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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①] 전통과 현대를 재해석해 만든 동시대 미술,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20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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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①] 전통과 현대를 재해석해 만든 동시대 미술,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20 특별전’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6.30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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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회화 기법 사용해 작가의 현대적 감각 더한 작품 많아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소재 사용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지난 23일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 P/O/S/T에서 열린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20 특별전’은 시작 전부터 인기를 얻었다. 현대 미술을 넘어 개성이 강한 동시대 미술을 추구하는 신진 작가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 이들의 작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것, K팝 스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 아이 2020 특별전 내부 전경 / 전은지 기자
코리안 아이 2020 특별전 내부 전경 / 전은지 기자

23일 방문한 전시장은 첫날이라 한산했지만, 동시대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가진 관람객들의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글로벌 아이 프로그램의 창립자인 세레넬라 시클리티라, 사치갤러리 총괄 디렉터이자 수석 큐레이터 필리파 아담스, 에르미타주 미술관 동시대 미술 부문 디렉터인 디미트리 오제코프 박사가 선정한 작가 23명과 스페셜 아티스트인 가수 송민호(Ohnim), 가수 강승윤(Yoo Yeon), 가수 헨리(Henry Lau)의 작품,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 아트(StART)’에서 선정한 신진 작가 4명의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동시대 미술의 정의를 보여주다

코리안 아이 2020의 주제는 ‘창조성과 백일몽(Creativity and Daydream)‘이지만, 현대 미술을 넘어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인 동시대 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코리안 아이 2020 특별전 포스터 / 사야컴퍼니 제공
코리안 아이 2020 특별전 포스터 / 사야컴퍼니 제공

동시대 미술을 두고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보통의 현대 미술이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은 작품에 담긴 의도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었다면, 동시대 미술은 트렌드와 작가의 개성이 깊이 담겨있으며 관람객과 소통을 하는 듯한 형태라는 점이다.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를 넘어 영상이나 음악이 더해지거나 작품이 움직이고, 입체적인 것들이 포함된다. 그래서 관객과 작품이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전체적인 전시회의 느낌도 그렇다. 분명한 형태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회화보다는 정형화되지 않고 오묘하며, 가학적이면서도 흉측하고 우스꽝스럽거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

전시장을 처음 들어서면, 강렬한 붉은색으로 뒤덮인 풍경화가 등장한다. 이세현 작가의 작품은 정자와 소나무, 바위로 둘러싸인 산, 바다와 등대 등 전통 산수화를 닮은 듯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풍경이 계단처럼 층층이 겹쳐 연속되거나,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구름과 번개를 묘사해놓았다. 붉은색 하나만으로 말이다.
 

이세현, Between Red–020JAN02, Oil on linen, 150×150cm,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현, Between Red–020JAN02, Oil on linen, 150×150cm,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현, Between Red–020FEB02, Oil on linen, 150×150cm,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현, Between Red–020FEB02, Oil on linen, 150×150cm,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현 작가의 ‘Between Red’ 시리즈는 2007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일명 ‘붉은 산수’는 작가만의 시선으로 전통과 현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붉게 물들어버린 풍경은 혼란스럽고 무서운 느낌을 준다. 금방이라도 재앙이 덮칠 것만 같다.
 

이세현, Between Red–016NOV02, Oil on linen, 100×50cm, 2016 / 전은지 기자
이세현, Between Red–016NOV02, Oil on linen, 100×50cm, 2016 / 전은지 기자
이세현, Between Red–017APR02, Oil on linen, 100×180cm, 2017 / 전은지 기자
이세현, Between Red–017APR02, Oil on linen, 100×180cm, 2017 / 전은지 기자

이 두 작품을 보면 두려움이 더욱 커진다. 마치, 천국과 지옥을 표현하기라도 한 듯, 나뭇잎 하나 없는 나뭇가지가 금방이라도 몰려올 폭풍에 부러질 것 같기도 하고, 멋진 산수가 천둥과 번개에 무너져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자연재해가 가장 무서운 것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의 삶을 붉은 산수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헬레나 파라다 김, Torn Hanbok, Oil on linen, 180×130cm, 2018 / 전은지 기자
헬레나 파라다 김, Torn Hanbok, Oil on linen, 180×130cm, 2018 / 전은지 기자

이세현 작가가 위태롭게 그린 한국의 미는 헬레나 김 작가의 ‘찢어진 한복(Torn Hanbok)’으로 이어진다. 마치 왕족 여인이나 양반댁 정경부인이 입었을 듯한 금빛 저고리는 여기저기 찢기고, 주름지고, 얼룩이 묻었다.

