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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공상과 현실, 그 경계를 허물어버린 풍경 - 일러스트레이터 K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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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공상과 현실, 그 경계를 허물어버린 풍경 - 일러스트레이터 KUSH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1.25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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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어릴 적에 상상해 오던 미래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듯하다. 현실 세계에서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인류는 진화 아닌 진화를 하게 되었고 마침내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현실까지 만들어냈다.

그곳에서 만나 비즈니스를 하기도 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한다. 더는 현실과 상상은 다른 것이 아니며, 한 시대 안에 공존하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 KUSH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집중하기 이전부터, 현실 속에 존재하는 공상의 풍경을 그려왔다. 분명히 경계가 있는 듯하지만, 실제 작품 속에서는 그 경계는 모호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꿈속에서 본 듯 몽환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는 “공상과 현실,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경계를 사진과 일러스트에 접목시켜 특별하길 바랐던 평범한 일상의 감정들을 몽환적 무드로 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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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R, 2094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Seoul KR, 2094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이 작품은 2094년 서울의 모습을 그렸다. 지금으로부터 약 72년 뒤의 모습인데, 빌딩 숲이 가득한 도시의 모습보다는,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보통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은 자동차가 도로가 아닌 하늘을 날아다니고, 건물이 상상할 수 없을 높이로 지어지거나 하늘에 떠 있는 정도인데, 작가가 그린 미래의 서울은 그렇지 않다.

궁궐과 한옥이 아직 남아있는 종로 지역을 중심으로 상상한 듯한데, 궁궐의 기와지붕 위에 첨단 시설이 지어져 있다. 서울특별시라는 글씨가 선명하고, 태극기가 걸려있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서울의 중심지인 듯하다.

그 아래에는 마치 계곡이 만든 커다란 호수 느낌의 물가가 있고, 그 근처에는 소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 지금의 서울과 비교하자면, 청계천이 이렇게 변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2049년에는 이런 모습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요즘, 주말에는 시골로 가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바람이 미래에는 반영되어 이 같은 서울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제2 통제구역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제2 통제구역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판타지나 공상과학을 기반으로 한 만화나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이다.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정면에 보이는 것이 남산타워라고 본다면, 이곳 역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이다.

원 모양의 비행체는 무언가를 파괴한 듯, 하늘에 돌덩이가 날리고 있다. 그 모습을 한 남자가 지켜보고 있다. 분명 위험하기 때문에 통제구역일 텐데, 현재의 코로나 상황과 비교해보면, 격리시설과 비슷하기도 하다.

어두운 서울의 풍경이 위태로움을 더하는 느낌이지만, 건물마다 켜져 있는 불빛을 보니,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Oriental universe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Oriental universe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Another planet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Another planet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Oriental universe’와 ‘Another planet’은 판타지 그 자체의 모습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태양계’가 전부이지만, 여러 연구에 의하면, 태양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우주가 어딘가 존재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상상한다면, 우주에는 이런 모습도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처럼 동양미가 가득한 전통가옥의 모습을 담은 우주는 저 멀리 지구인지 모를 행성이 가까이 있다. 멋진 풍경이 되어 건물을 더욱 아름답고 신비롭게 만든다. 인간은 보이지 않지만,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아, 생명체가 살만한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Another planet’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가 생각나게 한다. 빨간 목도리를 한 어린 왕자와 여우가 있는 B612에서 서울의 남산타워가 보인다. 실제 우주에서는 선명하게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KUSH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가능하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풍경처럼, 어린 왕자가 사는 또 다른 행성은 지구와 가까이 공존하고 있나 보다. 우거진 나무가 액자처럼, 서울의 신비로운 풍경을 감싸고 있다.
 

Pandorum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Pandorum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pandorum’은 우주에서 장기간 생활할 때 나타나는 패닉 상태로, 우주에 홀로 존재하는 듯한 외로움 등 심리적인 장애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이상현상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단어의 뜻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작품 속 표지판 위에 걸터앉은 남자가 외로움에 빠진 주인공인 듯하다. 표지판에도 pandorum을 주의하라는 문구가 그려져 있다. 흔히 우주에 있다고 하는 ‘블랙홀’처럼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모습이다.

