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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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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1)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9.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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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7)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안양시는 공공예술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담은 상상과 지향점, 현시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다룬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7)를 8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구)농림축산검역본부와 안양예술공원에서 개최한다.

안양시가 주최하고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는 안양의 역사, 문화, 지형, 개발 등 변화하는 현대 도시의 맥락과 환경을 미술, 조각, 건축,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으로 풀어내고 선보이며, 시민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이다.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ZONE7 - Your Imaginary Space)’ /김서진 기자

APAP7의 주제는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ZONE7 - Your Imaginary Space)’으로 ‘7구역’ ‘당신(의)’ ‘상상공간’ 세 개의 주제어로 구성된다. ‘7구역’은 현실을 넘어선 상상공간의 은유적 표현이자 7회를 맞이하는 본 행사를 의미한다. 공공의 대체어로 쓰인 ‘당신’이라는 주제어는 곧 ‘우리’를 내포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예술’이자 ‘모든 사람에 의한 공공예술’을 지향한다. 마지막 주제어인 ‘상상공간’은 모든 이들의 예술적 꿈들이 현실화되는 예술 공론장이자 생산적 상상을 꿈꾸는 공간으로 APAP의 변화를 제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APAP 최초로 대규모 ‘실내 전시’를 도입해 도심 속 유휴 공간인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동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특히 실내 전시 공간을 ‘휴먼 스페이스-에코 스페이스-스마트 스페이스’로 범주화하여 미래도시에 관한 담론인 ‘인간-생태-테크놀로지’를 탐구하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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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형걸 <팔렛세움> /김서진 기자

근대 건축들과 고층의 아파트, 좁은 골목과 왕복 8차선 도로가 혼재된 안양 구도심에 <팔렛세움>을 세움으로써 건축가 국형걸은 APAP의 상상공간, 7구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제시한다. 산업용 팔레트를 건축 모듈로 사용하는 작가의 독자적인 '팔렛스케이프' 작업은 견고하고 안전하면서도 해체가 쉽고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다. 

높이 약 8.5미터에 이르는 이 구조물은 약 2,000여 개의 산업용 플라스틱 팔레트를 엮어 만들어졌다. 높은 벽은 얼핏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격자로 쌓아 올린 팔레트 사이의 공간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출입이 자유로운 열린 공간이다. 한쪽이 계단식으로 설계된 내부 공간에서 관람객은 편하게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전시 기간에 열리는 이벤트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건축물과 공공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공론장이자 공연장, 쉼터 또는 놀이터로써 공간의 기억을 선사한다.
 

이자스쿤 친치야(스페인) <보자기 라운지> /김서진 기자

<보자기 라운지>는 건축가 이자스쿤 친치야의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과 작품이 설치되는 (구)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장소적 특성,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건축적 설치를 매개로 환경과 융합될 수 있도록 고심한 작가의 건축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보자기와 노리개로 내용물을 정성스럽게 담는 한국 전통 포장 문화를 차용해 고안된 의자와 램프는 마치 조각보처럼 각종 색상과 패턴의 직물들을 재단해 이어 붙인 천으로 감싸져 있다.

실내 전시장 앞의 이 정원은 관람객들을 위한 놀이공간이며 휴식공간이다. 작품의 의자는 타이어로 만들어졌다. 가운데 나무를 둘러싼 구조물들은 책꽂이와 램프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무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한 덕분에 원래의 모습 그대로 해체할 수 있다. 계절과 시간,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정원의 풀, 나무, 햇빛, 바람, 새들과 풀벌레들은 모두 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작가가 정성스레 포장해 관람객들에게 선물하는 특별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김세중 <본관동 동물 부조> /김서진 기자

지금 보이는 건물 꼭대기에서는 부조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부조에는 토끼, 돼지, 닭 등을 비롯한 주로 실험체로 쓰이던 동물과 함께 비커, 플라스크 등 실험 도구도 그려져 있다. 실험실을 뜻하는 'laboratory(라보라토리)'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가축 방역, 수출입동식물검역 등을 수행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전신인 가축위생연구소의 공간성을 반영한 작품이다.

1960년대 조각이라고 하면 기념비로 제작되는 인물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부조는 연구소에서 인간을 위해 실험체로 사용되며 목숨을 잃는 동물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역사적인 인물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기념비들이 대부분이던 이 때, 동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당시에는 매우 생소하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7구역'이라는 또다른 세계 /김서진 기자

야외를 벗어나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동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APAP7에 출품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한참 전에 비워진 건물이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그 자리를 채운 작품들을 감상하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7구역'의 세계로 들어간다.
 

함돈균 <북 만달라> 2023, 서가, 책(150), 타이포그래피, 영상 설치, 단채널 영상 /김서진 기자
함돈균 <북 만달라> 2023, 서가, 책(150), 타이포그래피, 영상 설치, 단채널 영상 /김서진 기자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커뮤니티 공간 '아트 라이브러리 북 만달라'는 기존 라이브러리와는 다른 개념을 도입한 공간이다. 종래 라이브러리가 책의 저장소 및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고 한다면 이 공간은 책의 세계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이 공간은 크게 세 구역의 서가 및 테이블로 나뉜다.