역적이 되었거나 가산 탕진으로 몰락해버린 부잣집 여인의 옷이 아닐까 싶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한복 원단 고유의 무늬는 살아있는 걸로 봐서 한국인이 가진 곧은 정신만은 온전히 남아있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멀리서 보면 실제 저고리를 박제해놓은 듯, 린넨 캔버스 위에 정교하게 그린 한복이 인상적이었다.
 

신미경, Translation-Baekja Series, Soap, varnish, fragrance, 55×55×54cm, 2013 / 전은지 기자
신미경, Translation-Baekja Series, Soap, varnish, fragrance, 55×55×54cm, 2013 / 전은지 기자
신미경, Translation-Baekja Series, Soap, varnish, fragrance, 18×19×44cm, 2013 / 전은지 기자
신미경, Translation-Baekja Series, Soap, varnish, fragrance, 18×19×44cm, 2013 / 전은지 기자
신미경, Translation-Baekja Series, Soap, varnish, fragrance, 23×23×58cm, 2014 / 전은지 기자
신미경, Translation-Baekja Series, Soap, varnish, fragrance, 23×23×58cm, 2014 / 전은지 기자

전통의 미라고 하면 도자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신미경 작가의 작품 중에는 조선 시대 백자인 달항아리를 닮은 작품부터 독특한 형태의 백자가 여러 개 있었다. 독특한 점은 소재에 있다. 보통 도자기는 흙을 원료로 하는데, 신미경 작가의 작품은 ‘비누’로 만들어진다.

비누로 모양을 만들고 마무리로 바니쉬를 칠해 백자처럼 외관이 매끈매끈해졌다. 비누가 들어간 만큼 향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향기를 맡을 수는 없었다. 현대 물건으로 전통을 살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백정기, Yongso, 3D printed plastic, steel pipes,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19 / 전은지 기자
백정기, Yongso, 3D printed plastic, steel pipes,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19 / 전은지 기자
백정기, Yongso, 3D printed plastic, steel pipes,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19 / 전은지 기자
백정기, Yongso, 3D printed plastic, steel pipes,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19 / 전은지 기자

백정기 작가의 ‘용소’는 전통 가옥 기와 장식 중 하나인 용두(龍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했다. 이를 3D 프린트로 만들어 현대와 전통의 조화를 잘 보여주었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웅장하게 서 있는 이 작품은 기와가 무너지는 것을 막던 목적보다는 용의 신비하고 영험한 느낌이 전해진다.

이 작품을 대각선에서 바라보면 기와 처마가 만드는 곡선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수십 개의 용 머리에는 색이 칠해져 있는데 어떤 규칙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미완성된 작품이라는 느낌도 전해진다.
 

박다인, Beauty Cul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0 / 전은지 기자
박다인, Beauty Cul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0 / 전은지 기자
박다인, Beauty Cul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0 / 전은지 기자
박다인, Beauty Cul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0 / 전은지 기자
박다인, Beauty Cul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0 / 전은지 기자
박다인, Beauty Cult,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2020 / 전은지 기자

백정기 작가의 용소 옆에는 개업식에서 본 듯한 고사상 같은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형태가 독특하다. 테두리에는 립스틱이 성벽처럼 쌓여있고, 닭발 모양의 조형물이 가운데에 놓여있다. 닭발은 병풍에도, 구두에도 장식되어 있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번창을 기원하며 고사상에 놓이는 돼지머리도 있는데, 코와 귀에는 큐빅이 박혀있고, 전체적인 컬러는 핫핑크다. 돼지의 입에는 당시 전시가 열렸던 곳이 러시아 예르미타시 미술관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루블화다. 그 옆에는 화장할 때 사용하는 아이섀도, 치크, 매니큐어, 립스틱이 놓여있다.
 