하늘에는 아름답게 별이 빛나고,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있지만, 어떤 풍경도 남자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없는 듯하다. 스스로가 빠져나오는 것밖에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요즘 현대인들에게도 우울증은 일종의 감기처럼 퍼져있다. 그런 현실을 ‘우주’라는 배경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1/1440 (original ver.)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1/1440 (original ver.)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1/1440 (rain ver.)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1/1440 (rain ver.)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1/1440’은 맑은 하늘에 큰 구름이 떠 있는 오리지널 버전과 비 내리는 레인 버전 2가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레인 버전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도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책상에 걸터앉아있다. 그 뒤로는 도시에 비가 내리는 풍경이 있는데, 빗방울이 눈에 보일 정도로 굵고, 구름 역시 커다랗게 표현한 것이 비현실적이다. 작품 속 남자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치인 듯하다.

오리지널 버전 속 남자도 기쁜 감정은 아닌 듯하다. 그의 뒤로는 멋진 다리가 보이지만, 구름은 여전히 커다랗다. 마치 금방이라도 날씨가 변할 것 같은, 문학 작품 속 ‘복선’ 같은 역할을 한다. 날씨가 변화하는 것처럼 남자의 감정도 깊은 우울감으로 빠질 것 같은 느낌이다.
 

Good Morning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Good Morning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3:00 AM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3:00 AM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노을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노을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파도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파도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작가의 작품에는 보통 우리가 일상 속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평범한 풍경도 있다. 해가 떠오를 즈음에 눈 내리는 골목길 풍경이나 새벽 3시 드문드문 불이 켜진 듯한 아파트, 해가 지는 시골, 어두운 밤 별빛을 그대로 담은 파도까지.

KUSH 작가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이나 그 시간대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번쯤 보았을 법한 풍경이지만, 그 안에도 작가만의 상상력이 느껴진다.
 

Dear Santa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Dear Santa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Lost Stop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Lost Stop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Eternity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Eternity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Dear Santa’는 붉은 달이 떠올랐는데, 별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 남자 옆의 나무를 장식하고 있다. 실제로는 나뭇가지에 걸쳐진 별을 볼 수 없다. 남자의 옆에 있는 차 안에서도 붉은빛이 나는 것으로 보아, 붉은 달빛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Lost Stop’은 더이상 버스가 서지 않는 정류장이 있고, 그 주변에는 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이다. 평화롭기만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작품 이름처럼 목표를 잃고, 멈춰버린 누군가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이 역시도 현실에서 보기는 어려운 풍경이다.

‘Eternity’는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의 뒤로 번화가와 주택가의 풍경이 공존한다.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는 여자가 서 있는 곳이 현실이며, 별이 쏟아질 듯 달이 떠 있는 밤하늘이 미래처럼 보인다. 서울 하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고, 뭔가 망연자실한 듯한 여자는 우산을 내려놓고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듯하다. 무엇이 ‘영원(Eternity)’한 것일까. 그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멋지기만 하다.
 

Terrarium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Terrarium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작품도 있지만, ‘공상’에만 집중한 작품도 많다. ‘Terrarium’은 입구가 좁은 유리그릇이나 유리병 안에 식물을 넣어 작게 정원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뚜껑이 닫힌 유리병 안에는 멋진 계곡과 커다란 나무가 있다. 그 뒤로는 바다나 강처럼 보이는 풍경도 보이고, 구름도 있다. 작은 정원 안에는 사람도 살고 있다. 현실의 테라리움이라면 생명체라고는 유리병 안 식물이 전부다. 계곡이 흐르기도 어렵고, 산과 강, 구름을 보기도 어렵다.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테라리움이다.

요즘은 반려식물을 키울 정도로 식물을 가까이하며 풀멍을 하기도 한다. 과연 저 테라리움의 남자는 행복할까. 유리병 밖에는 보름달이 밝게 비추고 있지만, 마냥 즐거운 모습처럼 보이진 않는다.
 

