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0 19:15 (토)
[기자수첩] 드디어 빛 보는 레고랜드, 유적지는 어디로…
상태바
[기자수첩] 드디어 빛 보는 레고랜드, 유적지는 어디로…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5.03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 가장 화제가 된 테마파크가 문을 연다. 춘천 중도에 있는 레고랜드는 프리 오픈부터 많은 이들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어린이에게 최적화된 놀이공원이지만, 레고는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이기에 티켓팅 열기가 뜨겁다.
 

레고랜드 코리아 입구 / 레고랜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legolandkorearesort
레고랜드 코리아 입구 / 레고랜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legolandkorearesort

모두가 기다리는 레고랜드지만,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레고랜드의 첫 삽을 뜨면서 청동기 시대 유적지가 발견되었는데, 레고랜드와 함께 만들겠다던 유적지 공원과 박물관은 아직 지어지지 않았다.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선사시대 유적인 만큼,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인지 화려한 레고랜드와 유구한 역사적 유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춘천시 중도, 국내 최대 청동기 유적지

레고랜드가 올해 오픈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적합한 부지를 찾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레고랜드는 1999년 경기도 이천에 유치될 예정이었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레고그룹이 이천시에 2억 달러를 투자해, 60만㎡ 규모로 설립하려 했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해 무산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춘천에 조성된 레고랜드가 약 28만㎡인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가까이 큰 규모였으며, 경기도는 17년간 3,400명의 관광객과 748억 원이라는 수익을 포기하게 됐다.
 

2014년 공개된 춘천시 중도 유적 전경 / 문화재청
2014년 공개된 춘천시 중도 유적 전경 / 문화재청

이후 2013년에 강원도가 멀린엔터테인먼트와 협의해 춘천시 중도에 레고랜드를 유치하게 됐다. 협약을 통해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고, 2015년에 레고랜드를 오픈할 목표였지만, 2014년 해당 부지에서 청동기 유적이 발굴되고, 관련 조사가 진행되었고 공사는 미뤄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중도 유적지는 1980년부터 관련 유적이 발굴되어 조사가 진행되었던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발굴한 이후, 8차에 걸쳐 시‧발굴조사가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신석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에 이르는 집터와 고인돌 등이 270여 기 이상 확인된 곳이다.
 

2014년 발견된 청동 도끼와 청동검 / 문화재청
2014년 발견된 청동 도끼와 청동검 / 문화재청

2014년 조사가 진행된 1차 발굴조사 지역(203,127㎡)에서는 1,400여 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가 발견되었다. 유구(遺構)란 당시 주거지, 무덤 등 건축양식을 통해 생활상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를 말한다.

특히, 이때 발견된 고인돌 101기는 강원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로 무리 지어 발견된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부지 남쪽에서 3열로 길게 축조된 40여 기와 마을 공간 안에서도 다수 발견되었다고 한다.
 

제242호 집터 / 문화재청
제242호 집터 / 문화재청

이 외에도 집터 917기, 구덩이(수혈) 355기, 바닥이 높은 고상식 건물 집터 9기, 전체 둘레 약 404m(내부 면적 약 10,000㎡)에 이르는 네모난 대형 환호(環濠)도 확인되었다. 환호란 마을 주변에 도랑을 파서 돌리는 시설물로, 청동기 시대 마을의 구조와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7월 28일 발굴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인 7월 29일 열린 매장문화재 평가 회의에서는 학술적으로 중요한 유구가 조사되었다며, 원형을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방법은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중도 유적에 대한 평가 평점은 91.77점으로, 원형 보존 기준평점 이상이다.
 

대형 환호 / 문화재청
청동기 시대 마을 구조를 알 수 있는 대형 환호 / 문화재청

이어 9월 26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제10차 매장문화재분과 위원회 회의에서는 해당 유적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논의됐는데, 유적과 레고랜드가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레고랜드 안에 유적을 보존해 어울리는 콘셉트를 마련하고, 유물전시관을 건립해 교육적인 목적도 살리겠다는 것이다.
 

돌덧널무덤과 발견된 금귀걸이 / 문화재청
돌덧널무덤과 발견된 금귀걸이 / 문화재청
출토된 금제 귀걸이 / 문화재청
출토된 금제 귀걸이 / 문화재청

중도 유적지의 유물 발굴은 계속 이어졌다. 2015년 6월 2차 조사지역에서 지하에 깊이 움을 파고 석재로 벽 4개를 쌓는 돌덧널무덤 1기와 함께 무덤에서 금제 굵은고리 귀걸이가 출토된 것이다.

