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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사용한 명품 '조선낫', 금속공학의 비결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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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사용한 명품 '조선낫', 금속공학의 비결이 들어있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5.1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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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의 호미가 원예용 도구로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인기로 일상에서 흔한 호미가 한국에만 있는 고유한 농기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다. 그런데 우리 고유한 농기구에는 호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조선낫'이다.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 '올리버쌤'은 조선낫과 일본낫을 사용하면서 비교해보는 영상을 올렸다. 올리버쌤이 가져온 조선낫은 수공예로 만든 것이고 일본낫은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낫이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았다. 하지만 올리버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서구인들은 일본낫에 비해 조선낫은 잘 모르고 있다. 한편으로 역시 인기 있는 유튜버 '소련여자'는 일본 낫을 사용한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직접 조선낫을 구입해 보여주기도 했다.
 

올리버쌤 유튜브 캡처
올리버쌤 유튜브 캡처
소련여자 유튜브 캡처
소련여자 유튜브 캡처

단조로 만드는 두껍고 무거운 조선낫

호미와는 달리 낫은 전 세계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낫은 보통 풀과 나무, 농작물을 베는 데에 사용했다. 환경에 따라 조금씩 모양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나무 자루에 쇠를 박은 ㄱ자 형태는 기본적인 특징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선낫의 특징은 무엇일까? 조선낫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선낫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일본의 왜낫을 함께 비교하면 좋다.

왜낫은 주로 풀을 베는 용도이기에 두께가 날렵하고 얇다. 반면 조선낫은 두껍고 무겁다. 그리고 슴베 부분이 길고 자루는 상대적으로 짧다. 이러한 구조는 더 강하게 풀과 나무를 벨 수 있다. 덕분에 이 조선낫 하나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도끼 없이도 웬만한 굵기의 나무를 베어버릴 수 있었기에 나무낫(목낫)이라고도 불렀다.

조선낫은 왜낫과 제작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왜낫은 쇠를 틀에 부어 모양을 만드는 주조법, 조선낫은 달군 쇠를 두들겨 모양을 만드는 단조로 만든다. 주조 방법은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반면 단조로 만드는 조선낫은 일일이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내야 하기에 생산속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품질은 훨씬 우수하다.

조선낫은 대장간에서 전문 대장장이가 직접 수백 번의 망치질과 담금질을 하면서 만들어 낸다. 담금질이란 달궈진 쇠를 물에 담가 급속히 식히면서 강도를 강화하는 열처리 방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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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낫이 강력한 이유, 서로 다른 강도의 쇠를 조합하다

이 과정에서 이미 모양이 다 잡힌 낫을 다시 달구는데, 물방울을 달군 날 부위에 올려 다시 부분적인 열처리를 한다. 이렇게 되면 날 부위는 냉각이 빨라지고, 조직이 치밀해져 강도가 강해진다. 반면 낫의 등 부위로 갈수록 열로 인해 냉각이 느려지고 유연해지면서 충격을 잘 흡수하게 된다.

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조선낫의 쇠가 갖는 서로 다른 강도의 변화는 낫으로 나무를 칠 때에 낫날에 걸리는 충격이 낫등 부분으로 가서 흡수되면서 낫이 부러지지 않게 해준다. 만일 왜낫처럼 낫 전체의 강도가 균일하면 나무를 칠 때 금세 부서져버릴 수 있다.

이런 방법은 현대에서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사용한다. 현대인들은 조선낫처럼 쇠의 강도가 다른 마르텐사이트(martensite)와 베이나이트(bainite)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 둘을 적절히 섞어 물건 자체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베어링, 항공기 부품, 자동차 강판 등도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조선낫은 먼저 낫자루에 구멍을 파고 옆에는 놀구멍을 뚫는다. 슴베에도 놀구멍을 뚫고 혹은 끝을 구부린 다음 낫자루에 끼운다. 그리고 고정쇠인 낫놀을 자루와 슴베의 놀구멍에 함께 박아 서로 단단히 결합시킨다. 그다음에는 슴베가 박힌 부분에 감는 쇠인 낫갱기를 두른다. 아울러 꺾이는 부분인 낫공치를 두껍게 만드는데, 이런 모든 과정이 조선낫의 내구도를 더욱 강하게 한다.
 

전체 길이 38cm, 날길이 20cm의 조선낫 / 국립민속박물관
전체 길이 38cm, 날길이 20cm의 조선낫 /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조선낫 유물 /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조선낫 유물 / 국립민속박물관

또한 조선낫은 계속 숫돌로 갈면 예리함을 유지할 수 있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우수한 조선낫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공장제 방식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대장간에서 완전한 수공예로만 만들 수 있다. 또한 장인의 숙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름난 대장간을 찾아 품질이 더 뛰어난 낫을 구했다.

강한 위력 덕분에 무기로도 사용한 조선낫

“머리맡에 찬물 한 사발, 긴 밤을 깁는, 고얀놈 고얀놈, 할아버지 마른기침 소리 들린다. 갑오년이던가 쇠스랑 메고 조선낫 들고 황토 벼랑 기어오르던 남정네 괄괄 솟던 피, 지금도 우렁우렁 살아우는 피, 삼천리 산하에 피었다" -진달래 (조재훈)

위의 시는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킨 농민군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조선낫은 본래가 농기구지만 그 단단한 내구도 덕분에 실제로 농민봉기 등에서 무기로 자주 사용됐다. 무기가 없던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군이 사용한 주요 무기 중에 조선낫이 있었다고 하는데, 백병전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이렇듯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조선낫이지만, 현대에는 우리나라에 왜낫도 상당히 많이 보급됐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퍼트린 이유도 있지만,  왜낫이 생산성에서는 더 유리했던 부분이 있다. 또한 현대에 대부분 낫을 사용할만한 일이 가벼운 벌초 정도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가벼운 왜낫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강하고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조선낫도 우리 호미처럼 다시 새로운 쓰임을 찾을 수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에겐 너무나 흔한 호미가 생각지도 못하게 지구 반대편 서구에서 가드닝 용품으로 각광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조선낫도 최근에는 대량생산 방식을 취하는 것이 많아, 품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그렇기에 정말 좋은 조선낫을 갖고 싶으면, 가격을 보지 말고 유명한 대장간을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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