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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오늘도 예술 작품을 향한 환경운동가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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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오늘도 예술 작품을 향한 환경운동가들의 외침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2.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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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카에 밀가루를 뿌리는 사람들 /Inside Edition 유튜브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문화공간 '파브리카 델 바포레'에 전시되어 있던 앤디 워홀의 1979년작 아트카에 밀가루가 흩뿌려졌다. 호주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 작품에는 운동가의 손이 접착제로 붙었다.

이탈리아 로마 보나파르트 궁전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씨 뿌리는 사람'에는 야채수프가 뿌려졌고,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해바라기'는 토마토 수프 세례를 맞았다. 기후 위기, 환경오염에서 지구를 지키려 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외침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하얗게 변한 앤디 워홀의 아트카 /Inside Edition 유튜브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기후 활동 단체 울티마 제네라지오네(Ultima Generazione)는 앤디 워홀의 작품에 밀가루를 뿌렸다. 이 아트카는 1979년 BMW M1 차량을 앤디 워홀이 채색한 것으로 생생한 컬러 구성을 통해 슈퍼카 특유의 속도감을 실감 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작품의 감정가는 약 798억 정도. 美 CBS 방송 '인사이드 에디션'이 올린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차에 밀가루 8㎏를 붓고, 관람객들은 주위에 서서 이 광경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

급기야 전시 관계자가 한 사람을 끌어내고, 남은 두 사람은 차와 자신 사이에 접착제를 붙이고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해당 기후 활동 단체는 밀가루를 뿌린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위선을 강조하기 위해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기후 위기로 죽어가지만 정부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환경 문제는 여전히 소외되고 사람들에게 거부되고 있다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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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3일 로마 로마 보나파르테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에도 야채수프를 뿌렸고, '씨 뿌리는 사람' 작품 밑에서 이들은 손에 접착제를 발라 벽에 고정시킨 뒤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지하라고 소리쳤다. 
 

'해바라기'에 수프를 뿌리는 사람들 /Inside Edition 유튜브
벽에 손을 붙인 채 외치는 '저스트 스톱 오일' /Inside Edition 유튜브

영국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활동가들은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된 반 고흐의 1888년 유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내던졌다. 곧 손에 접착제를 발라 벽에 붙인 이들은 "그림을 지키는 것이 지구와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가"라며 소리친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쓰냐는 질문에 이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재물손괴와 불법 침입 혐의로 체포되어 센트럴 런던 경찰서에 구금됐다.
 

'건초 마차'의 원래 그림을 가리고 손을 붙인 채 시위하는 사람들 /Evening Standard 유튜브

이 두 명은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존 콘스터블(John Constable)의 '건초 마차(The Hay Wain, 1821년)' 작품에 자신의 손을 접착제로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서 가장 위대하면서도 인기 있는 그림 중 하나인 '건초 마차'에 손을 붙인 이들은 정부의 화석연료 신규 허가와 생산 중단을 외쳤다.

이들은 구경하는 관람객들에게 "내 손은 그림에 붙어 있지만 정부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소리쳤고, 내셔널갤러리 측은 나중에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데려갔다고 전했다. 끌려간 사람들의 목표는 하나다. 지구를 위해 새 오일, 새 가스를 더 이상 생산하지 말아야 하며 화석연료를 줄여 기후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멸종반란'의 +1.5℃ 시위 /Europa Press 유튜브

국제 환경단체 '멸종반란'은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 전시된 고야의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작품에 자신의 손을 접착제로 붙였다. 그리고 두 작품 사이에 ‘+1.5℃’를 그렸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인 1.5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에 벌인 시위다. 관람객들은 술렁거렸고 이윽고 출동한 미술관 직원들이 상황을 수습했다. '멸종반란' 측은 기온 상승은 기후 불안정을 초래하고 그 여파는 지구상의 모든 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이번 퍼포먼스도 그에 대한 항의라 전했다. 
 

'캠벨 수프1'에 칠해진 페인트 /The Independent 유튜브

환경단체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라(Stop Fossil Fuel Subsidies)'는 호주국립미술관에 전시된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1'에 푸른색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손에 접착제를 붙였다. 이들은 해당 작품이 1960년대 미국의 소비문화를 찬양하는 동시에 비판하는 소재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앤디 워홀이 작품을 통해 소비 지상주의를 묘사했다면 지금은 자본주의 자체가 정상이 아니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호주 정보는 지금도 1분마다 약 3천만 원의 보조금을 화석연료산업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박물관과 미술관의 수난시대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대영박물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파리 루브르박물관 등 92곳은 '박물관·미술품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활동가들은 대체 불가능한 작품들이 훼손에 취약하다는 점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세계유산으로 보존되어야 할 명화의 훼손으로 박물관 사람들은 큰 충격과 좌절감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물관 관계자라면 당연히 낼 수 있는 성명이다. 
 