여기서 함께 발견된 금제 귀걸이는 중심고리(主環)와 노는고리(遊環), 연결고리, 구체(球體 - 샛장식, 中間飾), 원판 모양 장식(圓板形裝飾), 추 모양 장식(錘形垂下飾)으로 구성됐다.

기존에 출토된 고구려계 금제 귀걸이 양식과 비교하면, 평양시 대성구역 안학동 귀걸이, 청원 상봉리 귀걸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구체와 원판 모양 장식, 추 모양 장식이 좀 더 커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이들보다는 다소 늦은 시기(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청동기에 이어 고구려 때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유물까지 발견되자, 중도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시민단체에서는 레고랜드 설립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며, 2015년 초에는 유적지 훼손 논란까지 더해져 공사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중도 유적지 훼손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관련 사항에 대해 해명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침수되지 않음에도 고인돌을 이전 복원 결정한 것 ▲고인돌 등 발굴유적을 보호조치 하지 않아 훼손된 것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고인돌을 이전 복원하기로 한 것은 의암호가 만수위에 달했을 때, 고인돌 구조상 침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고인돌 하부구조는 상석에서 지표 아래로 1~2m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전시나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토하여 보존하기로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한다.

고인돌을 비닐포대에 담거나, 발굴유적을 부직포 등으로 보호하지 않아 훼손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전 복원 과정에서 3D 스캔, 일련번호 표기, 레벨측량 등 과정을 거쳐 포장하고, 목재 받침대에 고정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임시 보관 장소에 이전한 후, 부지가 정리되면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처리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문화재 관련 논란이 정리되고 2017년 10월 문화재 발굴조사가 완료됐다. 4년여의 조사를 통해 발굴된 유구는 청동기 시대 및 원삼국시대 환호, 청동기 시대 주거지, 지석묘, 수혈 등 약 3,068기, 유물은 비파형 동검 및 고구려 금제 이식 등 금속 유물 및 다양한 토기‧석기 등 9,201점이다.
 

2020년 공사 현장 전경 / 레고랜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legolandkorearesort
2020년 공사 현장 전경 / 레고랜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legolandkorearesort

유적과 레고랜드의 상생이 결정된 후,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였던 레고랜드는 비리가 터지면서 2019년 3월이 되어서야 착공이 시작됐다.

발굴조사가 마무리되었지만, 문화재위원회는 부지 내 유적 보존방안에 대한 회의를 이어나갔다. 문화재청이 공개한 2020년 제6차, 제7차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르면, 지석묘 48기, 석묘 1기, 노지 3기, 주거지 1기 등은 이전 보존하며, 청동기 시대 환호와 삼국 시대 환호는 현지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이를 위한 규모 93,500㎡의 유적공원과 1,623㎡의 유물박물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레고랜드 공사가 마무리되어 오픈할 것으로 예정된 2021년 7월까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레고랜드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면서 2021년에 예정된 오픈이 미뤄지게 됐고, 2021년 4월 중도에서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되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는 레고랜드 부지와 무관하다는 강원도 측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한차례 크게 벌어질 수 있었던 논란이 마무리됐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레고랜드는 5월 5일 문을 열게 됐다. 그러나 유적 보존과 관련된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허벌판인 유적공원 부지, 문화재 보존지역

오는 5일 개장을 앞두고 일부 여론과 언론은 단순히 레고랜드만 주시하지 않았다. 사업을 주관하는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오픈과 함께 약속한 유적공원과 박물관 등 중도 유적과 관련된 시설이 문을 여는지에 대한 관심이 함께 집중됐다.
 

시설배치계획도 / 강원중도개발공사 홈페이지
시설배치계획도 / 강원중도개발공사 홈페이지
2018년 공개된 유적공원(중도 선사유적 테마파크) 조감도 / 강원중도개발공사
2018년 공개된 유적공원(중도 선사유적 테마파크) 조감도 / 강원중도개발공사
2018년 공개된 유물박물관 조감도 / 강원중도개발공사
2018년 공개된 유물박물관 조감도 / 강원중도개발공사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시설배치계획도를 보면, 유적공원 부지와 문화재 보존지역 2곳이 설정되어 있다. 이는 문화재위원회와 사업자의 협의를 통해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고인돌 등 이전보존 등이 약속된 지역이다.

