는 환경단체 소속 운동가들의 시위 소식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유명한 명화들을 골라 기습 시위를 벌인다. 독일의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소속 두 명의 운동가는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매시드 포테이토를 끼얹고 벽에 손을 붙였다.
 

inside edition 2
매쉬드 포테이토가 끼얹어진 명작 / 'inside edition'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모나리자>도 공격을 당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인 이 작품에 한 운동가는 케이크를 던졌다. 그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로 변장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나타났으며 갑자기 일어나서 모나리자를 향해 달려가 방탄유리를 두드리고 케이크를 문질렀다.

금방 경비원들이 나타나 이 운동가를 끌어냈으며 다행히도 보호하고 있는 유리 덕에 작품이 훼손되진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경비원들에 의해 제지되는 상황에서 “지구를 생각하라”라는 말을 외쳤다.
 

케이크 테러를 받은 모나리자 / @klevis007 트위터 갈무리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에서도 시위가 일어난다.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가 지은 트레비 분수는 로마의 유명 관광지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도 등장하면서 이를 찾는 여행객이 많다. 분수의 중앙에는 피에트로 브라치의 작품 바다의 신 넵튠(포세이돈)이 조각 되어 있고 그의 아들이자 바다의 신인 트리톤이 두 마디의 말을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의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는 이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뿌렸다. 단체의 소속 운동가 7명은 크레비 분수에 들어가 “우리는 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식물성 먹물을 부었다.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 /pexels

단체의 성명에 의하면 이들은 이탈리아 북부의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화석연료에 공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코 테러리즘

세계 곳곳에서 나빠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위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상황. 시위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일각에서는 환경 보호를 주장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예술이나 문화재에 위험을 가하는 행위는 테러의 한 종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에코 테러리즘(Eco-terrorism)’이라고 한다.

에코 테러리즘은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두고 행해지는 폭력, 범죄를 의미한다. 환경 단체 등이 나서서 공적인 자산을 파괴하고 과격한 행위를 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최근 에코 테러리즘의 대한 화두가 떠오르고 있으나 이러한 개념은 1990년대부터 미국의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았고 이후 각 국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해를 입혔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이러한 시위 형태가 예술이나 스포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내의 가장 붐비는 것으로 알려진 M25 고속도로에는 환경 시위 단체 ‘영국을 단열하라’가 나타나 일부 구간을 점거한 뒤, 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주택에 단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해당 시위로 인해 당시 초유의 교통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점이 문제다.

2008년에는 미국 워싱턴주의 호화주택 5채가 불타는 사건도 있었다. 불탄 호화주택은 ‘꿈의 거리’내에 위치하고 있는 모델 하우스다. 당시 AP 보도와 CNN 방송에서는 방화 사건을 벌인 이들에 대해 환경단체인 ‘지구해방전선’으로 추정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화재현장에서 환경 파괴에 대해 비난하는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실제로 꿈의 거리 내 주택 건축이 수원지 인근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환경단체들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주택 건축으로 인해 식수원이 오염될 가능성이 대해서도 제기가 됐으며 연어 산란지 파괴 문제도 언급된 바 있다.

정당한 시위일까, 테러일까

일부 대중들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벌이는 시위라지만 너무 과격한 시위는 또 다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에 뿌린 페인트를 치우기 위해서는 또 다른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시위로 인해 입는 경제적인 피해도 적지 않다.

실제로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부은 사건의 경우, 아무리 식물성 먹물이라도 분수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30만 리터의 물을 버려야 하며 시간과 노력, 물이 든다고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 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옹호하는 시선도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기후학자는 물론 환경 전문가들은 수없이 말하고 있다. 뉴스 혹은 다큐멘터리 등에 등장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역시 무수하다. 이를 알리기 위한 도서도 계속해서 발간되지만 일부 환경 오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제외하고 관련도서를 읽는 이들은 많지 않다.
 

flickr(@Alisdare Hickson)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전하는 환경 단체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flickr(@Alisdare Hickson)

결국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다소 과격할지라도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설파해도 대중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고흐의 명작에 수프를 뿌린다거나 모네의 예술적인 작품에 매쉬드 포테이토를 바르게 되면 더 많은 관심 속에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전달할 수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테러를 가하며 시위할 때 “그림을 키지는 것이 지구와 생명을 지키는 것 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소리쳤다 한다. 또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안전 망치로 두들기는 시위에서는 “예술과 삶, 가족을 사랑한다면 지금 석유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시위와 공적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 어떤 방식을 통해 이에 대한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국제적인 움직임과 해결책에 관심이 쏠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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