문에 손을 붙인 아론 티에리 생태학자 /Guardian News 유튜브

한 기후 단체 활동가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어렵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는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는 실제로 환경오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낮은 건 사실이다. 최근 수십 명의 기후학자들은 한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이미 지구를 살릴 수 있는 타이밍은 지났고, 현재는 진심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이들은 자신 손목에 수갑을 채워 문에 연결하고, 손에 접착제를 발라 문에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학자들은 온갖 과학적 근거를 들어 가며 기후 위기에 대해 수십 년간 꾸준히 증명을 해 왔지만 국가도, 기업도, 시민들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25개국에서 모인 과학자들은 자신들은 끊임없이 경고했지만 무시당했고, 지쳤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도 접근해 보고 편향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별의별 수를 다 썼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구온난화와 탄소 배출로 인해 더워지니 나무 위에서 살던 원숭이들이 땅으로 내려온다. 매년 육식 소비량이 증가하니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베어낸다. 12월인데도 날씨가 춥지 않으며 4월인데 눈이 내리는 때가 있다. 2050년이 되면 지구 평균 온도가 2도가 상승해 중국 상하이 지역의 일부가 침수된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경우는 극소수일지도 모른다. 당장 미술관의 앤디 워홀 작품이 손상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막연한 기후 위기는 다른 차원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환경단체는 작품에 밀가루와 수프를 던진다. 이 행위는 대중들의 분노를 사지만, 실시간으로 파괴되는 숲과 바다에는 분노하지 않으니 여기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차원에서 하는 시위다.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에 참여한 이 여성은 트라팔가 광장에서 체포되었다 /flickr

사실 환경운동가들이나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환경보호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조용 조용히 말로만 하는 것은 도통 통하질 않으니 이들은 어떻게 해야 대중들이 우리의 말을 '들어' 줄지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서양은 기후변화나 기후 위기 자체를 부정하거나, 환경운동가들을 공격하는 세력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경단체 측도 더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석유연료, 가스, 오일 등 서양의 관련 산업들은 예전부터 꾸준히 정부에 로비를 하고 기후 위기는 없다는 논문도 스스럼없이 만들어 홍보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UN Climate Change 유튜브

당장 20일 이집트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막을 내렸는데, '오늘의 화석'으로는 이집트와 뉴질랜드 등 8개국이 뽑혔다. '오늘의 화석'은 기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나라에 비판과 조롱의 의미를 담아 하루에 한 번씩 수여하는 상으로, 총회가 열린 이집트는 세 번이나 뽑혔다. 실제로 총회 회의장에는 이집트 관련 화석연료 로비스트만 600여 명이 있었고, 회의장 안팎으로는 환경운동가들이 시위를 할 수 없게 막았다.

소리치는 세력이 있다면 입막음하는 세력도 있기 마련이다. 당장 기후 위기라 소리치며 시위하는 환경운동가 주변에 '기후 위기는 거짓말이며 이들의 뒤엔 돈을 타 내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라 외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서양에서 석유와 가스 관련 산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기후 위기는 없다는 여론전은 기본이며,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고 막대한 돈을 쓰는 일도 흔하다. 그만큼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 /flickr

그래서 환경운동가들도 갈수록 더 격해진다. 상점에 페인트를 뿌리고 길에 나가 시위를 해 봐도 사람들이 외면하니 급기야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는 작품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을 봐주지 않았던 시선들이 그제야 이쪽으로 쏠린다. 욕을 먹을 대로 먹어도 어쨌든 이슈가 되고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100% 모두가 외면하는 것보다, 문화유산에 페인트를 뿌림으로써 1%라도 이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얗게 변한 작품, 끌려나가는 운동가 /Inside Edition 유튜브

국제시민단체 글로벌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그동안 죽어 간 환경운동가를 기록하는 저항의 10년(Decade of defianc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21년 한 해에만 전 세계 환경운동가 200명이 살해당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마존 같은 산림이 있는 곳이나 무분별한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는 남미 쪽에서 전체의 78%가 죽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살인의 40%는 지역 숲을 보호하려는 토착민의 비율로, 한꺼번에 15명의 토착민들이 죽는 일도 있었다. 앤디 워홀의 작품도 물론 소중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적어도 그걸 알고 있어야 한다.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죄가 없다. 밀가루를 뿌린 자리는 또 세제와 많은 물을 들여 지워질 테니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하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환경운동가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부정적인 반응을 얻는다는 걸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좋게 챙겨갈 이유도 없다. 비행기를 막고 차의 바퀴 공기를 빼고, 명화 작품에 밀가루를 뿌려야 욕을 하며 자신들을 봐 주는 현실을 환영한다. 이제 무관심보다는 욕을 하는 게 이들에게 나은 상황이 됐다. 한 명이라도 대체 기후 위기가 어떻길래 이들이 이 난리를 치는 건가, 하며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게 이들이 바라는 것일 테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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