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2층으로 올라가 한 방으로 들어서면 꽤 흥미로운 작품이 등장한다. 수잔 앵커는 바이오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바이오 아트는 말 그대로 생명체를 다루는 생물과 예술적인 상상력이 결합해 기존의 예술에서 다루지 않았던 과학이라는 주제를 밀접하게 다룬다. 전시 공간에 놓인 유리장 안에는 마치 실험실에서나 사용할 법한 배양 접시가 보인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벌레와 식물, 꽃 등이 담긴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두 달 넘게 방치되면 썩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작가는 관람객이 생물처럼 인식하도록 최대한 생물처럼 보이게 '쾌속조형'이라는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쾌속조형기술은 어떤 물체를 만들기 위해 아래에서 위로 쌓아올리면서 물체의 형태를 만드는 것인데, 3D프린팅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라고 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을 오랜 시간 감상해 보고 어떤 풍경과 생명체, 생물들이 생각나는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날씨에 대응하는 전자 제품들을 동시에 작동시켜 낯선 환경을 제시하는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변덕스러운 날씨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운 여름 에어컨을 세게 틀어 오히려 춥다거나, 하루종일 공기청정기를 틀어 깨끗한 공기질을 유지하는 행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진짜 식물, 가짜 식물이 섞여 있는 이 공간에서 전자 제품들은 상호충돌하거나 상호의존해 이상한 대기를 형성하도록 작가는 의도한다. 예를 들면 히터가 온도를 올리면 에어컨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려 하고, 여러 가습기가 습도를 올리면 제습기는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관람객들이 인간만을 위해 조성된 <이상한 계절>이라는 작품을 마주하고 나서는 무더위에 에어컨을 켜는 것이 당연하다기보다는 다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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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타니 시리파타나눈타쿨의 작품은 과거, 현재, 미래 등 총 세 가지의 영상으로 나뉜다. 팬데믹과 도시봉쇄로 인해 펼쳐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가가 느껴 온 세상과의 연결감에 대한 이야기는 느슨하지만 길게 이어지는 거미줄과 같이 이어지며, 우리의 근원과 외부 세상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상은 태국에 정착해 살아가던 작가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2년만에 그의 유품을 꺼낸 작가는 자신의 근원인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며 과거, 현재, 미래의 영상을 전개해 나간다.
서로 섞이고 종을 공유하며 흘러온 공진화의 과정, 인간과 과거, 주변 환경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시간의 거미줄은 작가의 작업 동료인 아프리카 회색 앵무, '보이스'의 안내를 통해 진행된다. 2013년부터 작가와 함께 보이스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는 보이스의 안내에 따라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미래는 여기에 존재한다', 라는 문장을 맞닥뜨리게 된다. 우리는 누구와, 어디에 연결되어 있을까?
전시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알들이 보이는가?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여 있는 듯한 겉습이 누에고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둥근 모양은 조약돌과도 같아 보인다. 이 작품은 가는 와이어줄을 여러 방향에서 잇고, 만나는 지점마다 매듭을 지어 만든 것으로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고 관계를 맺는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세계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들 한다. 이 작품에서 매듭이 지어진 지점부터 이어지는 선은 큰 동작으로 움직여 각각의 둥그런 세계를 만들어냈다. 전시장을 함께 찾은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금 머릿속의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 사람과 당신의 인연은 어떤 색과 모양의 알이 될지 상상하며 작품 주위를 거닐어 보라.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야외 정원은 국내 최대의 왕개미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왕개미뿐만 아니라 새나 여러 종류의 곤충, 심지어 동네 주민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이 야외 정원을 실제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작품을 실내 전시장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그리스 출신의 테오 트라이언터파일리디스는 여러 생명체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작은 세계를 작품으로 구현했다.
바쁘게 보라색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개미들과 그 주변으로 벌이나 쇠똥구리 같은 여러 유기체들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동시에 괴물처럼 보이는 생명체가 뒤에서 기웃거리며 열심히 일하는 유기체들을 감시하듯이 살피고 있다. 이 작품은 라이브 시뮬레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라이브 시뮬레이션은 AI를 접목한 알고리즘을 통해 작품 속 유기체들의 위치나 배경, 사운드들이 자율적으로 생성되며 이로 인해 무한으로 재생된다는 특징이 있다.