네이버 지도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부지는 여전히 허허벌판이다. 해당 지도의 거리뷰가 2022년 4월 촬영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약속된 건물이 지어졌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한 부지 / 네이버 지도 캡처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한 부지 / 네이버 지도 캡처
2022년 4월 촬영된 유적공원 부지 / 네이버 지도 캡처
2022년 4월 촬영된 유적공원 부지 / 네이버 지도 캡처
레고랜드 주차장(왼쪽)과 유적공원 부지(오른쪽)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 네이버 지도 캡처
레고랜드 주차장(왼쪽)과 유적공원 부지(오른쪽)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 네이버 지도 캡처

또한, 2014년 9월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는 레고랜드와 유적지가 하나로 어울리는 테마를 조성하는 등 상생할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프리 오픈기간 방문한 관람객 후기를 통해 유적지의 존재는 잊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레고랜드는 지난해 9월 특별 한정판 연간 이용권 ‘퍼스트 투 플레이 패스’를 구매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프리 오픈 행사를 진행했다.
 

2022년 4월 촬영된 문화재 보존지역 1 / 네이버 지도 캡처
2022년 4월 촬영된 문화재 보존지역 1 / 네이버 지도 캡처
2022년 4월 촬영된 문화재 보존지역 2 / 네이버 지도 캡처
2022년 4월 촬영된 문화재 보존지역 2 / 네이버 지도 캡처

프리 오픈 2일 차에 방문했다는 30대 회사원 A씨는 “레고랜드 내부 어트랙션 등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다. 호텔만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도 유적 관련 공원과 박물관에 대해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A씨 외에도 이어지는 다양한 후기에서도 레고랜드 내부 시설과 이용 편리성 등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을 뿐, 중도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적공원 부지는 레고랜드 옆 주차장에 있으며, 문화재 보존지역 1, 2는 지나가는 길과 레고랜드 옆에 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어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심지어 발굴된 유물은 비닐하우스 안에 방치되다시피 보관되어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레고랜드가 중도 유적과 상생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갖게 된다.
 

레고랜드 맵 / 레고랜드 코리아 홈페이지
레고랜드 맵 / 레고랜드 코리아 홈페이지

레고랜드 안내 지도에도 내부 시설에 관한 것만 나와 있을 뿐, 주변 시설이나 중도 유적지에 관련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는 문화재청에 관련 민원을 보냈으며, 2일에는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설립이 이행되지 않았으니 레고랜드 개장은 불법”이라며 문화재청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기존 계획대로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 등이 지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적지, 보존과 개발 사이 줄타기

레고랜드 중도 유적지와 같은 문제는 이미 이전부터 있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있는 풍납토성이 앞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적으로 등록된 서울 풍납동 토성은 백제 시대 초기 한강 변에 흙으로 쌓은 평지성이다. 둘레가 3.5km에 달하는 큰 규모였지만, 한강과 맞닿은 서쪽 성벽이 유실되어 지금은 2.1km 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풍납토성이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백제 초기의 역사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인 동시에, 지금까지 발견된 백제 시대 최고의 왕성 유적이기 때문이다.
 

서울 풍납동 토성 / 문화재청
서울 풍납동 토성 / 문화재청

발굴조사에 의하면, 성벽 기초부는 너비 43m, 높이 11m로 구성된 대규모의 토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벽은 중심부 하단에 뻘흙을 깔아 기초를 다진 후 그 안팎으로 진흙과 모래흙을 다진 판축 기법을 사용했다. 중심 토루(土壘)를 쌓아가며, 일부에 식물유기체를 깔거나 자갈을 이용하여 토루를 보강하는 등 독특한 축성기술을 동원해 당시 백제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유구와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1925년 대홍수 때는 중국제 청동 자루솥, 허리띠 장식 등 상류층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토성 내부 발굴조사에서는 상수도로 추정되는 토관, 백제 초기 최초의 동서남북대로 유구, 대형 주거지, 백제 최초의 지상식 기와 건물지, 신전 추정 초대형 건물지, ‘大夫’, ‘井’자 등이 새겨진 항아리 등 한성백제기 최고 상류층 사용 주요시설이 확인됐다.

이에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시대 첫 도읍인 하남위례성일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발굴조사가 지속되며 백제의 최초 도성이었음은 학계 정설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가진 풍납토성을 보존하기 위해 올림픽 대교를 건설할 때, 접속도로를 우회하도록 변경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풍납토성 일대 도시형태 변화과정 연구 -하천, 도로, 풍납토성을 중심으로-(이난경, 양승우/2017)’에 따르면, 올림픽 대교와 연결되는 남쪽 접속도로는 일직선으로 풍납토성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계획됐다.
 

