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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의식주-주(住)편 ‘인형의 집 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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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의식주-주(住)편 ‘인형의 집 룸투어’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9.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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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인형 놀이, 인형 집 꾸미기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집은 삶의 기본적인 환경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개인의 주관과 취향, 생활 습관이 반영된 공간이기도 하다. 집을 통해 한 사람의 생활 전반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놀라운 것은 사람이 아닌 인형을 위한 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Ron Lach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인형의 집 /Ron Lach, Pexels

흔히 인형 놀이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성인이 되어서도 인형의 집을 제작하고 꾸미는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활동은 키덜트 시장 내에서도 눈길을 끈다. 현실 세계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반영해 제작한 인형의 공간을 활용하여 컨셉 사진을 찍기도 하며 각종 커뮤니티나 SNS상에서 이러한 인형 놀이에 기반한 콘텐츠들이 실제 키덜트족 외의 대중들에게 또한 큰 관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특색있고 아기자기한 인형만의 공간을 만들어낸 창작자 3인의 이야기를 ‘인형의 집 룸투어’형식으로 들어봤다. 그동안 실제 거주 공간을 공개하는 다수의 랜선 집 투어는 존재했으나 인형의 집 룸투어는 비교적 흔치 않은 주제다. 섬세한 창작자의 주관과 취향이 깃든 인형의 집을 본격적으로 둘러보자.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가 인형의 집에! 블로거 ‘리안’이 만든 인형의 집

인형의 집은 창작자의 손에 의해서 다양한 모습으로 꾸며진다. 블로거 리안이 제작한 인형의 집은 아기자기한 소녀의 일상을 담고 있으면서 현대적인 인테리어 트렌드까지 반영하고 있다. 마치 실제 존재하는 소녀의 방을 만난 듯, 고즈넉하면서도 포근한 일상의 공간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눈길이 갈 것이다. 
 

블로거 리안이 제작한 인형의 집 전경 /블로거 리안 제공 

바닥은 주거 공간을 설계할 때 의외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바닥 장판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집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아주 주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거 리안은 아기자기한 인형의 집 바닥을 헤링본 무늬로 결정했다. 방바닥은 두께 5T 합판 60*80cm 2개를 사용해서 120*80cm의 방 사이즈로 이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더 쉽고 저렴하게 꾸밀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방바닥은 헤링본 무늬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제작할 때 먼지가 날리지 않으면서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만들어 보려고 고민을 좀 했는데 원목무늬 시트지를 잘라 붙이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사용한 쇠자 너비가 2.6cm인데, 바닥 시트지 한 장 사이즈는 2.6*10cm로 했고요. 400장 넘게 잘라서 붙이는 과정을 거쳐 바닥은 완성했답니다. 나무만큼 멋스럽진 않겠지만, 저렴하고 쉽게 헤링본 바닥 느낌을 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헤링본 무늬의 바닥 장판을 제작하는 과정 /블로거 리안 제공 
따뜻한 느낌을 주는 헤링본 무늬의 인형 집 바닥재 /블로거 리안 제공 

블로거 리안이 제작한 인형의 집 포인트는 창문과 윈도우 벤치에 있다. 인형 방을 만들면서 가장 만들고 싶었던 것이 창문이었다고 소개한 블로거 리안은 집에 있던 액자를 활용해 창문 프레임을 만들고 하드보드지를 잘라서 창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유리 부분은 손 코팅지가 쓰였다.
 

윈도우 벤치 /블로거 리안 제공 
다양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윈도우 벤치 /블로거 리안 제공 

인형의 집 창문이지만 실제 여닫는 움직임도 가능하다. 창문 경첩 대신 양면테이프를 이용했는데 바깥쪽에 양면테이프를 붙이는 방식으로 밖으로 창문을 여닫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드보드지 창문이 가벼워서 양면테이프만으로도 잘 붙어 있고, 장식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 창문 밖에 세워진 파티션에 잎줄기, 꽃, 줄 조명 등을 걸었다. 낮에는 햇살이 들어오고 밤에는 조명이 켜지는 멋진 창을 완성해 감성적이고 아기자기한 집의 포인트를 살렸다.
 

