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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미술전 연계 한국미술 전시 공동 기자간담회 개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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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미술전 연계 한국미술 전시 공동 기자간담회 개최 (2)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4.0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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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미술문화재단 김인혜 큐레이터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로 선정된 전시들도 베니스에서 본전시 기간 동안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특별전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A Journey to the Infinite: YOO YOUNGKUK》에서 한국의 자연, 특히 산에 몰두했던 시기인 1960-70년대 작품을 포함한 유화, 판화, 드로잉,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A Journey to the Infinite: YOO YOUNGKUK》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이자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화백 1916-2002 의 특별전《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A Journey to the Infinite: YOO YOUNGKUK》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년 미국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유영국의 작품이 서구권에 소개되는 두 번째 전시로, 유럽에서 개최되는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전시는 김인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의 기획으로 2024년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장소,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Fondazione Querini Stampalia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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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 Youngkuk <Work> 1961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은 김환기와 함께 한국에서 최초로 ‘추상’을 실험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어떠한 ‘서사’도 배제한 채 자연의 질서를 엄밀한 회화적 언어로만 구현하고자 했던 ‘추상’에 일찍부터 이끌렸다. 1940년대 일본 유학 시기에서부터 그는 당대 가장 아방가르드한 미술 양식에 동조했다. 그 후 유영국은 평생의 화업을 통해 점차 자신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구축해 갔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그는 동양 혹은 한국의 자연관을 작품에 끌어와 사시사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숭고하고 신비한 에너지를 추상적 회화언어로 변환하고자 했다.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 A Journey to the Infinite: YOO YOUNGKUK》은 바로 이 시기, 유영국 작품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1960-70년대 작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무렵 유영국의 회화는 유기적인 형태에서 점차 기하학적인 형태로의 변화와 실험이 이루어지며, 과감한 원색의 사용,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의 미묘하고 풍부한 변주를 통해 순수한 추상으로의 끝없는 여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작가의 고향 울진의 깊은 산과 바다를 대상으로 자연의 충만한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Yoo Youngkuk <Work> 1968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의 총 3개 층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에는 유화 30여 점, 판화 14점, 드로잉 8점, 아카이브 자료 40여 점이 전시되어, 유영국의 삶과 예술을 다양한 관객에게 압축적이고 핵심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도입부인 1층에는 대자연을 기하학적 형태와 선명한 원색의 조합으로 표현한 판화가 각기 다른 크기의 좌대에 놓여, 자연을 품은 공간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과거 베니스의 역사와 정취가 담긴 2층 도서관에서는 유영국의 드로잉, 사진, 메모 등 아카이브 자료와 영상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해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3층에서 유영국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전시된다. 한국의 자연, 특히 산에 몰두했던 시기인 1960-70년대 작품을 통해, 그의 대표작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Yoo Youngkuk <Work> 1970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은 16세기에 건축, 19세기에 퀘리니 귀족에 의해 시에 헌납되어 베니스 예술과 건축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후 20세기 중반과 후반에 카를로 스카르파 Carlo Scarpa와 마리오 보타 Mario Botta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리모델링에 참여하면서 중세 고건축의 아름다움, 모더니즘의 간결성과 정교한 디테일이 공존하는 특색 있는 장소가 되었다. 베니스 운하, 정원과 맞닿은 매력적인 공간은 한국의 자연 풍경을 서양으로부터 시작된 추상 언어로 번안하고자 했던 유영국의 회화적 탐구와 조화를 이룰 예정이다. 

한솔문화재단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달집태우기)》
 

한솔문화재단 최용준 학예실장 /김서진 기자

이배 작가의 개인전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달집태우기)》가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4년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의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개최된다.

한솔재단뮤지엄 산과 빌모트 파운데이션이 공동 주관하고 조현화랑이 협력 및 후원, 경상북도 청도시, 주이탈리아대한민국대사관, 로마의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 주한이탈리아문화원, 페로탕 갤러리, 파브리아노가 후원, 큐레이터 발렌티나 부찌(Valentina Buzzi)가 기획한 이 전시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는 한국의 뿌리깊은 전통의례 달집태우기에 대한 이배 작가의 오마주와 탐구를 선보인다. 마을 공동체가 하나되어 순환적 우주론을 기념하는 독특하고 상징적인 이 전통의례는 매년 정월 대보름인 음력 1월 15일에 맞춰 진행된다.
 

