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커스터마이징 온고지신
미군의 양심으로 65년 만에 돌아온 '신흥사 경판' 문화재 반환의 모범사례 되길
  • 김강호 기자
  • 승인 2019.03.27 14:07
  • 댓글 0
리처드 록웰(가운데)과 지상 스님, 안민석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흥사 제공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미군 장교가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神興寺)에서 가져갔던 불교 경판을 반환하여 화제가 되었다.

경판을 돌려준 주인공은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리처드 록웰(92) 씨로, 록웰 씨는 미군 해병대 중위로서 한국에서 복무하였다. 이후, 1954년 10월에 전쟁으로 황폐화된 신흥사에서 경판을 수습하여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록웰씨는 지난해 속초시에 반환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대한불교조계종 설악사 신흥사의 지상스님과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은 18일, 록웰 씨를 만나 아무 조건 없이 경판 1점을 돌려받았으며 복무 당시 속초를 촬영한 사진 279점도 기증받았다.

유구한 역사와 귀중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신흥사

신흥사는 굉장히 오랜 역사와 가치를 지닌 사찰이다. 그 유래는 신라 진덕여왕 때인 653년에 자장이 처음 창건하면서 시작됐다. 자장은 또한 석가의 사리를 봉안한 9층 사리탑을 세우고 향성사라고 불렀다. 그러다 701년 효소왕 때에는 화재가 나 사찰은 타버리고 탑도 3층 탑만 남았다.

이후, 의상대사가 다시 절을 짓고 선정사라고 불렀다. 이 선정사는 약 천년을 이어왔지만 조선시대인 1644년 인조 22년에 다시 불에 타버렸다. 하지만 운서, 혜원, 연옥 세 승려가 신의 계시를 받고 다시 절을 세웠으며 신의 뜻으로 창건하였다고 하여 신흥사로 이름 지었다.

오늘날 신흥사는 조선시대의 사찰 건축 양식으로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본전인 극락보전은 보물 제1981호로 지정되었고 부속건물인 보제루, 명부전 등도 강원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받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신흥사는 보물 제1721호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보물 제1749호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등 불상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65호 '신흥사 안양암 아미타회상도'같은 귀중한 문화재도 소장중이다.
 

반환된 신흥사 제반문 경판 신흥사 제공

조선 불교와 인쇄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신흥사 경판

이번에 록웰 씨가 반환한 '신흥사 제반문(諸般文) 경판' 1점은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크기는 가로세로로 48.2x18cm으로 글자는 한글, 한자 및 범어(산스크리트어)를 사용했으며 내용을 확인한 결과, 제반문의 가장 마지막 장인 87장과 88장으로 밝혀졌다.

신흥사의 경판은 목판의 형태로 나무에 양각으로 글자를 새긴 것이다. 현재 약 269점이 소장되어 있으며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4차례에 걸쳐 경전, 의식, 문집류 등 다양한 형태로 간행되었다. 이중 제반문은 일상생활의 천도의식과 의례를 기록한 것으로 약 88장(44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 14점만 남았다.

신흥사 경판은 당시 불교문화와 인쇄, 경전 연구에 굉장히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진 문화재이다. 특히, 경판 중에서 '제진언집 묵판'은 지난해에 보물 제2014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1950년대 폐허가 된 신흥사 신흥사 제공

전쟁의 소용돌이와 신흥사의 수난

신흥사는 6.25전쟁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1951년 당시 국군은 신흥사에 육군 연대 본부를 차렸는데 병사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경판을 땔감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당시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대학자로 유명한 리영희 선생(1929~2010)이 발견하게 된다.

1군 사령부의 중위였던 리영희 선생은 부연대장을 설득하여 겨우 이 상황을 막고 신흥사 경판을 구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찔했던 상황은 리영희 선생의 저서, '스핑크스의코'와 96년도에 법보신문에 기고한 글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리영희 선생이 이곳을 떠나고 록웰 씨가 신흥사를 발견한 1954년에는 이미 전쟁으로 신흥사가 크게 황폐화되었을 때였다. 록웰 씨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당시 신흥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신흥사의 상당히 많은 문화재가 이때에 유출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록웰 씨의 사진을 살펴보면 신흥사의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등의 그림이 보이지 않았다. 이후, 영산회상도는 미국 LA카운티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음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리처드 록웰씨가 촬영한 신흥사 내부 모습, 속초 신흥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을 비로한 불상 3기 뒤에 불화가 사라졌다. 신흥사 제공

미군의 양심이 반환 문화재 환수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이번 반환을 계기로 신흥사 경판은 270여 점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지상 스님은 록웰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으며 록웰 씨도 오랫동안 반환을 생각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으며 뒤늦게나마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를 반환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국외소재문화재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소재가 파악된 것만 해도 20개국의 17만 2316점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는 일본이 전체의 7만 4742점(43.8%)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다음은 미국 4만 6488점, 독일 1만 876점 순이라고 한다.

특히, 신흥사의 영산회상도는 2007년 처음 소재지가 파악되고 꾸준히 조계종에서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 환수 운동은 수많은 험난함을 거쳐가야 할지 모른다. 이번에 록웰 씨와 같이 양심 있는 행동이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강호 기자  cpzm78@handmk.com

<저작권자 © 핸드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강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경주 쪽샘 신라 무덤에서 1500년 전 행렬도 그려진 토기 나오다
경주 쪽샘 신라 무덤에서 1500년 전 행렬도 그려진 토기 나오다
'폐자원이 예술로', 청계천에서 업사이클 전시를 만나다
'폐자원이 예술로', 청계천에서 업사이클 전시를 만나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