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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반인륜적 범죄 반달리즘, 오랜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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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반인륜적 범죄 반달리즘, 오랜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한순간에···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8.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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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리즘의 다양한 원인들, 문화재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강력한 보호정책이 필요해
7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노트르담대성당이 하루만에 한재의 줌으로 변했다 / 픽사베이
7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노트르담대성당이 하루만에 한재의 줌으로 변했다 /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문화재란 무엇인가. 건물, 그림, 공예품, 기록 등의 유형 자산과 노래, 춤, 기술과 같은 무형 자산 등··· 문화재는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이다. 오랫동안 다양하게 나타난 인류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으므로 귀중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간직한다. 그래서 철저히 보호하면서 전승 계승되어야 한다.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는 문화재

유·무형의 문화재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되어 내려온다. 그런데 문화재가 사라지는 것은 그 오랜 세월에 비교하면 너무나 허망하게 이뤄진다. 문화재는 전쟁과 재해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파괴되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물론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문화재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평화로운 현대 사회에서도 문화재 파괴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2008년 숭례문 방화 화재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타는 아픔을 겪었다. 또한 2019년 4월, 프랑스에서도 700년 역사를 자랑하던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짧은 시간에 한줌 재로 변하고 말았다. 그 해 10월에는 500년 전 지어진 오키나와의 슈리성이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이렇듯 문화재는 오늘날에도 언제든지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 그런데 단순한 사고가 아닌 고의로 인해 문화재가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문화재를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한다. 반달리즘은 넓게 보면 타인의 재산 혹은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 반달리즘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로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나, 특정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계획적으로 저질러지는 경우도 많다.

반달리즘이란 단어는 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에게서 비롯되었는데, 반달족은 455년 로마를 침공하고 약탈과 파괴를 일삼았다. 물론 당시 반달족의 행위만이 유독 심각했던 것은 아니었으며 그 이전에도 그러한 행위는 항상 있어왔다.

그러나 유럽에서 반달족은 오랫동안 문명 파괴와 약탈의 대명사로 여겨져왔다. 특히 1794년 프랑스혁명 당시 한 주교는 연설에서 군중들의 교회 약탈 행위를 반달족의 행위에 빗대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곧 이 용어는 널리 유럽 전체와 세계에 퍼져나갔고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 지금은 터만 남은 경주 황룡사지 / 문화재청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버려 지금은 터만 남은 경주 황룡사지 / 문화재청

반달리즘의 대표적 사례 '전쟁'

반달리즘이 가장 심각하게 벌어진 것은 역시 전쟁이었다. 평상시에 문화재는 건들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서로 대량으로 죽고 죽이며, 이성을 마비시키는 전쟁이라는 행위는 이러한 도의라는 개념조차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전쟁과 반달리즘은 가장 깊은 연관관계를 가지고 오랫동안 자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이민족의 침략에 시달려왔던 나라였다. 그래서 그만큼 반달리즘의 폐해도 심각했다.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 왜구의 침략은 수많은 문화재의 파괴와 약탈을 낳았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일본군이 경복궁을 파괴했으며 도자기 제작 기술을 갖춘 수많은 조선 장인을 납치했다.

고려를 침략한 거란군은 수많은 기록 유산을 불태워버려, 오늘날 고려사 복원에 난관을 겪게 만든 원흉이 되었다. 몽골군도 오랫동안 고려 영토를 초토화시켰다. 특히 경주의 황룡사와 9층 석탑이 불탄 것은 이때 입은 가장 뼈아픈 피해였다. 이것 외에도 청나라의 병자호란, 프랑스의 병인양요 등 수많은 전쟁이 한국의 여러 문화재를 파괴 및 유출시켰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에 의한 문화재 파괴와 유출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여러 고분을 도굴했고 석상, 고문서, 도자기 등 아주 수많은 문화재를 반출시켰다. 또한 숭례문 성곽과 돈의문을 헐어버렸으며 전통주, 전통음식, 전통공예 등을 탄압하여 무형문화재의 맥을 끊어버렸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후에는 아예 창씨개명과 조선어 금지 등으로 민족의 혼 자체를 앗아버리려고까지 했다.

6.25 전쟁 당시에는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자랑스런 문화재인 팔만대장경이 사라질 뻔한 적도 있었다. 1951년 12월 당시 북한군을 토벌하기 위해 미 공군이 김영환 대령에게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일대에 폭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김영환 대령은 사형에 처할 위기에 처하면서도 이를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탈레반의 공격으로 파괴된 바미안 석불 / Didier Vanden Berghe
탈레반의 공격으로 파괴된 바미안 석불 / 위키피디아

비이성적인 집단 혹은 개인에 의한 훼손

정치적, 물질적 이익을 위해 문화재를 파괴하고 유출시키는 행위 말고도 개인 혹은 일부 집단의 극단적인 이념으로 인해 벌어지는 반달리즘도 있다. 기원전 356년, 그리스의 헤로스트라투스는 그리스 최초의 순대리석 신전인 아르테미스 신전에 불을 질렀다. 그 이유는 단순히 후세에 악행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오쩌둥은 1966년 극단적인 사회주의 운동인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는데, 전근대적인 낡은 문화를 뒤엎고 새로운 사회주의 신문화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홍위병들은 여러 문화재를 파괴했으며 지식인을 탄압했다. 결국 10년 동안 진행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수많은 중국의 문화가 말살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잡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탈레반은 2001년 '바미안 석불'을 이교도의 물건이라는 이유로 폭탄으로 파괴시켜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 석굴은 6세기 경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간다라 양식으로 만들어진 굉장히 귀중한 문화재였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반달리즘이 벌어진다. 조선시대에는 일부 유교 극단주의자들은 사찰에 불을 지르거나 불화, 석탑, 석불 등 불교 문화재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에는 극단적인 기독교주의자들이 단군상을 파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또한 2008년 숭례문 화재도 한 개인이 악의적인 감정을 품고 분풀이를 하면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베를린장벽을 훼손한 작가 당시 인스타
베를린장벽을 훼손한 작가 당시 인스타

 

현대의 반달리즘

문화재를 경제적 이득을 위해 훔치거나 파괴, 훼손하는 문화재 범죄는 인류가 쌓아온 귀중한 문화 유산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다른 여타 강력 범죄와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인륜을 상실한 비이성적인 범죄이다. 문화재사범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함은 의론의 여지가 없다.

현대에는 전쟁이 줄어들어 대규모 반달리즘이 일어나는 경우는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극단적 이념 혹은 개인적 일탈로 생기는 반달리즘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그래피티 예술가가 독일이 우리에게 기증한 베를린 장벽에 낙서로 훼손시킨 적이 있다. 결국 그 예술가는 법원 판결을 통해 1,500만 원을 배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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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부 관광객들에 의해 국내 및 해외에서 벌어지는 낙서 등도 반달리즘의 일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오랜 인류의 소산을 훼손하는 행동이 될 수 있기에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테러나 개인의 일탈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의도적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숭례문 화재나 부주의로 인한 실화로 불탄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결국 관리 부재가 원인이었다.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졌다면 누군가의 악의적 소행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강력한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옛 전통문화를 보존 및 전승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장인들은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어받으려는 사람이 없어 전승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단순한 자본주의의 논리로 오랜 문화의 단절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크고 작은 반달리즘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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