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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추천 2월 여행지]-②'레트로' 열차에서 내리면 펼쳐지는 '복고' 감성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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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추천 2월 여행지]-②'레트로' 열차에서 내리면 펼쳐지는 '복고' 감성 여행지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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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규암마을, 군위 화본역·엄마아빠어렸을적에, 군산 시간여행마을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레트로라고 하면 단순히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떠올릴 수 있지만, 예전 1990년대의 추억이 존재하지 않는 젊은 층이어도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감각을 자연스럽게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요소다. 레트로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젊은 층들에겐 아날로그라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감각을 제공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2월의 여행지는 ▲레트로 여행, 동두천으로 가보자고! 동광극장과 보산동관광특구(경기 동두천) ▲까치발 건물을 아시나요? 태백 철암탄광역사촌(강원 태백) ▲젊은 공예가들이 만드는 레트로 마을, 부여 규암마을(충남 부여) ▲팔공산 북쪽 작은 마을에서 추억하는 그때 그 시절, 군위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대구 군위) ▲우리 추억 여행 떠날까? 군산 시간여행마을(전북 군산) 등 총 5곳이다. 

젊은 공예가들이 만드는 레트로 마을
-부여 규암마을

 

옛것을 간직하면서 세련되게 고친 규암마을의 공방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백제 문화재가 가득한 부여읍에서 다리를 건너면 규암마을이 나온다.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한 규암마을은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강 건너 부여읍으로 생활권이 자연스럽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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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암마을에 들어서면 백마강(금강)둑을 따라 도로가 길게 형성됐다. 이 도로 주변에 상가가 드문드문 자리잡았는데 한눈에도 쇠퇴한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예스러우면서 뭔가 세련된 느낌이 든다.
 

규암마을을 레트로 여행지로 널리 알린 책방세간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규암마을의 대표 명소인 책방세간은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드르륵 열리는 나무 미닫이문 소리가 경쾌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이 연한 분홍빛으로 반짝이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담뱃갑 은박 속지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벽면이다. 여기서 반사된 빛이 책방 내부를 은은하게 비춘다.

책방세간은 2018년 규암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 낙후한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주)세간의 박경아 대표다. 세간은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뜻하는 세간살이의 준말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 박 대표는 인사동 쌈지길에서 시작해 북촌, 서촌,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등 대표적인 문화 거리에서 유명 아트숍을 운영해온 실력자다. 하지만 아트숍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쫓겨나지 않을 마을(거리)이 필요했고, 그는 규암마을에서 자신의 꿈을 펼쳤다.
 

책방세간을 설명하는 박경아 대표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박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도 만들었다. 모두 오래 된 한옥과 양조장을 매입해 꾸몄다. 하나하나 공간을 마련할 때 헐지 않고 복원을 선택했다. 오래 된 공간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 공간을 연결해 ‘자온길’이라고 불렀다. 자온(自溫)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라는 뜻으로 인근의 자온대에서 따온 이름이다.
 

부여서고의 앞치마와 대나무 공예품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책방세간 옆에는 부여서고가 있다. 책방 이름 같지만 염색 장인 송성원 대표가 만든 다양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 숍이다. 부여서고 이름은 ‘각 분야 문화가 서고의 책처럼 많이 모인다’는 의미다. 베트남에서 제작한 수제 소쿠리와 가방이 눈에 띈다. 그 앞에 파란 앞치마는 당장 두르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고대 목조건축에 쓰이던 장식 기와인 치미의 디자인을 문구류, 도자기, 패브릭 제품 등에 접목한 아이디어도 탁월하다.

민간에서 책방세간과 부여서고 등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부여군은 공예에 초점을 맞춰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하고 규암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한다. ‘123사비’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다. 123사비창작센터와 123사비레지던스를 통해 청년 공예인에게 작업실과 숙소도 제공한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는 백마강 옆에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는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으로 공예 작품 전시와 판매, 플리 마켓 등을 진행한다(2024년 3월부터 운영 재개 예정). 지난해 11월에 연 123사비공예페스타에서는 입주 공방 작가들의 원데이 클래스, 123사비공예마을 도슨트 투어 등을 펼쳐 작가와 주민, 관광객이 한바탕 어우러졌다.
 