전시장 안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해 보라. 기계의 굉음이 들리는가? 공간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친숙한 모습과는 거리가 좀 있는 기계 생명체가 보인다. 여러 장치들이 복잡하게 위로 얹어진 모양새가 지쳐 보이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강한 어투로 무언가를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가 도시의 모든 곳곳을 점령한 뒤 남은 찌꺼기, 즉 정크 스페이스의 파편을 모아 만든 기계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쉽게 분리되고 대체되는 편리함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여기 모여 있는 우리가 누구인지 잘 잊곤 한다. 그리고 점점 더 기계와 인간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기계의 굉음이 어떤 사람의 외침처럼 들리진 않는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그가 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자.
작가는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 중심으로 작업한다.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 들어서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형체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창문을 통해 지구와 달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우주에서 본 지구와 지구에서 본 달의 얼굴을 나란히 배치해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지구도 달 없이 인류의 터전이 될 수 없다는 상호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케이지 안에 강아지들이 있다. 강아지들이 갇혀 있다니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윤리적 문제로 펫샵 불매 움직임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당 작품은 이러한 풍조를 반영하는 작업이다.
아티스트 그룹 엑소네모의 <메타버스 펫샵>은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펫샵에서 돈을 주고 강아지를 구매하는 것처럼 가상의 강아지를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이 곳에서의 수익금은 모두 유기동물 단체에 후원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펫샵에서 구매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스크린 오른쪽 위쪽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 스크린 내 지시사항에 따라 결제를 진행하면 반려견을 분양받을 수 있다. 결제가 완료되면 울타리 안의 강아지들이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메타버스 펫샵>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모두 유기동물 단체에 후원한다.
전시를 구경하는 것에 살짝 지쳤다면 이 영화관 안을 들어가 보자. 상시상영과 특별상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러 영화들을 상영한다. 조용한 공간 안에서 머리를 식히며 영화를 빠져들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괴짜 과학실의 실험실>에 들어선 사람들이 내려놓을 세 가지는 유용함, 진지함, 필요함이다. 일상 속 내 생각을 장악하고 있던 이 세 가지를 털어 버리고 쓸모없음의 즐거움이 가득한 긱블의 실험실로 향한다. 쿵쿵 소리를 내는 <때려고기>를 지나면 진자 운동을 하는 입체 통로를 마주한다.
혼란스러운 공간을 따라 이동해 도착한 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머리통이 놓여 있다. 머리통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누구인지를 물어도 좋고 내가 상상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다. 물론 정답을 들을 수는 없다. 왜냐면 그 어디에도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은 재미와 무가치함만이 존재하는 실험실이다. 괴짜 과학자가 마주하는 매일의 일상도 이와 같을 것이다.
긱블의 작품은 '엑스폼(exform)'이라 부를 수 있다. 이것은 'ex+form'으로 구성된 합성어로 사회적으로 버려지고 폐기된 것들을 통해 포함과 배제를 결정하는 구분 지점에 대한 성찰을 의미한다. 긱블만의 엑스폼인 '긱폼(geekform)'에는 과학 원리에 대한 '왜?'라는 질문을 끓여 증발시킨 뒤 실험실에 남은 '와!'의 재미와 상상의 세계가 가득하다.
이 곳에서는 마치 실험실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천 마리의 모기를 아크릴 박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모기들은 유충에서 번데기, 성충을 거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생애 주기에 마지막 단계를 거치면 아크릴 박스 내 일종의 장치를 통해 모기의 죽음이 인식되고, 작은 모니터를 통해 모기가 마치 환생하는 것처럼 아바타가 생성된다.
아바타는 직접 게임을 하듯이 아바타에게 뭔가를 먹이거나 자게 하는 듯 관람객에 의해 모니터 안에서의 삶을 지속하게 된다. 이렇게 실제 생명과 게임에서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며 게임을 단순하게 유희의 한 형태로 간주할 수 있는지, 삶의 실체성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작업이다.
김성호 APAP7 예술감독은 “APAP7은 (구)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역대 APAP 중 처음으로 대규모의 실내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야외 전시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회화, 설치, 퍼포먼스 아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공공예술 콘텐츠를 실험하고 선보이고자 한다”며, “APAP7의 모든 출품작을 실감나는 동영상과 친절한 해설로 선보이는 온라인 전시와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으니 두루 살펴보시고 공공예술을 위한 따스한 격려뿐만 아니라 따끔한 비판적 조언을 함께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총 24개국 48팀, 88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11월 2일까지 총 70일간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 등은 휴관일로 운영하지 않는다. 단, 공휴일이 있는 주간은 휴관일이 변경될 수 있다. 작품 관람 이외에도 도슨트투어, 나이트투어 등을 포함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며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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