윈도우 벤치는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블로거 리안 제공 
훌륭한 포토존으로도 쓰이는 윈도우 벤치의 모습 /블로거 리안 제공 

특별한 점은 리안이 제작한 인형의 방에서 윈도우 벤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윈도우 벤치는 최근 실제 인테리어 트렌드로도 많이 알려져 활용되고 있다. 창문 아래 가까이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인테리어 방식인데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상용되고 있으며, 국외에서는 리딩 윈도우, 리딩 누크, 윈도우시트라고도 부른다.

이 윈도우 벤치는 처음 건물 내부 리모델링 때부터 계획해서 설계하는 방식도 있으며 최근에는 간편하게 가구나 합판을 이용해서 공간을 조성하기도 한다. 블로거 리안은 이러한 실제 인테리어 트렌드를 인형의 집에 담은 것인데, 윈도우 벤치는 인형의 포근한 휴식 공간이 되면서 포토존으로도 활용되어 유용하게 쓰인다.

벤치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선반을 이용해 제작됐다. 그 위에는 폭신하고 포근하게 앉을 수 있도록 스펀지를 올렸으며 벤치 아래엔 우드록과 시트지로 서랍을 만들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수납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서랍에는 실제 여러 가지 인형 물건들이 보관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벤치 양옆에는 인형들이 기댈 수 있도록 선반장을 만들어 세웠고 이 선반장 역시 다이소 선반과 우드록, 시트지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벤치 하단은 서랍장으로 구성했다 /블로거 리안 제공 

“실내 인테리어 사진들을 볼 때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커다란 창문과 밑에 몸을 눕힐 수 있는 벤치가 항상 눈에 들어왔어요. 그 벤치에서 책을 읽거나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이 참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인형 집 만들면서 제일 만들고 싶었던 것이 바로 윈도우 벤치에요. 공간이 좁아서 비록 크게 만들진 못했지만, 인형이 책을 읽으면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연출했고요. 창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밤낮으로 모두 예쁜 사진을 결과물로 낼 수 있어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공간이랍니다.”

블로거 리안은 인형의 집을 만들 때 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나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리안이 사용한다고 밝힌 재료들은 합판, 우드록, 시트지, 하드보드지, 액자, 원단 등이 있는데 모두 구하기 어렵지 않으면서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양한 재료를 통해 인형의 집을 만든다 /블로거 리안 제공 

“만들고자 하는 아이템을 검색하고, 제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인테리어와 구하기 어렵지 않은 재료를 골라 제 상황에 맞게 구상하고 만들어 나가요. 아무래도 제 상황 때문에 원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긴 하지만, 다르면 다른 대로 제 손으로 만든 거니까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테이블과 소파, 뒤로 보이는 수납장 역시 제작자의 손길이 담겨 있다 /블로거 리안 제공 
인형의 집 책상 공간 /블로거 리안 제공 

블로거 리안이 제작한 인형의 집은 손으로 만들어내는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일깨우면서, 동시에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다. 움직이지 않는 인형을 위한 집에 불과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으며 제작자의 정성 어린 손기술까지 담겨 있다. 소중한 인형에게 아기자기한 소품을 직접 만들어주는 블로거 리안의 활동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인형 놀이라는 취미를 통해 힐링을 느끼는 키덜트족의 모습이 엿보인다.
 

원단을 사용해 침구류까지 직접 제작했다. /블로거 리안 제공 
포근함이 느껴지는 인형의 집 침실의 모습 /블로거 리안 제공 

“사람 침구처럼 제가 직접 퀼팅 솜을 대어 누빔하고 파이핑을 달았어요. 주름을 잡아서 침대 스커트도 만들었고요. 예쁜 인형들에게 어울리게 프릴을 많이 달아 침대 헤드도 완성했어요. 또 부드러운 마이크로파이버 솜을 넣어서 양면 이불도 만들었답니다. 인형들이 눕고 뒹굴 수 있도록 침대를 좀 크게 제작했는데 인형들이 누워있는 모습 보면 저도 옆에 같이 눕고 싶다고 느껴요.”


