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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해시 고인돌 훼손 논란, 문화재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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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해시 고인돌 훼손 논란, 문화재가 위태롭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8.1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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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묘 전경 /문화재청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8월 5일, 일명 '왕릉뷰 아파트'에 이어 참담한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소식이 또 나왔다. 김해 지역 최초의 소국정치체인 김수로왕의 가락국 성립 신화와 관련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유적이 훼손된 것이다.

김해시에 따르면 7월 토목업체를 선정, 이후 구산동 고인돌 묘역을 정비·복원 작업을 하다가 유적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김해시가 추진하는 김해 구산동 지석묘의 문화재 정비 사업 과정에서 별도의 매장문화재 조사 없이 문화재가 훼손됐다는 민원을 7월 29일에 접수받고, 김해시에 공사 중지 및 훼손 사실 확인을 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문화재청 직원 및 관계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하여 5일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는 2007년 경남고고학 연구소의 발굴조사를 통해 묘역의 부석시설과 거대한 개석의 존재가 확인되었던 유적으로 이후 5m 정도의 복토를 통해 지하에 보존 조치된 유적이다. 350t 정도로 추정되는 거대한 상석과 85m 정도의 세장방형 부석의 존재는 국내 최대 규모에 해당되는 지석묘이다. 상석과 부석의 규모에서 국내 최대급에 속할 뿐만 아니라, 가락국 성립 이전 단계 청동기 문화의 문화상을 잘 보여 주는 유적이다.

덧붙여 『삼국유사』가락국기에 전하는 수로왕 등장 이전에 존재했던 가락구촌의 구간사회 복원의 중요한 유적이기 때문에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2006년 김해 구산동 택지지구 개발사업 당시 발굴된 유적으로, 김해시가 2020년 12월부터 복원과 정비 사업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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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고인돌 정비사업 현장 /김해시

이번 일이 문제가 되는 건 김해시가 구산동 지석묘를 국가 사적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이 과정에서 지석묘 밑에 박석과 박석 아래 청동기 시대 문화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비 공사 과정에서 김해시가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하여 무단으로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 

즉 정비·복원 사업 시공사가 묘역을 표시하는 '박석'과 그 아래 유물 지층인 '문화층'이 훼손된 셈이다. 박석은 얇고 넓적한 돌로 동 유적의 경우에는 지석묘의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박석을 발굴 조사 관할인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들어낸 것이다. 

문화재청 측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내에서 현상을 변경할 경우에는 별도의 문화재 보호대책 수립과 그에 따른 조사를 이행해야 하며, 예를 들어 박석을 들어내는 행위 등을 할 경우에는 사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발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김해시도 6일 "김해 구산동 지석묘가 경남도 문화재여서 경남도의 현상 변경 허가만 받고 문화재청 협의를 빠뜨렸다.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앞으로 문화재청 조치 결과에 따라 복원 정비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박석 /김해시 

결국 사람들의 부주의와 무심함으로 일어난 이번 일에 대해 문화재청은 현지 조사 결과에서 관계 전문가들로부터 박석의 이동 등으로 인한 구체적인 훼손 범위와 훼손 상태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훼손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발굴 조사를 시행하고, 위법사항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전문가 등과 함께 원상복구를 위한 방안 마련 및 조치를 위하여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다. 도 문화재위원회를 소관하는 경상남도에 김해시의 구산동 지석묘 정비 사업과 관련한 도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사항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에 대한 위반 여부를 확인해 관련 자료를 문화재청에 제출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구산동 지석묘 /문화재청

이번 일에 대해 고고학계는 고인돌의 핵심인 묘역 축조 방식을 알 길이 사라진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눈치다. 김해시는 정비 과정에서 중장비를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오랫동안 햇빛, 비바람에 훼손된 바닥돌을 하나하나 손으로 빼 고압 세척, 표면 강화처리를 한 후 다시 그 자리에 박아넣었고 중장비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걱정되는 건 장비로 인한 훼손은 없었다고는 쳐도, 지하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기 시대 유물들까지 혹시 훼손이 되지 않았을지다. 

그리고 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김해시청 가야사복원과는 8일 공문을 보내 사적 지정 신청 철회를 통보했다고 한다. 김해시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고인돌의 박석을 무단으로 이동시키고, 재설치해 문화재 훼손 논란으로 번졌기에 경남도와 문화재청에 사적 지정 신청 취하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원래 김해시는 2021년 구산동 지석묘를 국가 사적 지정 신청을 했고, 경남도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작년 12월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판단,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 측은 "문화재청에서 보완 조치 계획이 올 것이라 보고, 반영하고 보완한 후에 다시 국가사적 지정 신청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김포 장릉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추후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전국의 문화재들이 안전하게 보존, 관리될 수 있도록 지자체들과 더욱 긴밀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지난해 7월, 건설사들이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아파트가 세워진 일명 '왕릉뷰 아파트' 사건이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2일,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의 무단 현상 변경 관련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대해 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사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공사 중지 명령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인천 서구청이 준공을 승인하면서 현재 입주도 진행되고 있다. 이 또한 결국 안일한 대처라는 소리를 들었던 서구청과 문화재청에 책임이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구산동 지석묘 일이 터진 것이다.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일 처리가 조금만 더 기민했다면 애초에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왕릉의 고요한 풍경 앞으로는 아파트 떼가 서 있고, 고인돌 지하 박석은 사람들에 의해 끌어올려졌다. 재발 방지란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미 세워진 아파트는 허물 수 없고 훼손된 박석은 원래 자리에 돌려둘 수 없다.

문화재는 한번 건드려지고 관련된 것이 훼손된다면 새로 만들어도 의미가 퇴색될뿐더러 대체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중요한 것이기에 관리나 보존도 그만큼 더 힘들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관리와 보존이 힘들고 까다롭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을 가질 자격도 생긴다. 모든 일에야 다 그렇겠지만 특히 정부 부처들에게 부탁한다면, 문화재 관련으로는 한 번이라도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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