너의 행성 (Your planet) 2021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너의 행성 (Your planet) 2021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Skylight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Skylight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별낚시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별낚시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너의 행성 2021’, ‘Skylight’, ‘별낚시’ 모두 상상 속에서 허용되는 모습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듯, 구름 위에서 만난 사람과 강아지는 아름다워 보이면서 몽환적이다. 그 뒤로는 물고기가 새처럼 날고 있고, 지구와 달이 보인다. 강아지가 사는 행성으로 놀러 온 한 남자의 모습을 그린 듯하다.

‘Skylight’는 하늘을 나는 고래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등대 같다. 실제로 고래는 하늘을 날지 못하지만, 상상 속에서는 가능하다. 구름이 가득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등대 주변만을 헤엄치는 고래들에게 등대에서 비추는 빛은 ‘희망’과도 같다. 흐린 풍경에서 오직 밝게 빛나는 곳은 등대의 창문뿐이다.

‘별낚시’는 동화 속 삽화에 등장할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의 작품이다. ‘하늘에서 별을 따준다’고 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물속에서 별을 건져 올리고 있다. 실제로는 별 모양을 한 불가사리가 살긴 하지만, 밝게 빛나진 않는다. 정말 ‘별’을 낚아 올리고 있다. 이미 배 안에는 낚시로 잡은 별이 가득하지만, 또 낚아 올리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이 매우 멋지다.
 

Slow Night 2021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Slow Night 2021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오작교(The Bridge of Birds) 2021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오작교(The Bridge of Birds) 2021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일시정지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일시정지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Time Machine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Time Machine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KUSH 작가의 작품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달’이다. 꽉 찬 보름달부터 가느다란 초승달까지 달은 빠지지 않는다. 달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자체가 ‘상상’, ‘공상’과 연관 있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Slow Night 2021’ 달은 나무에 걸쳐있다. 해가 긴 여름날처럼 달이 떴지만, 주변이 밝아 보인다. 작품 이름처럼 밤이 천천히 찾아오길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달도 때로는 쉬고 싶을지도 모른다.

‘오작교(The Bridge of Birds) 2021’ 속에도 초승달이 떠 있다. 고전 작품 속에서 ‘달’은 그리움을 뜻하는 단어였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작품 속 남자는 칠월칠석에만 서로를 만나는 견우와 직녀처럼 그리운 연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이 만나는 날이고, 그들을 이어주려고 새들이 날아오고 있다. 동화 속에만 등장할 것 같은 멋진 풍경이다.

‘일시정지’에도 달이 등장한다.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남자가 멈춰 섰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멋진 밤하늘에 놀라 풍경을 감상하려고 멈춘 것인지, 가려는 길이 물에 잠겨 멈춘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풍경은 눈길과 발길을 모두 사로잡을 정도다. 현실에서는 저렇게 큰 초승달을 볼 수 없기에.

‘Time Machine’에서는 보름달이 세세히 묘사되어 있다. 앤틱한 타임머신과 곳곳에 늘어진 녹슨 공구들, 거위 한 마리가 달과 잘 어울린다. 달을 볼 수 있는 현실과 타임머신이라는 비현실이 만나 이루는 조화로움이 멋지다.
 

Travel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Travel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일기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일기 / 일러스트레이터 KUSH 그라폴리오(grafolio.naver.com/kushgraphic)

현실과 공상, 달이라는 요소가 모두 함께 공존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Travel’은 바다 위를 지나가는데, 무지개와 초승달이 함께 떠 있다. 비현실 속을 현실의 기차가 거친 파도까지 거슬러 움직이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일기’는 그 기차 안의 모습을 보여준다. KTX가 아닌, 무궁화호처럼 옛날 기차가 생각난다. 기차 안에서도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무지개, 초승달이 보인다. 기차 안에서는 볼 수 없는 빨간 꽃이 핀 나뭇가지도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작품 속이라면 가능한 풍경이다.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멋진 여행지로 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니 ‘일기’에 남기고 싶은 것이 아닐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나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만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기대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 자체도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일러스트레이터 KUSH의 작품은, 그럼 우리의 일상을 멋진 작품으로 보여주는 거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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