고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문방구할머니’가 만든 인형의 집

인형의 집에는 사람의 로망과 환상이 깃든다. 물론 사실적인 표현도 잊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제작자의 취향과 감성이 인형의 집 내부에 오롯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SNS에서 인형의 집을 통해 아기자기한 인형의 일상을 공개하는 ‘문방구할머니’ 역시 창작자 자신의 꿈을 인형의 집에 담았다.
 

문방구할머니가 제작한 인형의 집 침실 전경/ 문방구할머니 제공

문방구할머니는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 이윤정 작가의 ‘부캐’로, 그녀는 인형 콘텐츠를 소개할 때 해당 이름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름과 마찬가지로 문방구할머니가 제작한 인형의 집은 아늑하면서도 행복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마치 어렸을 적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인데, 그녀가 만든 인형의 집에는 ‘봉숙이’라는 인형이 살고 있다. 팔로워들은 봉숙이의 집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으로 문방구할머니가 제작한 인형의 집을 구경하고, 봉숙이와 추억을 쌓아가게 된다.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집주인 봉숙이 / 문방구할머니 제공

봉숙이의 집을 처음 구경할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디테일한 환경은 마치 친구 같은 봉숙이를 통해 동화 속의 집을 직접 체험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데, 결과적으로 인형의 집이기에 더욱 로맨틱하고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감정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문방구할머니는 어린 시절 ‘소공녀’라는 영화에서 인형의 집을 보고 난 후, 언젠가는 꼭 멋진 인형의 집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아직 까지는 집 전체를 제작할 여건이 되지 않아 내부 인테리어에 집중해서 인형의 집을 만들고 있다. 인테리어를 할 때는 최대한 현실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물론, 소품들이나 장식 역시 디테일에 초점을 맞춰서 직접 만들거나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먼저 필요한 공간을 구상하고 조립형 벽체나 바닥재를 구매해요. 그 공간의 용도와 가지고 있는 소품들에 맞게 색상을 결정하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내벽과 바닥의 분위기를 먼저 만든 후에 그 공간에 필요한 소품들을 추가 제작 혹은 구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르누보의 장식적인 패턴 양식들을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곳곳에 선을 이용한 장식을 그려 넣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소품 제작 모습. 아르누보풍 무늬를 직접 그려넣기도 한다 / 문방구할머니 제공
다양한 소품 제작 모습 / 문방구할머니 제공

인형 봉숙이의 집을 제작할 때는 건축 모형 제작에 사용되는 목재나 스컬피 같은 미술 재료가 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활용품을 재활용하여 소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제작자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손거울을 활용하기도 하고 오래된 조화나 말린 꽃을 활용해서 리스 거울을 제작하기도 한다.
 

세면대 앞에 리스 거울을 두었다 / 문방구할머니 제공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소품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잘 만들었다 싶은 아이템들이 몇 개 있는데, 포인트 벽지를 만들기 위해 시트지에 화이트 펜을 이용해 직접 그려서 벽지를 만들기도 했고요. 이때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장식적인 효과는 컸던 것 같아 더 뿌듯해요. 인형의 소품을 만들고 인테리어 할 때는 인형 사이즈에 맞도록 제작하는 게 중요해요. 연필을 만들려고 하는데 사이즈 맞추기가 힘들어서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산적용 꽂이였어요. 이걸 깎아서 연필을 만들었을 때도 반응이 좋아서 만족스러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인트 벽지 제작 모습
포인트 벽지 제작 모습 / 문방구할머니 제공

본격적으로 봉숙이의 방을 구경해보자면 역시 사실적인 연출이 매우 눈에 띈다. 봉숙이의 침대는 따뜻하면서 아늑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벽난로와 티라이트 홀더를 통해 공간을 더 훈훈한 분위기로 꾸몄다. 침구 역시 직접 만든 것으로 방석과 자투리 천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포근함이 느껴지는 봉숙이의 침실 / 문방구할머니 제공

봉숙이의 집은 인형의 공간이지만 현실 세계의 삶을 녹여 놓은 듯한 기분을 준다. 어릴 때부터 주로 거실 소파에서 많이 놀곤 했던 기억을 떠올려 거실의 포인트를 소파에 담았다고 한다.