수북정 아래 자온대, 규암마을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규암마을의 이름이 유래한 자온대는 수북정(충남문화재자료) 아래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인 수북정은 백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정자다. 조선 광해군 때 양주 목사 김흥국이 건립했고 그의 호를 따 수북정이라 부른다.

수북정 아래 튀어나온 바위가 자온대다. 백제 의자왕이 왕흥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면서 먼저 이 바위에 올라 예불을 올렸는데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졌다는 전설이 있다. 자온대는 바위 생김새가 누군가 엿보는 것처럼 머리만 내민 형태라 규암(窺岩)이라고 부른다.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주춧돌. 뒤쪽에 있는 한옥은 부여동헌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되며 부소산성은 궁남지와 함께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은 마치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는데, 사비 백제 시대 왕궁 터로 알려졌다.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주춧돌 뒤쪽에 있는 한옥은 부여동헌(충남유형문화재)이다. 관북리 유적 뒤편이 부소산성이다. 부여 부소산성(사적)은 사비 백제 시대 왕궁을 지킨 방어 거점이자 후원이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낙화암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기 좋다.
 

미암사의 명물인 와불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우석 작가 촬영)

내산면 저동리에 자리한 미암사는 602년에 관륵 스님이 창건한 작은 사찰이다. 절 이름은 산신각 옆에 있는 쌀바위(충남기념물)에서 유래했다. 손자를 얻고자 불공을 드리는 노파에게 바위가 쌀을 내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쌀바위는 석영 덩어리로 쌀처럼 흰색을 띠고 있다. 미암사 초입에는 금불상 196개가 세워져 있으며 길이 30m에 높이 7m 거대한 와불이 볼만하다.

팔공산 북쪽 작은 마을에서 추억하는 그때 그 시절
-군위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

 

최근 복고풍 감성을 자극하는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는 군위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대구 최북단에 자리한 군위는 인구 2만3,000여 명의 군소 도시다. 본래 행정구역상 경북 군위군이었으나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유치하면서 2023년 7월 1일부터 대구광역시로 편입됐다. 군위가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수식되는 까닭은 고려 시대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 스님이 말년에 군위 인각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1960~1970년대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이색 휴게공간으로 유명하다.

레트로(retro)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행 요소’를 가리키며 복고풍 혹은 복고주의라고도 한다. 동시대 사람에게는 추억을, 현시대 사람에게는 흥미를 준다는 면에서 세대를 아우른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레트로가 패션에 이어 여행 콘셉트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최근 군위가 핫플레이스로 떠오른다.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가 그 중심에 있다.
 

화본역 급수탑은 1930년대 말 증기기관차 운행 시절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화본역은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이다. 실제 역이지만 관광 명소답게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우선 높이 25m, 지름 4m 급수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30년대 말,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했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서 꼭대기를 쳐다보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다. 급수탑 내부 벽면에 ‘석탄 절약’ ‘석탄 정돈’ 등 낙서가 두서없이 새겨졌는데 건축 당시 인부들이 남긴 것으로 추측한다.
 

폐차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해 주말 및 공휴일이면 레일카페로 운영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역 앞 광장에는 박해수 시인의 ‘화본역’ 시비가 있으며, 역사 왼쪽에는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주말·공휴일 운영)가 자리한다. 화본역 이용 시간은 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연중무휴), 구내 입장료는 만 6세 이상 1000원이다.