박다인 작가의 퍼포먼스 / 전은지 기자
박다인 작가의 퍼포먼스 / 전은지 기자

실제 전시가 시작되기 전에 박다인 작가는 고사를 지내는 듯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해당 작품 옆 스크린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관상의 모습에만 집중한다면 작가의 퍼포먼스가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조상들의 평안을 빌고,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며 지내는 고사나 제사, 차례 등 우리 전통을 기반으로 보면 화장품 등 아름다움에 치중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외모지상주의를 멀리하자는 경고가 아닐까 싶다.
 

이정진, Opening 13, Archival pigment print on Korean Mulberry paper, 76.5×145.5cm, 2016 / 전은지 기자
이정진, Opening 13, Archival pigment print on Korean Mulberry paper, 76.5×145.5cm, 2016 / 전은지 기자
이정진, Opening 15, Archival pigment print on Korean Mulberry paper, 76.5×145.5cm, 2016 / 전은지 기자
이정진, Opening 15, Archival pigment print on Korean Mulberry paper, 76.5×145.5cm, 2016 / 전은지 기자
이정진, Opening 17, Archival pigment print on Korean Mulberry paper, 76.5×145.5cm, 2018 / 전은지 기자
이정진, Opening 17, Archival pigment print on Korean Mulberry paper, 76.5×145.5cm, 2018 / 전은지 기자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여성 사진작가가 있다면, 이정진 작가가 있다. 본 기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이정진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다면 한국화 중에 수묵화를 떠오르게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그린 것이 아닌 ‘사진’이다.

수묵화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진 인쇄를 한지에 하기 때문이다. 뽕나무로 만든 한지 위에 감광유제를 바르고 사진을 인화하는 방식을 택해 사물의 형태는 분명하지만, 자연스럽게 번지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전통 한지와 현대 사진의 만남이 관람객에게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작품이다.


바라보지만, 바라보기 어려운 그로테스크

현대 미술, 동시대 미술의 또 다른 특징은 트렌드에 민감하며, 작가의 개성이 배어 있다는 점이다. 개성이 넘치다 못해 간혹 기이하고, 우스꽝스럽고 괴기하고 흉측한 형태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도 작가의 상상력과 개성이 드러나는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몇몇 있었다.
 

김훈규, One shot two kills, Pigment on silk, 70×120cm, 2018 / 전은지 기자
김훈규, One shot two kills, Pigment on silk, 70×120cm, 2018 / 전은지 기자

영국의 대표 예술상인 ‘차드웰 어워드 2017’을 수상한 김훈규 작가는 익살스러운 우화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 자체는 현대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비단 위에 한국의 전통 안료를 채색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기법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런 전통 회화 기법은 오랜 시간을 거쳐 숙련해야 할 만큼 어렵다고 한다.

동물과 식물을 의인화시켜 꾸미는 우화답게, 그의 작품에도 햄스터, 토끼, 돼지, 강아지, 고양이, 곤충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그런데 귀엽다기보다는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달하는 의미는 매우 깊어 보인다. ‘One shot two kills’는 작디작은 동물들이 영험한 존재인 용을 무찌른 듯하다. 전쟁에서 승리한 듯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쥐처럼 보이는 동물은 인증샷까지 촬영한다.

그런데 용의 머리 안에서는 바퀴벌레 같은 곤충이 등장하고, 그 바퀴벌레 안에서는 또 작은 곤충이 등장한다. 큰 존재를 물리쳤지만, 그 안에는 더 작은 존재가 있었음을, 외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또는 큰 용과 작은 곤충을 모두 정복했다는 의미로 ‘일타쌍피’라는 제목이 붙은 건가 싶기도 하다.
 

김훈규, Don’t be afraid my love, Pigment on silk, 105×140cm, 2017 / 전은지 기자
김훈규, Don’t be afraid my love, Pigment on silk, 105×140cm, 2017 / 전은지 기자

이 작품도 토끼나 돼지의 표정이 기괴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이 나자 혼비백산해 도망가지만, 돼지 한 마리만이 자신을 희생하듯 불길을 끌어안고 있다.