이배 <세 개의 붓질> /김서진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배의 개인전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달집태우기)>는 전통적인 민속 풍습과 현대 미술을 독특하게 엮어 매력적인 관객 참여형 경험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 전시의 핵심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깊은 관계를 고찰하고, 재생, 순환, 자연의 조화로운 리듬이라는 주제를 탐구하여, 현대의 자연/문화 이분법을 넘어 상호 연결성에 대해 재고하는 것이다.

전시는 비엔날레의 전시기간, 그리고 전후 세 차례에 걸쳐 전개되며, 지역과 세계 공동체를 함께 참여시키는 풍부한 서술을 엮는다. 개막 전, 이배는 세계 각지에서 온 메시지를 수집하여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에 옮겨 적는다. 새해 소망을 담은 이 메시지들은 2월 24일 청도에서 열리는 달집태우기에 사용되며, 이 과정을 영상에 담아 2024년 4월 전시장의 벽면 위에서 상영한다.

7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빌모트 파운데이션 전시장을 잇는 입구 복도 벽면에 투영될 예정인 비디오 작품 버닝(Burning, 2024)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이 맨처음 시각과 청각을 통해 이배의 작품세계와 달집 태우기 전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오면 관람객들은 세 개의 붓질 (Brushstroke, 2024) 작업이 바닥과 벽면에 펼쳐진 것을 마주하게 된다. 파브리아노사의 친환경 흰 종이를 마루플라주(marouflage) 기술을 사용하여 도배한 공간에 달집태우기 의식에서 남겨진 숯을 칠한 이 세 개의 붓질은, 전시 공간을 집단적인 희망의 상징적 표현으로 탈바꿈시키는 동시에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음의 공간(negative space)'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배 <먹> /김서진 기자

영상 작업의 태워짐과 함께, 우리와 타인의 본질이 부재를 통해 나타남을 영상 작업과 함께 보여준다. 이 여정은 짐바브웨의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강렬한 조각작품 먹(Meok, 2024)으로 이어진다. 높이 4.6미터에 달하는 이 기념비적인 조형물은 예로부터 학문과 예술에서 세대 간 지식 전달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먹을 연상시키며 명상과 성찰을 위한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숯조각이 반짝임과 어두움이 대비되는 모자이크로 변모하는 캔버스 작품, 이배의 불로부터(Issu du Feu, 2024)를 통해 완성된다.
 

이배 <달> /김서진 기자

전시장을 나오면 관람객은 베네치아 수로로 이어지는 임시 구조물인 달(Moon, 2024을 지나게 된다. 노란색 유리 패널로 된 천장을 통해 종이로 도배된 공간 안을 비추는 이 공간은 베네치아의 라구나뿐만 아니라 모닥불이 피워 올랐던 한국 청도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전체적 순환 구조를 이루는 이길은 재생과 연결을 상징하며 이 전시를 완성한다.

자연과 분리되어 복잡성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 (달집태우기)>는 달의 우주론과 민속 전통을 기념하며, 자연의 리듬과 다시 연결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전시는 전통 철학의 초월적 지혜를 탐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사회에서의 고대 전통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배의 전시는 예술과 전통의례의 집대성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우리 인류가 공유하는 인류애의 재발견과 희망의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도록 초대한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갤러리현대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구지원 매니저 /김서진 기자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KoRICA (Korean Research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이성자기념사업회, 그리고 갤러리현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미술전(Biennale Arte)의 공식 병행전시로 오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아르테노바(ArteNova)에서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를 개최한다.

이성자는 김환기, 유영국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유일한 여성 작가이다. 60년 화업 전반에 걸쳐 동양의 철학적 세계관인 ‘음양오행’ 의 개념을 뿌리로 삼은 이성자는 1951년 자신의 두 번째 고향인 프랑스로 이주해 그곳에서 익힌 서양화 형식에 고유의 정신을 녹여내며 동서양의 예술적, 문화적 배경을 혼합한 추상화를 탐구했다.
 

갤러리현대 김민수 홍보팀장이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김서진 기자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는 이성자가 작고한 해인 2009년 이후, 한국과 두번째 고향으로 여겼던 프랑스가 아닌 해외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다. 1959년도 초기작부터 2008년도 후기작까지 대표작 2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당대의 시대성을 담고 동시에 끊임없이 형식적 실험을 지속한 이성자의 예술성과 그 미적 여정을 살피고자 한다.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는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을 역임하고 현재 독립 큐레이터 및 평론가로 활동 중인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í)가 기획했다.