“거실의 포인트는 기분 좋아지는 핑크색 소파에 담았어요. 그리고 커피를 좋아하는 가족들의 취향에 맞춰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취향에 맞춰서 거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거실의 포인트가 되어주는 핑크색 소파 / 문방구할머니 제공

직접 제작한 소품과 하나하나 꾸준하게 수집해왔던 미니어처들을 활용해 만든 봉숙이의 주방에서는 아기자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제작자 문방구할머니가 가장 많이 신경 쓴 공간이라고도 소개한 봉숙이의 주방은 파란색과 옐로우를 기본색으로 인테리어 했다.

“주방은 꾸미는 과정에서 정말 즐겁게 느꼈던 공간이에요. 주방용 테이블보와 냅킨, 오븐용 장갑은 함께 인형 놀이를 하는 지인에게 선물 받았고요. 무려 직접 만들어주신 소품들이라서 더 특별한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봉숙이의 주방 / 문방구할머니 제공
주방을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 보면 제작자의 섬세한 취향과 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 / 문방구할머니 제공

봉숙이의 집은 인테리어 외에도 직접 봉숙이가 사용하는 물건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형 놀이의 꽃은 역시 다양한 의상을 입혀보는 재미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봉숙이의 드레스 룸은 매우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준비되어 있다.

색깔별로 정돈된 헹거부터 직접 제작한 파티션, 전신 거울로 디테일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안경과 향수 등 다양한 패션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백화점의 진열대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는 화장대가 있어 드레스 룸의 완성도를 높였다.
 

봉숙이의 드레스 룸 / 문방구할머니 제공
안경부터 신발까지 각종 봉숙이의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 문방구할머니 제공

물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곳만큼이나 로맨틱한 감성을 지닌 공간도 있다. 바로 창가 자리다. 인형의 집 제작자들이 공통으로 애정을 쏟는 인테리어 요소를 꼽아보자면 단연 창가 자리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창가를 꾸미고 제작 과정에서도 공을 들이는 이들이 많다.

“제가 꿈꾸는 공간들은 대부분 고전 영화의 장면에서 본 것들인 것 같습니다. 처음 영화 ‘소공녀’를 보고 인형의 집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처럼요. 창가는 영화 ‘티파니의 아침’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려봤어요. 봉숙이가 창가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를 꼭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휴식할 수 있는 창가 공간 / 문방구할머니 제공

어찌 보면 인형의 집만큼 인간의 이상이 담겨 있는 곳도 없는 듯하다.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그대로 담아 색다른 공간으로서 아기자기한 인형의 집을 만들어내는데,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일수록 빠져들게 한다. 인형의 집을 꾸미고 인형 놀이를 하는 어른들이 늘어가는 것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형 놀이를 하게 되는 이유는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과 콘텐츠를 보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자기만족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인형을 통해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다시 인형 놀이에 빠지게 되는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차 이유 없는 관계가 줄어가는 나이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인형 놀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순수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인형 놀이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인형 놀이를 하면서 알게 되는 정보와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인형 놀이가 혼자만의 놀이가 아닌 함께하는 놀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로 만든 환상 속 공간, ‘가구공장공방’이 만든 인형의 집

어렸을 적 복층 구조의 집에서 생활을 꿈꾼 이들이 많다. 가구공장공방의 박정원 공방장이 만든 인형의 집은 복층 구조는 물론 다락방까지 있어 더 특별하다. 이곳에서는 나무를 통해 튼튼하면서도 로망이 실현된 꿈의 집을 구현한다. 인형의 집 제작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으나 목재는 가장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완성도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는 재료다.
 

가구공장공방의 박정원 공방장이 제작한 복층 구조의 인형의 집 / 가구공장공방 제공 

어려서부터 인형을 좋아했다는 가구공장공방의 박정원 공방장은 어른이 되고 우연히 키덜트의 세계를 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특히 인형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게 되어 인형의 집을 만들게 됐다. 공방장은 주로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공간을 인형의 집으로 구현하고 완성도 있게 제작한다.