불에는 말, 양, 사슴, 코끼리, 돌고래, 뱀까지 다양한 동물의 형상이 달려가듯 무서운 기세를 보인다. 마치 나무에 이런 불길이 피어오른 느낌으로 엉켜있다. 그런데 펭귄과 두더지로 보이는 한 쌍은 도망가지 않고 불길을 지켜본다. 마치 부모와 자식인 듯하다. 제목과 연결 지어 보면, 지켜줄 테니 불길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일까. 부모라면 위험한 상황에 자식을 먼저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희생을 자처한 돼지도 엄마일까 싶다.
 

코디 최, Queen Mother of the West – Olympia, Mixed media, 100×80×64cm, 2016 / 전은지 기자
코디 최, Queen Mother of the West – Olympia, Mixed media, 100×80×64cm, 2016 / 전은지 기자

시각 예술가인 코디 최는 20대 젊은 나이에 가족과 미국에 이민을 떠나 겪은 삶의 풍파를 작품에 그대로 녹여낸 듯하다. 인종이나 문화차이에서 오는 차별 말이다.

동물을 박제한 듯한 인형들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모두 색이 다르다. 검은 고양이 인형, 곰처럼 보이기도 하는 갈색 털의 동물, 패럿을 닮은 긴 몸체를 가진 밝은색의 동물까지. 작가가 겪은 인종차별을 형상화한 작품 같다. 패럿으로 보이는 동물의 이빨이 날카롭기까지 하다.
 

코디 최, Queen Mother of the West – Olympia, Mixed media, 100×80×64cm, 2016 / 전은지 기자
코디 최, Queen Mother of the West – Olympia, Mixed media, 100×80×64cm, 2016 / 전은지 기자

그 동물들 단상 아래에는 원숭이 인형이 실내화 안에 누워있다. 흔히 동양인을 두고 원숭이라고 놀리는 것을 생각하면, 원숭이 인형은 작가 자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학창 시절 신던 실내화에 유명 브랜드로 낙서하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모두 나이키가 그려져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인종차별 논란을 익살스럽게 형상화하지 않았나 싶다.
 

구정아, CURIOUSSSA, Lenticular print, Ed. 2/10+1AP, 118.9×89.4cm, 2018 / 전은지 기자
구정아, CURIOUSSSA, Lenticular print, Ed. 2/10+1AP, 118.9×89.4cm, 2018 / 전은지 기자

구정아 작가의 ‘CURIOUSSSA’는 렌티큘러 작품이다. 홀로그램이라고 이해하면 쉬운 작품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이는 작품이다. 얼굴에 점박이인지, 구멍인지 알 수 없는 형태를 한 사람이 아무 감정 없는 무표정의 시선을 하고 있다. 그 시선은 관람객이 위치를 바꿀 때마다 따라오는 느낌이다.
 

(왼쪽부터) 구정아, After CURIOUSSSA, Oil on canvas, 35.5×25.5×3.5cm, 2016-2017구정아, After CURIOUSSSA, Oil on canvas, 45×35×2cm, 2016-2017구정아, After CURIOUSSSA, Oil on canvas, 40×30×2cm, 2016-2017 / 전은지 기자
(왼쪽부터) 구정아, After CURIOUSSSA, Oil on canvas, 35.5×25.5×3.5cm, 2016-2017
구정아, After CURIOUSSSA, Oil on canvas, 45×35×2cm, 2016-2017
구정아, After CURIOUSSSA, Oil on canvas, 40×30×2cm, 2016-2017 / 전은지 기자

작가의 회화 작품을 보면, 작품 속 사람이 외계인처럼 보인다. 작가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한 듯하다. 외계인은 헤엄치듯 누워있거나, 눈에서 빛을 쏘고 있다. ‘외계인’이라는 낯선 것을 우리도 경계하듯, 작품 속 ‘CURIOUSSSA’도 작품을 보는 관람객을 외면하고 경계하는 느낌이다.


독특한 소재로 개성 넘치는 표현

요즘 작품은 단순히 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2차원적인 회화에서 멈추지 않는다. 입체적인 조형물도 주목받는다. 물론 거기에 사용되는 소재도 독특하다.
 