한편, 화본역에 열차가 드나드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24년 12월 중앙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완료되고 철로가 이설되면 화본역은 폐역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역의 기능은 의흥면에 설치하는 군위역으로 이전된다. 화본역 열차 여행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추억의 도시락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또 다른 복고 감성 여행 명소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화본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1954년 4월 개교해 2009년 3월 폐교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해 1960~19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한 농촌 문화 체험장이다. 교실에 있는 칠판과 책상, 오르간, 학습 게시판, 난로 등이 4050 세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문방구와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 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도 그대로 재현했다.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즐길거리 역시 다양하다.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추억의 도시락과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석고 공예, 야생화 체험, 원예 치유, 꽃차와 쿠키 만들기는 언제 배워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화본 지역 농산물도 판매한다.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가족 여행지답게 미취학 아동이 즐길 수 있는 에어바운스, 꼬마기차도 운영한다. 이용 시간은 11~2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연중무휴), 입장료는 중학생~어른 3000원, 만 3세~초등학생 2500원이다.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유료이며 토·일·공휴일에만 예약제로 운영하니 미리 확인하자.
 

아미타여래삼존석굴(국보)은 팔공산 북쪽 암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화강석 동굴에 만든 사원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부계면 남산리에 자리한 군위 아미타여래삼존석굴(국보)은 통일신라 초기 팔공산 북쪽 암벽에 형성된 화강석 동굴에 만든 사원이다. 석굴의 전체 높이는 4m를 조금 웃돌며 내부의 본존불을 비롯해 좌우 보살상은 높이 2~3m다. 원형 석굴 입구가 동남쪽을 향해 빛이 잘 든다.

그 외형을 보면 자연스럽게 경주 석굴암 석굴(국보)이 떠오르는데, 아미타여래삼존석굴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굴이고 경주 석굴암 석굴은 인공적으로 창건한 점이 다르다. 조성 연대도 아미타여래삼존석굴이 100여 년 앞선 것으로 알려진다.
 

한밤마을 돌담길은 ‘내륙의 제주도’로 통하는 아름다운 자연 돌담길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보영 작가 촬영)

아미타여래삼존석굴과 함께 팔공산 북동쪽에 자리한 한밤마을은 가옥이 대부분 전통 한옥 구조다. 과거 부림 홍씨 집성촌으로 이 가문의 종택인 군위 남천고택(대구민속문화재)이 오늘날까지 마을에 남아 있다.

본래 한밤은 한자로 ‘대야(大夜)’였으나 부림 홍씨의 시조 홍란이 밤 야(夜)를 밤 율(栗)로 고쳐 현재 ‘대율(大栗)’로 전해진다. 마을에는 군위 대율리 석조여래입상(보물)이 있으며, 석조여래입상을 지나면 총 길이 6.5㎞에 이르는 돌담이 펼쳐진다. 1930년경 큰 홍수 때 마을에 떠내려온 돌로 축조했다고 전해지며 잘 다듬은 벽돌과 달리 자연스러운 투박함이 인상적이다.

우리 추억 여행 떠날까?
-군산 시간여행마을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레트로(retro)는 단순히 옛것을 따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문화다. 그런 점에서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대표적인 레트로 여행지다. 다양한 근대건축물과 1980~1990년대 감성을 오롯이 간직한 골목 풍경이 정겹다. 어설프게 재현한 공간이 아니라 그 속에 우리네 이웃의 삶이 여전히 흘러 특별한 시간 여행지다.

시간여행마을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출발지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이름 그대로 군산의 근대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수탈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왼쪽으로 웅장한 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제가 대륙 진출을 목적으로 건설한 군산 어청도등대(국가등록문화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더욱 실감난다.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에서 미두장으로 그린 군산미곡취인소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3층 근대생활관에서는 채만식이 장편소설 《탁류》에 미두장으로 그린 군산미곡취인소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군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당시 최고 번화가 영동상가 앞에는 인력거에 올라 사진을 촬영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임피역도 전시장 한 쪽에 세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일본인 지주의 횡포에 저항한 옥구 농민 항쟁 기록, 일제강점기 여의도 10배에 이르는 땅을 소유했다는 구마모토 농장의 토지 목록, 일본식성명강요(창씨개명) 호적 원부 등을 보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시대별 수출입품목이 전시된 호남관세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바라보고 왼쪽에 호남관세박물관이 자리한다. 1908년에 세운 구 군산세관 본관(사적)으로 국내에 현존하는 대표적인 서양 고전주의 건축물이다. 고딕 지붕과 로마네스크 창문, 영국 스타일로 처마를 낸 현관 등 이국적이고 화려함을 강조한 일본 근대건축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물관 내부는 군산세관의 역사, 시대별 수출입 품목과 밀수품, 역대 세관장과 관복의 변천사 등 색다른 볼거리로 채웠다. 박물관 뒤쪽에 같은 해에 지은 세관 창고를 활용한 카페도 있다.
 

