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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검은색의 본모습 그리고 다양성, 박미나 개인전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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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검은색의 본모습 그리고 다양성, 박미나 개인전 《검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3.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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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검은색은 그저 어두움이며, 색에서 빠지지 않는 기본의 색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색을 빛나게 도와주는 디딤돌 같은 컬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미나 작가를 통해 검은색도 하나의 색일 뿐이며, 그 색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고정관념을 과감히 부술 수 있었다.
 

전시장 전경 / 전은지 기자
전시장 전경 / 전은지 기자

지난 8일 서초구 페리지 갤러리에서 문을 연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검은》은 작가가 직접 수집한 검은색 펜으로 직선을 그어 작업한 <Black Pens> 연작, 검은색 유화물감으로 칠한 <2014-Black> 연작, 다른 크기의 정사각형 픽셀에 6가지 색을 칠한 <2014-BGORRY>, <2024-BGORRY>이 전시돼 있었다.
 

'Black Pens' 연작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 전은지 기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Black Pens> 연작은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작가가 시판 중인 검은색 펜을 모아 A4 용지에 1mm 간격으로 자를 대고 직선을 그어 만든 작품이다. 498개의 작품에는 각 펜의 브랜드 이름과 굵기 등의 정보가 적혀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박미나 작가는 문구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펜 외에도 쉽게 구하기 힘든 굿즈 등도 수집한다고 한다.
 

'Black Pens' 연작 부분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부분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은 다양한 검은 펜을 수집한 작가의 노력에 먼저 놀라지만, 검은색 펜의 다양한 색감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가까이서 보면 모두 검은색이지만, 작품을 멀리서 감상하면, 붉은색, 파란색, 녹색 등 색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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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한 잉크의 질감, 펜촉, 굵기 등이 다르고, 흔히 볼펜 똥이라고 하는 뭉침도 보인다. 이 역시도 펜의 특징이라고 생각해 따로 수정하거나 작업을 새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펜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담은 것이다.

박미나 작가는 직선을 긋기까지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볼펜 제작 회사에서는 펜을 테스트할 때, (스프링 같은) 동글동글한 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작업 전에 어떻게 그어야 펜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했고, 고민 끝에 직선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Black Pens' 연작 부분. 검은색의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부분. 검은색의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부분. 검은색의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부분. 검은색의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페리지 갤러리의 신승오 디렉터는 “이번 전시가 우리와 콘셉트가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작업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상당히 노동집약적이기도 하고 선 긋는 게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작가가 정한 규칙이다. 그 규칙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다. 그건 기계나 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다보니 몸에 무리가 오기도 하는데, 작업 중에 마음에 안 들면 버리고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칠하더라. 그런데도 작업이 다 다르게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lack Pens' 연작 부분. 손자국이 보인다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부분. 손자국이 보인다 / 전은지 기자

박미나 작가는 온전히 펜이 주인공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직선을 긋는 자세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그 노력은 고스란히 작품에도 드러난다. 작가는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종이에 손이 닿지 않으려고 했다”며 작업 당시 자세를 직접 취하며 보여주기도 했다.
 

'Black Pens' 연작 부분. 굵기가 다양한 검은 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Black Pens' 연작 부분. 굵기가 다양한 검은 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전시와 함께 제공되는 펜 정보 브로셔 부분 / 전은지 기자
전시와 함께 제공되는 펜 정보 브로셔 부분 / 전은지 기자

알파벳 순서대로 배치된 작품은 펜의 정보를 함께 보며, 내가 사용하고 있는 펜이 어떤 것인지 찾는 재미도 있다. 어떤 펜이 필기감이 좋은지 발견할 수도 있어 신기했다.

또한, 거리에 따라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의 포인트도 다르다. 멀리서 보면 펜의 정보가 모두 지워지고, 직선이었던 작품은 하나의 면이 된다. 마치, 하나의 카드섹션을 보는 듯했다. 무언가 메시지가 보일 것만 같았다.

작가는 이 점도 아쉬워서 펜의 정보를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브로셔도 만들었다고 한다. 펜 정보가 적힌 종이를 보며 작품을 감상하니, 수집이란 이 정도로 열정적으로 해야 하며 그만큼의 시간과 경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2014-Black' 연작 / 전은지 기자
'2014-Black' 연작 / 전은지 기자

<2014-Black>은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검은색 유화물감을 수집하고 27.3×27.3cm의 정방형의 화면을 온전히 칠해 55개의 면을 만든 연작이다. <Black Pens>가 검은 펜이라면, <2014-Black>은 검은색 유화물감의 집합체다.
 