김은하, Bon Appetit, Clothes collage, abandoned clothes, 136.7×173.5×24cm, 2019 / 전은지 기자
김은하, Bon Appetit, Clothes collage, abandoned clothes, 136.7×173.5×24cm, 2019 / 전은지 기자
김은하 작가의 Bon Appetit는 실제 옷으로 만들어졌다. 옷의 상표가 그대로 보인다 / 전은지 기자
김은하 작가의 Bon Appetit는 실제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졌다. 옷의 상표가 그대로 보인다 / 전은지 기자

이번 전시의 포스터 표제작이기도 한 김은하 작가의 ‘Bon Appetit’는 멀리서 보면 먹음직스러운 햄버거의 모양을 오마주한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실제로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옷의 상표가 보이는데 패스트 패션의 대표적인 스파(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옷도 있다.

햄버거는 패스트 푸드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점과 연결 지어 보면 유행에 따라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버려지는 옷과 그런 옷을 아무렇지 않게 입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싶다.

이는 작가의 졸업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보통 졸업작품이면 미숙과 성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일 텐데,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아서인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나란히 한 것도 모자라 포스터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이원우, Very Romantic Views, Polystyrene, paint, steel, motor, 90×90×230cm, 2019 / 전은지 기자
이원우, Very Romantic Views, Polystyrene, paint, steel, motor, 90×90×230cm, 2019 / 전은지 기자

이원우 작가의 ‘Very Romantic Views’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전거 체인처럼 보이는 장치에 모터가 달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작품은 ‘키네틱 아트’의 원리를 차용한 듯 보인다.

작품명만 보면, 누가 봐도 아름답고 로맨틱한 풍경이 보여야 하지만, 실제 작품은 스티로폼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쓴 글씨만이 보인다.

반어법을 사용한 듯, 김은하 작가처럼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등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듯하다.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지 않는다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전망을 더는 볼 수 없다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두원, Bird racing car chasing a bee, Mixed media on Pakistan sheep wool, 70×146.5cm, 2019이두원, Buddha racing car chasing nothingness, Mixed media on Pakistan sheep wool, 70×146.5cm, 2019이두원, Fish racing car chasing a frog, Mixed media on Pakistan sheep wool, 70×146.5cm, 2019 / 전은지 기자
(왼쪽부터) 이두원, Bird racing car chasing a bee, Mixed media on Pakistan sheep wool, 70×146.5cm, 2019
이두원, Buddha racing car chasing nothingness, Mixed media on Pakistan sheep wool, 70×146.5cm, 2019
이두원, Fish racing car chasing a frog, Mixed media on Pakistan sheep wool, 70×146.5cm, 2019 / 전은지 기자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구한 재료에 그림을 그리는 이두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3개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모두 파키스탄 울에 그렸다. 부직포처럼 거칠거칠한 재질이지만, 그 위에 분명한 형태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강렬한 원색 때문에 처음에는 우리나라 전통 자수가 놓인 수젓집과 같은 규방공예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려진 그림을 보면 ‘왜 이런 걸 그렸을까’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세 작품 모두 레이싱 카를 그렸는데, 그 차의 형태가 새, 부처상, 물고기다. 빠르게 운전해서 순위를 가리는 레이싱 답게, 새 모양의 레이싱 카는 먹이인 벌을 쫓고, 물고기 모양의 차는 헤엄치는 개구리를 쫓는다.

하지만 부처 모양의 차는 쫓는 것이 없다. 모든 것에 해탈한 부처이기 때문일까.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느낀 작가의 고찰이 느껴지기도 한다. 현실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형태의 차와 다양한 꽃과 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아이들이 보아도 좋아할, 동심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이세경, East to West, Dyed human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7.1cm diameter, 201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East to West, Dyed human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7.1cm diameter, 201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Hair on the Plate(Meissen Angels), Artist’s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6cm diameter,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Hair on the Plate(Meissen Angels), Artist’s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6cm diameter,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Hair on the Plate, Dyed human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1cm diameter,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Hair on the Plate, Dyed human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1cm diameter,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Hair on the Plate, Dyed human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2cm diameter, 2020 / 전은지 기자
이세경, Hair on the Plate, Dyed human hair glued on white plate and coated 22cm diameter, 2020 / 전은지 기자

앤틱한 느낌의 도자기 접시는 여자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덴마크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로얄 코펜하겐’이라는 브랜드가 있을 정도이며, 도자기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포슬린 아트’라는 분야가 따로 있기도 하다.

