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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붉은 빛으로 연주하는 유머러스함 - 심래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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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붉은 빛으로 연주하는 유머러스함 - 심래정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4.03.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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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한다. 해당 컬러를 선정한 이유를 함께 이야기하는데, 공감이 되기도 하고, 패션, 뷰티부터 색을 입힐 수 있는 관련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이처럼 색은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 웜톤, 쿨톤하며 피부톤을 구분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색을 통해 심리를 알 수도 있다. 예술 작가에게는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붉게 꿰맨 달》 오프닝 리셉션 행사에서 심래정 작가 / 보글맨션 제공
《붉게 꿰맨 달》 오프닝 리셉션 행사에서 심래정 작가 / 보글맨션 제공

지난 22일부터 갤러리 마프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심래정 작가에게는 ‘붉은 빛’이 영감을 안겨준 듯하다. 《붉게 꿰맨 달》이라는 주제부터 전시장 전반을 가득 채운 붉은 빛 사이에서 만난 심래정 작가는 강렬하기도 하면서, 진중한 느낌의 ‘레드’ 이미지였다.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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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잘 나온 것 같아서, 전시가 시작하고 한시름 놓게 되었다. 아무래도 갤러리 공간이 경계가 있어 각각의 구획이 나뉘다보니, 기존의 전시장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들어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만큼 구현이 잘된 것 같다.
 

전시장의 컬러는 ‘레드’였다 / 전은지 기자
전시장의 컬러는 ‘레드’였다 / 전은지 기자

전시의 전체적인 컬러를 ‘붉은 색’으로 정한 이유는

우연히 붉은 북을 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됐다. 그 북소리가 신체적 감각을 울렸다. 북의 진동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 북처럼 빨간색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깊은 울림을 받은 북의 진동을 구현하고 싶어 퍼커션 연주자에게 도움을 받아 심장 박동 소리처럼 연주를 녹음해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작품 속에서 작가가 표현한 사람의 모습 / 전은지 기자
작품 속에서 작가가 표현한 사람의 모습 / 전은지 기자

작품에 등장하는 까만색 형체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원래는 사람 이미지 그대로 그림을 많이 그려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형태가 나에게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저 ‘생명’이라고 표현하고 싶어 까만색으로, 분명한 형태를 잃은 지금의 모습이 된 듯하다.

작품 속 곳곳에 숨은 메시지도 보인다. 책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좋아하는 책이 있다. 프랑스 시인인 아르튀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 2권을 읽고 작업을 했다. 책을 읽고 받은 느낌이나 내용 등을 작품으로 옮겨갔다.

사람의 삶을 작품에 녹였다고 보면 될까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전에는 죽음에 대해 많이 작업을 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전 작업과 정반대의 주제를 다룬 듯하다) 재밌는 걸 하고 싶었다. 죽음에 대해 표현할 때도 재미있었지만, 재미있는 요소를 통해 밝은 느낌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세라믹 오브제 작품들 / 전은지 기자
세라믹 오브제 작품들 / 전은지 기자

그림 작품 외에도 세라믹 오브제도 있다. 재밌는 요소가 있어보이는데

초 모양은 특별한 의미보다 삼지창 모양의 촛대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Fuck 오브제는 삶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싶어 만들었다.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애착보다는, 힘든 기억이 많이 있는 것이 붉은 문이다. 전시장 구분을 위해 아무것도 없던 공간을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했다.

고민 중에 지금의 붉은 문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스케치도 여러 번 하면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지인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떻게 구현이 될지 알 수 없었고, 어떤 느낌을 줄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설치된 후의 모습을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전시장을 구분하는 붉은 문 / 전은지 기자
전시장을 구분하는 붉은 문 / 전은지 기자

작품을 통해 이것만은 느끼기를 바란다면

내 심장 소리를 느꼈으면 한다. 심장 박동 소리와 비슷한 비트로 연주했다. 단순히 북소리, 타악기 연주가 아니라, ‘나를 울리는 심장 소리구나’라는 걸 작품과 함께 느꼈으면 한다.

전시 이후 작품 활동 계획은

재밌는 걸 다루고, 유지하고 싶다. 죽음과는 별개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
 

- 기자 코멘트

갤러리에서 처음 마주한 심래정 작가의 이미지는 예술가에게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시크함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자 한 확고한 작품관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시크함은 작품에 대한 진정성으로 바뀌었다. 작품과 작가와의 이야기, 그 안에서 어딘지 모를 위트도 함께 담겨 있어 유쾌한 시간이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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