'2014-Black' 연작 부분. 다양한 검은색 유화물감의 느낌 / 전은지 기자
'2014-Black' 연작 부분. 다양한 검은색 유화물감의 느낌 / 전은지 기자

이 역시도 검은색 물감을 같은 방법과 횟수로 붓질했다고 한다. 같은 검은색이지만, 어떤 색은 광이 있고, 어떤 색은 캔버스에 그대로 스며든 느낌을 준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2014-BGORRY' / 전은지 기자
2014-BGORRY / 전은지 기자
2024-BGORRY / 전은지 기자
2024-BGORRY / 전은지 기자

<2014-BGORRY>, <2024-BGORRY>은 각각 1cm와 3cm의 정사각형 픽셀로 6가지의 색을 채워 넣은 작품이다. 작품에 사용된 6가지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 이처럼 작가는 유채색으로 되어 있지만, 망점이 작아질수록 검은색으로 보일 것이라는 이론적인 부분으로 접근했다.

작품 설명을 미리 접했음에도, 《검은》이라는 전시회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왜 이 작품이 걸려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현장에서 만난 작가의 설명과 직접 눈으로 본 작품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왼쪽은 '2014-BGORRY', 오른쪽은 '2024-BGORRY' / 전은지 기자
왼쪽은 '2014-BGORRY', 오른쪽은 '2024-BGORRY' / 전은지 기자
멀리서 본 '2014-BGORRY', '2024-BGORRY'. 좀 더 어두워 보인다 / 전은지 기자
멀리서 본 '2014-BGORRY', '2024-BGORRY'. 좀 더 어두워 보인다 / 전은지 기자

가까이서 보면, <2014-BGORRY>가 <2024-BGORRY>보다 더 어두워 보인다. 마치 옛날 브라운관처럼 픽셀이 점점 작아지면 어두워지면서 무언가 형체를 만들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조금 더 어둡게 보인다.

생김새나 성격이 모두 다른 사람도 서로 어울리다 보면 하나가 되는 것처럼, 아마 이 작품도 그런 조화로움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박미나 작가 / 전은지 기자
박미나 작가 / 전은지 기자

이번 박미나 작가의 전시가 유독 흥미로웠던 이유는 디렉터와 작가의 교감이 여느 전시보다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미나 작가는 혼자만의 취미처럼 작업해왔던 <Black Pens> 연작을 어디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녀의 작품과 인터뷰를 유심히 지켜보던 페리지 갤러리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그래서 이번 전시가 진행된 것이다. 상업 전시와 작가의 작품활동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딜레마가 해결된 셈이다.

박미나 작가는 간담회에서 “처음 갤러리에서 연락이 왔을 때, 블랙펜 연작을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영리 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는 점과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다. 전시는 작가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꽤 많은 편인데, 갤러리 측에서 흔쾌히 수락해 줘서 이번 전시가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승오 디렉터는 “이런 작업을 설명 없이 전시장에서 가서 볼 때는 어떻게 느끼고 봐야 하는지, 어떤 것들이 읽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처음엔 교감이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 작업 방식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끼게 됐다. 시각적으로도 매력을 느끼게 돼서 전시를 제안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미나 작가 / 전은지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박미나 작가 / 전은지 기자

다음은 박미나 작가와의 질의응답.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2006년부터 펜을 수집해 왔다. 펜은 필기구이면서 미술 재료도 된다. 그만큼 모두가 쓰는 도구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본 재료이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었다. 펜을 어디에 자주 쓸까 생각했을 때, A4 용지를 떠올렸고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다 1mm씩 간격을 두고 선을 그었다.

일정하게 그은 선이고, 일상생활 중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쓰는 것인데, 이걸 여러 개를 한 번에 본다면, 미술이 되는 시점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검은색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면 한다.

<BGORRY>과 <BLACK> 연작은

페인팅의 기본이 되는 작품이다. 검은색은 2가지라고 본다. 무채색의 검은색과 유채색의 검은색이다. 교육에서 배울 때는 ‘검은색’은 쓸 수 없도록 가르친다. 검은색과 다른 색이 섞이는 순간 본연의 색을 잃고 망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6가지의 유채색을 섞어서 검은색을 만들도록 한다. 좀 더 스펙트럼이 풍부한 검은색이 되는 것이다.

<BGORRY> 연작은 망점처럼 점점 작은 스퀘어를 만들면 우리가 눈에 봤을 때는 각기 다른 색으로 보이지만, 이론적으로 멀리서 거리를 두고 본다고 가정하면 검은색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만든 작품이다. 텔레비전, 모니터, 인쇄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BLACK> 연작은 색이름이 ‘검정’인 것들을 모아 똑같이 칠했는데, 각자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지난 전시에서는 색이 있는 작품을 수직 전시했는데, 이번엔 수평 배치를 했다. 이유는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줄 쓰기는 한다. 그래서 수평으로 배치했다. 액자 필기구와 가장 잘 어울리도록, 작품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미송을 선택했다.

