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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검정고무신 작가는 왜 세상을 등져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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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검정고무신 작가는 왜 세상을 등져야 했나
  • 박정민 기자
  • 승인 2023.03.2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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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우영 작가/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갈무리
故 이우영 작가/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계정 갈무리

[핸드메이커 박정민 기자] 얼마 전 작고한 만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는 본지 기자의 친한 지인이었다. 약 7년 쯤 전 주간지에 근무할 당시 셀럽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됐고, 강화도에 위치한 작가의 자택에서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TMI 일지 모르겠지만 이우영 작가에게는 강화도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아내(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다)와 현재 대학교를 다니는 아들 둘, 그리고 '앞니'라는 애칭을 가진 늦둥이 막내딸이 있다. 

처음 이우영 작가를 봤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사람이 맑고 순수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느낌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정고무신이 꽤 오래된 만화이기 때문에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갔는데  젊은 분이여서 더 놀랐던 것 같다. 

작가는 검정고무신 캐릭터 중에 '기철이'가 수줍음 잘타고 내성적인 자신의 모습을 본따 만든 캐릭터라고 했었다. 나는 작가에게 강아지 캐릭터 '땡구'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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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구 캐릭터/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계정 갈무리
땡구 캐릭터/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계정 갈무리

이우영 작가를 인터뷰하게 된 건 내가 만화 '검정고무신'의 찐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검정고무신'은 레트로를 좋아하는 요즘 MZ세대의 감성에 잘 맞기도 하지만 1960년대를 살지 않았지만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알고 있는 나와 같은 80년대 생과 당시를 살았던 어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만화 중 하나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이 '똥퍼 아저씨' 에피소드와 예전에는 비싸고 귀했던 과일인 '바나나'를 기영이가 먹고 싶어한 사건 등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많은 만화 중 하나였다. 

물론 글 작가는 따로 있다. 연세가 조금 있는 편으로 알려진 도래미(필명, 본명 이영일) 작가가 글을 쓰고 이우영 작가와 그의 친동생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한 4년쯤 전인가 이우영 작가와 통화를 하면서 검정고무신 저작권 문제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검정고무신 캐릭터 지분을 사 간 형설앤이라는 곳과 소송 중이라고 했다. 

변호사를 선임했고 관련 문제에 대해서 상의하면서 대응 중인데 크게 내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쯤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서 취재하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저작권 관련 세부적인 내용은 다루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세상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흔한 일 중 하나 이겠거니 라고도 생각을 한 것 같다. 살기 바쁘다 보니 남에게는 아주 큰 이야기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 중 하나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후에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소송 재판에서 법정에 나가 "검정고무신은 저의 모든 것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고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지금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故 이우영 작가/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갈무리
故 이우영 작가/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계정 갈무리

이 작가와 나는 또다른 드라마 작가와 함께 종종 모이곤 했다. 드라마 작가가 얼마 전 하드(hard)한 내용의 드라마를 집필 한 이후 심리적으로 힘들어 아예 본가가 있는 지방으로 이사를 가버리면서 그 이후에는 거의 모이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우영 작가가 생전에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근황을 알게 되곤 했다. 그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지방으로 요양을 떠난 드라마 작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몇 달 전 이 작가와 통화를 했을 때도 용인예술과학대 웹툰학과 전임교수로 임용 돼 강의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또 유튜브 계정을 통해 사랑하는 막내딸, 그리고 아들, 아내와 행복한 전원 생활을 하는 그런 영상을 접하곤 해서 잘 지내시는 줄로만 알았다. 

예전에 친구 중에 한 명이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난 적이 있는데, 친구는 작은 병으로 수술을 했고 조금 아파 요양 차 고향에 내려가 있는다고 밝게 말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홀연히 떠나갔다. 이 작가의 작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도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인들에게 내색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독자에게 그려준 그림/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계정 갈무리
독자에게 그려준 그림/ Korean cartoonist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계정 갈무리

작고 며칠 전 카톡으로 연락을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하지 않고 간단한 카톡만 주고받았던 것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이우영 작가 죽음의 빌미를 제공한, 저작권 소송을 한 출판사를 비판하거나 불매 운동을 해서 망하게 해버리자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작가 별세 후 문체부 장관까지 나서서 저작권 관련된 조항을 손본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분이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니 지인의 입장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생각만 든다.

아니 그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일을 계기로 이제라도 창작자들의 저작권 문제가 크게 한 번 손질되어 그들의 권익이 크게 증진될 수 있다면, 그건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검정고무신 만화를 많이 사랑했던 독자 중에는 이 작가의 죽음에 크게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또 나처럼 갑자기 현타가 와서 목놓아 울게 되는 일이 가끔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마지막 말을 전하고 싶다. "만화를 그리고 검정고무신을 많이 사랑한 이우영 작가님. 우리에게 기영이, 기철이, 땡구를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곳에서는 고통 받지 말고 부디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라고.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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