이세경 작가의 도자기 작품도 고풍스러운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그림은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림의 소재를 알게 되는 순간, 약간은 멈칫하게 된다. 머리카락 하면 자연스럽게 빠지고 새로 자라는 소모품이며 버려야 하는 쓰레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풀칠해서 붙이면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께름칙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세경 작가의 작품은 묘하게 시선을 당긴다. 진짜 머리카락인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도 생기고, 가늘어서 잘 보이지도 않을 수 있고 자칫하면 끊어질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기 때문이다.

한 가닥, 한 가닥을 자르고 붙였을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제로 이 접시에 무언가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작품 그대로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하찮은 소재도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쓸모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
 

홍영인, Rhythmic Flowers, Viscose rayon threads, rhinestones, mesh fabric, cotton, 113×152cm, 2016 / 전은지 기자
홍영인, Rhythmic Flowers, Viscose rayon threads, rhinestones, mesh fabric, cotton, 113×152cm, 2016 / 전은지 기자
홍영인, Burning with Triadic Harmony, Viscose rayon threads, rhinestones, cotton, 148×207.5cm, 2016 / 전은지 기자
홍영인, Burning with Triadic Harmony, Viscose rayon threads, rhinestones, cotton, 148×207.5cm, 2016 / 전은지 기자
홍영인, A Deep Prayer, Viscose rayon threads, cotton, polyester fabric, 168×163cm, 2016 / 전은지 기자
홍영인, A Deep Prayer, Viscose rayon threads, cotton, polyester fabric, 168×163cm, 2016 / 전은지 기자

홍영인 작가의 작품은 자수이지만, 정교하다. 폭죽이 퍼지는 모양이나 캠프파이어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 샹들리에처럼 보이는 전등 빛이 퍼지는 모양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우리나라 전통 자수나 프랑스 자수 등 다양한 자수 기법으로도 세심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1차원적인 회화에 그친다. 그런데 홍영인 작가의 작품은 마치 사진을 보듯 사실적이다. ‘실’을 사용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박효진, Lovers, Resin, nylon flowers, color pigments, wood, 80×90×135cm, 2020 / 전은지 기자
박효진, Lovers, Resin, nylon flowers, color pigments, wood, 80×90×135cm, 2020 / 전은지 기자

박효진 작가의 작품은 조각상과 사진 2가지였다. 그녀는 실물 조각을 만들고 사진을 촬영하는데, 실물보다 사진이 나으면 실물을 없애고 사진만 남기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Lovers’는 조화와 남녀의 모습이 나무처럼 형상화되어 있다. 연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꽃을 이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 그런데 아름다워야 할 꽃에는 물감이 흘러내려 기괴하게 보이기도 한다.
 

박효진, Lovers, Resin, nylon flowers, color pigments, wood, 80×90×135cm, 2020 / 전은지 기자
박효진, Lovers, Resin, nylon flowers, color pigments, wood, 80×90×135cm, 2020 / 전은지 기자

꽃 아래 남녀는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도 하듯, 애절함까지 느껴진다. 도망치려는 여성을 붙잡는 듯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들 위로는 붉은 물감이 흘러내려 안타까운 분위기를 더한다. 다양한 소재가 조화롭게 사용된 점이 독특하기도 하다.
 

박효진, Wisdom, Paper, pigment, 110×94cm, 2020 / 전은지 기자
박효진, Wisdom, Paper, pigment, 110×94cm, 2020 / 전은지 기자

‘Wisdom’은 위의 작품을 사진으로 남긴 듯하다. 멋진 산수화가 그려진 도자기에는 꽃이 꽂혀있는데 여기에도 물감이 흘러내리고 있다. 꽃은 활짝 피어있지만, 어지럽게 흘러내린 물감의 형태 때문에 금방이라도 시들 것 같은 느낌을 풍긴다. 사진으로만 남아있어 실제 작품의 느낌은 짐작할 수 없지만, 작품을 만들 때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담은 듯하다. 화병이 없어 도자기에 꽃을 꽂아버린 ‘지혜’를 나타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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