탄생 100주년이 지난 현시점에 이성자의 한평생을 아우르는 화업 연대기를 밀도 있게 담고, 무려 70년 전부터 동서양을 초월한 그의 독창적인 회화 언어를 세계적인 무대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이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고향인 한국과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낸 프랑스에서도 각국의 주요 근현대미술사 흐름에서 벗어난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미술 안팎으로 ‘타자(他者)’의 여생을 보낸 이성자는 올해 비엔날레 본 전시의 제목인 <곳곳의 이방인(Foreigners Everywhere)>과도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성자 <오작교> 1965, 캔버스에 유채, 146 x 114 cm /갤러리현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세계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로 떠난 이성자는 프랑스에서 60여 년을 전업 작가로 활약했다. 1953년에 삼십 대 중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비전공자로 입학한 파리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Académie de la Grande Chaumière)에서 처음으로 미술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접한 그는 당시 유럽의 근대 미술을 빠르게 흡수한다. 시대적인 풍경, 이데올로기를 화면에 담아야 한다는 그 시기 작가들의 숙명에 구애받지 않고 이성자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총 9가지의 명확한 주제로 구분한다. 그랑드쇼미에르 아카데미 수업의 영향으로 단단한 구성과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한 ‘구상’(1954-1956); 1956년 암스테르담으로의 여행을 기점으로 아카데미에서 학습한 관습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재현의 대상을 점, 선, 면으로 대체한 ‘추상’(1957-1960); 그리고 점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짧고 굵은 선의 채도 높은 유채를 겹겹이 쌓아 올려 마치 직조 혹은 대지를 경작하듯 화면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여성과 대지’(1961-1968) 연작으로 파리 화단에서 호평받는다.

‘여성과 대지’는 이성자의 초기 조형 언어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일련의 작업으로 만리타국에서 고국, 세 아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개인적인 서사를 품는다. 이러한 점은 〈내가 아는 어머니〉(1962), 〈햇빛을 따라 솟는 샘〉(1962), 〈오작교〉(1965)와 같은 작품의 시적인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성자 <초월 1월 1> 1976, 캔버스에 아크릴릭, 나무, 130 x 160 cm /갤러리현대

작가의 주요한 세계관 중 하나인 ‘어머니로서의 대지’는 이후 연작들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프랑스, 미국 등 대륙을 오갔던 이성자는 뉴욕, 워싱턴 D.C.와 같은 대도시를 경험한 바탕으로, 대지 위에 구축된 도시를 인공적인 에너지를 잉태한 장소로 해석하는 ‘중복’(重複; 1969-1971)과 ‘도시’(1972-1974) 연작을 남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작가는 '추상’ 연작 시기부터 활용하던 원의 형태를 쪼개진 듯한 두 반원으로 그리는, 자연과 기계, 죽음과 생명, 동양과 서양, 한국과 프랑스 등 상반된 요소들을 결합하는 음양의 기호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 표상을 이후 ‘음과 양, 초월’(1975-1976), ‘자연’(1977-1979) 시기에 적극 활용하며 잠시나마 현실 세계의 대지, 도시로부터 초월적 시간으로 시선을 돌려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자연을 향한 경외감과 더불어 한국 전통 태극 문양에 뿌리내린 음양 모티브를 프랑스에서 익힌 서양화 기법과 형식에 담아내는 특유의 추상화 화면을 지속해서 탐구한다. 한국과 유럽의 격동하는 근현대사와 남성 중심의 화단에서의 차별을 피부로 경험한 작가에게 시공간의 초월이란 개념은 ‘상반되는 요소들의 결합’에서 더 나아가 유토피아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촉매제가 된다. 
 

이성자 <금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6월> 2000, 캔버스에 아크릴릭, 92 x 73 cm /갤러리현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이성자는 1세대 여성 추상 화가로 평가된다. 한국에서 단색화와 민중미술, 서구에서 추상미술이 주요한 동향이었던 시기에 이성자는 동서양의 근현대미술 동향의 특징을 동시에 아우르며 동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를 융합하고 합일하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한 작가이다. 또한, 동양의 음양론을 국경의 경계를 넘어 사유하도록 이끈 역사적인 미술가이다.