“어려서부터 인형을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우연히 키덜트 인형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흔히 말하는 인형 덕후(인형 마니아)가 됐어요. 처음 키덜트족의 활동이나 인형 콘텐츠 등을 접했을 때 어마어마한 세계에 놀라기도 했답니다. 인형의 집을 만들게 된 계기라면 저도 직접 인형의 공간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형 집과 가구를 직접 만들고 싶어서 돌하우스와 나무 공방을 방문해 배우기도 했고요. 지금은 공방을 열어 원하는 대로 저만의 취향을 담아 인형의 공간을 제작하고 있답니다.”
 

제작자의 취향과 감성이 느껴지는 복층 인형의 집 / 가구공장공방 제공 
깔끔한 외관이 돋보인다 / 가구공장공방 제공 

인형이 좋아서 무작정 인형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공방장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가 제작한 인형의 집은 매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구공장공방에서 제작한 인형의 집은 실제 사람의 집만큼이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은 물론 다루기 어려운 목재를 사용하는 만큼 설계 또한 빈틈이 없다. 본래 나무라는 재료가 다루기 쉬운 재료는 아니나 공방장은 창작자로서의 최대로 능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해 온 만들고 싶은 공간의 모습을 결과물에 담는다.
 

목재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여 인형을 위한 집을 만들었다 / 가구공장공방 제공 
목재의 디테일한 가공이 눈에 들어온다 / 가구공장공방 제공 

물론 나무를 얇고 작게 재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방장은 나무에 대해 가장 상상 속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재료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나무라고 하면 단편적인 부분만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종류가 다양해서 필요한 용도에 따라 적절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아크릴판, 철망, 와이어, 전구, 원단, 가죽, 미니어처 재료 등을 사용해 인형의 집을 만든다.

“저만의 취향을 담아 원하는 인형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에요. 다양한 포인트에 따라서 인형의 집을 설계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일단 제가 직접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면서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전에 봤던 공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그것을 떠올리면서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인형의 집을 제작하는 과정 / 가구공장공방 제공 
인형의 집을 제작하는 과정 / 가구공장공방 제공 

인형의 집을 제작할 때 박정원 공방장은 주로 먼저 집의 느낌을 정한다고 한다.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는 과정이 중요한데 초기에는 큰 덩어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차 집의 형태를 완성해나간다.

“집의 느낌을 정하고 만들고 싶은 공간을 설계해요. 큰 덩어리부터 시작하는데 먼저 재단을 하고요. 밑 작업을 거쳐 조립해나가면 하나의 집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큰 설계가 완성된 이후에 중간중간 구상을 해나가면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완벽하게 구상한 이후에 작업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꼭 살고 싶고 만들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에요.”
 

처음에 구상한 집의 느낌을 살려 큰 덩어리를 제작하고 섬세한 공간을 표현해 나간다 / 가구공장공방 제공 

가구공장공방의 집은 정밀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이 느껴진다. 인형의 집이라고 해도 사실적인 표현이 중요한 것은 물론 실제 집의 주인인 인형과 공간, 가구의 크기가 비율적으로 맞아야 하는 점도 가구공장공방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인형이 주인인 공간이기에 인형에게 맞춘 집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형의 비율에 맞게 리얼리티를 살려 제작한다 / 가구공장공방 제공 
가구 역시 목재로 제작하며 실제 집 주인인 인형의 비율에 맞는 크기다 / 가구공장공방 제공 

아무래도 인형의 크기에 맞추다 보니 정밀한 작업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구공장공방이 꼽은 가장 만족했던 작품은 복층 구조로 만들어진 두 개의 인형 집이었다.

“여러 종류의 인형 집을 제작해 왔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도 남고 만족하고 있는 작품은 테라스 룸박스와 화이트 이층집이에요. 인형 놀이라는 것은 아기자기하게 완성해나가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형 사이즈에 맞춘 집과 가구를 제작하고, 앞으로 공간을 꾸며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 널찍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었답니다.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 필요한 가구를 배치하면서 오롯이 인형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복층 구조를 하고 있는 인형의 집 모습 / 가구공장공방 제공 
복층 구조를 하고 있는 인형의 집 모습 / 가구공장공방 제공 

사실 많은 이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거주 공간을 꾸미고 변화하는 것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련된 공간을 완성하고 싶다면 더욱이 기술적인 면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인형의 집을 꾸미는 일은 실제 거주 공간을 변화하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다. 가볍게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락방부터 지붕창까지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인형의 집 / 가구공장공방 제공 

사람들은 인형의 집을 꾸미고 인형 놀이를 하는 과정을 통해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인형덕후가 늘어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인형 놀이가 하나의 취미가 되면서 과거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게 하고, 혹은 어른이 되어서 조금 더 여유를 찾고 어렸을 적 원했던 인형 놀이에 몰입하게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어른이 되고 느끼는 특정할 수 없는 결핍을 채워준다고 볼 수도 있다.