올림픽 대교 남쪽 도로가 휘어져 있다. 녹색이 풍납토성 / 네이버 지도 캡처
올림픽 대교 남쪽 도로가 휘어져 있다. 녹색이 풍납토성 / 네이버 지도 캡처
천호대교 풍납동 방향 도로 역시 휘어졌다. 녹색이 풍납토성 / 네이버 지도 캡처
천호대교 풍납동 방향 도로 역시 휘어졌다. 녹색이 풍납토성 / 네이버 지도 캡처

그런데 풍납토성의 성벽이 중요한 유적이라는 점에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우회하는 도로를 만들기로 계획이 변경됐다. 그러나 성벽만 피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풍납토성이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천호대교 풍납동 방향 도로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휘어져 건설됐다.

풍납동 토성 보존을 위해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민의 생활권 보장 사이에서 논란은 이어졌다. 2009년 훼손된 풍납토성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 보존‧관리했으며, 2015년은 핵심 권역인 Ⅱ권역만 매입해 발굴 후 복토‧보존한 뒤 건축이 가능하게 했다.
 

풍납동 토성 일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종합계획도 / 서울시
풍납동 토성 일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종합계획도 / 서울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건축규제로 재개발,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풍납토성을 보존하고, 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안이 필요해졌다. 이에 2019년 풍납동 일대가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유적을 복원하고, 당시 백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사업과 함께 풍납토성 복원과 정비가 추진되면서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2020년까지 주민들에게 토지 보상금을 지급하고 풍납토성을 복원할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문화재청이 지난해 3월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공포했는데, 서울시는 “협의 중 일방적 발표”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주민 사이에 잡음이 지속되던 풍납동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4월 28일 도시재생위원회에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조건부 가결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서울시는 사업비 200억 원을 투입, 2026년까지 해당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풍납동 토성이 주민들과 상생하는 문화유적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김포 장릉 능침 전경 / 문화재청
김포 장릉 능침 전경 / 문화재청

레고랜드 중도 유적지와는 다른 경우지만, 개발과 문화재 보존 대립이 현재진행 중인 김포 장릉도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 건설 중인 아파트가 문화재 보존지역에 지어지면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고, 김포 장릉의 조경을 해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문화재청과 시민, 건설사 간의 법정 분쟁이 이어진 곳이다.

문화재청과 시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에 김포 장릉이 포함되어 있는데, 장릉의 역사적 가치가 훼손된다면 40기 조선 왕릉의 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릉 앞 문석인과 무석인. 석상 뒤로 건설 중인 아파트가 보인다 / 문화재청
장릉 앞 문석인과 무석인. 석상 뒤로 건설 중인 아파트가 보인다 / 문화재청

그러나 최근 건설사가 완공을 앞두고 주민 입주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아파트 철거를 주장하면서 김포 장릉을 보존하려 하지만, 입주가 시작된다면 그 역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자, 문화재청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입주하는 사람들과 문화재 보존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가 취소된 사례가 있는 만큼,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 왕릉 40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리 건설 전의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 위키미디어
다리 건설 전의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 위키미디어
발트슬로센 다리가 건설된 엘베 계곡 전경 / 위키미디어 (Bybbisch94 Christian Gebhardt)
발트슬로센 다리가 건설된 엘베 계곡 전경 / 위키미디어 (Bybbisch94 Christian Gebhardt)

그 예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있다. 이곳은 녹지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중세 문화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200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엘베강을 사이에 둔 도시를 잇는 발트슬로센 다리가 2007년 건설되면서, 유네스코는 엘베강 오염, 자연경관과 역사적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2009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엘베 계곡을 삭제했다.
 

레고랜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legolandkorearesort
레고랜드 코리아 인스타그램 @legolandkorearesort

레고랜드가 있는 중도는 유적 보존과 테마파크 사이의 ‘중도(中道)’를 걸을 수 있을까? 오는 5일 어린이날,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가득해야 할 놀이공원에서 유적 보존을 외치는 어른들의 시위소리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어본다.

물론 유적 보존도 중요하다. 국내 최대 청동기 유적지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을 설립하겠다는 약속은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일부 사람들의 질타를 받는 테마파크이지만, 유적이 잘 보존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문화재 보존의 좋은 사례로 인정받는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