그는 음과 양,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후진국 등의 이분법적 관계를 융합적으로 표현하고, 인류와 자연의 합일을 추구했으며, 나아가 지구 바깥의 우주의 풍경을 화면 안에 담아 숭고하고 초월적인 추상 화면을 완성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로 가부장적 사회의 부조리함을 몸서리치게 겪으면서도 ‘어머니’이면서 미술가로서의 비전을 담아내는 미학을 추구했으며, 삶과 예술이 조화된 작품 세계를 완성해 냈다.

갤러리현대 《신성희 개인전》
 

갤러리현대 김민수 홍보팀장이 《신성희 개인전》을 소개하고 있다 /김서진 기자

갤러리현대는 신성희(1948-2009)의 개인전을 4월 19일부터 7월 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인 팔라초 카보토(Palazzo Caboto)에서 개최한다. 그간의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이승택(2017), 이강소(2019), 이건용(2022) 등 한국 현대실험미술사의 거장들의 대표작을 엄선해 개인전을 마련해 온 갤러리현대의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신성희는 1980년에 파리로 거처를 옮겨 30년을 살면서 한국의 미술계 인사들의 ‘파리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두 나라 미술계의 주요 흐름이었던 단색화와 쉬포르쉬르파스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평면의 화면에서 입체 회화에 대한 고민을 탐구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작가이다"라며, "신성희의 독창적 회화 언어는 2023년 런던 프리즈 마스터즈에서 미니 회고전 형태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고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신성희의 혁신적 회화 세계에 대한 베니스에서의 반응도 매우 기대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신성희 <공간을 향하여> 1999,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150 x 150 cm /갤러리현대

신성희는 평생 회화의 절대적 공간인 캔버스의 ‘평면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평면과 입체의 일체를 모색했다. 1971년 초현실주의 화풍의 〈공심(空心)〉 3부작으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받고,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두각을 드러낸 그는 1974년 일명 ‘마대’ 회화 연작을 발표한다.

작가는 거친 질감의 마대에 마대의 풀린 올과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이 연작을 통해 재현과 추상, 대상과 회화, 사실과 허상의 관계를 탐색했다. 1970년대 한국 미술계를 호령했던 모노크롬 계열의 화면을 추구하는 듯하면서도 정신성이 강조된 추상 회화가 아닌 극사실적으로 실재의 마대에 마대를 그리며 실재와 허상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새로운 회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신성희 <연속성의 마무리> 1995,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200 x 200 cm /갤러리현대

1980년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긴 작가는 파리에서 받은 다양한 미학적 자극에 반응하며 '회화의 본질’에 다가가는 실험적 행보를 지속했다. 이후 그는 30여 년간 폭발하는 색채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추상회화의 삼차원적 실재를 탐구했다. 그는 허상의 회화를 거부하며 평면의 화면에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입체감과 공간감을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두툼한 판지를 찢어 콜라주하거나 종이의 무른 성질을 활용해 일부를 자르고 뜯음으로써 평면이면서 동시에 입체가 되는 역설의 회화를 제작한다.

채색한 판지를 찢어 화면에 콜라주하고 과감한 색채를 도입한 〈구조 공간(콜라주)〉연작(1983-92),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그것을 박음질로 이은 〈박음 회화(꾸띠하주)〉 연작(1993-97) 등으로 이어진다. 신성희는 정교하게 그려 만든 허상의 눈속임이 아닌 회화 스스로 입체가 되는 파격적 회화를 다양한 방법론으로 연구하며 창작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잘라낸 캔버스 색 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평면과 입체의 통합을 이룬 〈엮음 회화(누아주)〉 연작(1997-2009)이 탄생한다. 
 

신성희 <결합> 1997,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163 x 98 /갤러리현대

신성희가 40년 화업 동안 캔버스를 떠나지 않으면서 일관되게 탐구한 것은 세로와 가로의 공간에 공명하는 색채의 연속적 공간이다. 박음과 엮음으로 완성되는 직조된 회화 공간은 20세기 미술가들의 회화적 유산의 바탕에서 한 걸음 나아간다. 신성희의 그림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또 과감하게 서구적이다. 색채는 색채대로 공간으로 확장되며, 박음질과 엮음으로 조성된 뼈대 구조는 그것대로 확고하게 화면을 구성한다. 둘 다 살리면서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공존이 신성희의 회화 언어가 제시하는 가장 독창적 미학이라고 미술사학자 전영백은 지적한다.