이용자들은 인도 문화에서 우주적 비전을 상징하는 만달라 모양의 서가를 우선 통과한다. 이 서가의 이름은 '진리의 만달라'로 가운데에는 이 공간의 기획자인 황돈균 작가의 사유가 담긴 『사물의 철학』과 『순간의 철학』의 문장들로 구성된 '사물과 순간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서가에 있는 150여 권의 책들은 현재 제주 책방 '시타북빠'의 책방지기이기도 한 작가가 관람객들을 위해 직접 선정한 책들이다.
 

리촨(중국) <시공간 균열> 2023, 철제 열쇠, 드로잉 /김서진 기자

전시장 벽면에 걸린 그 열쇠와 그 밑에 그려진 그림은 자세히 살펴보면 열쇠가 들어갈 만한 열쇠구멍이 그려져 있다. 현재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지문인식으로 간편하게 문을 열 수 있지만 열쇠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열쇠고리에 여러 용도의 열쇠가 달려 있어 문을 열기 위해 맞는 열쇠를 찾으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같은 작품을 통해 작가는 철제 열쇠와 열쇠 그림을 함께 배치해 실제와 가상에 대한 환상뿐 아니라 우리에게 과거에 대한 시공간을 소환하고, 우리에게 각자의 기억 속에 담긴 저만의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암릿 바하두르 카르키(네팔) <끝에서 끝으로> 2023, 탁구공, 벽시계, 나무, 실시간 영상 /김서진 기자

수많은 벽시계가 원형의 좌대 위에 놓여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계 위 탁구공이 올려져 있고 탁구공은 움직이는 초침에 의해 이동하고 있다. 작가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머무르는 태도보다는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을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삶을 강조한다. 인생의 불영구성과 변화의 필연성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깊이 감사하게 여기며, 삶의 여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김희라 <옷> 2004-2022, 옷, 실크 실 /김서진 기자

수많은 옷들이 이상한 상태로 벽에 가득 걸려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옷들은 분명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입던 옷들인데, 반복적으로 잘리거나 변형되면서 그냥 입기에는 뭔가 불편하고 이상한 옷들이 되어 버렸다. 작품명은 <옷>,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활용해 섬유공예와 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이 옷들은 당연히 입는 것이었지만 작가의 작업을 통해 감상과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각각의 옷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옷과 유사하거나 잘린 형태가 오히려 멋져 보이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보는 이가 자신의 성향이나 경험에 따라 각각의 옷들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작품 속에서 찾을 수도 있고, 한 공간에 모여 있지만 하나도 똑같은 옷이 없는 모습을 통해 우리 개개인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안혜경 <그녀의 소녀> 2023, 한지와 캔버스에 먹과 아크릴, 오래된 수예 재료, 영상 /김서진 기자
안혜경 <그녀의 소녀> 2023, 한지와 캔버스에 먹과 아크릴, 오래된 수예 재료, 영상 /김서진 기자

작가는 2015년부터 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 '화가의 여행가방'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작품은 화가의 여행가방 프로젝트의 일부로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와 이전에 만났던 주민들, 그리고 안양 시민 개개인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소년∙소녀 시절을 작업을 통해 함께 꺼내본 결과물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부모님과 같은 나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 경험은 스스로를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자신이 부모님의 어렸을 적 모습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함께 작업한 주민들의 추억과 향수, 기억을 통해 이와 유사한 경험을 전달한다. 작품 속 소년∙소녀들과의 만남이 자신과 부모님, 주변인과 함께 서로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알레시아 네오(싱가포르) <땅과 하늘 사이> 2018, 영상 설치, 단채널 영상(8), 사진이 인쇄된 천으로 만든 대나무 연(14) /김서진 기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체중을 실어 몸을 기대는 것을 상상해 보자. 그 무게를 견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들은 매일 다른 이의 몸을 받치거나 대신 움직여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들은 정작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의지하며 힘을 빼는 법은 잊고 살아간다. 알레시아 네오는 싱가포르의 간병인 커뮤니티와 케어 인덱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간병인의 몸과 돌봄 노동에 대해 연구하며 몸을 해방하고 새롭게 느끼게 하는 방식을 퍼포먼스로 풀어 왔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된 작품이다. 전시장 천장에 고정된 14개의 연은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며 시시각각 환경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간병인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상징한다. 영상은 간병인의 신체 퍼포먼스를 담고 있고 정면과 옆면의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퍼포먼스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심영철 <비밀의 정원>, 2023, 유리, 자개, 옥, 수정, 젯소, 유니티 미디어 /김서진 기자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2층 복도 계단 위에 다채로운 색감의 꽃들이 피어 있다. 계단 위로 바라보는 꽃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모습의 형상을 띄고 있다. 이 작품은 화려한 색들의 변형된 꽃체형상을 수정, 옥 등으로 장식해 만들어진 설치예술작품으로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자연과 생명의 의미를 담은 꽃들을 통해 예술의 생명력과 창조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2층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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