“제 생각에 인형 덕후 대부분은 순수한 동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인형을 진짜 친구로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아늑하고 예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어떤 분들은 이런 인형 놀이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인형 덕후는 어릴 적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은 인형 놀이를 다시 꺼내서 몰입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기억을 다시 꺼내서 누리고, 어른이 되어 여유가 생겼으니 한편으로는 더 과하게 취미로서 집중한다고 볼 수도 있고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취미로 인해 어렸을 적 느꼈던 안정감을 얻기도 하지 않을까요.”


인형의 집을 꾸미는 다양한 이유

앞서 동화 같으면서 아기자기한 세 곳의 인형의 집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인형에 빠진 키덜트족의 취미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모든 인형 덕후(인형 마니아)가 매우 진심으로 놀이에 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이 많은 인형 덕후들은 왜 인형의 집에, 인형 놀이에 몰두하는 것일까.

블로거 리안의 도움으로 한 인형 카페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래 내용은 객관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인형 놀이를 1년 반 이상 취미로 해온 인형 카페 회원들의 답변을 블로거 리안을 통해 수집, 정리한 것이다.

우선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는 ‘위로’, ‘대리만족’, ‘핸드메이드’, ‘취미’이다. 총 네 가지의 키워드에서 인형 마니아들이 인형 놀이를 하는 이유를 핵심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먼저 인형 카페 회원들이 꼽은 ‘위로’라는 키워드는 어린 시절 추억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어릴 때 좋아했던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경우가 많고, 어린 시절 간절히 원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놀이를 성인이 되어 다시 접하면서 그때의 어린 ‘나’가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인형을 다시 만지게 되면서 어른이 된 상황 속 고달픈 일상이 위로받기도 한다고 답변한 이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형을 통해서 힐링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Ron Lach, Pexels
인형 놀이는 다양한 이유를 가진다 /Ron Lach, Pexels

‘대리만족’이라는 키워드는 메타버스와 가장 연관성을 보이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여건이나 체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로 즐기지 못한 어떤 것들을 인형에게 해주면서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형을 하나의 부캐로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을 투영하여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도전하게 하는 환경을 구축한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관점으로는 인형을 하나의 친구로 여기면서 아끼고 예쁘게 꾸미는 과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핸드메이드’라는 키워드 역시 빠질 수 없다. 인형을 아끼고 애착을 느끼며 직접 옷이나 소품을 만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형의 옷이나 신발, 가방, 가구 등의 다양한 소품들은 매우 특별한 테마가 된다. 작고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내 인형에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더욱 정성을 담기도 한다.

특히 인형은 사람처럼 까탈스럽게 굴지도 않으며, 주인이자 친구인 인형 마니아가 준비하는 모든 의상과 소품을 기꺼이 허용한다. 그런 점에서 인형은 최고의 친구이자 또 다른 ‘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역시 ‘취미’라는 키워드는 모든 인형 놀이를 관통하는 단어이다. 사실 인형을 예쁘게 꾸미고 놀이를 하거나, 인형의 집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일반적인 취미 생활의 형태와 다를 바가 없다. 현대인에게 있어 취미는 일상을 즐겁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른들의 인형 놀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 전혀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인형 마니아는 소중한 인형에게 무언가를 만들어주거나, 메이크업, 가발, 액세서리 등을 바꿔가며 놀고 또 인형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는 취미를 즐긴다. 같은 마음인 인형 마니아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와 인형 놀이를 공유하는 것 또한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도 있으나, 인형이나 각종 소품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대가 조금씩 낮아지는 현상도 눈에 띈다. 자연스럽게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인형 놀이 팬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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