특별히 펜을 수집해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는

펜은 저렴한 물건 중 하나로, 수집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통 비싼 것은 비싸기 때문에 모으지만, 싼 것은 싸기 때문에 안 모은다. 사람들은 천 원짜리라고 하면, 쉽게 생각하고 잃어버리면 또 사면된다고 소모품처럼 생각하는데, 값싼 것이 나중에 값어치가 더 올라갈 수 있어 귀하다.

또한, 펜은 누구나 경험하는 재료다.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게 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고, 작업의 시작도 거기에서 출발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수집한 펜을 펼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고, 보존하는 것이 흥미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전시가 끝난 후에는 액자에서 빼내어 폴더에 넣어 보관할 계획이다. 빛이나 습기에 취약한 건식 재료라 색이 다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펜 구매는 어떻게 하나

날짜를 정해놓기보다 일상생활 중에 자연스럽게 사는 편이다. 대형 문구점도 가지만, 어느 장소를 방문했을 때 펜을 보면 구매하기도 한다. 문구 브랜드에서 만든 펜부터 굿즈까지 다양하다.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겹치기도 하고, 새로운 걸 발견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펜을 단순히 작업을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취미처럼 수집한다. 그래서 동네 문구점처럼 주인이 계산기 두드려서 주는 것보다 대형 문구점에서 영수증에 펜 정보가 다 나오도록 구매하는 것이 의미 있고 좋다.

펜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나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방문해야 다양한 펜을 구매할 수 있다. 문구점에 가면 바구니를 들고 리스트를 비교해 가면서 펜을 쫙 늘어놓고 구매하는데, 한번 가면 여러 개를 구매하다 보니 오해를 산 적도 많다.

너무 많아서 2개의 계산대에서 하기도 하고, 소비자 센터에서 온 거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학용품을 살 것 같지 않은 외모여서 그런지(웃음) 모르겠는데 그런 것조차 즐겁다.

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특별히 시간을 내기보다 여유가 되는 시간에 작업을 했다. A4 용지에 펜 정보를 출력한 다음, 자를 대고 1mm 간격으로 긋는다. 누군가 보면 단순한 작업일 수 있지만, 손에서 나오는 습기 등으로 인해 자국이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종이에 손이 닿지 않도록 자세를 유지한 다음 작업해서, 목디스크가 생기기도 했다.

작업 1개당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1시간 정도 걸린다. 세어봤는데, A4 상단 1cm, 하단 1.5cm, 양쪽 1cm 간격을 두고 273줄 정도의 선을 긋는다. 특별히 직선을 긋는 이유도 있다. 세로줄, 가로줄 등 다양하게 테스트를 해봤지만, 개인의 표현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듯했다.

펜이 주인공이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장 펜의 기본적인 단위를 보여주려면 어떤 게 좋을까 고민했고, 자를 대고 그리기 시작했다. 선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면처럼 보인다. 미술에서의 선과 면의 경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2006년부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1,000개는 안 된다.

수백 개의 펜을 구매하고 써봤다. 특별히 좋았던 브랜드가 있나

(필기감이 좋아) 마음에 드는 펜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 얻게 된 것이 있다. 여러 브랜드의 펜을 쓰다 보니 선입견도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다. 보통 유명 브랜드의 펜이 제일 좋을 거고,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펜은 별로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 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A 브랜드는 질이 정말 안 좋은 반면, B 캐릭터 브랜드는 정말 좋았다.

펜 외에 수집 중인 다른 재료가 있나

검은 펜 외에도 여러 컬러 펜부터 스티커 등 다양한 문구류를 수집하고 있다. 다양한 걸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특별히 생각나는 건 사용했던 크레파스다. 주변에서도 크레파스 수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져가라고 연락을 주시기도 한다(웃음).

수집은 뭔가 남자의 영역이고, 문구 역시 마이너 중의 마이너의 영역이라 여자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문구를 수집하다 보면 재밌기도 하고, 다양한 걸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수집하다 보니, 어떤 방향성으로 흘러가는지 눈에 보이면서 지평이 열리는 느낌이다.

검은색이 다른 유채색보다 매력 있는 이유는

검은색이 삶과 죽음의 흐름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유화물감이나 먹도 재료를 태워서 안료나 그을음을 만든 다음 모아서 만드는 것처럼, 검은색이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좋다.

또한, 여러 가지 유채색을 섞어야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모든 색을 대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좋다.
 

박미나 개인전 《검은》 포스터 / 전은지 기자
박미나 개인전 《검은》 포스터 / 전은지 기자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검은》은 서초구 페리지 갤러리에서 다음 달 27일까지 진행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토요일 break time 오후 12~1시)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일상생활 중 무심코 써왔던, 내 옆에 있는 검은 펜의 민낯이 궁금하다면 전시장 문을 열고 잉크 냄새를 맡아보기를. 내가 쓰고 있는 펜이 어떤 건지 찾는 재미는 물론, 익숙했던 존재로부터 삶의 다양한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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