갤러리현대 도형태 대표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신성희 작가의 독창성과 베니스에서 선보이는 전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그는 “베니스에서 선보이는 신성희 개인전은 〈박음 회화(꾸띠하주)〉 연작(1993-97)과 〈엮음 회화(누아주)〉 연작(1997-2009)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전시가 될 예정이다"라며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작가로서의 성취를 이어가며 한국뿐 아니라 서구의 미술계와 컬렉터에게도 사랑을 받아 온 신성희의 주요작들이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팔라초 카보토라는 공간에서 재해석되고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하기 기대한다"고 전했다.

나인드래곤헤즈 《노마딕 파티(Nomadic Party)》
 

나인드래곤헤즈 김찬동 커미셔너가 《노마딕 파티(Nomadic Party)》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김서진 기자

지난 20년간 한국과 국제 무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현장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다국적 작가공동체「나인드레곤헤즈(Nine Dragon Heads)」는 제 60주년 베니스비엔날레를 기념하여 그간 협회가 추진해 왔던 활동을 기반으로 베니스 일원에서《노마딕 파티(Nomadic Party)》를 주제로 전시와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나인드레곤헤즈」는 1995년 대청호 야외 환경미술제를 기점으로 결성되어 매년 국내와 유럽, 아시아, 남미 등 해외의 자연이나 사건의 현장에서 워크숍 형태의 야외작업과 실내전을 펼치며 생태환경과 노마딕 주제의 작업을 펼쳐 왔다.

실크로드와 차마고도,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2017 이스탄불 비엔날레, 18상파울로 비엔날레 등에서 공식 병행전을 가진 바 있다. 국내에서도 청주 대청호, 제주, 거제, 새만금방조제 등 야외 현장 작업과 아르코미술관, 청주박물관, 남포미술관, 대산미술관 등 크고 작은 공간에서 생태 환경, 문화다양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인드래곤헤즈 소개 /김서진 기자

《노마딕 파티(Nomadic Party)》는 그간 협회가 추진해 온 노매드적 성격의 전시의 일환으로 전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재난 등의 이유로 이주와 이동이 빈번하며,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자유로운 이동과 교류와 탈주 융합이 일상이 된 상황을 살아가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다양한 매체와 성향의 국내 작가들이 해외 작가들과 협업하여 주제를 풀어가는 성격의 전시이다. 이 전시는 다국적 작가들에 의해 서로의 지리적·문화적·개념적 경계를 허물며 이주와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하면서 본 전시의 주제인 <Foreigner everywhere>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번 전시는 16개국 8팀 35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며 전용 전시공간인 플라지아 펀치(Punch)에서 개최된다. 해외에서는 네덜란드 작가 하롤드 드 브리(Harold de Bree) 등 15개국 5개팀 20명, 한국에서는 김영진 등 3팀 15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를 위해 지난 2023년 5월 작가들은 베니스 현지에서 일주일간 워크숍을 진행했다.

다국적작가공동체의 전시 성격상 국내외 인사로 구성된 공동 커미셔너와 큐레이터, 컨퍼런스 발제자들이 참여하여 전시의 내용과 주제를 위한 학술 행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총괄전시감독은 나인드레곤헤즈의 박병욱 대표, 한국 측 커미셔너로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김찬동 커미셔너, 해외 측 커미셔너는 베니스의 비영리예술인협회 Nouva Icona의 디렉터인 기획자 비토리오 우르바니(Vittorio Urbani)가 맡았다.
 

전시 설명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다양한 매체와 소재를 통해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융합된 실험적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며, 특히 한국 작가들의 경우 한국적·동양적 사유로 서구의 관습적 지경을 자유롭게 탈주하는 방식의 작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역이었던 김영진, 실험적 현대서예가인 황석봉, 오랫동안 CF 영상감독으로 활동해 온 이지송, 실과 바늘을 사용하여 대형 설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섬유작가 황란, 자신을 두루미로 의인화한 작업을 펼치는 신진작가 바이나 오 등 기성화단이나 제도적 공간과는 차별화된 작업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이 소개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소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비엔날레 제도와 국제적 동향, 한국현대미술에 관련해서는 60-80년대에 이르는 다양한 흐름을 노마딕을 주제로 살필 예정이다. 특히 이승택, 김구림, 김영진 등 실험미술 1세대 작가들과 바깥미술, 자연미술, 백남준으로부터 신진 작가들에 이르는 한국 현대미술의 주제에 부합되는 특성을 살피고자 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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