군산근대건축관에 전시된 한일 강제 병합 기념엽서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발걸음은 군산근대미술관과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향한다. 군산근대미술관은 일제강점기 곡물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해 설립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국가등록문화재)을 보수·복원해 사용 중이다. 대형 금고가 있던 자리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감옥을 재현한 전시관으로 꾸며 그 의미를 더한다.

군산근대건축관은 1922년에 건립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국가등록문화재)건물이다. 한일 강제 병합 기념엽서, 우리 민족의 금융자본을 수탈할 목적으로 강요한 애국저축통장 등 뼈저린 아픔의 역사를 전시한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 자리한 위봉함 전시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미술관과 건축관 뒤쪽에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있다.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최초로 화포를 만들어 왜선 500여 척을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는 공원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상륙작전에 참전한 위봉함을 이용한 전시관도 있다.

우리나라 해군의 병영 생활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진포대첩의 의의와 굵직한 해전의 역사도 배울 수 있다. 박물관 통합권을 구매하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군산근대미술관, 군산근대건축관, 위봉함까지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 내부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시간여행은 일제강점기 군산항 구축 공사 때 만든 반원형 터널 군산 해망굴(국가등록문화재)을 거쳐 초원사진관으로 이어진다. 초원사진관은 1998년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허름한 차고를 사진관으로 꾸몄다.

불치병에 걸린 사진사 정원(한석규)과 주차 단속원 다림(심은하)의 담백하면서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었고 촬영 후 철거한 사진관을 복원했다.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 덕분에 영화 팬은 물론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말랭이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한 펌프와 우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터를 잡은 신흥동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피란민이 밀려들었다. 인적 드문 언덕을 따라 판잣집이 다닥다닥 들어서며 형성된 마을에 산비탈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말랭이’에서 유래한 말랭이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새벽부터 항구에 나가 생선을 다듬고 양철통으로 물을 긷는 고단한 삶이지만 이웃의 정은 깊고 두터웠다. 배우 김수미도 이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최근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미술관과 책방, 공방으로 하나 둘 변신하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눈길을 끈다.
 

대장봉에서 만나는 고군산군도의 한 자락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군산 하면 고군산군도를 빼놓을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 주기로 선정하는 ‘한국 관광 100선’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고군산군도는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 군락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기에 하루에 섬 한 곳을 둘러보기도 빠듯했지만 2016년 고군산대교가 개통하며 낭만적인 섬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대장도에 있는 대장봉(142m)에 오르면 장자도와 선유도, 무녀도, 관리도, 방축도 등 고군산군도의 한 자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장자교스카이워크도 가깝다.
 

예부터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선유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권다현 작가 촬영)

고군산군도에 속하는 선유도는 ‘신선이 노니는 섬’이란 이름처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이 작은 섬에 선유낙조(仙遊落照), 명사십리(明沙十里), 장자어화 (壯子漁火) 등 선유8경이 따로 꼽힐 만큼 예부터 매력적인 여행지다. 유람선을 타고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를 눈에 담거나, 맑고 투명한 선유도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집라인(동절기 휴장)을 즐기고 바이크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액티비티도 추천한다.

여행지 방문 시 기상 상황이나 현지 사정에 따라 변동 여지가 있으므로 개방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세부 정보를 사전에 관련 지방자치단체 누리집, 관광안내소 등에 확인하는 건 필수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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